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81화 (8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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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기기(築氣期) - 여기서부터 유료입니다- >

오행(五行)이 완벽한 원을 그린다.

"오월입도(五越入道)!"

오행을 넘어, 진정으로 수도에 들어간다!

황, 흑, 적, 백, 청의 다섯 영기가 단전에서 회전하며 압축되기 시작하였다.

쿠구구구구!

'간다!'

영기의 별이 형성된다.

오영근에서 나오는 영기의 뒤틀림. 그 뒤틀림을, 오월입도경의 다섯 공법의 변화들이 전부 막아선다.

'제압한다!'

단전에서 회전하는 오행의 변화가 점차 범위를 늘렸다.

어느덧, 오행의 변화는 점차 커지며 오영근의 뒤틀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내가 이뤄온 것들이, 내가 타고난 굴레를 잡아먹는다.

우우우웅!

몇천 번? 몇만 번? 몇십만 번?

셀 수 없이 축기에 도전하였다.

오행의 변화를, 전부 이해하였다!

쿠구구구!

오행의 모든 변화가 전부 내 손 위에 오르고, 오색(五色)의 별이 안정화되기 시작하였다.

파아아앗!

일원일응으로 만들어왔던 영기의 점따위와는 다른, 휘황찬란한 빛의 구체가 단전 안쪽에서 빛났다.

괴군의 말이 떠올랐다.

'운명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수명을 늘리는 존재...'

하나로 통합된 영맥을 통해 법력이 맴돌며, 영기의 별로 흡수된다.

그리고 영기의 별이 변압기와 같이 법력을 압축시켜 정순지력으로 만든다.

정순지력은 또 다시 전신영맥을 돌며, 전신 영맥 곳곳이 정순지력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영기의 별은 그 자체로 정순지력을 폭주하지 않게하는 역할도 겸했기에, 상단전이나 심장 등 민감한 곳으로 정순지력이 흘러도 문제가 없었다.

쿠구구구구!

몸 곳곳에 정순지력, 즉 강기(罡氣)가 흐르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두근!

더 이상 억지로 심장을 강기로 압박할 필요가 없었다.

전신영맥에 강기가 절로 흐르며 수명이 늘어난다.

천기(天機)에 변화가 생겨난다.

나라는 운명의 별자리 너머에, 또 다른 자리가 생겨나며 하늘로부터 300년의 수명을 더 허락받았다.

'괴군의 말마따나 수도의 길이 별을 흉내내어 운명을 더욱 더 잇는 것이라면... 어쩌면 수도(修道)란 결국 하늘을 닮아가는 과정일지도.'

나는 동시에 수선에 대한 일말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를 통하여, 연기기 때보다 천기를 읽는 능력이 조금 더 향상되었다.

이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커다란 길과 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시간 개념도 조금 달라지겠어.'

이후 결단기에 도달하면 300년을 더 받아 600년의 수명을.

원영기에 도달하면 600년의 수명을 더 받아 총 1200여년의 수명을 더 내려받을 터.

최초로 하늘에게 300년의 시간을 더 허락받은 지금부터는 삶의 시간이 훨씬 길어질 터였다.

우릉, 우르릉...

쇄천봉 인근에 꼈던 먹장구름들이 잦아들며, 이내 사라져 버렸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나는 상념들을 정리하고, 봉우리 전체가 떠나가라 웃었다.

드디어.

몇 번의 삶을 거쳐 드디어!

"명(命)을 극복했다...!!!"

운명을 넘어서고, 수명을 극복했다.

주르륵...

나는 삶은 곧 기쁨이라는 김영훈의 말을 마음 속 깊이 이해하였다.

무(武)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다지며 더 높은 깨달음을 얻었고.

수명을 극복하여 300년의 시간을 더 허락받았다.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나는 축기기(築氣期)에 이른 것을 다시 한번, 몇 번이고 확인하며 전신에서 정순지력을 뿜어내 보았다.

아직은 변압기의 일종인 영기의 별이 하나밖에 없어 실낱같은 정순지력밖에 생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것 역시 엄연한 정순지력이었고, 체내에 강기가 흐르게 된 이상 상시 호신강기를 발동하게 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연기기 수도자까지는, 그래도 수도법술을 펼칠지언정 어느 정도는 인간 같은 느낌이었다면.

축기기 수도자부터는 정말 인간을 벗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전신 곳곳에 강기가 흐르니, 일단 무림인들의 검기나 검사 이하의 공격은 이도 들어가지 않는다.

검강 역시 축기기에서의 경지를 올려 정순지력의 농도를 더 짙게 하면 먹히지 않을 터다.

'아마 강환급 공격만 아니면 솔직히 평시에만 흐르는 호신강기로 막아도 문제가 없을 터다. 거기에 정순지력이 온 몸을 돌며 생명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예전에 보았던 막리세가의 축기기 장로처럼, 내장이 몇 개가 뜯겨나가도 정순지력이 며칠 동안은 그 역할을 해 주기에 머리, 심장, 배 외에는 크게 다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정순지력에 예기를 씌운 것이 검강이다. 그렇다면, 이젠 솔직히 몸 곳곳에서 흐르는 정순지력을 내단으로 퍼부어서 무궁무진한 강기의 출력을 기대해도 되겠군.'

솔직히 전신에 흐르는 영기 중 아무 기운이나 원하는 만큼 퍼서 내단으로 가져다 써도 티도 나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이제 축기기에 오르며, 무엇보다 의식의 크기가 더더욱 커졌다.

파스슷..

나는 무형검을 풀었다.

그러자 의식은 다시금 원래의 구체 형태로 돌아오며 나를 애워쌌다.

우우웅-

나를 중심으로 반경 3장(1장=약 3미터) 정도가 의식영역으로 뒤덮였다.

앞으로 축기기의 수행을 쌓으면 쌓을수록 의식영역은 더 커져 가리라.

'이번 삶에 축기기에 못 이르면 의식의 크기가 같아 어차피 다음 삶에 머리가 바로 터지진 않으니 상관이 없었고.

축기기에 이르면 수명이 더 주어지니 생각을 못했었다만... 이제 의식이 이 정도로 커졌는데 말이지...'

그러나 잠시 고민하며 의식을 움직여보던 나는, 월도입천의 경지에서 빠르게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스르륵...

의식형태가 무형검으로 변하며, 내가 의지를 발동하자 의식이 완전히 쪼개져 내 주변을 맴돌았다.

'이건 내공이 없어도 가능하군.'

순수한 의식을 다루는 기예가, 월도입천에 달하며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

다음 삶에 눈을 뜨고, 바로 무형검을 쪼개 버리면 상단전의 과부하를 피할 수 있을 듯 했다.

'일단 한숨 덜었다...'

나는 우선 다음번 삶에 머리가 폭발해버리는 굴레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크게 안도하였다.

물론 계속 수도공법을 익히며 의식의 크기가 커지면 어찌될지는 몰랐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었다.

스르륵..

나는 다시 무형검을 되돌렸다.

그런 후, 앞으로 익힐 수도공법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일단 300년의 시간이 주어졌으니, 천천히 생각을 해 봐야겠어...'

지금까지는 50년이라는 수명의 제약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 번의 삶에 30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자, 굉장히 여유롭고 평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축기기의 단계는 크게 네 개로 나뉘어졌다.

많은 이들이 초기, 중기, 후기, 대원만이라고 대충 뜻에 잘 맞지도 않게, 부르기만 편하게 대강대강 부르곤 했지만.

축기기의 4 단계에는 정식명칭이 따로 있었다.

각 단계는 연기기처럼 성(成)이 아닌 수(宿)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며.

제1수(宿)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

제2수(宿) 두루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

제3수(宿) 규루위묘필자참(奎婁胃昴畢觜參)

제4수(宿) 정귀유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

등으로 불리웠다.

이는 성계에 존재하는 스물 여덟개의 별자리와 대응되는 경지라 하였다.

축기기 수도자는 각수성(角宿星)에 대응하는 영기의 별부터 시작하여 진수성(軫宿星)에 대응하는 영기의 별까지, 모두 스물 여덟개의 영기의 별을 단전에 만들면 축기기의 극한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기기의 단계에서는 연기기 때에 지내놓은 칠성제의의 제사가 확실한 도움이 되었다.

칠성제의는 스물 여덟 별자리 중 일곱 별자리의 이름을 빌어 천지영성을 내려받는 것이었고,

저때 이름을 빌은 별자리의 종류에 따라 제1수때의 수행에 도움을 받기도, 제4수때의 수행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나는 이번에 각항저방심미기, 청존칠수에게 제의를 지냈으니 제1수 때의 수행에 이점을 얻을 수 있겠군.'

문득, 나는 그 사실을 떠올리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떠올렸다.

일반적으로 절대 다수의 수도자들은 평생 칠성제의를 두 번 지낼 일이 없다.

뭐 시운을 잘못 잡아서 제의가 실패한다거나, 천거 현상 같은 말도 안되는 특이한 희소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애초에 칠성제의때에 축복을 받는 별자리는 일곱 별자리뿐이었고, 이 경지에서 어떤 자리를 택하느냐에 따라 축기기에서 도움을 받을 시기도 달라진다.

보통 자질이 부족한 이들은 제1수, 각항저방심미기나 제2수, 두루여허위실벽의 칠수에게 축복을 받곤 한다.

축기 초중반이라 할 수 있는 경지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자질이 뛰어난 이들은 제3수, 규루위묘필자참, 제4수 정귀유성장익진의 칠수에게 축복을 받아 칠성제의를 지낸다.

축기 초중반은 뛰어난 자질로 빨리 지나갈 수 있으니 후반을 빠르게 넘기겠다는 심산이었다.

'이거, 저주스러운 회귀 능력이 도움이 될 때도 있겠군.'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회귀할때마다 수선경지가 모조리 초기화되고, 칠성제의도 매번 다시 지내야 한다.

그렇다면 초반에는 각항저방심미기 제1수에게 축복을 받고, 그 경지에 대한 깨달음을 되새긴 후 다음 삶에는 제1수는 선각후통으로 넘기고 제2수의 축복을 받는다면...

'1수, 2수, 3수, 4수의 축복을 모두 받으면서 축기기 극한에 도달하는 것도 허황된 생각은 아니겠군.'

어쩌면, 축기기는 연기기 때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축기기에 대한 상념에 잠겨있을 때였다.

"은현아."

김영훈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근 10여년만에, 육성으로 말을 하며.

"쇄천봉에 자리를 잡은, 여러 수도가문의 수도자들이 이쪽으로 오는 듯 하는구나."

"아하, 그렇겠군요."

번개가 떨어지고, 구름이 갈려나가는 둥 여러 일이 일어났으니 이쪽으로 오는 게 당연했다.

"그럼 쇄천봉은 이제 슬..."

그리고, 내가 쇄천(碎天)이란 말을 입에 담았을 때였다.

파지직!

순간 눈 앞에서 번갯불이 튀기더니, 천지사방이 기이한 빛으로 잠겼다.

나는 순간, 내가 어딘가 기이한 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건 무슨..!'

나는 당황하여 경계를 하려 했으나, 나는 내 육신(育身)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의식의 상태로 이 기이한 세계에 갑자기 빨려들게 된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할 때였다.

촤아아아-

파직, 파지직...

기이한 공간이, 온갖 색상의 번개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적색, 청색, 금색, 백색, 비취색, 연분홍색, 암홍색 등등...

그리고, 번개의 세상 저 건너편.

그곳에서, 시꺼먼 그림자 같은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에 긴장하며, 인영을 주시했다.

인영은 윤곽 같은 게 보이지 않았고, 전신이 시꺼먼 그림자로 된 것이 마치 귀신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귀신의 귀기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 기이한 허깨비 같기도 하였다.

내가 그 존재를 관찰할 때였다.

주륵...

"...!"

그림자의 얼굴 부분.

눈이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원통한 원혼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본좌는 금신천뢰문의 초대 문주 양수진. 그가 남겨놓은 운명의 잔영(殘影). 다음 대(隊)의 종명자(終命者)여.

이 공간에 그대가 들어왔다는 것은 내가 설정해 놓은 조건을 기적과 같은 확률로 달성했다는 것일 터.

아직 자신의 명(命)을 깨치지 못했을 때에 쇄천봉에 들어와서 천뢰(天雷)를 맞고 살아남아, 입 밖으로 쇄천(碎天)을 내뱉는다는, 말도 안되는 기적 같은 확률을 뚫은 종명자는 모두 이곳에 올 수가 있다.]

'양수진!?'

[종명자를 쇄천봉까지 끌어들이는 것까지는, 본좌가 쇄천봉에 종명자를 부르는 운명의 인력을 만들어 놓았기에, 종명자라면 언제가 되었든 한 번은 쇄천봉에 올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자신의 명을 깨치기도 전의 벌레만도 못한 종명자가 하필 이곳에서 천뢰를 맞고, 기적과도 같이 살아남아 쇄천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기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기적이 아니라면 그것의 눈길을 피할 장소를 만들 수 없노라.

그렇기에 본좌는, 오직 기적의 가능성에 기대어 이곳에 후대를 위한 경고를 남기노라.]

파직, 파지직...

양수진의 잔영이라 소개한 인영의 주변으로.

사방을 둘러싼 번개들이, 점차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후대여, 다음 대의 종명자일지, 다다음 대의 종명자일지, 수천, 수억 대 후의 종명자일지 모르는 후대여.

절대로, 네가 부여받은 운명을 누설(漏泄) 하지 말아라. 네가 어떤 선물을 받았을지 모르나, 무슨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그것을 누설하면 아니된다.

네가 삼천세계 어디를 가든, 그것이 네가 무엇을 받았는지 알아챌 것이다.

그것에게 네 운명을 비밀로 하는 것만이 그나마 실낱같은 가능성이다.]

파지지지직!

천지사방 곳곳이 피처럼 시뻘건 번개로 채워졌다.

양수진의 잔영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림자의 눈에서는, 더더욱 많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혹여라도 이미 네 비밀을 누설한 적이 있다면. 후대여, 그 실낱같은 가능성마저 모조리 사라진 것이니.

그대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도, 운명의 저주를 벗을 생각도 말라.

그냥 수선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리고, 적당히 범인들과 섞여 살다가 적당히 죽어라. 고향 따위는 영원히 잊어버리고 그렇게 살다가 죽는 것이, 스스로의 운명을 누설해버린 종명자가 가장 행복해질 유일한 방법이니라.]

주륵, 주르륵...

그의 그림자 곳곳에서 피와 같은 것이 번지더니, 시뻘건 번갯불 속으로 그의 형상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운명을 살아가는 이는 모두가 자신의 운명을 누설하는 것에 거부감을 지니고 있으며.

종명자는 더욱 더 심할 터이지만, 그리하여도 자신의 운명을 가벼이 생각하고 발설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노라.

본좌 역시 운명을 한 번 누설하여 이리 되었으니, 후대여. 부디 나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

누설하지 아니할지라도 그것이 그대를 노릴진데, 누설해버린다면 그것에게 저항할 방도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후대여, 나의 경고를 절대로 경시하지 말아라. 절대로...]

파지지직...

결국, 시뻘건 번갯불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버린 그는 결국 사라져 버렸다.

파아앗!

다음 순간.

"...슬슬 떠야겠군..요."

나는 어느덧 현실 세계에 돌아와 있었고, 김영훈이 내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방금 전의 그 기이한 세계에서 있었던 일은, 1초도 안 되는 찰나 안쪽에서 일어났던 것이었다.

'종명자? 그것? 들켜? 뭘 누설하지 말라는 거지?'

"그래, 그런데... 괜찮은 것이냐? 안색이 안 좋은데..."

"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축기기에 오르며 조금 무리한 모양인가 보지요. 그나저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이미 포위당한 것 같습니다만."

그랬다.

나와 김영훈이 자리를 잡은 쇄천봉의 주위로, 수십 명의 축기기 수도자들이 각자 법기들을 들고 비행법기에 올라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놈들은 누구인데 성제국 수도가문들의 공동 영지로 선정된 쇄천봉에 있느냐!

무엇을 꾸미던 것이냐, 당장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나이가 있어 보이는 축기기 수도자 중 한명이 불진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외쳤다.

나는 그들의 앞에 나서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 모로 막 경지에 오른 축기기 산수입니다. 방금 전의 일은 제가 특이한 공법을 수련하느라 일어난 기현상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땅은 금신천뢰문의 것인 줄로만 알았고, 성제국 수도가문 연합의 땅인 줄은 몰랐는지라 실수를 범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 다신 대산맥에 발도 들이지 않겠습니다."

"흠, 얼마 전에 답천사막 인근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200년 후에 일어난다는 대전쟁 때문에 전 대륙이 혼란스럽거늘.

네 이놈들. 수상한 놈들이구나! 그리고 지금 같은 시대에 축기기급 수도자가 고작 산수라니! 안 되겠군, 네놈들을 연행해 가겠다!"

"정녕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저는 정말로 축기기를 막 돌파했을 뿐이고, 방금의 현상도 특수한 공법을 익혀서였을 뿐입니다."

대표로 보이는 축기기 수도자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며 불진의 법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말은 더 이상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얌전히 연행되어라!"

"...후우."

나는 김영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는군요."

"흠,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 중에 결단기는 없는 것 같으니, 이왕 이리 된 거 몸이나 풀자꾸나. 너도 월도입천에 익숙해져야 하니."

"그도 그렇긴 합니다."

우리의 대화에, 불진을 든 수도자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놈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축기 1수인 놈과 연기기 3, 4성 정도 되어보이는 놈들 둘이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다음 순간.

김영훈이 도를 잡았다.

"헛..!"

그리고, 장내에 모여있던 축기기 수도자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저들도 칠성제의를 지내어 천기를 읽는 능력을 지녔다면, 전부 느꼈을 것이다.

자신들의 앞에 대흉(大凶)의 운명이 나타났을 테니까.

파아아앗!

김영훈의 의식형태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강환이 떠올랐다.

내 의식형태 역시 나를 둘러싼 거검(巨劍)의 형상으로 변화하였고, 주변으로 아홉 개의 강환이 떠올랐다.

"이, 이 놈들 괴상망측한 술법을 쓰는구나! 하지만 고작 둘이서 우리를 전부 이길 수 있을 듯 싶으냐!"

"다, 당주님. 처음 보는 괴상망측한 술수입니다. 혹시 결단기 선배님들은 아닐까요?"

"무슨 소리! 결단기 선배님들의 의식 크기가 아니지 않으냐! 전원 법기를 꺼내라!"

다음 순간.

김영훈의 황금빛 의식이 그의 도신에 깃들며 실체화됐고,

내 무색(無色)의 의식은 검의 형태에서 벗어나며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더니 실체화 되었다.

김영훈은 황금빛의 도(刀)를 움켜잡았고, 나는 무형의 허공을 바르쥐었다.

월도입천에 오른 탓인지, 김영훈의 의념이 훨씬 더 자세하고 실감나게 들려온다.

나와 그의 의념이 교차한다.

[월도입천.]

[월도입천.]

"능광도(凌光刀)."

"무형검(無形劍)."

우리는 등을 맞대고, 우리를 포위한 축기기 수도자들을 향해 각기 광도(光刀)와 무검(無劍)을 휘둘렀다.

< 축기기(築氣期) - 여기서부터 유료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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