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60화 (6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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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天雷)(6)

'수명이 다하면, 하늘은 어떻게든 그 자를 죽일 운수를 만들어낸다.'

지난 삶의 막바지에서도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거나 독사가 나를 무는 둥.

말도 안되는 액운이 연속해서 일어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일어났었다.

'하지만, 강기를 끝없이 흘려보내 심장을 억지로 뛰게 하면... 하늘은 나를 얼마 정도는 살려놓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 강기를 계속해서 흘려보낸다면 어떨까?

끊이지 않고 강기를 흘려보내어 죽지 아니한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하늘은 내 수명을 재설정할지도 몰랐다.

축기기 수도자들이 강기와 같은 정순지력으로 전신 경맥을 마구 돌리는 것과 같이.

나 역시, 강기로 계속해서 심장을 자극하여 이 삶을 얼마간이나마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단을 형성한 지금이라면... 어쩌면, 정말로 수명이 재설정될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삶, 단순한 오기조원일 당시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내공의 총량이 불어났다.

'해볼만 하지 않은가?'

나는 우선 황실 비고에서 쓸만한 영과나 영초들을 전부 털어 먹어, 내단 안으로 내공을 꽉꽉 담아 압축했다.

그런 후 영매 재료를 찾아 성제국의 난씨황가가 제사를 지내는 천성단 근처에, 아무도 모르게 진법을 깔았다.

그런 후, 나는 월수궁무록을 풀고 천성단 위로 올라가 앉아, 천천히 심신을 정리했다.

그리고 연기기 13성, 일원일응의 깨달음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하며, 선각후통의 방식으로 탐구해 나갔다.

* * *

천성단에 자리를 잡은지 하루, 아니 반나절은 되었을까.

근처를 순찰하는 내시들에게 바로 들켜버렸다.

"이봐라! 네놈은 누구냐!"

그러나 나는 딱히 대꾸하지 않고 무시했다.

"이, 이 놈... 천성단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황제 폐하만이 신성한 존체로 올라가실 수 있는 제단일진데!"

스릉!

내시중 한명이 소매에서 단도를 꺼내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단도에 도기가 깃드는 것을 보아, 일류고수였다.

그러나 내가 손을 까딱이자, 내 장심에서 나간 장력이 내시를 부드럽게 밀쳐내어 저 멀리까지 날려버렸다.

해를 끼치려 보낸 장력이 아닌 떨쳐내기 위한 장력이었기에, 내시는 아주 부드럽게 지상에 착지할 수 있었다.

이내, 내시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며 고함을 질렀다.

"위, 위, 위병! 천성단에 엄청난 고수가 침입했다! 위병! 위병!"

내시가 고함을 지르자, 위병들이 잔뜩 몰라와 천성단을 포위하고, 내게 창과 검 등을 내밀었다.

"이 무도한 역적 놈! 네놈이 감히 금상이 오르셔 하늘께 제를 지내야 하는 제단에 오르느냐! 썩 내려오지 못할까!"

"...하늘에게 제를 지내는 곳이라."

익숙한 곳이다.

당장 지난 40여년간은 평생을 하늘에 제의만 치루면서 보낸 나였다.

나보다 하늘에 제의를 잘 치룰 수 있는 자는 이 자리에 없을 거다.

"...나보다 더 하늘에 제를 잘 지낼 수 있는 놈을 불러와라. 하면 물러나주지."

"역적 놈이 말이 많구나! 죽어라!"

우와아아아!

황궁의 병사들이 무기에 각자 기운을 씌우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우우웅!

"어, 어어어...!"

"아, 안돼!"

"내, 내 창이..!"

"내 검이...!"

수백 인의 무기가, 내 어검술(馭劍術)에 의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붕, 붕, 붕, 붕!

어검으로 띄워올려진 수많은 병장기들이 허공에서 회전한다.

그리고, 일순간.

파바바바박!

허공에서 회전하던 병장기들은, 모두 정확히 제 주인의 앞으로 날아가 다시 꽂혔다.

싸아아

좌중의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내려앉았다.

이들 모두 알아챈 것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방금 그 순간 이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는 것을.

그러던 중.

한 고관대작이 병사들을 헤치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천성단 앞까지 온 그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대인. 성제국의 좌정자사를 맡고 있는 욱전이라고 합니다. 혹여, 대인께서는 수도자(修道者)이십니까...?"

아무래도 성제국 역시 고관대작이라면 수도자에 대해 잘 아는 듯.

그는 내게 한없이 공손한 기색이었다.

"내가 수도자라면 어찌 황궁에서 함부로 저런 법술을 쓰겠는가?"

"...위대한 가문의 선인 분들이시라면 황궁 안에서도 법술을 쓰는 것을 허가받았다 들었습니다. 혹여, 대인께서는 이번에 새로이 위대한 가문에서 내려오신 감찰사 님이십니까?"

아무래도 황실 감시역의 수도가문 방계를 감찰사라고 부르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것은 아니네."

"그, 그럼..."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말했다시피 나보다 하늘에 제를 잘 지낼만한 이를 불러오게나."

고관대작은 내 말뜻을 알아들은 모양인지, 내시들에게 황급히 손짓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찰사 분들을 불러오게! 어서!"

그리고 다시 얼마 후.

"이 놈, 저건 또 뭐야?"

"하하, 의식을 보아하니 수도자인데? 너 이놈. 어느 가문 놈이냐!"

"어느 가문의 인장도 없다. 혹 산수인가?"

진루세가의 방계 셋.

그리고 나머지 육대세가의 방계 여섯.

총 아홉 명의 연기기, 8, 9성 수도자들이 천성단 주변을 둘러쌌다.

"쯧, 미친 놈 같으니. 산수 주제에 황궁에 들어와서 이딴 짓을 벌여? 황궁에는 들어오면 파진부를 쓰지 않는 한, 수련을 위해 체내에서 흐르는 정도의 법력을 제외한 모든 법력과 법술이 봉인당한다는 걸 모르는게냐?"

촤악, 촥, 촥!

아홉 명의 수도자들이 일제히 품에서 부적을 꺼내더니, 발동시켰다.

번쩍!

부적이 빛을 발한다.

동시에 아홉 명의 수도자들의 주변으로, 그들의 의식 크기와 딱 맞는 크기의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생겨나 있었다.

그 막 안쪽에서는 법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자 죽어라, 멍청한 산수..."

콰앙!

그리고 다음 순간.

처음으로 입을 놀렸던 연기기 8성 수도자가 내가 쏘아낸 장력을 맞고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촤락!

동시에 나는 어검술로 8성 수도자가 들고 있던 부적을 내게 끌고 왔다.

'발동!'

번쩍!

이번에는 부적이 내 손에서 빛을 발하며, 내 의식의 크기와 딱 맞는 수준의 막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체내에서만 흐르던 법력이 체외로 방출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시 법술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쿠구구구!

나는 연기기 13성에 달하는 영기의 압박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은식술로 어느 정도 감춰두었던 의식 역시 그대로 드러냈다.

다른 연기기 수도자들의 얼굴에 절망이 어리기 시작했다.

"여, 연기기 13성...?"

"축기기 거의 직전이잖아!"

"하, 하하 잠깐. 일원일응의 단계라면 사실상 축기기 바로 전 단계 아닌가?"

"크윽... 서, 선배님! 이 후배들이 감히 무례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수도자들의 얼굴에 대번에 혈색이 사라지며, 내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손을 놀려서 어검술로 그들의 손아귀에 있는 다른 파진부라는 부적들 역시 빼앗았다.

이것으로, 사망일에도 황궁 안에서 법술을 쓰지 못할 염려는 없었다.

듣자하니, 황궁 내부에서는 축기기 수도자들도 따로 법술을 쓰지 못하게 되어있었고.

그들 역시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파진부가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막상 어느 가문도 가문간의 제약 때문에 이곳에 사람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나같아도 황궁에 왠 괴한이 쳐들어왔는데, 그 괴한을 처리하겠답시고 경쟁상대 가문의 전력이 황궁에 투입되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잘 것 같군.'

아마 서로가 서로를 필사적으로 말리고 정치싸움으로 발목을 잡을 터다.

뭐 어쩌면 칠대가문에서 서로 한 명씩 축기기 수도자들을 보낼 수 있었지만.

축기기 수도자를 고작해야 연기기인 나 하나 잡기위해 보낼만큼 수도가문은 한가한 집단이 아니었다.

아마 한참동안 수도가문들 사이에서 누가 날 어떻게 할 것이냐 갑론을박이 일어날 것이다.

내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여기에 앉아만 있다면 더더욱 갑론을박의 기간을 길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 사망일이 다가올 터이니.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수명을 이겨내면 이겨내는 대로.

이겨내지 못하면 이겨내지 못하는 대로 상관이 없었다.

과연 어찌될 것인가.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 사망시각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고관대작과 황제를 불러, 내가 수도자임을 밝히고 근 며칠 동안은 아무도 내 주위로 다가오지 못하게 했기에, 이 근처로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인간이 나를 죽일 가능성은 이젠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진의 경우, 성제국 황궁을 뒤덮은 결계는 그런 지진 등에서 황궁을 보호하는 역할도 있다고 했다.

독사나 독충 같은 경우, 천성단 위의 내 자리까지 안 들키고 올라올 수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황실에는 그런 생물들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하늘이 나를 죽일 가능성은, 심장마비.

그리고 그 심장마비조차 나는 이미 충분한 내공을 준비해 두었다.

지난 삶에서 고작 하루를 겨우 버텼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인 내공이며, 지금은 그때처럼 지쳐서 내공이 고갈 상태도 아니었다.

충분히 그 이상 버틸 수 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쩌면 하늘이 나의 수명을 재설정해줄지도 모른다...!'

만약 살아남는다 쳐도 수도가문들에서 내게 찾아오겠지만.

수명이 늘어난다면 늘어난대로 연기기 13성 급의 후기지수인 취급을 받으며 칠대가문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갈 수 있고.

만약 죽는다 쳐도 오히려 성제국 한복판에서 이런 깽판을 쳐놓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어느 결말이든 상관은 없었다.

'와라, 하늘이여.'

준비는 다 해 놓았다.

그리고, 내 사망시각이 마침내 찾아왔다.

나를 갑자기 죽일만한 요인은 없다.

독충도 독사도 없었고.

워낙 튼튼한 석재로 지어진 제단에,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라서 무너져 내려 죽을 걱정도 없었으며.

제단 위인지라 뭔가 쓰러져서 나를 내리칠 것도 없었다.

거기에 지진 등이 일어나도 황궁을 뒤덮은 결계가 어느 정도 피해를 막아준다고까지 하니.

사실상 심장마비 외에는 하늘이 나를 죽일 방도 자체가 없을 터였다.

그리고, 별들이 떠오른다.

"...하늘이여."

나는 오랜만에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이번에도 나는 당신에게서, 내 명을 쟁취해낼 것이오."

내게 주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내가 아득바득 기어올라가, 직접 쟁취해 줄 테니!

그리고.

두근, 두근...

사망시각이 되었다.

두근, 두근, 두근....쿵!

기다렸다는 듯.

내 심장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쿠웅!

하단전의 내단에서 뿜어진 강기가, 중단전으로 올라가 그 근처의 심장을 자극한다.

동시에 내공에 의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끄으으읍!'

물론 강기로 심장을 자극하는 것은, 미칠듯이 고통스럽고 아팠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로 강기로 심장을 자극하였다.

조금 아프면 어떻단 말인가!

나는 오늘 죽지 않을 것이다!

쿠웅! 쿠웅! 쿠웅!

귓가가 멍멍해지며, 강기가 심장을 자극해 뛰게 하는 그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쿠웅!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쿠웅, 쿠웅, 쿠웅...!

별들이 빛나며 나를 내려다본다.

이 벌레가 감히 어디까지 발버둥치나 보겠다는 듯.

쿠웅, 쿠웅...!

"하, 늘이, 여..."

쿠웅!

아프다.

하지만, 나는 비록 스쳐지나가듯 지났던.

이번 같은 삶일지언정.

죽고 싶지 않았다.

주마등인지, 김영훈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가 내 제자였던 이들을 보고 어떤 인연이느냐 물었을 때.

내가 무어라 대답했는가.

'그냥, 인연들.'

이번 삶에서의 인연들은, 매우 짧았다.

40년을 등선향에서 정신 나간채로 발광하면서 지냈고.

나머지 10여년을 성제국 황궁 서고에 숨어서 쳐박힌채로 지냈다.

김영훈과, 그리고 스승님과 대면한 것도 너무나도 짧고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인연이었다.

그냥 인연일지라도, 인연이었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이 인연이, 무의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름붙일 일 없는.

보잘것 없는, 짧고 또 짧은.

그냥, 인연일지라도.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에 의해, 이 그냥 인연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나는 그것을 바랄 뿐이었다.

"으오오오오오!!"

쿠웅, 쿠웅, 쿠웅!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너무 아프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운명에 대항하는 것이 어찌 편하기만 할까!

이를 악물고 참아내자.

동이 틀 때까지!

'이번에 살 수만 있다면, 등선향에 다시 가 보려고 해 보는 것도 좋겠군.'

그곳엔 내가 쌓아놓은 제단이 남아있겠지.

'이번에 산다면, 김 형도 오랜만에 보러가야겠어.'

자주 들르겠다 해 놓고.

지금 10년째 서고에 틀어박혀 있었다.

'산다면, 스승님께 인사를 가야지.'

나를 만나줄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잊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또 산다면...'

나는 끊임없이 상념을 이어가며, 이 고통 속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산다면!"

콰드득!

내 손이 기를 머금고, 제단의 바닥을 그대로 우그러뜨렸다.

어찌나 이를 세게 악물었는지, 잇몸이 버티다 못해 피를 줄줄 쏟아내고 있었다.

"당신이! 조금만 더 허락해준다면!"

나는 하늘을 쳐다보며, 그렇게 외쳤다.

"이 가슴에 담아둘 인연들이! 얼마나 많아지는데!"

쿠웅!

쿠웅!

"왜 이리도 나를!"

심장은 아무리 자극해도 점차 딱딱하게 굳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을 자극하는데에 드는 강기의 필요량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막아서지 못해 안달이십니까!!!"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기를 쏟아부었다.

단전에 있는 법력과 영맥을 도는 영력마저 전부 내단으로 보내, 내공으로 변환시켜 모든 힘을 짜낸다.

쿠구구구!

내단에서 내공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다.

두쿵!

두쿵!

두쿵!

나 자신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산 바깥에 산 다함이 없고, 길 가운데에 길 다함이 없다고.

김영훈에게 그런 각오를 다지라고 격려했으면서, 내 자신이 어찌 끝을 너머 그 바깥을 보지 않을쏘냐!

반드시!

"이 너머를! 볼 것이다!"

실시간으로 심장이 쥐어짜지는 것 같다.

실시간으로 저 하늘의 뭇별이 나를 짓누르며 포기를 종용하는 것 같다.

저 드높은 하늘이 나를 통채로 부정하려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우우우웅!

나는 주변에 미리 깔아놓었던 진법을 발동시켰다.

쿠우웅!

진법에서 발생되는 영기의 압박이, 내 가슴께로 몰리더니 강기와 함께 내 심장을 자극했다.

쿠우우웅!

그러나 하늘이 또 다시 내게 죽을 운명을 내린 것인지.

기막히게 진법에 이상히 생기며 영기의 압박이 스무 배 이상 강해졌다.

이대로면 심장이 물리적으로 터져버릴 상황!

콰앙!

그러나 나는 호신강기를 둘러 바로 압력을 떨쳐버리고, 진을 해제해 버렸다.

그래, 계속 해 봐라!

아직 고통스러울지언정 내공은 충분하다!

뭇별들이 밤하늘을 움직이고, 점차 차가운 새벽이 지나고 있었다.

모든 내공과 법력을 심장을 뛰게 하는 데에 돌리는 탓인지.

평시에 방한작용을 하던 영맥의 영력들이 작용하지 않아 전신이 떨려왔다.

춥다.

하지만, 아침 해는 반드시 떠오를 것이다!

이 새벽만 견디면!

가장 추워질 때는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라든가.

점차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아직 내력이야 충분하다.

그리고 이 정도 추위로는 아직 죽지 않는다!

"하늘이여... 뭇별들이여...!"

나는 하늘을 보며, 나를 내려다보는 무수한 천체(天體)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내 수명을 다시 쓰셔야 할 거요..!"

그리고, 저 멀리 해가 뜨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이전의 삶에도 이즈음 죽었었지.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하늘이 스스로 나의 수명을 다시 쓰게 할 것이다.

아침해는 점차 지평선 너머로 떠올랐고.

나는 아침해를 보며 희망을 다졌으며.

먹장구름이, 아침해를 가리기 시작했다.

쿠릉, 쿠르릉...

천거현상때 일어났던, 단순히 하늘과 나를 차단하는, 그런 조용한 먹장구름이 아니었다.

구름 사이사이로 푸른 빛을 번뜩이는, 엄니를 잔뜩 드러낸 맹수와도 같은 구름이었다.

쿠웅, 쿠웅...

나는 강기로 심장을 자극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칠성제의때에 얻은 하늘의 천기를 미약하게 읽어내는, 수도자의 영감.

그 영감에, 천기가 읽혔다.

나는 오늘이 죽을 날이었다.

발버둥쳐도 소용은 없다.

하늘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웃기지, 마라...!"

파아아앗!

장심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내게서 태어난 별빛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뭐가 소용이 없다는 거냐! 뭐가 왜 안된다는 거야! 구름이 온다면 구름째로 찢어발기겠다!"

번쩍!

강환이 폭발하며, 구름을 원형으로 찢어발겼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고, 나는 구름에 작은 구멍을 하나 냈을 따름.

여전히 다른 구름들은 푸른 빛을 번뜩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내 목숨을 다시 써라!"

나는 다시금 강환을 띄워올렸다.

모든 구름을 찢어발겨서라도, 나는 오늘 죽지 않겠다!

그리고.

강환이 다시 하늘에 도달하기 전.

번쩍!

한 줄기 푸른 천뢰(天雷)가 빛의 속도로 나를 향해 내리찍혔다.

"......!!!"

호신강기가 박살난다.

준비한 방어법술이 그대로 깨져나간다.

살갗이 타서 숯이되고, 뼈가 불타 재가 된다.

하늘이여.

그냥, 인연을 소중히 여기던.

그냥, 평범했던 이 모지리가.

그냥, 조금만 더 살아가고자 했던 것이.

이리도 큰 죄였단 말입니까?

비명조차 청뢰(靑雷)에 먹혀 스러진다.

나는 빛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원(永遠)

그렇기에 일원(一元)

오롯한 하나이다.

나는 그 의지를 온 몸과 온 영혼으로 느끼며, 연기기 13성 일원일응을 완공하고.

연기기 14성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사방이 암전되었다.

연기기의 극(極)에 달함과 동시에 나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나의 여덟번째 회귀(回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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