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 네 몸 어딘가에 있나? (74/146)


#74. 네 몸 어딘가에 있나?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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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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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것을 묻기 전에 일단 확인해야 할 것이 있지 않나.”

크라이어가 말한 ‘확인해야 할 것’이 ‘낙인의 유무’라는 것을 알아들은 올리비아는 한숨을 한 번 더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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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의를 얻어야 하니까.”

아이의 몸에 낙인이 있는지 말 그대로 ‘확인’하려면 필연적으로 옷을 벗겨야 할 터.

가뜩이나 ‘나는 무언가 사연이 있다!’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아이이니 본인의 허락을 받는 과정도 그리 수월하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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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어? 크라이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올리비아는 하던 생각을 내던진 채 갑작스럽게 셔츠의 단추를 풀어 내리는 크라이어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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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벗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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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런 것이 네 몸 어딘가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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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크라이어는 쇄골에 흉물처럼 번진 낙인을 드러냈고, 눈은 뜨고 있지만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슈가의 눈동자가 단숨에 또렷해졌다.

아이는 반사적으로, 아니 본능적으로 제 왼쪽 갈비뼈를 손으로 움켜잡았고, 그 모습을 크라이어는 물론이고 올리비아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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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실히 정신이 들었네.”

올리비아는 의도적으로 차가운 목소리와 그보다 더 얼어붙은 시선으로 슈가를 바라보았고, 크라이어를 멀거니 바라보던 아이의 눈이 덜거덕거리며 그녀에게로 향했다.

팔짱을 낀 올리비아는 턱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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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 네 몸에 저런 것이 있는지.”

그에 슈가는 입을 뻐끔거리다 곧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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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소리 내어 답하렴. 그게 제대로 된 예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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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에게 예의까지 차려야 해요?”

잔뜩 긴장해서 바짝 추켜올린 어깨를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가 처한 상황을 꽤 정확하게 짚어내는 슈가를 보던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떴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슈가는 등을 더욱 동그랗게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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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똑 부러지네.”

작게 중얼거린 올리비아는 크라이어를 향해 눈짓했다.

말하지 않아도 그 시선이 얼른 옷 챙겨입으라는 의미라는 걸 알기에 셔츠 단추를 천천히 채우던 크라이어는 흘긋흘긋 저를 쳐다보는 슈가가 움켜쥐고 있는 갈비뼈 부근에 시선을 주었다.

그 시선을 받은 아이는 불에 대기라도 한 듯 턱에 힘을 잔뜩 주며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자 그녀 주변을 휘감았던 겨울바람 같던 공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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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낙인이 있었다니. 게다가 숨겨야 하는 걸 보니 그게 뭔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풀린 공기를 기민하게 느낀 슈가는 고개를 저으려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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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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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숨기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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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라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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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고 했다고.”

슈가를 유심히 바라보다 점점 더 아이에게 몸을 기울이는 올리비아의 어깨를 잡아 막은 크라이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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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아니다. 눈동자 반응이나 심장 뛰는 소리가 전부 전과 같으니까.”

그의 말에 슈가는 저도 모르게 제 눈가를 매만지고 가슴께를 문질렀고 올리비아는 곧바로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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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 뭔지 모르는 거라면, 왜 숨기려고 했지? 아, 그 전에 널 왜 데려왔는지부터 이야기해줘야겠네. 네 형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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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형이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니, 오빠…….”

다급하게 묻다 곧 제 실수를 깨닫고 지칭하는 단어를 바꾼 슈가를 향해 올리비아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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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남자 아이인 걸 알고 있으니까 형이라고 해. 아니, 오빠라고 하는 게 편하면 오빠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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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형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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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 확실하게 해두자. 여장은 취향이야?”

조심스러운 접근이고 나발이고 냅다 본론부터 꺼내는 올리비아를 약간 질린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슈가는 작지만 확실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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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을 해야만 한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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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낙인을 숨기라고 한 것도 같은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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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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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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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속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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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속여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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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크라이어는 이번에도 거짓이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올리비아는 멈추지 않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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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문이 행한 거래에 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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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렌 가문에 큰 빚을 져서 형이 타렌 가문에서 사용인으로 일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슈가의 답은 맞는 것이기도 했지만, 질문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몇 마디 나눠 본 것만으로도 눈치가 빠른 아이라는 것은 알았으니, 일부러 틀린 답을 낸 것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크라이어를 향해 손짓해 불렀다.

그는 기꺼이 그녀를 향해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바짝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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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문의 일이나 고대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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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껏 입에서 나온 말은 전부 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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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신이 제……물이라는 것도 모르는 거고.”

더러운 것을 입에 담는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린 올리비아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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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는 정보는 저게 전부인 거 같으니까, 일단 정리가 좀 필요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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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의 성별을 따지는 고대신에 관한 것이라면 정리가 필요하겠지.”

크라이어는 입매를 비틀며 빈정거렸고 올리비아의 얼굴은 더욱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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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끔찍해졌어. 그보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형이라는 작자는 뭔가 아는 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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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공간에 있던 일기장을 숨긴 것이 그놈이라면 확실히 뭔가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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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떻게든 아이를 숨기려고 한 걸 보면 인간 말종은 아닌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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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아이가 고대신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잘못되면 제가 제물이 되는 거라 확신해서 필사적으로 지켰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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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을 못 했네……. 아무튼 그놈을 찾아야만 해. 일단 아이는 집으로 돌려보낼……. 아니지. 안 되겠네.”

슈가가 고대신과 아주 깊고 진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둘 수는 없는 노릇.

심지어 당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욱.

크라이어와의 대화를 일단락한 올리비아는 슈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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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이 돈 때문에 힘들어했고, 갑작스럽게 실종되었어. 당연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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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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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목표가 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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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면…… 저를 납치하신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데려오신 건가요?”

아이는 순순히 수긍하는 듯했지만, 말속에는 뼈를 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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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하네. 내 입으로 네 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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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이시니 한번 꺼낸 말은 반드시 지키는 명예를 아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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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납치범 따위를 입에 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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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붉은 머리칼과 호수보다 더 푸른 눈을 가진 분이 볼셰이크가 아닐 수가 없……으니까요. 송구합니다.”

슈가가 고개를 떨어뜨리자 올리비아는 손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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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똑똑하고 제 안위를 살피는 아이를 싫어하지 않으니까. 그보다 네 형을 찾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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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찾아주시는 건가요?”

슈가가 희망에 찬 눈을 반짝이자 올리비아는 쓴웃음을 감춰야만 했다.

아이는 그 형이라는 작자가 자신을 애지중지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저런 얼굴을 하는 거겠지.

물론 그놈이 자의로 아이를 제물로 삼은 건지, 아니면 빌어먹을 취향을 가진 고대신의 선택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 형이라는 놈을 찾으면 참으로 물어야 할 말도, 들어야 할 답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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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을 찾을 사람을 부를 테니 네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렴.”

그녀의 말이 떨어지고 몇 분 후, 크라이어의 시선 때문에 도망치듯 그녀 앞에서 자리를 떠났던 아이작은 자신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그 시선 때문에 다시 올리비아 앞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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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사가 종결되었다고 합니다.”

보니타의 명령으로 황녀궁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주관하던 수사관을 교체하려고 이리저리 뛰던 여자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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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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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사관들도 손을 뗐습니다.”

여자의 말에 보니타의 가면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희미한 금이 갔다.

지나치게 빠른 종결이 아닌가. 무려 황녀 궁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이렇게 빨리 묻어버리다니.

황녀 궁에서 그 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녀 본인뿐.

그렇다면 황녀는 무엇인가 알고 있는 건가?

지극히 날카로운 의심이었지만, 보니타는 그 이상을 뽑아낼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가 보니타와 그레타의 관계를 모르듯이, 보니타 역시 올리비아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것처럼 가진 단서만으로 상황 전체를 파악하려고 하면 틀린 결론이 나오기 마련.

보니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관망하기로 결정했다.

그레타가 제국으로 들어오는 시기가 늦춰졌으니 아직 여유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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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 보고서를 가지고 오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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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씀드린 내용이 다…… 네, 알겠습니다.”

보니타의 싸늘한 눈빛을 받은 여자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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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 궁으로 들여보낼 사용인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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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고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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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빈자리를 만들 테니 바로 들여보낼 수 있게 준비해요.”

황녀궁의 사용인 중 한 사람을 죽여 빈자리를 만들겠다는 원래 계획이 어긋나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 황녀 궁에 사용인 문제로 압력을 가했으니, 조만간 답이 돌아올 터.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을 명령한 보니타가 축객령을 내렸지만, 여자는 평소 답지 않게 바로 사라지지 않고 잠시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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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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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처리를 명하신 남자 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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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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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 궁의 사용인을 꼬여내는 역할을 맡았던 타렌가의 사용인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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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실패자.”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티끌만큼도 느낄 수 없는 목소리로 내뱉어진 남자를 향한 지칭에 여자는 하려던 말을 혀 아래로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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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처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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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가보도록 해요.”

늘 느끼지만 어딘가 꽉 막혀 숨통을 조이는 듯한 하인데르 후작저를 떠난 여자는 밤을 걸으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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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놈이 찜찜한 소리를 해대서 이쪽에서 처리하기 껄끄럽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그 자리에서 내가 처리당할 뻔했네.”

도저히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던 보니타의 얼굴을 떠올린 여자는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들어 어깨를 부르르 떨며 연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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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처리했다고 말했으니 처리해야 할 텐데. 하필 그놈이 자길 건드리면 고대의 신벌이 내릴 거라느니 뭐라느니 헛소리를 해대서,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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