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15화 (115/185)

네가 밟아온 것 (3)

나는 한참이나 무색유리검의 구조도를 들여다보며, 그녀가 만든 작품을 감상했다.

법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술적인 구조였다.

무형검의 힘을 10할, 아니, 12할의 위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위대한 법보.

그것이, 그녀가 남겨 놓은 법보의 구조도였다.

나는 그 구조도를 보며, 끅끅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그렇게 무덤가에 앉아,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또 웃었다.

그리고, 밤이 되고, 다음 날로 넘어가기 전.

나는, 청문세가로 출발하였다.

청문령의 장례를 보기 위하여.

* * *

청문령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무려 축기기 3대 위인이라 불렸던, 청문세가의 자랑거리인 그였다.

동시에 가주인 청문중진의 조카인 그였기에, 그의 장례는 가주의 주도 하에 크게 치러졌다.

수많은 청문세가의 장로와 원로들.

그리고 후기지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엄숙하게, 청문령의 입관(入棺)을 바라보았다.

나는 청문중진의 뒤쪽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젠 눈물도 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청문령의 장례식에 흉한 저주문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음혼귀주문을 억누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끼이이익!

그의 관이 덮혔고, 청문령은 청문세가의 가묘에 안장되었다.

얼마간 청문중진이 앞에 나서 축문을 읊었고,

나는 그 축문을 들으며 그의 죽음 역시, 똑똑히 가슴 속에 담았다.

언젠가, 그의 죽음 역시 한데 담아 원립에게 돌려줄 것이다.

그리 정했다.

청문령의 장례식은 몇 주간 더 이어졌고, 그의 장례식이 끝난 후.

청문중진은 청문세가의 원로원과 장로들을 모아, 청문령의 죽음.

그리고 답천사막 대학살과, 혈목자 원립에 대하여 회의를 하였다.

나 역시 청문령의 벗인 결단기급 전력의 명목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아니, 다른 것 때문인가.’

나는 청문중진이 원로원들의 앞에, 청문령이 지금껏 만들었다는 진법을 펼치는 걸 보며 생각했다.

“지금껏 세가의 원로원에게만 알렸던 사실이고, 이번 사건만 아니라면 쭉 비밀로 했겠으나… 마침 봉명성이 이백 년 후 나타날 위치가 노괴의 동부 인근이라 하니 지금 기회에 말하도록 하겠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봉명성에 들어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천인기 선배들이 가져가셨네. 하지만, 원로원은 알고 있으나, 령이의 진법을 사용하면 이 가운데에 남아 있는 장생과들을 수확하는 게 가능하네.

하여, 나는 우선 200년 후가 오기 전에, 먼저 봉명성에 들어가 장생과들을 수확하는 계획을 제안하고자 하네.”

아무래도 그는 집단의 수장답게, 집단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일 터.

그는 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서 수사, 령이가 죽은 일은 안타까우나, 령이와 자네가 만든 진법이 헛되이 쓸 수는 없네. 하여, 혹시 자네가 섭명함을 통해 다시 봉명성으로 갈 수 있는….”

내 감정을 최대한 배려하며, 그는 조심스레 물어 왔다.

하지만 나는 ‘봉명성’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봉명성.”

“음?”

“봉명성, 봉명성, 봉명성…!”

내가, 갑자기 미친 것처럼 봉명성을 마구 되뇌자, 결단기 원로와 청문중진은 움찔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봉명성을 떠올리며, 미친 듯이 외쳤다.

“봉명성을 이용하면, 원립을 잡을 수 있다!!!”

원립은, 봉명성에 들어올 것이다.

봉명성의 전층을 부수고, 숨겨져 있던 봉명인을 노렸으니까.

이번에도 그를 위해 봉명성에, 무조건 들어올 터였다.

“가주께서도 기억나실 것이오! 봉명성! 봉명성의 축을 자극하면, 어떻게 되는지!”

두서가 없는 말이었지만, 청문중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듯 눈을 빛냈다.

“…! 서 수사의 말은, 원립을 결단기 수준까지 끌어내리고자 하는 것인가?”

“그렇소!”

나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원립을 잡을 수 있소! 놈을 발기발기 찢어 버리고, 복수를 할 방도가 있단 말이오!”

“…하지만, 서 수사가 말하는 방법은 결국 봉명성의 진법을 끌어올려, 봉명성 내의 모든 존재의 수행을 한 단계 봉인하는 게 아닌가? 유지 시간도 길지 않고… 심지어 수행의 봉인은 모두에게 적용되네. 그 노괴가 결단기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다른 결단기 수도자들은 축기기 수준으로 떨어지니, 결국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어.”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잡을 수 있소.”

“뭐라?”

“내가 익힌 공법은, 봉명성의 봉인이 내리눌러도 그 안에서 힘을 쓰는 게 가능하오. 그래서 그때 가주와 청문령 도우가 전송진으로 빠져나갔을 때, 나 역시 그 공법으로 공간 압력을 견디며 나갔던 것이지. 봉명성의 진법을 발동시킨 후, 원립을 결단기로 끌어내리고 나와 붙이면 놈을 충분히 죽일 자신이 있소이다!”

내 말에 청문중진은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고, 결단기 원로원들 역시 수군거리는 기색이었다.

청문세가의 장로들만이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일 뿐이었다.

“…그 말, 보장할 수 있겠소?”

“영석만 준다면, 송진에게 말하여 섭명함을 타고 다시 봉명성에 가서 증명해 드릴 수 있소이다.”

북향화가 건드렸던 회로는 무엇인지 기억이 난다.

어떻게 건드렸는지도 알고 있고.

청문중진은 진중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10년 후 열릴 결단기 수도자들의 회의에, 서 수사의 능력을 꼭 증언해야겠구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서 수사의 역할이 막중하구려.”

“알고 있소. 증명이 필요하다면 영석만 주시오. 언제라도 증명해 드리겠소.”

청문중진은 원로들과 장로들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후, 그들과 토의를 했다.

얼마 후.

우리는 결국 다시 봉명성에 가 보기로 결정하였다.

* * *

쿠구구구!

수많은 비둔술의 둔광이 하늘을 날았다.

이번 사안은 장생과는 물론이고, 원영기 수도자인 원립을 죽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었기에.

나와 청문중진은 물론, 청문세가의 원로원 중 두 명만이 세가에 남아 본가를 지키고, 결단경 원로원 4인 역시 우리를 따라오기로 하였다.

청문중진은 나를 비행법기에 태워, 타 원로들의 둔광과 같은 속도로 함께 흑풍해로 가는 중이었다.

무형검의 가속은 빠르기는 빨랐으며, 단거리에서는 비둔술 이상의 속도를 자랑했지만.

애초에 장거리용으로 개발된 비둔술과 전투용으로 개발된 무형검은 장거리 비행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나는 결단기급 전력일지라도 장거리 비행에서는 이렇게 결단기 수도자의 비행법기에 타서 쫓아가는 것이 안정적이었다.

“우선, 봉명성에 들어가면 령이와 자네가 만든 진법을 깔아 장생과를 5년에 걸쳐 완전히 생장시키고 과실을 전부 수확한 다음, 5년 후에 나머지 결단기 수도자들에게 자네의 계획을 말해 주고 봉명성을 개방할 생각일세. 괜찮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립을 죽일 수 있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소.”

“그런가… 알겠네.”

청문세가가 장생과를 독점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애당초 내가 원래 장생과를 얻으려던 목적인 김영훈은 여덟 토막이 나서 죽었는데.

쿠구구구!

청문세가 결단기 장로들과 나는 흑풍해, 섭명함이 있는 곳으로 진입하였다.

촤아아!

마지막 결계를 뚫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섭명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의 기세를 느꼈는지, 송진이 섭명함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오래간만입니다, 서 선배님.”

서란이 흑색의 마의를 입고서 송진의 옆에 서 있었다.

이전의 그의 반인반요의 모습은 피부 곳곳에 비늘이 드러나 있었으나, 지금의 그는 이마에 돋은 용의 뿔과 뒤에 자라난 용의 꼬리를 제외하면, 완전히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송진이 가르친 공법과 관련이 있는 듯했으며, 그의 주변으로는 음산한 귀기가 감돌고 있었다.

‘축기 최고봉에 도달했군.’

거기에, 그는 축기 대원만에 도달하여, 결단기의 문턱을 밟기 직전에 와 있는 듯싶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제대로 인사를 받아 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지금 상태론 밝은 목소리가 나올 것 같지 않아 입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송진은 내 눈빛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우리를 둘러보았다.

결단기 수도자 다섯 명과, 결단기급 존재인 나.

그리고 우리가 짓고 있는 표정을 둘러본 그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그… 지난번에 봉명성에 두고 간 것은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

“….”

청문중진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저희는 그 일을 따지고자 온 게 아닙니다, 선배님. 다만 현재 대륙의 상황이 혼란스러워 다들 진중한 기색으로 있는 것이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군요.”

[험, 험…. 그렇다면야.]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나를 슬쩍 보며 청문중진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대륙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더냐? 나도 별자리를 읽었다만, 천기에 크게 변혁이 일더구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륙 쪽에서 뭔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단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말에, 내가 입을 열었다.

“혈목자 원립. 그 노괴가, 원영기의 실력을 되찾고 답천사막 인근에서 어마어마한 학살극을 벌였소. 내 소중한 이들이 그 학살극에 모조리 죽었소.”

[뭣!?]

송진은 그 말에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혈목자? 그 녀석이 원영기가 되었다고…? 각 종문과 종족에서 자질을 조사할 때에 수명이 얼마 안 남은 결단기라고 판단되어 버려둔 놈이었다만….]

“그자가 모든 이들을 속이고 있었소. 진즉 원영기에 도달했다가, 비술로 스스로의 원영을 혈영이라는 것으로 나누어 쪼개, 답천사막 인근에 흩어놓았다 하더군.”

나는 퀭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자가 벌인 답천사막 대학살에, 전 대륙의 결단기 수도자들이 나서 그를 봉인했으나, 200년 후 봉명성이 그가 봉인된 봉인지에 떠오른다 하여 각 세력은 전부 원영기 수도자와의 대전쟁을 준비 중이오.”

[허….]

내 말을 들은 송진은 서란을 쳐다보았다.

[이런 제길, 하필 원영기에 도달해도 제자 놈에게 제일 위협적인 놈이 원영기에 올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군.]

“음…?”

나는 퀭한 눈으로 송진과 서란을 보며 물었다. 내 의념이 다시금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그 놈이, 서 도우에겐 왜 위협적이오?”

내 목소리에 깃든 노기에, 송진은 물론이고 청문중진과 청문세가의 원로들 역시 몸을 움찔거렸다.

송진이 서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놈이 익힌 혈마진해광(血魔鎭海光)이라는 마공 때문이지. 그 놈은 수 속성, 특히 바다 요족들의 진혈(眞血)을 뽑아서 자신의 육신의 재생력을 극대화시키는 공법을 익혔다. 해당 마공으로 요족들의 요혼을 뽑아 제련해 부릴 수도 있지. 그리고 놈의 혈마진해광과 가장 궁합이 좋은 것은… 해룡족이다.]

그가 서란을 쳐다보는 눈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얘기지만, 원립 녀석이 결단경 해룡족을 하나 사냥했다가 해룡왕 서휼이 그를 사흘 밤낮을 추격해 훈계하고, 자비로운 해룡왕이 그에게서 해룡족의 요혼과 시신을 돌려받은 후 그를 용서해 주었다는 일화는 천인기 수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지.

서휼 그 자는 자비롭지만, 너무 물러터졌어. 청색귀골곡이었다면 본문의 제자를 해한 녀석이 있다면 혼백을 뽑아 귀령으로 제련해 버렸을 것을!]

‘해룡족의 요혼과 시신을 돌려받아…?’

나는 원립이 부렸던 일곱 요혼 중, 해룡의 형상을 하고 있던 혈룡의 요혼을 떠올렸다.

‘…서휼이 돌려받았다면, 왜 그 요혼은 원립의 손에 있는 거지?’

[…어쨌든, 이제 서휼 그자도 없는 이상. 놈은 해룡왕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을 테니… 혈마진해광을 수련하기 위해 서란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는 거다. 서란은 반룡이지만 여하튼 왕손(王孫)이니, 그 피의 가치를 아는 원립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 테지….]

송진은 걱정스러운 듯 팔짱을 꼈다.

그런 송진에게, 청문중진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원립 그 노괴는 전 대륙을 피로 물들일 가능성이 높기에, 전 대륙의 결단기 수도자들이 모여, 200년 후에 돌아올 원립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원립을 상대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선배님을 찾아왔습니다.”

청문중진은 송진에게 원립을 상대할, 봉명성을 이용할 계획을 말해 주었다.

[요는, 봉명성에서 그 놈의 경지를 끌어내리고 싸워 놈을 죽이겠단 건가?]

“예. 맞습니다.”

[…위험하군.]

송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봉명성, 해방성이라고도 불리는 그 유물은… 그 성이 본체가 아니다.]

“예?”

청문중진과 원로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뜻인지요?”

[모르나 보군. 하늘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봉명성은, 본래 손바닥만한 작은 성 형태의 원통형 도장이다. 지금의 봉명성은 그 도장을 크게 확대시킨 모습의 성으로 지어진 것이지.]

송진의 설명이 이어졌다.

[봉명인, 해방인이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승천문이 생기기 이전, 비승의 축복을 부여하여, 축복을 받은 대상자의 운명을 상계의 인력에 이끌리게 하여, 대상자와 상계의 거리를 좁히는 선보일세. 하지만 운명의 인력을 부과하는 그 부가 효과로… 봉명인의 소지자는 천운(天運)을 부여받게 되어 있네.]

“천운… 말씀입니까?”

[그래. 결단기인 자네들은 운명에 대해 잘 인지가 안 되겠지만, 천인기에 도달했던 나는 천명(天命)이라는 것의 힘을 알고 있기에 경고를 해 줄 수밖에 없어. 놈을 봉명성에 끌어들여 싸운다는 건, 놈이 봉명인을 얻어 천명의 가호를 등에 업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봉명인이 끌어들이는 운명의 인력보다, 더욱더 강한 운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그 천운 앞에 누구도 어쩔 수 없게 될 것이야.]

“운명… 천운….”

청문중진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으나,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결단기 수준으로 추락했다지만, 송진은 분명 천인기의 잔혼이었고, 그의 경험과 관록은 결단기 수준인 청문중진이 댈 수 있는 게 아님을 잘 이해하는 듯했다.

“잠깐, 그런데 선배님. 그 봉명인… 이라는 것의 정보는 저희도 모르고 있던 것인데. 그 노괴가 알고 있을 확률은….”

그때, 청문세가의 원로 한 명이 송진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자신의 질문에 있는 모순을 깨닫고 말을 바로 흐렸다.

자신들이 모른다고, 그들보다 오래 살았을 ‘노괴’가 꼭 모른다고는 확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봉명인의 존재를 알고 있기도 했고.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원립은 봉명인의 존재를 알고 있소. 그에게서 살아남으며 알아낸 정보 중 하나요.”

회귀에 대한 것은 말할 수 없기에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계획을 취소할 생각이오? 그가 봉명인을 얻는 게 문제라면… 그가 얻기 전에 죽여 버리면 될 것을.”

나는 퀭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봉명성에 가서 내 말을 증명하지 않아 다들 긴가민가한가 보오. 어쨌든 봉명성으로 가 내 말을 증명해 보이지.”

내 말에 청문중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서 수사의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수확해야 하니, 그러도록 하지.”

쿠웅!

원로 중 한 명이, 가져온 영석을 송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선배님께 부탁드립니다. 섭명함으로 봉명성에 가 주십시오. 어쨌든 저희는 봉명성에 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래, 그 정도 영석이라면….]

송진은 영석을 확인한 후, 다시금 섭명함을 띄웠다.

쿠구구구!

섭명함이 떠오른다.

나는 퀭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서란에게 다가갔다.

“서 도우.”

“예, 서 선배님.”

“지난번에, 내 부탁은 무엇이든 하나 들어준다고 했지 않소?”

“그렇습니다.”

나는 품에서 파공주를 꺼냈다.

“서 도우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소.”

“그건….”

“이것의 작동법을 가르쳐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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