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46화 (4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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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허(不許)(1)

"흠흠, 이 망할 둔재놈 같으니. 오영질을 가르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진즉 쫓아낼 것을 그랬구나."

그는 헛기침을 하며 나를 팍 밀쳐내고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스승님이 안 쫓아내신 덕에 여기까지는 올 수 있었습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연기기 1성을 오르는데에 10년.

2성을 오르는데에 12년.

3성을 오르는데에 6년.

4성을 오르는데에 5년.

도합 33년이 걸렸다.

환골탈태를 한 내 육신은 노화가 느린지 아직도 나는 60대의 나이에 30대 정도의 외모였으나, 서서히 수명의 끝이 다가온다는 것이 신경쓰였다.

'이번 생에는 환골탈태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번 생에는 내 수명대로 죽을까?'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조금 초조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스승님. 제자가 죄송합니다만. 혹 바로 다음 경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실 수 있을지요..?"

"그래, 네가 네놈 주제를 아는구나. 아무렴, 재능 없는 놈은 하루빨리 다음 경지로 나가야지. 연기기 5성은 구궁(九宮)의 이치를 따른다.

네놈의 108가지 영성영맥과 60가지 영력의 변화를, 9점으로 귀일시켜야 하느니라.

태을(太乙), 섭제(攝提), 헌원(軒轅), 초요(招搖), 천부(天符), 청룡(靑龍), 함지(咸池), 태음(太陰), 천을(天乙)의 구성귀일(九性歸一)을 시도하여 네 몸 속에 흐르는 영맥의 통합(通合)을 시작하는 것이야."

나는 얌전히 앉아 그의 그의 말을 경청했다.

"구궁은 또한 팔괘의 이치와 이어지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는 경지이다. 거기에 구궁으로 하여금 진도(陣圖)를 장악하여, 진에 자유자재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가 내 앞에서 수목 속성의 진도를 펼쳤다.

십이지의 흐름으로 만들어진 진도에, 십천문이 붙어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거기에 구궁의 변화가 일어나자, 진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목의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뻗치며, 스승님의 의지에 따라, 불균형스럽게도, 부조화스럽게도 마구 변화하였다.

"구궁(九宮)의 이치를 진도에 녹여내는 데에 성공하면, 이처럼 진을 완전히 한 손아귀에 틀어쥐고 자유 자재로 변화시키며, 진도 안에서 완전한 자유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그 말에, 내가 여태껏 싸워온 몇몇 연기기 5성 수도자들이 떠올랐다.

확실히, 연기기 5성 수준에서부턴 법술을 쓰는 것이 굉장히 자유로웠었다.

나는 그와 함께, 구성귀일의 아홉 점을 인지하는 법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수많은 흐름을 아홉 갈래로 통합시키는지.

그리고 법술들을 통합하여 더욱 더 강력한 법술을 사용하는지 등에 대해서를 배웠다.

구궁에 대하여 익히며, 또 다시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구궁의 수결을 익히고.

목이 쉴 정도로 관련 진언들을 외우기를 7년.

우우웅-

통합된다.

경맥을 흐르는 108가지 영성영맥이.

60가지 변화가.

모두 크게 아홉 갈래로 통합되며, 잡다했던 영맥이 정순하게 가라앉았다.

"연기기, 6성(成)!"

나는 희열에 차서 외쳤다.

체내를 흐르는 영맥의 영기들을 움직여 보았다.

순식간에 진도가 펼쳐지며, 진도 안에서 내가 원하는 의지에 따라 진의 변화가 바뀌며 바로 변화가 일어났다.

쿠그극!

지주원법의 공법을 사용하자 여섯 개의 육각 방패가 내 주변으로 응결된다.

그러나 내가 주먹을 쥐자, 흙방패들이 우그러지며 토창(土槍)으로 변화하였다.

이제는 진도를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있기에, 방어 전용이었던 공법 역시 어느 정도 공격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물론 여전히 방어력이 더 강하기는 했지만.

"흐음, 볼까.."

나는 먼 곳에서 알아서 휘둘러지고 있던 어검(馭劍)을 불러왔다.

파앗!

검이 허공을 유영하며 이쪽으로 쏘아져온다.

지난 40년간, 월수월무록을 한 시도 쉬지 않고 운용하였다.

이젠 단순히 행동을 입력하는 것이었지만, 굉장히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또한 의념을 보내는 요령 역시 생겨나서 훨씬 의념을 보내기도 편했다.

나는 어검을 내 앞으로 불러와 강기를 불어넣어 충전을 해준 후.

강기를 품은 어검을 멀리 날렸다가, 이쪽으로 다시 쏘아왔다.

파앙!

파공성이 들린다.

나는 지주원법의 진도를 변형시켜 만들어낸 토창을, 강기를 머금은 어검을 향해 날렸다.

콰앙!

토창과 어검이 부딪혔다.

동시에 광풍이 불어닥치며 폭음이 울렸고, 먼지구름이 잦아든 자리에는, 내 어검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어검 역시 내가 조종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어검을 통해 느껴진 반탄력으로, 토창이 대략 어느 정도 위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삼화취정 무림인이 쓰는 강기(罡氣)급의 위력을 가졌다.'

연기기 수도자급의 방어법술은 우습게 박살낼 위력이었다.

"허허, 이 무식한 놈. 아침부터 신이 났나 보구나."

그리고, 먼지구름 너머로 스승님이 웃으며 걸어왔다.

"축하한다. 모지리 녀석. 얼마나 자질이 구더기 같으면 7년에 걸려서야 연기기 6성에 도달한 게냐."

"하하, 그래도... 6성은 최대한 빨리 완공해 보이겠습니다."

"그래야지! 6성, 팔괘완로(八卦完路)의 경지가 연기기에서 제일 쉬우니까! 이것도 못하면 정말 네 녀석을 일수에 쳐죽일 것이니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스승님은 내가 5성의 관문을 벗어난 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의념의 색조 역시 기쁨을 뜻하는 황금빛으로 덮여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6성에 대해서는 공부를 미리 해 두었습니다. 알아보니, 영맥을 팔괘의 이치에 따라 완결시키는 것이니. 제게는 조금 자신이 있는 분야입니다."

"흥, 경맥에는 자신이 있다 이거냐. 그래도 네놈 무림인들이 익히던 내공심법하고는 완전히 다를 것이야. 팔괘의 괘상(卦狀)에 대해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는 내 앞으로 또 다시 서책을 한 아름 안겨주며 말했다.

"그걸 전부 읽어라. 내가 머저리같은 네놈을 위해 친히 주석을 달아놓은 책이니라. 안 그래도 자질이 떨어지는데 이해까지 어려우면 시간이 괜히 낭비될테니 말이다."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면 제발 잘 하거라."

나는 팔괘(八卦)에 대한 점 역시 빠삭하게 파고들었다.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의 여덟 괘상을 완전히 장악해가며.

나는 지금껏 궁금했던 영질에 대한 의문 중 몇 가지를 풀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질은 오행(五行)의 다섯 영질밖에 없는데.

막리세가는 풍(風), 음(陰) 등 어찌 오행 외 공법을 익히는가.

물론 몇몇 특수한 영질이나 영근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것은 전명훈이 가진 천상금뢰신체, 강민희 대리가 가진 귀도음화선근 같은, '진짜' 희소한 영근들이었고.

일반적으로는 어떤 수도자든지 오행영질에서 벗어날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팔괘의 괘상에 대해 공부하며 오행 외 공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행(五行)이 팔괘(八卦)와 연동되는 것이었군.'

건(☰)과 태(☱)는 금(金).

리(☲)는 화(火).

감(☵)은 수(水).

진(☳)과 손(☴)은 목(木).

간(☶)과 곤(☷)은 토(土).

그런 식으로 오행(五行)에서 팔괘(八卦)의 괘상을 해석해내어, 목 속성을 가진 이는 풍(風)을 상징하는 손(☴)의 괘상을 이용한 공법을 이용해, 풍계 법술에 특화된 공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괘상에 대하여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나는 팔괘의 흐름과 진도의 흐름을 겹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팔괘의 흐름을 영맥에 합치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수련 중 가장 쉬웠다.

어려운 것은 팔괘의 괘상이 의미하는 바를 전부 알아서 이해하는 과정이었고, 나는 그를 이해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썼다.

팔괘를 파고들기를 3년.

나는 3년안에, 팔괘의 괘상을 이용해 진도(陣圖)를 아예 완전히 장악하고, 완결(完結) 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진도(陣圖)가 완결되자, 동시에 전신의 영맥이.

팔괘의 괘상에 따르는 모든 영맥이 전부 활성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전신 영맥이 모두 이어지며, 원(圓)을 그린다!

쿠구구구!

전신 영맥에서 흐르는 법력의 흐름이 무진장 자유로워지고, 그 유속(流速)이 가공하리만치 빨라진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한없이 정순해지고 빨라진 영맥의 흐름 속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뭔가 불순한 것이... 아, 이건. 용맥기공의 내력인가...'

수도공법의 법력에 비해 한참은 불순한 내공심법의 내력이, 영맥 속에서 불순하게 남아있었다.

'뭔가 거슬리는 기분이 드는데,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나는 용맥기공의 공력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넘기며, 다시 스승님에게 결과를 보고하였다.

"크하하하하하! 훌륭하구나! 역시 내 제자다!"

스승님은 매우 기뻐하며 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이 멍청한 놈. 연기기 6성을 완공하고, 7성에 진입하는 데에 43년이나 걸리는 것이 맞는 말인게냐! 네놈은 참으로 천하의 둔재로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는 매우 기뻐 보였다. 스승님은 문득, 나를 보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건...'

나는 스승님의 품에서 나온 것을 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네 성취가 그래도 늘어가는 듯 하여. 내 마음이 편하구나. 그래도 답답한 네놈이 번 생에 조금이라도 성취가 있었으면 하여 주는 선물이니..."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작은 비단함이었다.

그 안에서는, 익숙한 향내가 풍기고 있었다.

스승님이 약함을 열자, 그 안에는 은은한 붉은빛을 풍기는 단약 세 알이 들어있었다.

"축허단. 범인이 먹으면 수명을 10년 늘려주고. 연기기 수도자가 먹으면 수명을 많게는 8년에서, 조금 내성이 생기면 6년 정도 늘려주는 영약이니라."

"...스승님."

"흠, 그래 네놈이 고마워할 것은 알고 있느니라. 이제 감사하단 말도 지긋지긋하니 그냥 먹기나..."

"...죄송합니다."

"하고 앞으로..으응...?"

그는 무슨 말을 들었냐는 듯이 눈쌀을 찌푸렸다.

"내가 잘못들은 게냐? 제대로 들은 것이 맞겠지?"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스승님. 저는... 그 단약을 먹을 수 없습니다."

"...? 미친 거냐? 수명을 8년을 늘려주는 영약이다! 이게 얼마나 귀하고 가치있는 약인줄 모르는게야! 이 멍청한 놈이..."

"스승님께서는, 축허단의 재료를 아십니까?"

내 말에, 그는 무슨 해괴한 소리를 하느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걸 어찌 아느냐! 250평생을 법결과 진언 공부에만 힘 쏟았는데, 연단 같은 타 분야에 대해 알 시간이 있었을 것 같으냐! 애초에 그런 지식은 전문적인 연단사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게 당연하지 않으냐!

저기 막리세가야 연단으로 유명한 가문인지라 가문의 방계들도 어지간한 연단술은 안다 하기야 하지만...

누누히 말하지 않느냐, 둔재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도..."

그런가.

스승님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연단에 대해서는 모르고.

축기단, 축허단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건가.

말해주어야 할까?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자는 그 단약을 먹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디 믿어주십시오..."

"...몹쓸 놈 같으니. 스승이 어렵사리 구해온 단약을 먹지 않겠다는 게야? 됐다. 이 단약은 어쨌든 네놈 줄 터이니 먹든 팔든 알아서 하거라. 난 가마!"

스승님은 짜증을 잔뜩 내며 내게 비단함을 건내주고는 가버렸다.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내 손에 들린 축허단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막리현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인간으로 만든 영약.

내가, 과연 이것을 먹어야 할까.

꾸욱...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아니, 아니다.

아무리 수명을 늘려준다고 할지라도.

아무리 내 시간을, 이 삶에서의 인연을 이어갈, 귀한 약이라 할지라도.

이 삶 속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면, 그것은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나는 스승님께 속으로 사죄를 올린 후, 청문세가의 본가 인근 야산.

그곳에 땅을 파고 단약 세 알을 그곳에 묻어주었다.

그런 후 흙을 덮어 작은 봉분을 만든 후, 정식으로 배운 천도의 의식을 해 주며 제문을 읊었다.

물론 혼(魂)까지 이 찌꺼기 단약에 남아있지는 않았기에 아무 영혼도 천도되지는 않았으나.

나는 조금이라도 사후의 영혼들이 평안하기를 빌며, 약에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아무리 스승님이 준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벗어나는 것은 먹을 수 없다.

"...나도 뭘 하는건지."

사실 내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먹는 것이 맞았다.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어찌 안다는 말인가.

무조건 늘릴 수 있을 때에 늘리면 좋은 것이다.

연기기 7성에 막 다다렀고, 아직도 이 앞으로 가려면 뭘 얼마나 더 해야할지 감도 안 잡혔다.

무공의 오기조원의 경지 역시, 월수월무록을 익히며 많이 진도가 나가기는 했으나.

여전히 다음 경지는 까마득했다.

일생을 바쳐서 얻은 절정, 삼화취정, 오기조원과 달리.

등봉조극은 너무도 멀고도 아득하기만 하였다.

이번 생만으로는 절대 무리였고, 어쩌면 한 번의 생을 더 갈아넣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수명을 10여년이나 늘려주는 저 단약은 분명 내게 엄청난 기회이리라.

하지만...

'...역시, 엄청난 기회일지언정. 저것을 입에 댈 수는 없다.'

단순히 저 단약뿐이 아니었다.

삿된 방법으로 만든 약은, 절대 이 목으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천천히 야산에서 내려와 다시 청문세가의 본가로 내려왔고.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왔느냐."

"예."

"...그래. 일단 연기기 7성에 대해 공부를 해 보자꾸나..."

스승님은 내가 자신의 선물을 거절한 것에 조금 상처를 받은 탓인지.

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서책을 펼쳤다.

"7성은 칠성제의(七星祭儀)라 하여. 천지의 영성(靈性)을 관장하는 스물 여덟 별 중. 일곱 별에게 제의를 드리는 행위이다. 하늘의 별들 앞에서, 이제부터 네가 수선(修仙)의 길을 걷겠다고 고(告)하는 행위인 셈이지.

지금까지 칠십이지살, 삼십육천강, 십이지율, 십천간도, 구궁귀일, 팔괘완로를 통해 네 영맥을 완성하고. 네 진도(陣圖)를 완성시킨 것은, 어찌보면 이 칠성제의때에 쓰일 제단(祭壇)을 만들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네 몸을, 네 진법을, 네 공법을 하나의 제단으로 삼아 천지의 영성과 통(通)하게 하는 것이야."

스승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 네가 특별히 깨달아야 할 것은 없다. 칠성제의의 단계는 네 몸을 제단으로 삼고, 네 혼을 제사장으로 삼아 천지영성과 통하는 제의를 치루는 것이니까.

물론, 제의를 치루는 법과. 칠성(七星)이 네게 힘을 줄 가장 좋은 시운(時運)을 계산하는 방법. 천문(天文)을 읽는 법 등은 배워두어야겠지만..."

천문을 읽는 법은 나도 이전, 무림맹 책사 시절 배워둔 교양이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수도자들이 사용하는 상징과, 내가 몰랐던 몇몇 별에 대한 내용.

그리고 별들에 얽힌 내용을 몇 가지 배운 것을 제외하면, 이전까지와는 달리 정말 배운 게 없다시피 할 정도였다.

'7성은 좀 쉬운 단계인건가...'

거기다가 칠성에게 제의를 치뤄, 하늘이 내려주는 영기를 받아, 하늘의 영기로 경맥을 한층 진화시키면 끝인 단계인지라 대부분의 수도자들은 7성의 단계는 굉장히 빨리 넘어가는 편이라 하였다.

'물론, 천영근자들은 7성의 단계에선 시운을 정확히 맞춰야 하기에 오히려 7성의 단계가 제일 늦는다 하지만...'

그거야 특이한 경우였으니 내게는 해당되지 않을 터였다.

나는 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라, 별자리를 읽고, 천문을 계산하여 그와 함께 내게 가장 좋을 시운을 계산하였다.

다행히도 내게 맞는 시운은 그리 멀지 않았고, 스승님은 나를 위해 청문세가 본가 인근.

용맥이 모이는 자리에 장로의 권한으로 작은 제단을 지어주었다.

"오늘 밤이 네게 맞는 시운이다."

"예."

"준비를 단단히 하거라. 제사를 치루는 법은 전부 숙지했느냐?"

"예, 당연합니다."

"그리고 너는 이번 별자리가 마음에 드느냐?"

천지영성을 대표하는 하늘의 스물여덟 별자리.

그 중에서 그 날의 시운에 가장 걸맞은 별자리를 골라 그 일곱 별의 영성을 받는것이, 칠성제의의 핵심이었다.

듣기로는, 연기기 7성에서 어떤 별자리에게 제(祭)를 지내는지에 따라 축기기의 어느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고 하였다.

"예, 이번 별자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스승님께서 골라주신 별자리니까요."

"흥! 아부는... 됐다. 곧있으면 해가 질 터다. 제의를 준비하거라."

"예!"

나는 제단의 앞에 도착하여, 공법을 운용하며 내 육신을 작은 제단으로 만드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제, 해가 지고 별들이 하늘을 뒤덮으면 제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해가, 진다.

그리고, 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작해라! 내가 보조해주마!"

"옛!"

나는 제단 주변에 펼쳐진 나의 진도(陣圖)를 움직이며, 천지영성에게 올리는 제의(祭儀)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제의가 한창 진행될 때였다.

"그리하여, 하늘의 천신과 신장께오서 축원해주시오며..."

후우우-

바람이 분다.

'어...?'

그리고, 나와 스승님의 안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쿠릉, 쿠르릉...

맑은 하늘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이 없었고, 스승님이 정확한 날씨까지 계산하여 이번 밤을 잡은 것이었다.

오늘 밤은 분명 맑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늘에 갑작스럽게 먹장구름이 끼고 있었다.

하늘이, 가려진다.

맑은 달빛과 별빛들이 구름 뒤로 몸을 숨겼다.

한창 별들과 소통을 준비하던 내 제단이, 소통의 대상을 잃고 무화되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영성이 뚝 끊겼다.

"...당황하지 마라. 예정에 없던 구름이야. 거기다 느껴보니 수기(水氣)도 느껴지지 않아. 비를 뿌릴 폭풍도 아니고, 그냥 잠시 지나가던 녀석이다. 바람도 많이 부니 곧 있으면 사라질 게야."

"...혹, 스승님께서 없애주실수는..."

"멍청한 놈! 내가 설명할 때 뭘 들어먹은게야! 난 네 의식을 보조만 할 수 있을뿐, 직접적인 개입은 불가능하다! 특히 하늘과 관련된 쪽에 관해서는 더더욱!

지금 내가 하늘에 끼어들어 구름을 날려버리면 즉시 네 제의는 실패로 돌아갈 게다!"

"...그렇다면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잠시 의식을 중단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별들이 사라지고 해가 뜨자, 그제야 구름은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흩어져 버렸다.

마치, 그저 지난 밤 내 의식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듯이.

"이, 이게... 어찌된..."

나도 상당히 놀랐으나, 오히려 스승님이 더욱 더 망연자실해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 하늘이 수도자의 시운을 이렇게 방해한다고? 이, 이럴 수는 없다. 뭔가 착오가 있는게야. 그, 그래. 미안하다 제자야. 이 스승이 못나 시운을 잘못 계산하였나 보구나!"

"스승님..."

하지만 나는 어쩐지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그에게 되물었다.

"시운이 잘못 계산되었다고, 저런 천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아, 아니. 물론 아니지. 저건 그냥, 이상현상일 뿐이다. 음, 그래. 시운이 아니라 내가 날씨를 좀 많이 잘못 계산한 것일 수도 있어. 제자야, 내가 근시일 내로 다시 알맞는 시운을 계산할테니, 그때 다시 제의를 치루자꾸나."

"알겠습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제단에서 내려왔다.

하기사, 인생이 어찌 뜻대로만 되겠는가.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나만큼 잘 아는 이가 없었다.

나는 기다리기로 하였다.

여지껏 그랬던 것처럼.

* * *

우리는 또 다른 시운을 계산하여, 그 날짜에 다시 제단을 세우고 제의 준비를 하였다.

"이번에는 틀림없다! 틀림없이 천지영성의 영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날씨까지 틀림없이 계산했어, 그러니..."

그러나.

밤이 되고,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하늘의 어둠이 아니었다.

먹장구름.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장막이, 하늘 전체를 드리웠다.

그것도 예정에 없이 갑자기.

"무, 무슨! 말도 안되는! 내 계산이 틀릴 리 없거늘!"

스승님은 너무나 당황하여 외쳤다.

"이번에도! 이번에도라고! 이, 이 무슨..."

그렇게, 두 번째의 제의도 무화되었다.

"다시! 다시 다음 제의를 준비해 보자꾸나! 두 번쯤은 그런 악재가 겹칠 수 있는게야! 허허허! 이번에는 이 스승이 제대로 된 시운을 계산해 주마. 그리고 제단도 제대로 된 곳에 세워주마."

몇 달 후.

스승님은 또 다시 내게 맞는 시운을 계산하였고,

이번에는 벽라국의 동쪽으로 향하여, 영력은 많지 않지만.

구름은 절대 낄 일이 없는 답천사막의 한복판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답천사막의 풍리지역이라는 곳으로, 바람이 거세고 공기가 건조해 절대로! 절대로 구름이 낄 일이 없다!

또한 주변 몇십리가 바위사막이라 모래도 날릴 일이 없으니, 이번엔 제대로 제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또 다시 해가 지고 별들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금 제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의 중반까지도 아무 탈이 없이 잘 흘러가는 듯 했다.

제의의 마지막 관문인, 별들에게 하늘의 영력을 내려받는 과정을 앞뒀을 때였다.

쿠릉, 쿠르르릉!

하늘에, 먹장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먹장구름은 내가 제의 절차를 채 다 끝내기도 전.

건조한 사막의 하늘을 그대로 뒤덮어버렸다.

"안돼에에에에!"

스승님은 마치 자신의 제의가 중단된 듯이 울부짖었으나, 구름은 미동도 없이 하늘을 차단하고 하늘의 영력을 끊어내 버렸다.

"으아아! 내 제자가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왜!"

쿠구구구!

스승님의 영력이 하늘로 솟구치며, 하늘에 걷힌 구름을 모조리 걷어내었다.

축기기 수도자의 가공할 법력이, 밤하늘을 밝히며 구름이 밀려난다.

하지만.

스승님이 하늘에 손을 쓴 탓인지, 제의를 보며 힘을 내려보내던 별들이 더 이상 힘을 내리지 않았다.

제의가 그렇게 끝난 것이었다.

"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 왜, 왜..."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한참을 서성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내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알아보마. 가자, 제자야."

나는 스승님의 비행법기를 타고 다시 청문세가의 본가로 돌아왔으며.

그 이후 스승님은 청문세가의 서고를 들락거리며 온갖 고서(古書)들을 뒤적였다.

이전에도 책에 빠져 사는 분이었으나, 내 증상을 조사하기 위한 탓인지 훨씬 많은 책을 가져와서 마구 흝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시점.

스승님은 충혈된 눈으로 내게 찾아왔다.

"...네 증상을 찾았다."

"...! 어찌 이런 일인 것입니까..?"

"......"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던 스승님은,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스승님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나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世界)가, 너를 거부하는 것이야. 하늘이, 수선을 불허(不許)하는 자들에게서 내보이는 증상이라 한다더구나..."

"수선을... 불허...?"

"...너는, 수도자가 될 명(命)을 타고나지 않은 것이다. ...미안하다. 제자야. 이 스승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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