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수선전-10화 (1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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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재능(3)

영훈 형님이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지난 생보다도 빠르군.’

5년.

무려 5년 만에, 그는 연국(鸢國) 전역을 돌아다니며 각 주와 성의 대문파들을 찾아가, 절정고수들과 겨루고, 그들을 전부 패퇴시켰다.

3년 만에 천하삼대도객의 좌를 차지했고, 2년 동안 나머지 천하삼대도객 두 명을 물리치며 연국제일도(鸢國第一刀)의 별호를.

그리고 그의 경지를 흠모한 서경성 사성삼마.

일곱 문파의 삼화취정에 이른 원로 고수들 일곱 명의 합공을 물리치고 칠 대 일로 싸워 격퇴시키며, 그는 명실상부한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조금 허무하군.”

“배부른 소리를 하십니다, 형님.”

나는 그의 앞에서 단악검법을 수련하며 말했다.

지난 5년간, 비무가 없을 때는 영훈 형님이 나를 꾸준히 지도해 준 덕에, 내 무위는 이류 중반에서 이류 후반까지 올라왔다.

이제 초식이 완전히 체화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검을 뽑으면 기수식이 잡혔고, 내공의 운용 역시 완전히 체화되어 별다른 준비 없이도 내공의 발출이 가능했다.

“배부르다니, 난 오히려 네가 부럽다, 은현아. 넌 이제 이류 후반이니, 앞으로도 싸우며 자신을 돌아볼 상대가 많겠지. 하지만, 이젠 나보다 전부 약한 놈들뿐인데··· 누구를 상대해야 하느냐.”

“형님한테 패배한 사성삼마의 문주들이 들으면 복장이 터질 소리를 하십니다.”

“그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 월수궁무록이라는 게 워낙에 규격 외의 무학 체계이니 말이야···. 이걸 이길 수 있는 무림인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거다.”

어쩐지 그는 조금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삼화취정의 다음 단계라는 오기조원의 경지조차 월수궁무록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 있으면 도달할 거 같고. 그렇게 되면 합격진을 펼치면 조금이라도 해 볼 만했던 연국의 절정 고수들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지···.”

영훈 형님의 눈에는, 권태가 깃들어 있었다.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느냐?”

나는 어쩐지 불길한 기색을 느꼈다.

‘안 돼! 영훈 형님의 생각이 무림맹에까지 닿으면···.’

이번 생도 역시 꼼짝없이 붙잡혀서 소처럼 일만 하다가 죽을 것이다.

지난 생에 한 번 해 봤던 직책이고, 지난 생과는 달리 이류 후기에 도달한 내 실력이니만큼.

훨씬 더 운영을 잘 할 수 있겠지만···.

‘훨씬 더 오래 부려먹히겠지···!’

뭔가 빨리 다른 걸 생각해 내서 생각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여, 여행은 어떻습니까?”

“강호 유람 같은 거 말이냐? 지난 5년간 연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컷 했는데···.”

“아니, 연국 말고 말입니다. 이웃 나라인 성제국이나, 벽라국 같은 곳에도 무림이 있잖겠습니까.”

“호오, 이웃 나라 무림에 가 보자는 건가.”

“예, 그러면 형님의 입맛에 맞는 고수들도 만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뭐··· 월수궁무록에 도달할 만한 인간은 없을 것 같긴 하다만···.”

그는 얼마간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옆 나라 무림 유람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나와 영훈 형님은 6개월동안 성제국과 벽라국의 언어와 문자를 배우고, 각각의 나라 무림들을 유람했다.

***

다시 2년이 지났다.

영훈 형님은 벽라국의 삼화취정 고수 열두 명의 합공을 받고 그들을 패퇴시키며, 깨달음을 얻고 오기조원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환골탈태를 해서 나보다도 다시 젊어졌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벽라국, 성제국, 연국 삼국에서 모두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형님의 얼굴은 도저히 기뻐 보이지 않았다.

“은현아, 이제 뭘 해야 하냐.”

압도적인 권태.

그 어떤 무림인도 이젠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권태감.

월수궁무록 역시 극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만족감.

그는, 이제 무림의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 듯했다.

“하면 형님, 문파를 세워 보는 건 어떻습니까?”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일을 다시 제안했다.

“문파?”

“예, 전국 각지에서 인재들을 모아서 그들을 가르쳐, 형님을 상대할 만한 고수로 키워 내는 겁니다.”

“흠, 아무리 인재들을 키워 봤자, 그들이 한 걸음 진전할 동안 나는 열 걸음을 또 앞서갈 텐데?”

“···.”

재수 없어 보이지만, 사실이었다.

그 정도로 영훈 형님의 무공 재능은 정신 나간 수준이었으니.

“기,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한 문파 수준의 전력과 재력이 있으면, 저 역시 형님을 위해 재야의 고수들을 알아내서 초빙할 수도 있습니다.”

“흐음···.”

이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 재야의 고수들은 무림인이 아닌, 내가 지난 생에서 알아냈던, 무림 곳곳에서 암약하던 수도자들이었지만.

‘수도자 놈들은 도무지 개인의 일에는 간섭을 안 하려 하니···.’

천하제일인이 탄생하든, 뭐든 그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무림에 파란이 생길 만한 단체에는 꼭 개입을 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삼국을 돌아다니면서도 여태껏 수도자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뭐, 좋네. 그럼 내 명성으로 문파나 하나 만들어 보지.”

그렇게, 천하제일인 영훈의 이름으로 문파가 개파되었다.

문파명은 월수궁무록의 이름을 따, 궁무전(窮武殿)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천하제일인의 명성 아래 무수한 무림인이 문파에 들어왔고,

그중에는 삼화취정에 이른 절정 고수도 일곱이나 되었다.

궁무전은 삽시간에 연국제일문파가 되었고,

나는 궁무전 부전주로서 3년 동안 궁무전을 안정시키는 데에 힘썼다.

그렇게 3년이 지나 궁무전은 무림에서 상당히 안정을 찾았고, 연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거대문파가 되었다.

그리고 궁무전의 영향력이 무림 전체에 미칠 수준이 되자, 그들이 찾아왔다.

***

“수도자들?”

영훈 형님은 어느 날 우리를 찾아온 손님들을 보며 물어보았다.

“수도자들이 뭐요? 굉장히··· 독특한 기질을 지닌 이들인 건 알겠소만.”

그들은 전부 다른 색의 장포를 입고 몸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있었으며, 삿갓과 베일을 쓰고 있어 얼굴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의 특징을 추정할 만한 것은 목소리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목소리마저도 기이한 술법으로 변조했는지, 모두 비슷비슷한 목소리를 지녔다.

어느 날 나와 영훈 형님을 불쑥 찾아온 이들을 보며, 영훈 형님은 눈을 빛냈다.

“그러니까··· 우리 궁무전더러 당신들 수도자들의 조직에 충성하라는 거요?”

그렇다.

그는 눈을 빛내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기질’을 지녔다며,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권태가 사라진 채, 호승심으로 가득 차 반짝반짝 빛나는 중이었다.

“그렇소, 우리는 본디 선도(仙道)를 닦는 수도자의 일족. 우리는 속세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으나, 그래도 속세에 대한 최소한의 영도와 통제는 필요하다 느꼈기에 황실, 재계, 정계, 무림 곳곳에서 암약하며 그들을 후원하고, 지지하며, 그들의 권세가 이어지도록 도와 왔소.”

“허허···.”

“그 대가 또한 대단한 것이 아니요. 그저 당신들이 우리 수도자 일족에게 대대로 충성을 맹세하고, 우리가 간혹 속세의 일에 간섭할 일이 있을 때에 우리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오.”

“허허허··· 그것 참 신기하군. 그런 세상이 있었을 줄이야.”

영훈 형님은 껄껄 웃으며, 우리를 찾아온 수도자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지?”

그의 대답에, 수도자 세 사람에게서 은은한 살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오늘 물러갈 것이나, 당신들의 문파에는 앞으로 모든 문파들이 교류를 끊을 것이오. 어떤 상단, 세가도 당신들의 제자를 찾지 않을 것이고. 관과 황실 역시 그대들의 꼬투리를 잡고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할 것이오.”

“흐음, 그게 끝이면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

영훈 형님은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연국 전체와 싸우게 될 텐데 무섭지 않다라···. 정녕 광오하군.”

“이 범인 녀석이 정녕 수도자의 앞에서 얼마나 그 교만한 콧대를 뽐내는 것이야···.”

대표로 말하던 이의 뒤에 서 있던 다른 수도자가 살기를 드러내며 손을 들어올렸다.

촤아악!

순간, 별빛이 번쩍이는 듯하더니 수도자의 손에서 별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영훈 형님의 허리춤에서 도(刀)가 섬광처럼 뽑혀 왔다.

콰과광!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전각의 옆면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잘 붙어 있어라, 은현아. 내 뒤에만 있으면 안전할 게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먼지구름 속에서, 노기를 드러내고 있는 세 명의 수도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저들은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만···.”

“감히 범인이 수도자를 향해 칼을 뽑다니!”

“당신들이 먼저 공격해 왔소만.”

“시끄럽다! 이를 드러내는 개 따위는 필요 없으니··· 그냥 죽여서 꼭두각시로 만들 것이야!”

“선도니 어쩌니 하더니, 생각하는 꼬라지는 마두(魔頭)나 다름없군그래.”

세 수도자는 각자 진언을 웅얼웅얼 외며 수인을 맺었다.

가장 앞에 있던 수도자가 무언가 또다시 법술을 펼쳤다.

슈각!

그러나, 법술은 채 펼쳐지기도 전에 영훈 형님의 도에 베여 나가 버렸다.

“이, 이게 무슨!”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 영훈 형님이 그들의 사각으로 파고들어가, 세 사람의 배를 걷어찼다.

“커억!”

“으어억!”

“끄아아악!”

세 사람은 전각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듯했으나, 중간에 기묘한 법술을 부려 떨어지는 속도를 줄였다.

그들이 입은 옷은 먼지가 잔뜩 묻었고, 영훈 형님에게 차인 곳은 완전히 찢어져서 넝마가 되어 버렸다.

“수도자 놈들은 들어라!”

영훈 형님이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쩌렁쩌렁하게 그들에게 사자후를 외쳤다.

“나는 네놈들 따위한테 충성은 하지 않는다! 무림공적이든, 연국공적이든 만들어 봐라! 너희 같은 놈은 몇 놈이 오든 무섭지 않으니!”

쾅, 쾅, 쾅!

동시에, 그의 손에서 뿜어진 탄지(彈指)가 수도자들의 옆의 땅을 거대한 소리로 두들겼다.

“누구도 감히 내 위에 설 수 없다!”

세 명의 수도자는 씨근거리는 듯하더니, 기묘한 법술을 써서 달아나 버렸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옆에 다가가 물었다.

“···형님, 뒷감당하실 수 있으십니까?”

“하하하, 뒷감당이라고 했나?”

그러나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광기에 가까워 보였다.

“뒷감당은 무슨 뒷감당! 나는 꺠달았다, 은현아!”

“뭐, 뭘 말입니까?”

“월수궁무록으로 무림인을 몇이나 상대하든 채워지지 않던 그 갈증! 아무리 싸워도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 그래, 그건 인간을 상대로 만든 게 아닌 무공을 인간을 상대로 써 왔기에 느꼈던 갈증이었어!”

그는 흥분에 가득찬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수도자! 그래, 분명 이 월수궁무록이라는 건, 저 수도자 놈들을 잡아 죽이기 위한 무공이다! 드디어! 드디어 월수궁무록의 목적성을 찾았다! 내 무(武)의 의(意)를 발견했는데, 뒷감당이 대수인 것 같으냐!”

“···.”

“이 무공은 수도자 놈들과 싸우기 위한 무공이야! 그러니 더욱 더 성장하려면 수도자 놈들과 싸워야 하는 거지. 하하하! 드디어, 월수궁무록을 대성할 길이 보였구나!”

나는 여태껏 그와 오랜 세월을 보내며, 그의 성정을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건, 정말 볼 때마다 다른 면이 있는 생물이로군.’

“문파 호법들과 장로들을 불러모아라! 오늘부로 너를 제외한 어중이떠중이는 전부 문파에서 퇴출시키겠다! 수도자 놈들이 지랄을 떨어 오겠다는데, 속 편히 제자나 가르칠 여유는 없지.”

곧바로 그는 문파의 전 제자들을 집합시켜, 이류 이하의 제자들은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류 중에서도 아직 검기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전부 돌려보냈다.

그렇게, 궁무전에는 삼화취정에 이른 장로 다섯.

일류 중기 이상의 제자 삼백셋.

그리고 이류 후기인 부전주, 나를 포함해, 약 310명의 인원들만이 남게 되었다.

그날부로, 영훈 형님은 삼화취정에 오른 장로들에게 월수궁무록을 가르쳤다.

또한 일류의 제자들에게는 월수궁무록의 이치를 담은 합격진과 검진 등을 가르치며 수도자를 상대로 어느 정도 밀리지 않게 가르쳤다.

그리고 나는···.

“넌 일단 최대한 빨리 일류로 실력을 올려놓거라. 이류 후기에서 일류로 인정받으려면 완전히 네 무공을 몸에 체화시키는 게 중요해.”

매일같이 지옥 수련의 일환이었다.

단악검법이라는 무공이, 몸에 완전히 녹아들어 엉겨 붙을 때까지!

***

수도자들을 두들겨 패 쫓아낸 이후, 관청에서 허가를 내 주었던 궁무전의 문파 건물이 불법 건축물로 규정되어 우리는 문파 건물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관청으로부터 문파의 완전 해체를 명 받았다.

하지만···.

“무시해라.”

형님은 간결하게 대답하며, 계속해서 장로와 제자들에게, 그리고 내게 무공을 지도할 뿐이었다.

관청의 명을 거부하고 달포가 지났다.

우리는 저잣거리에 영훈 형님, 그리고 내 얼굴이 그려진 수배서가 나도는 것을 발견했다.

관에서 우리를 역적으로 몰며 수배를 내린 것이었다.

“떠난다.”

영훈 형님은 이번에도 간결하게 대답하며, 다섯 명의 장로와 삼백의 제자를 데리고 산야를 떠돌았다.

우리의 현상금을 노린 현상금 사냥꾼들이 달려들었으나, 그들은 형님에게는 도달하지도 못하고, 일류 수준의 제자들에게서 정리되었다.

그런 식으로 정리된 현상금 사냥꾼들이 일백에 달할 때쯤.

우리가 현상금 사냥꾼들을 죽인 것을 빌미로, 연국 무림 전역의 대문파에서 우리를 무림공적(武林共敵)으로 선언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었다.

우리 궁무전은 궁마전(宮魔殿)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영훈 형님에겐 극마(極魔)라는 별호가 붙어 버렸다.

우리에게 달린 현상금도 더더욱 늘어 갔고, 전국 곳곳의 무림 중소문파, 중견문파들이 지역에서 힘을 합쳐서 우리를 합공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월수궁무록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진 합격진을 운용하는 제자들의 선에서 전부 갈려 나가 버렸고, 궁무전, 아니, 궁마전의 악명은 계속해서 높아만 갔다.

어느 순간부터.

궁마전은 궁(宮)조차 아닌 극마전(極魔殿)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형님에게 붙은 별호는 무극마(武極魔)로 진화해 버렸다.

우리는 한곳에서 머무를 수 없어, 연국 전역을 떠돌아다녀야 했고, 계속해서 연국을 떠돌아다니며 수많은 문파들의 합공을 받아야만 했다.

***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무림공적 이후로 10년.

내가 회귀한 지는 햇수로 20년이 지난 지금.

영훈 형님의 칭호는 무극마에서 무극신마가 되어있었고,

세간에서는 우리를 극마전이 아닌 신마전(神魔殿)으로 불렀다.

10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실전경험을 겪은 3백 명의 제자 중 다수가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실전 경험과 더불어, 월수궁무록의 이치가 담긴 검진과 합격술을 끊임없이 펼쳤기 때문인 것도 있는 듯했다.

절정에 이르지 못한 이들도 역시 일류 최정상에 올랐고, 이들은 신마전 직속 신마대로 불리며 위명을 떨쳤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도록 토벌되지 않는 우리 신마전의 위명에 반해, 아예 신마전에 합류하는 사파와 마두들, 간혹 무극신마 영훈의 위명에 반한 정도문파들 몇몇의 합류로 인해,

신마전은 10년 전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커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정식 신마전’인 ‘31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신마전의 명성에 이끌려 따라다닐 뿐인 이들이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이제 신마전은 이제 하나의 종교 문파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세력과, 무극신마에 대한 광신으로 가득한 집단이 되어 있었다.

10년 전과는 모든 것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진 것이었다.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나와 영훈 형님뿐이었다.

“어떻게 너는 아직도 겨우 일류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거냐? 10년 동안이나 실전 경험도 겪고, 내공도 쌓고, 계속해서 검법도 연습했으면서.”

“예, 형님은 월수궁무록 대성할 만큼 달라지셔서 좋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재능이 없었고.

그는 여전히 재능이 넘쳤다.

나는 투덜거리며 계속해서 검법을 연습했다.

10년.

나는 10년을 계속 고련하여, 겨우겨우 검법에서 자유를 찾았다.

이제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제대로 된 검기를 사용하며 일류 중반에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 신마전 부전주란 놈이 아직도 검기 하나 못 쓴다는 게 말이 되는 거냐, 은현아? 네 별호가 뭔지 아냐?”

“제 별호가 뭡니까.”

“네 별호가 없단 말이다! 일류 초반에 간신히 턱걸이한 놈이, 중요한 전투 때에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아무도 너를 신경 안 쓰고, 그래서 별호가 없어!”

“아니, 저는 보조직이지 직접 전투원이 아닌데 어쩌란 겁니까!”

그렇다.

나는 하도 무공에는 재능이 없어 10년 동안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변장술, 잠입술, 선동, 기관진식, 첩보 등을 익혀 신마전을 보조하는 것에만 힘을 썼다.

하지만 나라고 무공 수위를 높이고 싶지 않아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수련해도,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데 어쩌란 거냐.’

일류 후반인 이들은 10년간 절정의 턱걸이를.

일류 중반인 이들은 10년간 일류 최고봉으로 올라갈 실력을 키웠다.

나만이 간신히 이류 후반에서 일류 초반에 턱걸이를 한 것이었다.

물론 일류라는 것은, 그 자체로 어지간한 대문파 장로, 중소문파 장문인에 버금가는 실력인 것은 맞았다.

아마 내가 대문파에 들어간다면 장로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하제일인이 익힌 천하제일 무공의 이치를 접하고, 천하제일인에게 가르침을 10년이나 받으며 끊임없이 실전 경험을 겪은 이들이, 절정 고수에 무수히 턱걸이를 하게 된 신마전이었다.

절정 고수의 턱걸이라곤 하지만, 절정 고수와 일류 고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일류 고수는 [절대] 절정 고수에게 이길 수 없다.

일류 고수가 절정 고수를 이기는 경우는 한 가지, 50명 이상의 일류 고수가 인해전술로 밀어붙여, 절정 고수의 체력과 정신력을 전부 소모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일류와 절정의 차이는 심대했다.

그런 절정 고수들이, 신마전에는 바글거리게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대문파 장로의 위치를 받을 내가 신마전에서는 최약체 취급을 받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니, 형님 제자인 장로들도 전부 제 공적은 인정하는데 왜 형님만 난리십니까?”

나는 내가 약한 편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단체에 도움이 되기 위해 다른 방면에서 힘을 썼다.

지난 삶에서 무림맹 책사였던 것을 이용해,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서 정보전을 펼치고, 첩보와 잠입술, 변장술 등을 익혀 신마전에 유용한 정보들을 잔뜩 물고 왔다.

그러한 내 역할은 형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다섯 명의 삼화취정 고수들 역시 인정한 바였다.

“형님만 너무 절 구박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널 구박한댔냐, 은현아. 내 동생이랍시고 10년째 지금 계속 지도를 해 주는데, 10년동안 아직도 일류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단 게 답답해서 그런다!”

“아니, 일류가 뉘집 개 이름입니까? 보통 일반인은 이 나이 대에 일류 됩니다!”

물론 사실 나는 그 일반인보다도 못한 게 맞다.

지난 회차들을 따지면 내 나이는 백 살을 훌쩍 넘는다.

100년을 넘게 무를 수련하면서, 아직도 일류 초반이라는 건, 내 무공 재능이 정말 끔찍하다는 말이니까.

그저 회귀라는 사기로 인해 그 무공 재능이 감춰졌을 뿐.

“그 정도 무공 재능을, 솔직히 난 네가 어떻게 일류까지 갔는지도 모르겠다. 어휴··· 안 그래도 네가 가져온 정보 때문에 귀찮아 죽겠는데···.”

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와 장로들이 영훈 형님의 부름에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들어, 수상한 움직임이 보인다. 관과 무림이 합작해서 우리를 습격할 모양이다.”

형님의 말에, 장로들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깟 버러지들이 뭐라고 그러시오.”

“월수궁무록을 익힌 괴물들이 여기 여섯이나 있는데!”

“무극신마께서 괜한 걱정을 하시는 듯하오.”

그러자 형님이 나를 쳐다보며 눈짓을 주었다.

나는 첩보 공작을 해 모은 문서들을 펼치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 관과 무림 뒤쪽에서 암약하는 수도자의 일족들이, 10년이 넘게 우리가 통제되지 않자, 직접 나서려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음, 수도자들···.”

“부전주가 가져온 정보라면야···.”

“부전주가 무공을 제외하면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니, 믿지 않을 수가 없겠구려···.”

‘방금, 칭찬이야 욕이야?’

나는 헛기침을 하며 정보를 얻은 경위를 설명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하여, 무림과 관이 합작해서 우리를 수도자 일족이 있는 곳으로 밀어 넣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할 예정이시오?”

나는 싱긋 웃으며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수도자 일족에게 당하기 전, 우리가 그들을 먼저 각개 격파하는 걸로 하지요.”

“수도자를, 각개 격파?”

“그렇습니다. 수도자 일족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지금 속세를 조종하기 위해 암약하느라 연국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지요. 이곳저곳에서 암약하느라 따로 떨어진 이들을 각개 격파한다면, 그들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장로 중 한 사람이 내게 질문을 해 왔다.

“그렇다면 부전주께서는 암약하고 있는 수도자들의 위치를 파악하셨소?”

“파악했습니다. 9할 이상은 현재 어디에 머무는지 알 수 있다 자신합니다.”

“역시 부전주로군. 그 정보력은 믿고 있었소.”

사실은 지난 생애에 무림맹의 초대 책사 권한으로 수도자들의 대한 정보를 미친 듯이 구하다가 알게 된 정보들이었다.

지금처럼 무림공적이 된 상황에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정보들이긴 했다.

“그래서, 수도자들을 찾아다니며 전투를 벌일 예정이었기에 각자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특히 부전주는 내가 책임지고 신마대 말단보다는 강해지게 만들어 주지.”

영훈 형님은 내 어깨를 두들기며 껄껄 웃었다.

“하하, 아침에 부전주가 전주께 혼나며 수련하는 걸 봤는데. 부전주는 그때부터 수련을 이어 오시던 거였구려!”

“정말 성실하시군, 하하하!”

“아무렴, 신마전 부전주가 신마대 말단보다 약해서야 쓰겠나.”

장로들 역시 껄껄 웃으며 나를 놀려 댔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연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도자들을 각개 격파하기 위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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