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29화 (2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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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3)

제자들은 빠르게 성장해갔다.

교육 6년차.

현재 녀석들은 내 지옥수련 속에서, 어느새 이류 중반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나 역시 김영훈을 만나고 온 후.

무를 다루는 것은 결국 인간이고, 인간은 결국 감정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부터, 나는 눈에 뜨일 정도로 성장이 일어났다.

'몇 가지 의념을 더 발견했다.'

황금빛의 즐거움(喜).

피처럼 붉은 빛의 분노(怒)

검푸른 빛의 슬픔(哀)

보랏빛의 쾌락(樂)

연분홍빛의 연정(愛)

검붉은 빛의 증오(惡)

이 여섯 가지의 의념을 중심을 바탕으로, 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기이하군.'

오기조원의 경지는, 그 어떤 경지보다도 힘겹고 험난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의외로 나는 오기조원의 경지 속에서 순차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왜일까.'

나는 제자들의 사이를 지나다니며, 그들의 의념의 결을 관찰했다.

의념의 결을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인간에겐 더욱 더 많은 색조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단지 내 능력이 부족하여 그 이상은 볼 수 없는 것 뿐.

그러나 그조차도 꾸준히 월수궁무록을 단련하고 참오하다 보면,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확신이 든다.

'어째서일까. 오기조원의 경지는 다른 경지와 뭐가 다른 걸까...'

그것을 고민할 때였다.

"서 교관. 여기 있었군."

진씨세가의 연기기 노인이 비행법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는 암살 계획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일정 주기마다 들러 제자들의 성취를 확인하는 이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은 들릴 날이 아니실텐데요."

"흠, 그게 말이지. 슬슬 가문의 윗분들이 성과를 내었으면 하셔서 말일세."

"성과... 말입니까."

암살 투입을 말하는 것일 터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말도 안됩니다. 저 아이들은 아직 이류 중반입니다. 황실 근위대만 해도 하나하나가 절정고수인데,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목이 잘릴 것입니다."

"흠, 나도 안다네. 가문의 윗분들도 대충은 알고 있고. 하지만 이제 슬슬 이 이상 시간을 끌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말일세. 예전부터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게 있다네."

"준비해둔 것...?"

"따라오게나."

나는 그를 따라 비행법기를 타고 진씨가문의 어딘가로 향했다.

비밀리에 숨겨진 창고같은 그곳은, 음산한 음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총괄 노인은 나를 그 창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창고 안에는 수십, 수백, 수천에 달하는 수정 구슬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이건..."

"삼화취정의 고수는, 수도자들처럼 완전히 의식이 트이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영감이 있다고 들었네. 보이는가?"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으나, 수정구슬의 안에서 기묘한 의념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검푸른 빛과 검붉은 빛, 그리고 시뻘건 빛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뭔가가... 안에서 괴로워하는 것 같군요."

"그래. 이건, 자네가 가르쳐온 아이들의 가족들. 그 원혼(怨魂)이라네. 막리세가의 수도자들이 정혈과 원기를 빼가고 남은 곳에서 우리가 수집해온 넋들이지."

"....!"

노인은 구슬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네 말고 다른 조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관들에게도 전부 말 해 놓았네.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각자의 친지의 원혼을 주입하여, 그들의 상단전을 강제로 자극시킬 거라네. 그렇게 된다면 저 아이들은 가진바 재능을 극한으로 개화하는 게 가능해지겠지."

"......"

"물론 수명도 조금 줄고, 정신에도 약간씩 문제가 생기겠지만, 큰 문제는 아닐 걸세. 암살 대상만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되는 게..."

"거절하겠습니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 수련법으로도 녀석들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외법(外法)으로 강해진다 한들 진정한 절정고수들에게는 미칠 수 없습니다."

"흥, 자네가 잘 가르치는 건 알고 있네. 자네 말고 다른 교관들이 가르치는 조는 전부 기껏해야 삼류 후반의 실력이더군. 하지만 그래봤자 연기기 일성의 허약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네.

그럴 바에야 외법을 써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더 높은 경지에 올려놓는 게 낫겠지!"

"...정신에 문제가 생기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셨잖습니까."

"저 녀석들은 암살자들일세. 전부 사전에 너희는 부모의 원수를 갚을 수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주고, 자원받은 아이들일세. 모두 오래 살 생각은 없어."

나는 가까스로 수도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을 뻔한 것을 참았다.

'뭣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경고를 주고, 자원을 받았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억지란 말인가.

"...혹, 그 대법을 받다가 죽을 위험이 있습니까?"

"하하하, 걱정 말게. 우리가 괜히 범인들의 영혼을 힘써가며 수집했겠는가. 모두 각자의 친지였던 영혼일세. 원귀가 되었어도 혈육은 알아볼테니, 죽을 일은 없을 게야."

"...알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를 갈며, 창고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훈련장으로 가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들어라!"

내 말에도 이제 녀석들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러라고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저 훈련을 하는 와중, 귀만을 열었을 뿐.

그러나 나는 녀석들에게 다시 말했다.

"오늘 할 말은 중요한 얘기이니, 모두 잠시 훈련을 정지하도록."

그러자 모든 녀석들이 일제히 훈련을 멈춘 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암살 총괄 노인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하여, 너희는 이제 너희 친지의 원혼을 몸에 받아들여, 재능을 개화하고 훈련을 받아, 암살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자들과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원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내가 그 녀석은 구태여 원혼을 받지 않게 해 주겠다. 그리고, 굳이 암살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녀석은, 내가 사정하여 수도가문의 외부인력으로 빠질 수 있도록 부탁을..."

그러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

제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언제 죽어도 상관 없습니다!"

"......"

녀석들의 주변에서는 피처럼 붉은 의념과 검붉은 의념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나는 작게 입술을 씹었다.

제자들의 눈은 하나같이 핏발이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해줄 수 없다.

저토록 어릴 적에, 소중한 누군가를, 눈 앞에서 잔혹하게 빼앗긴 적은 없으니까.

그들이 가진 분노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나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 분노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만이 가능할 뿐.

"...알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들의 뜻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라."

이 자리에서 복수를 원하지 않는 이들은 없다.

그날 밤.

진씨세가에서 수도자들이 나와 내 제자들을 데려갔다.

그때까지도 내게 원혼을 받지 않겠다거나, 혹은 암살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녀석은 없었다.

원혼의 부작용을 설명해 줬음에도, 모두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았다.

"모두들, 괜찮으냐?"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제자들의 의념이 조금 더 탁해져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자들의 눈에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기이한 광기(狂氣)가 맴도는 듯 했다.

나는 작게 입술을 짓씹으며, 훈련을 재개했다.

* * *

4년이 지났다.

쒜엑!

나는 내게 날아오는 암기를 피하며, 청야와 간합을 주고 받았다.

어느 정도 성숙해진 그녀는, 붉은 의념을 줄줄이 피워 올리며 자신의 궤도를 알아보고, 내 궤도를 읽어낸다.

챙, 챙, 챙!

나는 그녀의 암기를 튕겨버린 후, 그녀의 턱 끝에 칼날을 들이댔다.

"됐다. 이제 들어가 봐라."

"옛."

그녀는 내게 짤막하게 인사를 한 후 다시 제자리로 들어갔다.

나는 다음으로 오는 녀석과 다시 대련을 해준 후 다시 돌려보냈다.

지난 4년.

내 제자들은 모두 절정고수에 올랐다.

내가 평생을 바쳐 겨우겨우 오른 영역에 단번에 오른 제자들이었으나, 나는 딱히 녀석들의 경지 상승에 감탄하지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다.

녀석들은 극단적으로 재능을 개화하여 경지에 오르는 대신, 그들의 수명은 훨씬 짧아졌다.

원혼을 품고 있는 이상 계속해서 짧아질 것이라 했다.

또한 그들의 눈에서는 이제 더 이상 생기(生氣)가 흐르지 않았다.

제자들의 눈에는 이제 귀기(鬼氣)가 흘렀고, 가끔 살기를 줄기줄기 뻗쳐 올 때는 나조차도 흠칫 놀랄 정도였다.

거기에, 나는 녀석들의 한계를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저 상태로는 절대 절정 중기 이상으론 넘어갈 수 없다. 아니, 절정 중기에서도 절대 의(意)를 깨닫지 못해,'

한 마디로, 절대 검사(劍絲)를 쓸 수 없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이, 황실에 잠입한다면, 암중호위대를 상대로 필패(必敗) 한다는 것을.

'과연, 이 녀석들을 암살을 내보내는 것이 맞는가.'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지난 생의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내가 녀석들을 가르친다는 책임감으로 이 녀석들을 훈련시켜왔다면.

지금은 생각이 달라져 있었다.

월수궁무록을 익히며 의념의 결을 느끼면 느낄수록.

삼화취정에 깊이 파고들며 더더욱 많은 의념을 느낄수록.

제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아이들은, 살아있다.'

제자들의 생(生)이 여실히 느껴졌다.

귀기가 짙어졌지만, 살기와 독기가 더더욱 짙어졌지만.

그럼에도 만호는 계화를 좋아한다.

열오는 만두를 먹을 때 가장 기뻐한다.

청야는 휴식을 취할 때 새삼 행복한 의념을 내뿜는다.

계화는 무공에 열심히인지라 내게 칭찬을 받으면 희미하게 기뻐하는 것이 느껴진다.

성진은 민들레를 볼 때마다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슬퍼한다.

진삼은 내가 자세를 지적하는 것을 싫어한다.

희아는 수도가문의 지나가던 잘생긴 자제 중 한 명을 보고 그때부터 그를 연모한다.

...

이들은, 모두 살아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절대 죽는 것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부님, 그나저나 저희는 언제쯤 암살을 나갈 수 있는 겁니까?"

만호가 나와 대련을 마친 후 내게 물어왔다.

다른 제자들 역시, 내 대답이 궁금한지 귀를 쫑긋 세우며 들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는 황제의 호위대 중 가장 약한 녀석과 맞붙어도 흠씬 두들겨 맞을 거다. 황실 암중호위대는 하나하나가 대문파의 장문인, 혹은 원로급이다. 너희는 그 녀석들보다 최소 한수, 많게는 두, 세 수 이상 떨어지는데, 무슨 암살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끄음... 그래도 저희 500명이 전부 달려들면 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나는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듯 만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500명이 달려들면 그게 암살이냐? 전쟁이지. 수도가문은 빠르게 막리정을 암살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지, 전쟁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데. 수도가문의 지원 없이 한번 전쟁을 해 보지 그러냐?"

"끄음..."

녀석이 짜증스런 눈빛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난 이전 암중호위대에 있었을 당시, 암중호위대 전원이 모여 삼화취정의 고수를 상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황실 어좌 암중호위대는 합격을 하면 나와 같은 경지의 고수도 격살할 수 있는 전력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은 하지 말고 다들 더욱 정진해라."

지금껏, 수도가문에서는 다른 조의 암살자들을 하나둘씩 황실로 보내왔다.

이미 다른 조의 암살자들은 원혼을 이용한 재능 개화로, 무공 교관의 실력을 뛰어넘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아직도 제자들의 성취가 미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한 명도 암살에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녀석들의 실력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내 의술과 독술까지 전부 전수한 이 녀석들은, 사실상 하나하나가 검사를 사용하는 절정 중기 완숙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섯 이상이 합공한다면 능히 암중호위대를 뚫고 황제를 암살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

나는, 내 제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

황제를 어찌어찌 죽이면 뭘 하나.

황제는 저래뵈어도 수도자다.

의식의 크기를 생각하면 연기기 4, 5성 정도 수준의 수도자.

거기에, 황태자가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구명법기도 한둘쯤은 몸에 바르고 있을 터.

두, 셋이 몸을 희생해서 황제를 죽인다 쳐도, 일정 이상의 소란은 무조건 야기할 것이고, 그럼 암중호위대뿐이 아닌 황제의 친위대까지 몰려들 것이다.

황제를 죽이러 간다는 것은, 동시에 본인이 죽으러 간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아마 초창기의 마음가짐이었다면, 황궁의 지도와 비밀통로까지 전부 알려준 후, 내가 제조할 수 있는 독과 약은 전부 만들어서 싸 준 후, 그렇게 암살을 보냈을 터. 그렇게 하고 마음을 정리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이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저마다의 생(生)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며칠 후 김영훈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철륭성으로 향했다.

* * *

"오랜만이구나, 은현아."

"오래간만입니다, 김 형. 또 경지가 오르셨나 봅니다."

나는 그의 옆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강기의 환(丸)을 보며 말했다.

그는 조수월무결을 보며 어느새 다시 경지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래, 강기압환(罡氣壓丸)의 경지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했지. 이제는 솔직히 거의 두려울 게 없다. 그리고 너도 역시..."

김영훈은 내 시선을 보더니 눈에 이채를 띄었다.

"놀랍군, 칠정(七情) 중 벌써 육정(六情)까지 깨쳤나 보구나."

"예, 저도 놀랄 정도로 진도가 빠르더군요. 물론 아직도 수천수만가지의 의념 중 고작 여섯개입니다만..."

"하하하, 고작 여섯개라니. 칠정(七情)은 가장 기본적인 의념이다. 생존본능인 청색과 적색의 의념을 제외하면, 의(意)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칠정이다. 그 일곱 까지의 기본의념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천, 수만, 수억에 달하는 인간의 감정이 성립되는 거지."

그는 내게 보여주려는 듯 자신의 의념의 흐름을 세분화해서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섯 개의 기본적인 의념을 장악했다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의념들만 관찰해도 계속해서 또 다른 색조를 발견할 수 있을 게다."

"흠...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제가 생각하기에, 삼화취정에서의 깨달음에 대한 것입니다만."

나는 그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흐음, 진도가 빠른 것 같다고?"

"예."

"네가?"

"......"

5년만에 삼화취정에서 오기조원에 이른 김영훈이 되물으니, 뭔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재능을 생각하면, 훨씬 느릿느릿 색조들을 발견해야 맞았다.

그래서 사실 생 초반에는 오기조원에 이르기까지 2, 3번의 회귀를 거칠 각오까지 한 상태였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색조들을 발견하는 숫자가 빠른 것이었다.

"음 뭐... 솔직히 나는 네가 깨닫는 속도가 빠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래도 빠르다고 한다면, 아마 네가 삼화취정에 잘 맞는 자질인 게 아니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정말로, 무예에 대한 자질은 한 톨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삼화취정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단 말인가?

"흠. 확실히 나에 비하면 떨어지긴 하지만, 내가 봐 온 다른 삼화취정의 노고수들과 비교해도 네 성장은 조금 빠른 감이 있긴 하지. 기이하군. 내가 관찰해온 바로... 사실 삼화취정에서의 깨달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예?"

나는 살짝 놀라서 반문했다.

나이라니?

"삼화취정부터는, 무(武) 뿐이 아닌 자신의 생(生) 역시 중요해지는 단계. 삶을 이루는 칠정을 발굴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수만 수억가지의 의념을 관조하는 단계이니, 오래 살아오며 느낀 바가 많을수록, 오래 살아오며 겪은 바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이 삼화취정에서의 깨달음이다."

"...허."

"사실 나도 내가 삼화취정에서 오기조원까지 도달하는 데에 5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 내가 상당히 나이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내가 이래뵈어도 나름 중견 기업에서 부장까지 간 사람이 아니냐? 내가 우리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김영훈은 갑자기 과거가 생각났는지, 아주 오랫만에 회사 시절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에, 그제서야 내 깨달음들이 이해가 가는 듯 했다.

'...빨리 깨닫는 게 아니었군.'

10년에 걸쳐 여섯 개의 의념을 관찰했다고, 내 깨달음의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었다.

'내 나이에, 그 정도를 깨닫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야.'

육체적인 나이로, 나는 지금 39살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나이는 김영훈의 할아버지 뻘이었다.

수 번의 회귀를 거치며 몇백년동안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것이다.

아마 연국의 무림인 중에서, 나보다 정신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을 터.

오히려 다른 삼화취정의 고수들보다 한참은 유리한 조건이건만, 내 재능이 끔찍할 정도로 일천해서 오히려 이 속도로 깨달음을 얻고 있는 것이었다.

'...좋아해야 하나.'

나는 여태까지의 경지 중, 삼화취정의 경지에서 가장 깨달음을 얻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여태까지의 삶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깨달음을 얻고 의념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내 재능이 끔찍할 정도로 일천해, 다른 이라면 같은 시간 안에 수천, 수만가지의 의념을 깨달을 시간에, 고작 6가지의 의념밖에 깨닫지 못했단 말도 되었다.

'아마 김영훈이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았다면, 삼화취정에서 오기조원으로 넘어가는 데에 2, 3초도 걸리지 않았겠지.'

어쩐지 조금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나저나, 네가 요 몇년 새에 보내준 정보들 말이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제자들을 가르치며 김영훈에게 수도자들에 대한 정보를 보냈다.

특히 막리세가의 영지 몇몇 곳과 통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주로 보냈다.

"그 정보들을 통해서, 나는 수도가문의 영지라는 곳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까?"

점차 그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그들은, 진법으로 숨겨진 비지 속에서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고 있더군... 그들은, 인간으로 약을 만들고 있어!"

얼마간 그의 노기어린 설명이 이어졌다.

"...해서, 나와 함께 그 천인공노할 수도자 놈들을 처리하지 않겠느냐? 그 놈들은, 그런 놈들은 이 세상에 살아있어서는 안 돼!"

"...예. 맞습니다. 한데... 김 형 혼자서는 결코 그들을 전부 죽이기 힘들 겁니다."

"물론 그렇겠지 해서 뜻 있는 자들을 모아..."

"그걸로도 부족합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이제이. 이독제독. 악을 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악을 이용할 필요가 있겠지요."

"흠...?"

나는 그에게 진씨세가에 대해 말해주었다.

현 황실인 막리세가에 반하는 수도가문.

연국의 이전 황조였던 가문.

대놓고 마도 가문인 막리세가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수도가문.

"이들의 손이라도 잡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흠... 확실히. 그냥 맨 몸으로 도전하는 것보다는 낫겠군..."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내 요청을 수락했다.

나는 김영훈과 함께 진씨세가의 영지로 향했다.

"흠, 그쪽은 처음보는 수사(修士) 신 거 같은데. 진씨가문의 영지에는 어인 일이시오?"

진씨세가의 영지 진법을 지키는 연기기의 노인이 김영훈을 보며 물었다.

아마 그의 의식영역을 인식하고 한 말이리라.

"수사라... 나는 무림인이외다."

"흠...? 무림인? 농담따먹기 하지 마시고 영지에 온 목적을 밝히시오."

김영훈은 차근히 자신이 온 목적을 설명했고, 설명을 들은 노인의 얼굴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수도자가 아니라 정말로 무림인이었나보군. 아무래도 영근을 타고난 줄 모르고 무림의 무공을 익힌 것 같네만, 본 가문의 외부 구성원으로 들어오는 게 어떤가?

수도공법도 익히지 않고, 연기기 1성조차 되지 못한 상태로 그 정도 크기의 식(識)을 가진 것을 보면 그럭저럭 자질은 되는 것 같은데..."

"...내 말을 듣기는 한 거요? 나는 막리세가의 무도함을 막기 위해 당신들과..."

"흥, 무림의 무공 따위로 어찌 수도자와 맞선다는 건가? 헛소리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외부 구성원이나 생각해 보게."

김영훈은 연기기 노인을 잠시 쳐다보다가, 칼집에서 도를 뽑아들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성질 나왔군.'

"하, 그 칼 집어넣게. 그걸 나한테 휘두르는 순간 자네는 잿더미가..."

붕-

콰아아앙!

김영훈의 행동은 짧았다.

그는 강기를 날려, 진씨세가의 영지를 덮은 진법을 향해 날렸다.

그의 강기다발에, 진법의 한 귀퉁이에 그대로 거대한 균열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연기기 노인은 입을 쩍 벌리고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 * *

이후 김영훈의 요구는 쉽게 쉽게 진행되었다.

진씨세가의 축기기 수도자가 나와 그의 무력을 측정했고, 축기기 수도자는 김영훈의 환(丸)에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맞은 후 그의 실력을 인정해야 했다.

진씨세가에서 김영훈은 어엿한 축기기 수도자 급의 전력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진씨세가의 수락을 받은 김영훈은 세가의 전투원으로 인정받아, 영지 곳곳을 돌아다닐 권한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김영훈을 데리고, 내 제자들이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김 형, 저 아이들입니다."

"흠... 음? 저 애들, 왜 한 몸에 혼(魂)이 몇 개씩이나 들어가 있는 거지?"

"그것이..."

내가 제자들에 대한 것을 설명해주자, 김영훈의 눈에 은근한 노기가 어렸다.

"...솔직히, 막리세가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네 설명을 들어보니 이 놈들이 정말 나은 놈들인지는 모르겠구나. 멀쩡한 영혼에 제를 지내주어 천도시켜주지는 못할망정, 그 혈육의 몸에 집어넣어 혈육의 수명을 깎아내?"

"...일단 저들 말로는 원혼들이 혈육의 몸으로 함께 원한을 갚을 수 있게 한다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흥. 궤변이다. 죽은 자는 살아있는 자에게 훗날을 맡기고 평안히 쉬어야지. 저건 또 다른 방식으로 망자를 능욕하는 것 뿐이야."

"...맞습니다. 해서 김 형을 데리고 왔지요."

나는 훈련중인 제자들을 보며, 김영훈에게 부탁했다.

"부디 김 형께서 제 제자들의 몸에 붙은 원귀들을 떼어내어, 그들이 부디 저승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잠시 제자들을 바라보던 김영훈은 고개를 저었다.

"힘들겠구나. 분명 조수월무결로, 영(靈)에 간섭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기조원에 이른 이라면 누구나 가능하겠지. 하지만... 저 아이들은 본인이 자신의 친지였던 영혼들을 묶어놓고 있다."

"......"

"스스로가 가족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거겠지. 저 상태에서는 아무리 내 무공이라도 힘들다. 아이들이 스스로 놓아주거나, 혹은 아이들이 죽어서 함께 저승으로 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렇습니까."

"혹은... 아이들이 마음을 터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이가 있다면, 그를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저 상태로는 수도자들도 별 방도가 없을 거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족을 붙잡고 있는 꼴이니..."

그는 혀를 차며 나직히 진씨세가의 수도자들을 욕하고는,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버렸다.

앞으로 김영훈은 무림을 떠돌아다니며, 그와 뜻이 맞는 절정고수와 삼화취정의 무인들을 모아오기로 하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 제자들의 훈련을 지켜보았다.

'미안할 것 없습니다, 김 형. 저 역시... 저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요.'

이제 슬슬 수도가문에서도 내게 압박을 보내고 있었다.

슬슬 한 명쯤은 암살시도를 하러 가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나는 암살시도를 보낸다면 20명이 한 조를 이뤄서 가게 할 것을 제안했지만, 너무 소란스럽고,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사실 이번에 내가 김영훈을 데려온 것 역시,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데려온 것도 있었다.

'...미안하다.'

이런 것 밖에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는 훈련장 안에서 명동하는 제자들의 의념을 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 *

"뭣... 무슨...!"

나는 원래 제자들에게 한 달에 두 번의 휴식을 주었으나, 녀석들이 절정고수가 된 후.

그때부터는 칠주야에 두 날은 쉴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안 그래도 깃든 원혼 때문에 피곤할 텐데,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휴식을 취하며 인간적인 삶을 원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돌아온 휴일.

제자 중 하나, 녹현이라는 녀석이, 내 처소에 한 장의 서신을 놔두고 사라져 있었다.

- 이렇게 계속 세월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형과 누님의 원수를 갚으러 가 보겠습니다. 설령 죽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런 개 같은...!'

나는 이를 갈며 서신을 꾸겨서 품에 넣었다.

"만호! 녹현이 어디로 갔는지 보았느냐?"

나는 제자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만호에게 녹현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나, 만호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내가 묻지 않았느냐. 녹현의 행방을 말해라."

"......"

"...만호!"

그때였다.

"왜 애꿎은 그 아이를 혼내나. 너무 그러지 말거라."

"...당신."

나는 어느새 비행법기를 타고 날아온, 암살조 총괄자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 아이가 스스로 자원했다. 최소한 형제자매를 죽인 막리세가 놈들에게 칼질이라도 한 번 해야겠다고 하더군. 나 역시 그 기개에 감탄해서 칭찬도 해 줬고."

"당신이 부추겼군. 내가 말했잖소! 내 제자들은 아직 암살에 한참은 부족하다고! 꼭 보낼 거라면 스무 명이 한 조를 이루게 해서 가야한다고!"

"가문의 어른들이, 한 번도 암살에 참여하지 않은 채 훈련만 받고 있다는 조가 있다는 것을 듣고 기분이 상하셨다. 한 명은 정해서 보내야 했어.

그리고 스무 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우리는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대규모로 암살자들이 간다면 막리세가에게 더 큰 명분을 쥐여주는 꼴 밖에 안 된다."

뿌득-

나는 병장기와 독, 암기들을 챙겼다.

"어딜 가는 거냐?"

"...제자 녹현은 갈 수 없소. 왜냐하면 오늘 사고로 두 다리가 부러져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기 때문이오."

절대 안된다.

최소 스무 명이 조를 이루지 않으면, 어좌 암중호위대는 절대 뚫을 수 없다.

개죽음이다.

총괄자 노인은 나를 바라보며 혀를 찰 뿐, 제지하지 않았다.

나는 녹현의 흔적을 추적하며 영지를 나섰다.

'흔적을 지운 모양이다만.'

아무래도 녀석은 내 무림경력을 조금 무시한 모양이었다.

정보단체인 귀영각을 운영할 때부터, 흔적을 지우고, 다루는 일은 내 전문이었다.

'감히 내 앞에서 어설프게 흔적을 지우면서 이동해?'

100년을 넘게 강호에서 활동하며 시간을 보낸 노회한 무림고수가 바로 나다.

실전경험에 한해서라면 감히 김영훈조차 내 앞에 고개를 들이밀 수 없다.

나는 녹현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며, 녀석을 쫓아갔다.

산군월악비를 펼치며 산능성이를 넘자, 저 멀리서 녹현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냄새를 지운다고 지운 것 같기는 했으나, 오감을 상시 극대화할 수 있는 내게 냄새를 숨기는 일은 큰 의미가 없었다.

쒜에에엑!

바람을 스치며, 녀석에게 달려갈 때였다.

촤라락!

철편(鐵鞭)이 허공을 가르고 쇄도해온다.

철편에서 세 갈래의 의념이 다시 뻗쳐나온다.

세 번의 연계기.

대련 때의 나라면 적당히 칭찬을 해 주며 합을 맞춰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슈캉!

발검과 함께 검강이 검에 맺힌다.

내 일검이 의념의 간합을 바로 뚫고 들어가 녀석의 철편을 잘라버렸다.

툭-

"나와라. 녹현."

풀숲에 숨어서 나를 노렸던 녹현이, 은신술을 풀고 나섰다.

"어딜 가는 거냐."

"...형과 누나를 갈아마신 쓰레기들을 죽이러 갑니다."

"황실로?"

녀석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네 실력으로는 택도 없다. 어좌 암중호위대는 도박해서 들어가는 자리가 아니다. 너와 합이 좋은 녀석들 스무 명이 한 번에 들이치지 않으면..."

"스무 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녹현이 내 말을 끊었다.

"아홉 명 정도만 있어도, 저희는 황제를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자꾸 그런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저희를 막으시는 겁니까?"

"아홉 명이면 분명 황제 목에 칼은 들이밀 수 있겠지. 하지만... 너희는 전부 죽을 거다."

"죽어도 된단 말입니다!!"

녀석의 눈에 핏발이 섰다.

"당신이 뭘 압니까! 당신이 눈 앞에서 가족이 산채로 갈려가는 걸 봤습니까?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실제로 형과 누나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어!

너무 아프다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제발 이 한을 풀어달라고! 당신이! 이 썩어 문드러지는 속을, 아냐는 말입니다!!!"

잠시 나와 현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우리는 의념으로 간합을 주고받지 않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모른다."

"모르면서!"

"내가 아는 건."

나는 녀석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계화를 좋아한다는 거다."

"모르.. 예?"

"그리고 만호가 계화를 노리는 거 같아서 만호를 싫어하지."

갑작스러운 내 말에, 녀석은 어안이 벙벙한 듯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는 두릅을 좋아하더구나. 참외를 싫어하고, 수박도 좋아하지 않지. 쉬는 시간에는 조각을 주로 하고. 내가 자세를 잡아주는 건 신경쓰지 않지만, 내공흐름을 지적하는 건 짜증나고 말이다.

겨울날 훈련을 하고,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후 뜨거운 물로 목욕할 때 굉장한 행복감을 느끼지 않느냐? 그리고 항상 뒷간에서 혼자 일을 볼 때 우울감이 치솟고."

"......"

"나는 네 속이 얼마나 썩어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단면적인 것만 볼 수 있을 뿐이지. 하지만, 단면적인 내 시선으로, 너는 이런 사람이다."

녹현의 의념이 요동쳤다.

형형색색의 의념들이 드러나며, 그의 감정상태를 보여주었다.

"너는, 이렇게 살아왔다. 이렇게 살아있고,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는, 너희가 살아있었으면 한다."

나는 기수식을 잡았다.

"그러므로, 너희가 죽으러 가게 할 수 없다. 덤벼봐라. 나를 상대로 50초동안 쓰러지지 않으면 보내주겠다."

얼마간 입술을 짓씹던 녀석은, 다시 품에서 새 무기를 꺼냈다.

파앗!

서로의 간합이 얽히며, 1초가 스쳤다.

그리고 내 주먹이 녀석의 안면을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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