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1화 (1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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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재능(4)

신마전이 움직였다.

전 무림이 다시 긴장했지만, 신마전은 그저 호극성이라는 작은 성의 작은 장원 하나만을 불태우고 사라졌을 뿐이었다.

세간의 사람들은 무극신마의 이러한 기행에 수군거렸으나, 진상을 아는 이들은 심각했다.

무극신마가, 수도자(修道者)를 참살했다!

무림의 최고위층.

상계, 정계의 최고위층.

또한 황실.

그들은 수도자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었고, 수도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체감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수도자를 참살한 무극신마에 대한 이야기는 하늘이 뒤집어지는 듯한 이야기였다.

***

“연국 곳곳이 혼란에 잠겨 있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잠잠하다.

무극신마 영훈이 한 짓이라곤, 그냥 장원 하나 태워 버린 거니까.

하지만 진실을 아는 이들은 굉장히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 형님의 행보에 따라, 점차 파란은 커질 겁니다.”

“뭐, 그 정도 파란은 상관도 없다.”

정작 수도자를 참살시킨 본인은 큰 동요가 없었지만 말이었다.

“놈들이 펼치는 기묘한 법술은, 익숙해지기만 하면 절정 고수만 되어도 파훼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런 것들 따위는 아무리 해치워 봤자 월수궁무록을 더욱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강한 녀석들을 찾아다녀야겠어.”

“뭐···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직 수도자는 많으니까요.”

나는 씨익 웃으며, 연국의 지도를 가져와 펼쳤다.

지난 생애 동안 조사한, 연국에서 암약하는 수도자들의 숫자는, 영훈 형님이 만족할 만큼 차고 넘쳤으니까.

“다음 목표로 안내하겠습니다.”

***

6개월 후.

신마전은 연국 곳곳을 헤집으며, 연국에서 암약하는 수도자의 일족들을 하나하나 참살했다.

대부분의 수도자는 일반적인 절정 고수에 맞먹었고, 삼화취정에 맞먹는 수도자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형님은커녕 장로들도 전투에 나설 일이 없었고, 그저 신마대의 절정 고수들만이 힘을 썼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지.’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의 수도자들은 수도계에서도 가장 밑바닥이기에, 구차한 속세의 일들을 처리하는 떨거지들이다.

그 말을 반대로 하면, 가장 떨거지들조차 절정 고수와 맞먹는 존재들이 수도자인 것이다.

‘이제, 슬슬 고위급 수도자들이 나타날 때가 됐다.’

내 예상은 맞아떨어져.

그로부터 3개월 뒤.

신마전은 격이 다른 수도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

“듣자 하니, 범인 집단이 주제도 모르고, 수도가문 일족들을 참살하고 다닌다 하던데. 그게 너희들이냐.”

어느 날.

참교성이라는 성에 머문다는 수도자를 참살하기 위해, 산길을 지나던 중.

청포를 입은 미청년 한 사람이 신마대의 앞을 막아서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를 마주한 신마대의 누구도 그를 경시할 수 없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살기와, 압박감.

그는 분명 강력한 수도자였으니까.

“우리가 손에 넣은 정보로, 당신들 수도자 일족이 우리 신마전을 무림, 관과 합작하여 멸살(滅殺)하려 한다고 들었소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뿐이오. 만약 수도자 일족의 전령으로 온 것이라면, 이렇게 전하시오. 우리를 핍박하지 않으면 우리도 수도자 참살을 멈출 것이라고!”

미청년을 향해, 영훈 형님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미청년의 표정이 변했다.

“하, 하하···.”

그는, 갑자기 미친 것마냥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흐하하하! 정말, 정말··· 아하하하하!”

저벅, 저벅···.

산길 주변으로 청포를 입은 소년, 그리고 청색 궁장을 입은 미녀가 걸어나왔다.

그들 모두, 미청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하하하하··· 정말 웃기기가 그지없군. 너희가 뭔가 큰 착각을 하는 것 같구나. 나를 웃기는 데에 성공했으니, 한 가지 수도계(修道界)의 기본적인 정보 하나를 알려 주마.”

미청년은 왼손을 펼쳐 보았다.

그의 왼손에는 연기(煉氣)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수도자의 경지 중에서 가장 낮은 경지를, 수도계에서는 연기기(煉氣期) 라고 부르지. 너희가 지금껏 쓰러뜨려온 수도자들은···.”

“그것들이 연기기 수도자라는 건가?”

“아니, 아니야. 내 말을 끝까지 들어라. 연기기는 총 14단계로 나뉘어진다. 1성(成)부터 14성(成)까지의 경지가 있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그다음 경지에 가까이 다가간다. 14성(成) 수도자는 수도 일족에서도 중히 여겨지며, 1성(成) 수도자는 수도계의 천덕꾸러기쯤으로 여겨지는 것이지. 그리고···.”

큭큭···.

미청년이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오른손을 펼쳤다.

그의 오른손에는 일(一)자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너희가 참살하며 거들먹거린 그것들은, 수도 일족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연기기 1성(成) 수도자들이었다. 우리 수도자들 중 가장 낮은 경지에서도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 너희 범인들의 고삐를 쥐고 제어하는 역을 맡았던 거란 말이다.”

“···!”

그 말에,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 삶에서는 이런 정보를 얻을 기회 자체가 없었다.

‘연기, 축기, 결단 등의 경지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연기기 안에서 경지가 또 나뉘고, 지금껏 무림 곳곳에서 암약하던, 한 명 한 명이 절정 고수에 육박하던 수도자들이, 수도계의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었다니!

“참고로, 나와 내 친구들은 연기기 삼성(三成)의 경지에 올랐지. 지금껏 너희가 상대해 오던 찌꺼기 같은 것들과는 격이 다른···.”

“그러니까, 14성까지 경지가 있는데. 너희 역시 3성밖에 오르지 못한 밑바닥이라는 거 아니냐.”

영훈 형님은 미청년의 말을 끊으며 피식 비웃었다.

“똑같은 밑바닥 주제에, 1성이니 하는 놈들을 깔아뭉개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군. 최소한 내가 만난 녀석들은 하나같이 결사의 태세로 나를 맞이했다만. 너는 아가리만 터는 게 네가 익힌 법술이냐?”

“이, 이이익···!”

미청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냐, 이 범인 녀석. 그리 원한다면 내 힘을 보여 주마. 연기기 3성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우우우웅!

미청년과 그의 동료 둘.

세 수도자에게서 강력한 압박이 일어났다.

그러나, 영훈 형님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조금 성가시긴 하겠군. 신마대! 합격진을 준비하라!”

동시에, 절정 고수들로 이뤄진 신마대가, 월수궁무록에서 파생된 합격진을 구사하며 세 명을 둘러쌌다.

번쩍!

동시에 별빛이 번뜩이며 삼 인의 수도자들이 법술을 쓰기 시작했다.

‘빠르다!’

내가 느낀 것은, 확실히 저 셋은 지금껏 만났던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진언을 외지도 않고 저 정도의 법술을!’

보통의 수도자들은 전투를 시작하면 무조건 진언을 외며 법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저들은 진언을 외우지조차 않고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보다 강력한 법술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분명 강하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우리가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을 펼쳐라!”

“월수진(越修陣), 개(開)!”

월수궁무록은 무적(無敵)이었고,

그것에서 파생된 모든 것 역시.

“몰아쳐라!”

최강(最强)이었으니까.

***

전투는 한 시진 후에야 끝이 났다.

절정 고수들이 펼친 합격진으로 인해, 우리는 겨우겨우 수도자 셋을 잡아 죽일 수 있었다.

“앞으로 점점 강한 수도자들이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저들 또한 연기기 14성 중 3성이라는, 허약한 이들이었지요.”

“그래도 장로들까지 가지는 않았다. 삼화취정에 이른 이라면 충분히 저 정도는 상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 장로들에겐 월수궁무록까지 가르쳤지. 저 녀석들보다 훨씬 괴물 같은 것들이 나타난다 해도 딱히 문제는 아니다.”

영훈 형님은 내 걱정을 일축해 버리며, 절대적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도자들의 싸움을 보면 볼수록, 확실히 느껴진다. 월수궁무록은, 저놈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라는 걸. 얼마나 강한 녀석들이 나타나든, 월수궁무록은 저것들에게서 완벽한 상성을 잡아 낼 수 있어!”

월수궁무록.

분명 저것은 훌륭한 무공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삶을 기억했다.

월수궁무록을 창시했던, 그때의 영훈 형님이.

‘지난 삶에서의 영훈 형님은, 월수궁무록으로 수도자들을 이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수도자를 만나면 목숨을 부지할 동아줄이라고만 표현했을 뿐.’

나는 지금의 과해 보이는 그의 자신감이, 어쩐지 불길함을 느끼며, 그저 긴장하라고 충고할 수밖에 없었다.

***

점차 우리를 가로막는 수도자들은 강한 이들로 변해 갔다.

처음에는 청포의 미청년과 같은 연기기 3성 정도의 수도자들이 우리를 가로막았지만.

우리가 점차 그것들을 빠르게 썰어 버리자, 연기기 4성의 수도자가 우리를 찾아왔었다.

연기기 4성의 수도자는 단신으로 300여 명의 신마대가 펼치는 합격진을 상대했고, 결국 삼화취정에 이른 장로가 나서서야 죽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연기기 6성의 수도자였다.

연기기 6성의 수도자는 삼화취정에 오른 장로 한 명과 팽팽하게 겨뤘으나, 장로가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간 덕에 겨우겨우 이길 수 있었다.

“월수궁무록을 익히지 않았다면, 나는 저자보다 한 단계 아래의 수도자에게도 고전했을 것이오.”

삼화취정의 장로는 대결 직후 그 말로 연기기 수도자의 강인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달포 후 우리는 연기기 7성에 이른 수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연기기 7성의 수도자를 상대로, 삼화취정에 이르러 월수궁무록을 익힌 절정 고수 장로 다섯이 합공을 해야 했다.

겨우겨우 연기기 7성의 수도자를 참살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장로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무극신마께 아뢰오. 연기기 7성. 저들 중 중반의 경지에 오른 이도 우리가 전력을 다해야 잡을 수 있었소이다. 한데 더 강한 이들이 나타난다면···.”

“과연 우리가 그 이상의 수도자를 잡을 수 있을지···.”

그러나 영훈 형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

“월수궁무록을 극한까지 운용해라. 월수궁무록은 수도자를 잡아 죽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공이다. 저들의 사각을 찔러 낼 수 있는 무공인 것이다! 자신감을 가져라!”

그렇게, 시간은 점차 흘러 갔다.

연기기 7성의 수도자를 죽인 후, 얼마간은 4성 이상의 수도자가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즈음에서 첨벽성이라는 성에 터전을 잡고 신마전 본부를 다시 건설했다.

그 후 성 일대를 장악하고 다시 한번 정식으로 문파를 수립했다.

간혹 연기기 1성, 2, 3성 수도자들이 신마전 본부를 찾아와 습격을 하기는 했으나, 그것뿐이었다.

대다수의 연기기 수도자들은 신마대의 절정 고수들에게 잡혀 죽을 뿐이었다.

그렇게,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조용함은 몇 년간 이어졌다.

***

부웅, 부웅!

나는 단악검법을 펼치며, 마침내 내가 추구해 오던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

검법 안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그 외의 것을 시도할 여유가 생긴다.

나는 그 여유 속에서, 극한의 의념으로 내공을 벼려내었다.

마치, 검과 손이 하나가 된 것 같다.

부우웅!

슈칵!

검이 허공을 날카롭게 갈랐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예기(銳氣).

검에 덧씌워진 아지랑이.

검기(劍氣)였다.

“하, 하하··· 하하하하!”

나는 단악검법을 펼치며, 수련용으로 세워진 일장 크기의 바위를 베어 내 보았다.

슈칵!

바위가, 그대로 두부처럼 잘려 나가 버린다.

“드디어··· 일류 중기!”

검기란, 그냥 내공으로 칼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익힌 검법을, 무공을 극한까지 벼려내어, 내공을 발출(拔出)시키는 것.

그리하여, 해당 무공이 가지고 있는 특질을 극한까지 강화시키는 것.

그것이 검기였다.

단악검법 같은 경우에는 ‘베는’ 특질이 가장 강한 무공이었기에 그 특질이 가장 강화된 것이었다.

연습하면 단악검법에 숨겨진 수많은 특질 역시 검기로 강화해서 펼쳐낼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일류 초기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렸다···.”

이번 삶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다.

내 신체 나이는 어느덧 쉰아홉이었다.

거의 예순살에 도달해서야 일류 중반이었다.

‘내 수명은 앞으로, 20년 남았다.’

그 안에, 과연 절정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일류 고수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세간에 풀려 있는 정보를 모으며, 끝없는 노력을 통해 가까스로 도달했다.

하지만 절정 고수부터는, 세간에서도 극한의 재능이 없다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당장 신마대의 절정 고수들 역시 원래부터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고수들이었기에 절정에 이른 것이었다.

‘이번 생 안에··· 가능할까?’

나는 어느새 주름살이 진 손을 내려다보며, 옅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가능할지 말지를 생각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검을 휘두르는 일이라면, 그저 휘두를 뿐.

내가 다시 단악검법을 펼치려 할 때였다.

콰아앙!

신마전의 전각 하나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은···.”

수도자다!

내가 황급히 허공을 올려다보자, 나뭇잎 모양의 법기(法器)에 올라탄 수도자가 오연하게 신마전 본파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신마전주, 무극신마는 어서 나와 죗값을 받으라.”

수도자의 음성이 본파 전체에 웅웅 울린다.

저릿, 저릿···.

나는 전신이 찌릿찌릿하게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위험하다.’

지금까지 만나온 수도자들과는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본 가문의 연기기 자제들이 무극신마라는 범인 놈에게 잡혀 죽었다고 들었으니, 가문의 축기기(築氣期) 수사인 내가 상대해 주겠다.”

그리고, 영훈 형님이 내 곁으로 다가오며 작게 말했다.

“일단 신마전 바깥으로 피신해라.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형님?”

“축기기 수사라는 자··· 지금껏 봐 왔던 자들과는 비할 수가 없군.”

“형님, 설마 형님께도 위험하신 겁니까···?”

“하하하, 그럴 리가.”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기조원에 이른 무인이라면 누구든지 저자와 어느 정도 합을 맞춰 볼 수는 있을 게다. 그리고··· 나는 오기조원에 이르고, 계속해서 월수궁무록을 익혀 왔지.”

쿠구구구구!

그에게서도 무시무시한 기파가 뻗어 나왔다.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깃들어 있었다.

“절대 지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거라!”

파앙!

그가 땅을 박차고, 허공답보를 이어 가며 공중에 떠 있는 축기기 수도자를 향해 도신을 뽑아 들었다.

쩌엉!

빛이 터지며 굉음이 울렸다.

나는 그의 충고대로 다른 이들을 피난시키며 신마전 바깥으로 나갔다.

건물 위쪽으로, 수많은 빛과 굉음이 터지며, 축기기 수사와 영훈 형님의 신형이 비췄다.

축기기 수사라는 자는 법기를 타고 허공에 떠서 형님을 상대했고, 형님은 허공을 밟아 가며 월수궁무록의 무공을 사용해서 축기기 수사를 압박하고 있었다.

콰앙!

그러나, 축기기 수사가 일 장 크기의 파초선을 꺼내 부치자 형님이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축기기 수사는 품에서 하나하나 기이한 법기(法器)들을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고, 형님이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후, 법기들을 잔뜩 꺼내 쓰던 축기기 수사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몸을 뒤로 빼려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 찰나.

영훈 형님의 신형이 사라졌다.

직후, 수도자의 목이 떨어졌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나와 근처에서 전투를 관전하던 장로들이 전투가 일어난 곳으로 달려갔다.

“허억···헉···.”

그곳에는, 이제껏 누구와 싸워도 숨 한 번 헐떡인 적 없는 영훈 형님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전주님!”

“무극신마!”

“형님!”

우리가 서둘러 형님의 옆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봐라!”

그가 불쑥 도를 내밀었다.

“뭘 보란 겁니까?”

“뭘 보긴, 도신을 봐라!”

“도신···? 아···!”

그의 도는, 이가 다 빠져 있었다.

이제껏, 그는 딱히 보검이나 보도 같은 도구를 쓰지 않았다.

그저 조금 오래된 것 같으면 근처 마을 대장간에서 도를 구매해서 쓰고는 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형님은 여태껏 평범한 도로 절세무공을 펼쳐 내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무림인을, 어떤 수도자를 상대로도 이가 빠진 적 없던 그의 무기였다.

“하, 하하··· 하하하하!”

영훈 형님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 여태껏,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허접스러운 무기만 써 왔다만. 저 수도자 놈이 마구잡이로 꺼내 쓰는 괴이한 법기를 보며, 무기도 무사의 실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괴물딱지 같은 축기기 수도자를, 조금만 더 힘이 부족했으면 베지 못할 뻔했어!”

“으음··· 그 정도로 강했단 거로구료···.”

장로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오히려 한참 밝아져 있었다.

“그래, 무지막지하게 강하더군. 아마 오기조원에 이르지 못한 무인은 월수궁무록을 익혔더라도 상대가 불가능할 터다. 체급 차이가 너무 커! 숨 쉬듯이 호신강기를 운용하는 건 물론이고, 그 위에 방어 법술까지 덕지덕지 처발라 놓은 덕에 칼에 이가 다 빠져 버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길 수 있다! 월수궁무록을 대성(大成)하면! 저런 괴물딱지들도 충분히 잡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아아···.”

“아아아!”

장로들 역시 그 얼굴에 희색이 맴돌기 시작했다.

“무인도! 수도자를! 이길 수 있다!!!”

영훈 형님이, 이가 빠진 도를 잡아들고 크게 외쳤다.

나 역시, 그에게서 느껴지는 어떠한 희망을 본 것인지.

절로 가슴이 울렁이는 느낌이었다.

“연국에서 암약하는 수도자 놈들을 몰아내고, 무림을, 무림인만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영훈 형님은 호기롭게 외치며, 하늘을 향해 도를 뽑아 들었다.

모두가 그의 사상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보여 주었으니까.

***

그리고 달포가 지났다.

50명의 축기기 수사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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