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12화 (112/185)

연 (20)

죽인다.

놈을 죽인다.

발기발기 몸을 천참만륙해서 찢어 죽여 버릴 것이다.

스아아아아!

허공을 박차며 날아가는 내 주변으로, 시커먼 저주문들이 개미 떼처럼 쏟아지며 그 흔적이 남았다.

나는 요족의 지각을 켠 상태로 놈의 흔적을 좇았다.

놈의 흔적을 쫓는 건 어렵지 않았다.

놈이 지나간 자리의 영기들은 전부 불안정하게 어그러져 일렁이고 있었으며, 대놓고 피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쉬이이이―

나는 내 주변에서 뿜어지는 음혼귀주문들을 흡수하여, 법력으로 삼고, 법력을 내단으로 돌려 공력으로 삼은 후 무형검에 공력을 집어넣어, 무형검을 더욱더 가속시켰다.

쿠구구구!

파공성이 울리며, 내가 허공을 거니는 충격파에 의해 주변의 모래가 흩어지며 모래폭풍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눈이 시뻘게진 채, 피 냄새가 진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

그곳은 천색성 아래쪽에 위치한 다른 사막 부족이었다.

이 부족 역시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원립은 혈제를 지내며, 점차 원영기의 실력을 되찾는 중이었고, 점차 그의 속력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따라잡지 못한다.

놈은 점차 속력이 올라갈 터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쉬이이이익!

파공성이 울리며, 저 멀리서 갈색의 비검 법보가 내게 날아왔다.

콰아앙!

나는 무형검으로 법보를 막아 내고, 비검 법보를 날린 자를 보았다.

“네놈… 네놈이냐! 네놈이 공묘세가의 휘하 부족을 학살한 사람이냐!”

공묘세가의 결단기 원로인 듯했다.

그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학살당한 부족을 쳐다보며 내게 소리쳤다.

“이놈! 대답해라!”

나는 말 없이 무형검을 휘둘렀다.

쿠과과광!

원립과 상대하기 이전, 만전의 상태보다는 한참 약해졌으나, 충분히 결단기급의 위력.

공묘세가의 원로는 그 위력을 보고 흠칫 놀랐는지 법보를 회수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텅 빈 눈으로 그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걸 봤으면 아시겠지. 이 성에서 나는 혈제의 기운과, 내 일격의 기운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나도 이 짓을 한 흉수를 쫓고 있소. 이 자가 내 소중한 사람들을 다 죽였소.”

“그, 그런… 네가 이것과 무관하다는 증거가 없지 않나! 이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아느냐! 당장 배상….”

콰아아앙!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공묘세가 원로를 향해 한 번 더 무형검을 날렸다.

그의 바로 옆에 작은 계곡이 생겨났다.

“시끄럽다, 닥쳐라. 죽여 버리기 전에.”

스아아아―

내가 입을 벌릴 때마다, 저주문들이 수백 개씩 쏟아져 나와 내 주변을 메웠다.

저주문들은 셀 수도 없이 주변을 많이 채웠고, 그 모습은 검은 빛의 안개가 나를 둘러싼 것 같았다.

“으, 으윽… 다, 당신 같은 마공을 익힌 마두가 하는 말을 어찌 믿으란 말이오…!”

“…이건, 마공이 아니다.”

쿨럭, 쿨럭!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서, 기침을 하니, 입에서 더욱 더 많은 저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고통을 깨달아, 고통에 대해 이해하는 선각후통 계열의… 공법. 그래,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 누구도 희생시킬 일이 없는, 그런… 공법이다. 마공이 아니야…!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카학, 카하학!

입을 열 때마다 시커먼 저주문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그런데 왜…! 왜 내게서 앗아 가느냔 말이다…! 왜…! 왜! 왜!”

나는 저주문이 섞인 시커먼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잡고 전신에서 저주문으로 이뤄진 검은 안개를 뿜어 냈다.

“왜!!!”

한동안 발광하는 나를 보던 공묘세가 장로가 움찔거릴 때였다.

파아아아앗!

저 멀리, 천색성 방향에서 청광이 번뜩이며 누군가가 날아왔다.

“누가!!! 누가 령이를 죽였느냐! 누가!!!”

청문중진.

청문세가의 가주였다.

청문령의 전음부를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모양이었지만,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그가 검은 안개 속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너! 이게 어찌된 일이냐! 설명해라!”

“아, 청문세가 가주시구려. 아시는 자요?”

“청문령의 벗이외다.”

“나는 이 자가 이 학살극의 흉수가 아닌지 의심하는 중이오. 저 시커먼 것… 저게 마공이 아니고 뭐요?”

“…이 녀석의 신원은 내가 보증하겠소. 그리고 지금 천색성에 있던 령이 역시 숨졌소. 이 녀석은 령이의 벗이었으니 그럴 녀석이 아니오.”

청문중진은 공묘세가의 원로에게 내 신원을 보증했고, 나는 그를 보며, 텅 빈 눈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답천사막에서 결단기인 척 숨어 있던 원영기 노괴가, 천인기 선배분들이 비승한 지금 이 학살극을 일으켰단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내 설명을 들은 청문중진은 물론 공묘세가의 원로의 얼굴 역시 심각해졌다.

공묘세가의 원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놈을 잡아야 하오! 이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원립이라는 원영기 노괴가 지금 각 성을 돌며 혈영이라는 것을 회수할 때마다 실력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각 성의 생령들을 흡수해서 원 실력보다 더욱더 강해진다는 뜻! 지금이 가장 약할 때이니, 잡아서 죽여야 하오!”

그러나 청문중진은 안색이 안 좋았다.

“어떻게 할 작정이오? 그 원영기 노괴는 점점 원영기의 실력을 회복하며 더더욱 빨라지고 강해질 텐데, 우리는 그자를 잡기는커녕 쫓아가기도 힘든 실정이오!”

공묘세가의 원로가 전음부를 꺼내 들었다.

“본가의 원로원과 가주님께 연락하겠소! 당신도 청문세가 원로원에 연락을 돌려 결단기 수도자들을 불러모으시오! 이 자의 말대로 원영기 노괴가 북쪽 대초원에도 들렀으면, 그곳 부족들의 결단기 수사들도 현재 황급히 그를 쫓고 있을 터!”

그가 말했다.

“지금 당장 전 대륙의 결단기 수도자들이 모여 그 원영기 노괴물을 죽여야 하오!”

두 결단기 수도자는 자신의 가문에 전음부를 날렸다.

“…혹, 그 원립이라는 원영기 수도자가 어떻게 이동할지 짚이는 게 있느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흔적을 보고 뒤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그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며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원립이 있는 성의 위치가 떠올랐다.

“…그 노괴가 어디로 갈 지는 모르지만, 그자가 어디로 돌아올지는 알고 있소이다.”

“뭣…! 정말이냐!”

나는 그때 봤던 흑색의 성과, 흑색의 성의 자리에 대응되는 별자리를 기억해서 둘에게 알려주었다.

“그래, 하면 우선 본가의 원로원, 벽씨세가의 가주에게도 다 연락을 돌리지. 원영기 마두가 설치기 시작했다는 건 전 대륙이 알아야 하는 일이니, 연국의 진가, 막리가에도 연을 넣겠다.”

“성제국은 연국 가문들에서 전달할 것이니, 답천사막 너머 동방의 국가들에는 공묘세가에서 연락을 넣겠소. 그 원영기 노괴가 이미 들렀는지는 모르지만 경고는 해 줄 수 있을 터.”

“청문세가는 북쪽 대초원의 부족장들에게 연락을 넣겠다.”

청문중진과 공묘세가의 원로는 심각한 얼굴로 각자 전음부를 꺼내 들고 연락을 했다.

얼마 후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전 대륙에 이걸로 연락이 닿았을 터, 그럼 이 녀석이 말해 준 좌표대로 원영기 노괴가 돌아올 그자의 동부로 가 봅시다!”

공묘세가의 원로가 그렇게 말한 후, 그는 답천사막 방향으로 비둔술을 써 날아갔다.

청문중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이만 돌아가서 남은 이들의 유해를 수습해 다오. 령이의 벗이었으니, 그 아이의 유해도….”

“같이 갑시다.”

나는 청문중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그놈에게 볼일이 있소.”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고작해야 축기기인 네 실력으로는….”

콰아앙!

나는 무형검을 휘둘러, 내 실력을 보여 주었다.

청문중진은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실력을 숨겨서 미안하오. 나는 결단경의 실력이오. 부디, 나도 청문령의 복수를 할 수 있게 해 주시오.”

“…알겠네.”

청문중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청문중진과 함께 원립의 본거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 * *

휘이이이이!

“여기 진법이 있군.”

나와 청문중진, 공묘세가의 원로는 답천사막의 한복판, 거대한 모래바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진법이 있는 걸 보면, 진법 안쪽이 그 원영기 노괴의 본거지일 가능성이 크겠구려.”

“진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

두 사람은 조금 난감해하는 것 같았고, 나는 말 없이 앞으로 나가 진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자네가 진법을 만질 줄 아는가?”

“다행이군. 하긴, 령이와 함께 진법을 연구하기도 했으니….”

청문령을 생각하자 그의 죽음이 생각난 듯, 청문중진은 두 주먹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며칠이 지났다.

파아아아앗!

답천사막의 한복판.

그곳으로, 결단기 수도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북쪽 대초원에서 온, 초원의 복식을 한 부족의 부족장들이라는 결단기 수도자들.

동방의 답천사막 너머에서 온, 그곳에서 군주로 군림한다는 결단기 수도자들.

벽라국의 삼가.

그리고 청문세가 가주 청문중진과 그 휘하 결단경 원로원 6인.

공묘세가 가주 공묘령과 그 휘하 결단경 원로원 6인 .

벽씨세가 가주 벽천기와 그 휘하 결단경 원로원 5인.

연국의 쌍가.

막리세가 가주 막리황천과 그 휘하 원로원 7인.

진씨세가 가주 진여운과 그 휘하 원로원 5인.

성제국의 칠가.

진루세가 가주 진루연천과 그 휘하 원로원 8인.

하씨세가 가주 하련.

거씨세가 가주 거복원.

준씨세가 가주 준제열.

열전세가 가주 열전리.

오리세가 가주 오리천령.

전씨세가 가주 전칠선.

답천사막 서쪽의 삼국에서 온 결단기 수도자 49인.

답천사막 북쪽의 대초원에서 온 결단기 수도자 43인.

답천사막 동쪽의 부족 국가에서 온 결단기 수도자 54인.

그리고 떠돌아다니던 희귀한 결단기 산수 3인.

100명이 넘는 결단경 수도자들이 빼곡히 진법의 주변을 둘러쌌다.

북쪽 대초원의 부족장 중 하나라는 이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폭거요! 그 원영기 노괴가 학살한 부족들이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요!!!”

“우리 벽라국 역시 그 원영기 노괴가 수십 개의 성에서 혈제를 지내 학살극을 벌였네! 그런 마두가 더 이상 활개 치게 둘 수 없어!”

“애당초 천인기 선배님들이 비승할 때를 노려, 수행을 숨기고 있다 지금에서야 드러내다니. 그 마두가 어떤 흉악한 속내를 숨기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오! 그 원영기 노괴가 더 이상 활개 치게 둘 수 없소!”

수많은 결단기 수도자들이 진법 바깥에서 분노에 차 씩씩거리고 있었고, 그중 진법을 익힌 진법사들 몇몇이 나를 도와 모래바람의 진법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놈을 기다렸다가 습격해서 죽여 버려야 하오!”

그리고 그중에서, 산수 출신이라는 3인의 결단기 수도자 중, 방립을 쓰고 갈의를 입은 노인이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놈이 내 고손자를 죽였어! 죽여 버릴 테다! 그놈의 뼈를 잘근잘근 씹어 반드시 고아 먹을 테다!!!”

나처럼 소중한 이를 잃은 이도.

“그놈이 학살한 부족은 공묘세가의 휘하 부족이었소! 그 부족에서 얼마나 귀한 광석을 캐내는데! 그 원영기 노괴는 필히 배상을 해야 할 것이오!”

배상을 원하는 이도.

“대초원의 혈통을 학살하다니, 이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 놈의 육신을 찢어 땅에 떨어진 본 부족의 명예를 바로잡으리라!”

명예를 원하는 이도.

“그자가 우리 국가의 도시를 완전히 부숴 버렸소! 그런 위험한 이가 더 이상 활개 치게 둘 수는 없지. 얼른 제거해야 할 것이오!”

원립이 더 강해지기 전에 발본색원하자는 이도.

수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으나, 결론은 하나였다.

혈목자 원립.

그 학살마 노괴를 죽여야 한다.

파아아앗!

나와 결단기 진법사들의 노력으로 인해, 모래 폭풍의 진법이 사라졌고, 저 안쪽의 흑색의 성이 보였다.

“우선 놈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놈이 도움을 받을 만한 법보나 진법 같은 것이 있거들랑 전부 박살 내어 놉시다!”

“그래, 좋소! 원영기 노괴를 상대하려면 만전의 준비를 해야겠지!”

나는 말 없이 결단기 수도자들 사이에 껴서 흑색의 성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청문중진에게 다가가 저 성의 효능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 주었다.

청문중진은 다른 이들에게 소리쳤다.

“저 성은 일종의 법보로, 그 원영기 노괴는 제 법보 안쪽에서 경지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고 하오! 그 노괴가 원영 초기의 실력을 회복한다면 원영 중기의 실력을, 원영 중기의 실력을 회복한다면 원영 후기의 실력을 저 성안에서 발휘한다 하오! 그 노괴가 돌아오기 전에 저 성을 가루로 만들어 버려야 하외다!”

청문세가 가주 청문중진의 말은 빠른 신임을 얻고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수많은 결단기 수도자들이 체내 금단에서 법보를 꺼내 흑색의 성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아아앗!

흑색의 성 형태의 법보 위로 어떤 결계 같은 것이 떠올랐다.

결계는 결단기 수도자들의 법보를 가로막았고, 성이 무너지지 않게 지켰다.

“크윽, 원영기급 공격이 아니라면 이 결계를 뚫기 힘들 듯하군.”

“하면….”

결단기 수도자들이 모여 빠르게 회의를 했다.

“고대 진법이오. 진법사들이 달려들어도 고대 결계를 해체하기는 요원할 터. 힘으로 부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소.”

“하면 어찌….”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우리는 사막 위에서 하나둘 진중한 표정으로 원립을 상대할 방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

쿠구구구구!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핏빛의 구름이 올라온다.

100명을 훌쩍 넘는 결단기 수도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영… 초기… 최고봉…!”

붉은 피 구름을 몰고 오는 원립을 보며, 결단기 수도자들이 이를 악물었다.

원립의 기세는 나와 맞붙었을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고, 그 흉험함은 익히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하, 벌레 놈들이 소문은 빠르구나. 나를 어찌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예까지 왔느냐?]

쿠구구구구!

피구름을 몰고 온 원립이 좌중을 둘러보며 오연하게 말하였다.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 많은 결단기 수도자를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청문중진이 앞으로 나서 원립을 노려보며 외쳤다.

쿠구구구구!

원립은 피 안개 속에서 오연하게 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반딧불이가 많다고 해서, 태양 빛에 비하겠느냐.]

수많은 결단기 수도자들의 살기가 원립을 향했고, 원영 초기 최고봉의 힘을 회복한 원립이, 피 구름을 감싸 안으며 읊조렸다.

[덤벼라, 벌레들아.]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나아가 무형검을 뽑아 들었다.

지난 며칠간 법력과 공력은 전부 회복했다.

반드시, 이번 기회에 놈을 죽여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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