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 엎드려. (68/146)


#68. 엎드려.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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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에 파란 눈 조합이 대명사가 될 정도면 어떤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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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무조건 빨간 머리에 파란 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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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그랬어. 손이 귀한 탓에 당대에 자식을 많이 봐야 하나나 둘이니까 헷갈릴 일도 없지. 내 가문은 자기 주장이 상당히 강한 반면에 그걸 여러 개 구현할 지구력은 없나 봐.”

꽤 신랄하게 자신의 선조를 평가한 올리비아는 그의 뺨을 놓아주면서 소파에 등을 깊숙이 묻었다.

아들이니 뭐니 하는 아이작의 질문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어깨가 다 뻣뻣하게 굳어 목 뒤와 뒷머리가 이어지는 부근이 지끈거렸기 때문이다.

한 번에 몰려온 통증에 신경이 쏠려 신음을 삼키던 올리비아는 크라이어가 작지 않은 소리로 중얼거린 말을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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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군, 너와의 아이는 붉은 머리에 파란 눈이라.”

그녀는 어떻게든 통증을 좀 줄이려고 꼼지락거렸지만, 늘 그렇듯 몸을 조금 꿈틀거린다고 사라질 고통은 아니었다.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꼼질거리는 올리비아를 내려다보던 크라이어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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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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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픈 곳.”

모호한 올리비아의 답에 크라이어가 눈으로 좀 더 구체적인 답을 구하자, 그녀는 목 주변을 꾹꾹 누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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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앉아 있으니까 허리가 약해지면서 등이 굽어. 그러면서 어깨가 안으로 굽…… 아, 아무튼 어깨랑 목 뒤쪽으로 통증이 쭉 타고 올라와서 거의 목을 잡아 뽑고 싶은 심정이야.”

산처럼 쌓인 서류를 평생 달고 살았던 볼셰이크의 선조들도 올리비아와 같은 고통을 친구로 여기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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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중 한 분이 거북목, 이라고 하셨는데 딱 맞는 말이지 뭐야.”

그녀는 손에 잡히는 아무 서류나 집어 들고 목을 길게 빼며 보는 시늉을 했다.

그에 크라이어는 예고도 없이 그녀를 소파에서 쓱 안아 올렸다.

갑작스럽게 높아진 시야에 올리비아가 그의 어깨를 탁,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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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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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등에서부터 목덜미까지 긴장되어 있다는 뜻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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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올리비아가 무어라 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긴 소파에 눕혔다.

난데없이 소파에 드러눕게 된 올리비아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크라이어의 턱선이 쓸데없이 베일 듯이 날카롭다는 쓸모없는 감상을 곱씹다가 그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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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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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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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라고. 풀어줄 테니까.”

한마디 더 붙은 그의 말에 올리비아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냉큼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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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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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을 만지는 건 익숙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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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긴 하지만, 당신 정도로 강하다면 납득이 가네.”

지금 그가 말하는 ‘사람 몸을 만지는 것’은 단순히 손을 잡거나 안는 등의 일상적인 접촉이 아니라 좀 더 피비린내 나는 것이겠지.

단순히 성벽을 검 한 번 휘둘러서 무너뜨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앞에 선 자들을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조리 저승으로 보내버린 괴물이다.

제국에서 강하다고 손꼽히는 기사들, 그러니까 천재로 태어나 평생으로 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해할 수 있는지 훈련한 이들을 그야말로 단칼에 날려버리는 괴물.

사람 몸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아무런 저항 없이, 오히려 조금 신이 난 듯 들썩이는 가느다란 등허리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목선을 내려다보던 크라이어는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것을 삼켰다.

경계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한입에 삼킬 수 있는 조그만 토끼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 채 스스로 접시 위로 올라온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도 외에는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의식을 하지 않으니 그건 또 그것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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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어?”

그가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자, 올리비아가 고개만 옆으로 돌려 뺨이 눌린 얼굴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내려다볼 뿐 여전히 손을 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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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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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대로 손을 대도 상관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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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입을 연 그의 질문인지 확인인지 모를 말에 올리비아의 속눈썹이 세차게 팔락거렸다.

그러니까 등을 풀어준다는 의미…… 맞지? 맞는 거겠지?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이 술렁이는 검붉은 눈동자와 마주한 푸른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둘 사이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공기를 견디지 못한 올리비아가 슬금슬금 엎드렸던 몸을 바로 뒤집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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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으응. 그렇긴 한데. 지금은 괜찮아. 괜찮아졌어.”

당연히 목을 찌르는 통증은 그대로였지만, 이대로 그의 손이 제 몸 구석구석에 닿는 것도.

고개를 휙휙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낸 올리비아가 소파에 앉아 흘끔 그를 올려다보았다.

차마 그와 시선을 다시 맞출 자신은 없어 그 아래쪽을 헤매던 눈이 문득 쇄골에 닿았다.

검붉은 눈동자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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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렇게 어린아이에게도 낙인을 찍었을까.”

그녀가 방금 내뱉었던 말이야말로 올리비아가 크라이어의 말을 들으면서 떨떠름한 표정을 했던 이유였다.

아이가 그의 자식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린애’에게 그의 것과 같은 낙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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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나, 혹은 그 딸이 낙인을 찍었다면 아이가 그것들의 눈에서 벗어나 낙인을 숨길 수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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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부러 그렇게 방치해둔 것일 수도 있어. 뭔가 다른 계획에 쓰기 위한 도구로.”

그 떠벌리기 좋아했던 마법사라면 그런 비밀 계획을 이미 자신에게 떠들었을 테지만, 그 여자라면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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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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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미 죽어 없어진 마법사 놈을 파내서 목을 한 번 더 베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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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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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죄를 지은 놈이 이미 죽어 버렸으니 멸시와 모욕을 주는 거지.”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올리비아는 이맛살을 꾸깃하게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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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싫어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야.”

뜬금없이 나온 말인데도 크라이어는 별다른 말 없이 귀를 활짝 열고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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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건 저항할 수 없는 이를 상대로 행사하는 폭력이 최악이야. 대표적으로 어린아이나 몸이 아픈 사람, 그리고 말 못 하는 동물들.”

가는 손가락이 대상을 하나하나 뽑을 때마다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는 서리가 내린 듯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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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했었지.”

만약 아이의 몸에 ‘낙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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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봐야겠어.”

올리비아가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크라이어를 향해 팔을 뻗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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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암살 사건, 아니지. 치정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하고.”

올리비아는 아이작이 들어오기 전 살피며 화를 벌컥 냈던 서류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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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을 처리할 겸. 그 아이도 살펴보고 와야겠네.”

 

***

일 처리 방향을 결정한 올리비아는 지체 없이 걸음을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크라이어에게 안겨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발뒤꿈치 상태로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녀가 턱 끝까지 깊숙이 눌러쓴 로브 후드를 다시 고정한 크라이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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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 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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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꼴로 변장하고 가봤자 똑같이 눈에 띄겠지.”

다 큰 여자가 남자에게 안겨 걸어 다니는 모습은 매일 지나가다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닐 테니까.

변장은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런 상태라면 변장을 해도 누구든 그들에게 시선을 둘 게 뻔했다.

그러면 요긴하게 이용하던 변장한 모습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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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길로만 다닐 수 있지?”

크라이어는 굳이 답하지 않고 한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슈악.

뺨을 스치며 귓가를 울리는 바람이 칼날끼리 비비는 듯한 소리가 날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는 크라이어의 품이 익숙해진 듯, 올리비아는 혀를 깨물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목에 감은 팔에 힘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작이 토해낸 주소지에 다다른 크라이어가 멈춰서자 올리비아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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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인 거 같아.”

그녀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크라이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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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인기척이 있다. 하나. 움직임이 크지 않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보니 어린 애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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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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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부수면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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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무 눈에 띌 텐데. 아이를 아예 데리고 가지 않는 이상 이미 아이작과 앙브흐의 방문으로 관심을 사고 있는 아이가 위험해질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문을 바라보던 올리비아가 미간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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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면 문짝만 새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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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 새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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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다녀간 모양…… 아.”

저 집에 다녀간 불청객이라고 하면 앙브흐와 아이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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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문은 새로 해줬네. 엄청나게 튼튼해 보이는 것으로.”

가볍게 혀를 찬 올리비아는 크라이어의 팔을 탁탁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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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부수지 않고 혼자서는 들어가서 아이를 확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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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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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러면 아이부터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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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을 확인하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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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남자애라지만 사정 설명도 없이 맨몸을 확인할 수는 없잖아.”

크라이어는 아이가 기절하는지도 모르게 기절시킨 후 확인하는 방법을 떠올리자마자 지워버렸다.

올리비아가 어린아이에게 행하는 폭력을 혐오한다고 했으니까.

그녀에게 환심을 사는 일이라면 모를까, 미움받을 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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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확인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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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뭔가 숨겨진 것이 있는지 찾아봐. 아이작이 살피긴 했겠지만, 그는 전혀 느끼지 못할 고대신과 관련된 것을 당신은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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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과 관련된 것이 특별히 다르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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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잖아. 나 내려줘. 지금 있는 곳에 웅크리고 있으면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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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거다. 금방 돌아오지.”

더 끌어 내릴 것도 없어 보이는 올리비아의 로브 후드를 조금 더 잡아 내린 크라이어는 그대로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슈가의 집 안으로 들어선 크라이어는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슈가는 어둠 속에서 둔중한 빛을 발하는 검붉은 눈동자를 발견하고 경기를 일으켰다.

아이가 비명은 고사하고 헉, 소리도 내지 못하고 굳어 있는 사이.

크라이어는 아주 느릿하게 제 입술에 검지 세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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