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60화 (260/265)

< 260 >

제시카의 임신 이야기에 동민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이 축구 국가대표 팀이 승리 할 때마다 살짝 정신을 놓고, 뜨거운 밤을 보내기는 했는데, 그때 월드컵 베이비가 생긴 것 같았다.

“오빠는 좋지 않아? 표정이 왜 그래?”

“생각지도 못 한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 당연히 좋지. 고마워 제시카.”

지금 실수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표정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려 얼굴을 보지 못 하도록 제시카를 안아주며 고맙다고 사랑한다 말했다.

다행히 제시카도 동민을 안아주며 체온을 나누었고, 동민은 인생의 전환점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순간 기지를 발휘한 동민이 무릎을 꿇더니 제시카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프러포즈 반지는 아직 준비 안 되었지만, 가장 좋은 것으로 만들어 줄게. 프러포즈도 멋있게 하지는 못 하지만, 결혼식은 최고로 멋있게 해 줄게. 제시카 나와 결혼해 주겠어?”

“응. 오빠. 계속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오빠랑 결혼을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 한 동민의 갑작스러운 프러포즈에도 제시카는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고, 로맨틱하게 고백을 하지는 못 했지만,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민은 한국을 떠나기 전 먼저 부모님에게 결혼 하겠다고 말하자, 아직은 제시카가 어리지 않나 며 살짝 걱정 하셨지만, 애기가 생겼다고 알려 드리자 기쁘지만 복잡한 표정을 지으셨다.

미래에는 미리 혼수를 했다며 좋아하게 되지만 아직은 유교국 대한민국에서 속도위반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행동 이었다.

그래도 할리우드에 자주 방문했던 부모님은 금방 기뻐하며 축하해 주셨다.

“임신 한지는 얼마나 된 거니? 아직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도 티가 나지 않는 구나.”

“월드컵 기간에 임신 한 것 같아요. 이제 한 달 조금 되었을 거예요.”

“초반에 특히 조심해야 한단다. 동민아. 앞으로는 제시카 고생시키면 안 되고 무조건 잘 보살피거라.”

“그건 그렇고, 결혼식을 어디서 할 거니? 배가 불러 오기전에 빨리 하는 게 좋지 않겠니?”

“한국이랑 미국 양쪽에서 하려고요. 미국에서만 하기에는 한국에 있는 분들이 불편할 것 같고, 한국에서만 하기에는 미국에 지인이 너무 많으니까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편하게 양쪽에서 한 번씩 결혼식을 하기로 했고, 아직 한국에 있으니 한국에서 먼저 결혼식을 빠르게 올리기로 했다.

“뭐라고요?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요? 제시카랑 결혼 할 것 같기는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에요?”

동민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에 닐이 당황했지만,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해해 주었다.

거기다 닐은 동민 때문에 한국을 자주 방문하다 한국 여성과 결혼을 했기에 국제결혼 선배로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한국 풍습이야 다니엘이 훨씬 더 잘 알겠지만, 서류 업무는 잘 모를 거예요. 생각보다 꽤 복잡하니까 내가 잘 아는 변호사를 추천해 줄게요. 그 사람이 알아서 서류를 다 정리해 줄 거예요.”

“고마워요. 미국에 돌아가서도 바로 결혼식을 할 거니까 그쪽 준비는 닐이 좀 도와주세요.”

미국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할지 알려주고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결혼식 준비를 했다.

미국에서는 동민이 서프라이즈 식으로 결혼식을 준비했지만, 한국에서는 제시카가 원하는 웨딩을 해주기로 했고, 그녀는 한옥에서 전통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한복도 잘 어울리던데, 한옥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좋겠구나. 괜찮은 장소를 빨리 알아 봐야겠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부모님이 앞장서 준비를 하셨고, 장충동에 있는 호텔의 한옥에서 야외 웨딩을 하기로 했다.

하객으로는 미국에 있던 제시카의 가족이 한국으로 찾아왔고, 아직도 한국에 남아있던 쿠안틴과 리버 피닉서가 신부 측 지인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삼촌네 가족도 동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탁소를 잠시 비우고 한국으로 찾아왔다.

동민의 지인으로는 몇 감독과 함께 일을 했던 스태프들, 친분이 있는 배우와 가수들이 찾아왔고,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운 하객은 부모님의 지인들이었다.

야외 결혼식장임에도 500명이 훌쩍 넘는 하객이 찾아왔고, 모두들 한복을 입든 동민과 제시카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아버지 지인이 정말 많으시네요.”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했으니 많지 않겠니? 정부랑 정치하는 사람들도 많이 왔구나.”

한국에서 꽤나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아빠에게 인사하기 위해 찾아온 하객이 정말 많이 있었고, 대통령 실에서도 화환이 날아와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전에 시합을 마치고 국민 영웅이 된 축구 선수들도 참석 하면서 또 다시 관심을 받았고, 결혼식 사회는 유지석이라는 아직은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이 맡아서 진행했다.

축가는 마이클 잭선이 불러주고 싶다고 했지만, 노래 한곡을 위해 한국까지 부르기가 미안해 미국에서 불러달라고 했고,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던 서대진이 직접 축가를 불러 주었다.

간단하게 하려고 했던 결혼식은 엄청난 하객들로 인해 메스컴의 관심까지 받게 되었고, 1억이 넘게 들어간 결혼식 비용의 몇 배를 회수 하면서 부모님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게 다 빚인데, 앞으로 주말에는 결혼식장만 찾아다녀야겠구나.”

“그래도 우리 아들 부부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니 기분이 좋네요.”

부모님은 만족해 하셨지만, 이날의 주인공인 동민은 녹초가 되어버렸고, 이런 결혼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제시카 역시 얼굴 근육을 잘 쓰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오빠 미국에서 하는 결혼식도 이렇게 힘든 건 아니지?”

“걱정하지마. 거기서 하는 결혼식은 우리가 편하고 하객들이 힘들어 하는 결혼식이 될 거야.”

“그건 정말 마음에 드네.”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친 동민 부부는 미국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고 동남아에 들러 잠시 휴식과 허니문을 즐기다 프랑스와 이태리에 있는 VIP들이 가는 고급 팬션에서 허니문을 즐기고는 미국으로 향했다.

“여기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거야?”

“보통은 힘들겠지만, 내가 부탁하면 들어줘야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이기도 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동민 부부는 며칠 뒤 다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식 장소는 동민과 제시카가 처음 만났던 영화 스튜디오에서 했다.

동민이 어릴 적 세탁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놀았던 추억이 담긴 장소기도 했고, 동민과 제시카가 처음 만나 지진으로 친해진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에는 동민과 친한 세트를 만드는 전문가들이 있기에 멋있는 웨딩 배경을 뚝딱뚝딱 만들어 주었고, 동민과 제시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결혼식을 구경하러 왔고, 넓은 영화 스튜디오에서 식이 치러졌기에 인원 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빠 저 사람들은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병사들 아니야?”

“아무래도 영화 스튜디오다 보니까, 영화 촬영을 하다가 온 사람들이 많아서 복장이 제각각 일거야.”

하객들의 복장이 아주 특이했는데, 별들의 전쟁 2편을 찍고 온 이들은 스톰 트루퍼와 제다이 옷을 입고 있었고, 다스베이더 옷을 입은 사람도 한명 있었다.

오스틴 파워스 촬영팀은 화려한 60~70년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왔고, 마피아 영화를 찍고 있던 이들은 옛날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를 촬영 중이던 리오는 여객기 기장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앤젤리나는 라라 크로프트의 복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이외에도 가락지의 제왕 멤버들은 영화에 나오는 판타지 복장을 입고 왔고, 토미 맥과이어는 스파이더 가이 쫄쫄이를 입고 나타났다.

한쪽에는 마불 코믹스 복장을 입은 이들이 모여있었고, 성용과 이염걸은 동양인 배우들과 함께 무술 도복을 입고 와 존재감을 뽐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마이클 잭선의 축가로 시작되어 엠싱크와 브리트니, 크리스티나의 축하무대로 이어졌고, 모든 장면은 웨즈 엔더슨이 카메라로 담아 웨딩 영상과 사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할리우드에서 성장한 동민은 할리우드 사람들과 축제 같은 결혼식을 즐기며 사람들에게 축하와 축복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동민이 5캐럿짜리 웨딩링을 제시카에게 끼워주며 식을 마무리했다.

결혼식이 끝나긴 했지만, 참석한 가수들이 축가를 돌아가며 불렀고, 사람들은 김밥과 육회, 김치 등 한국식으로 준비 된 뷔페를 즐기며 밤늦게까지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결혼 축하한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 거니?”

“신혼여행은 이미 다녀왔어요.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조금 쉬면서 밀린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자리를 오래 비우긴 한 것 같구나. 처음 봤을 때는 당돌한 꼬마아이였는데, 어느새 결혼을 하고 회사의 대표가 되었구나.”

동민과 오랫동안 친분을 가진 스필버그 감독이 감회에 젖은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며 축하해 주었고, 자신이 만들 드라마에 제시카를 캐스팅 하려고 했던 카메룬 제임스 감독은 축하를 해 주면서도 드라마 제작이 꼬이게 되었다며 궁시렁 거렸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 했던 지인들이 대부분 동민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던 성장하면서 에드워드 필통과 맥컬리 퀄컴도 동민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동민은 자신이 만들 영화에 고생하고 있는 배우들을 출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결혼식 피로연도 끝이 났다.

“오빠. 한국에서 했던 결혼식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긴 했는데,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편하더라.”

“우리는 편했는데, 식을 준비하고 진행한 닐이 반쪽이 되었더라. 나중에 따로 만나서 고맙다고 해야겠어.”

동민의 결혼 소식은 미국 영화계를 넘어 영국과 호주, 케나다, 뉴질랜드 등 그동안 함께 일을 해 왔던 이들에게 전해졌고, 한 동안은 축하 전화와 편지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 정도 결혼식이 마무리 되자, 한국에 다녀오느라 미루어두었던 업무를 처리하고, 제시카를 보살피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조금 정리가 되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찾아오자 제시카의 배가 조금씩 불러왔고, 금방 시간이 흘러 2003년이 되었다.

예비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동민은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며 업무와 가정을 돌보면서도 다음 작품 준비를 동시에 했다.

“오빠. 우리 아이가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

“출산일이 며칠 남았는데. 벌써? 병원에 가 보자.”

배가 남산 만해 진 제시카가 배가 아프다고 했고, 산부인과로 그녀를 데리고 간 동민은 분주하게 출산 준비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보고 긴장에 식은땀을 흘렸다.

제시카의 출산이 다가오자 미국으로 건너와 지내고 계시던 부모님도 병원으로 찾아오셨고, 제시카의 가족들도 병원으로 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분만실 문이 열리면서 의사가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건강한 왕자님이 태어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260 > 끝

ⓒ 돈많을한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