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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팀은 생각지도 못했던 월드컵 4강에 올라가긴 했지만, 이탈리아전과 스페인전 모두 연장전까지 뛰면서 이미 모든 체력을 소진한 상황이었다.
이미 이탈리아와의 16강에서 부터 경기 후 선수들이 대부분 구토를 할 정도로 지쳐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스페인 보다 더 격렬했던 스페인전을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갔으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주축 선수가 있기도 했고, 조 1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다른 나라 보다 휴식 기간이 짧은 것도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이 4강까지 올라가다니 정말 대단하긴 하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응원 오길 잘 한 것 같아. 이런 기분은 다시 느끼기 힘들 거야.”
“그래도 미국을 무찌른 독일과 시합을 하는 거니 한국도 더 올라가기는 힘들겠지?”
“이번에도 이기면 결승전이잖아.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지 않을까?”
이탈리아와의 시합에서도 극적으로 승리 했는데, 스페인 마저 승부차기로 이기면서 대한민국은 난리가 나 있었다.
이미 전국은 축제 분위기로 나라 전체가 들떠 있었고, 어딜 가든 월드컵 이야기만 나왔다.
거기에다 전생과 다른 점은 동민의 영향으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한국에 자주 오는 바람에 덩달아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의 숫자가 늘어나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안정하고 흥이 넘치는 한국에서 관광객들은 축제를 즐기며 한국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국 시합이 그렇게 재미있다며? 이번이 마지막 시합이 될 수도 있으니 놓칠 수 없지.”
동민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할리우드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들이 또 다시 지인들에게 한국에서의 경험을 자랑했고,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이 티켓을 구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에는 할리우드 출신의 배우들이 20명 이상 관람을 하게 되었고, 미국을 이긴 독일에게 복수를 해 달라며 한국 유니폼을 입고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했다.
준결승전은 서울 상암에 있는 월드컵구장에서 열렸고, 붉은색 옷을 입은 엄청난 인파 속에서 독일과 한국의 시합이 시작 되었다.
한국 대표팀은 젊은 공격수를 선발로 내 세우면서 빠른 공격으로 독일의 골문은 공략했는데, 장신의 독일 수비를 돌파 하는데 고생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패스를 연결해 기가 막힌 슛을 하더라도, 야신상과 월드컵 MVP를 석권한 우주 방어 올리버 칸을 넘어서지 못했다.
차둘이의 패스를 받은 이춘수가 그림 같은 기습 슛을 날렸는데, 올리버 칸이 귀신같이 반응해 골을 막으면서 2002 월드컵 슈퍼세이브 1위에 오르는 선방을 보여주었다.
한국 역시 아직 날씬한 수문장 이웅재가 여러 번의 슈퍼세이브를 보이면서 골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연이은 시합으로 체력이 바닥나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 막판에 발락을 놓쳤고, 그의 슛을 이웅재가 막았지만 튀어나오는 골을 다시 밀어 넣어 실점하고 말았다.
시합 막바지에 실점을 하자 대한민국은 더욱 공격에 집중했지만, 독일의 두터운 수비와 올리버 칸의 벽을 넘지 못했고, 0:1의 점수로 준결승전이 끝났다.
“지긴 했어도 준결승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아쉽긴 해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다르게 조금은 깔끔한 느낌이네요. 선수들이 많이 지쳐 보이기도 하고요.”
확실히 한국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보였고, 종종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지긴 했지만,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쓴 선수들에게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그렇게 대한민국 대표팀의 여정이 끝나는 듯 했지만, 아직 3, 4위전이 한 번 더 남아 있었다.
“동민씨, 국가 대표팀에서 초대를 했는데, 할리우드 배우 분들과 대표팀 대기실로 방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말요? 저야 좋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이동 하겠습니다.”
동민은 국가대표팀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이미 선수들과 친해져 있었고, 감독과 코치들고 차원이 다른 영상을 만들어준 동민을 좋아했다.
시합 중에도 동민이 원한다면 따로 만남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시합에 집중하기 원해 일부로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3, 4위전이 남긴 했지만 긴장을 내려놓은 대표팀에서 먼저 동민을 찾은 것이다.
“매번 유명 배우들을 초대 하셔서 선수들이 만나 보고 싶어 하더군요. 특히 이번에는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셔서 혹시나 하고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들 좋아하네요. 대부분 축구를 잘 모르긴 하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나 봐요.”
동민의 제안을 들은 배우들은 더 좋아했고,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겠다며 유니폼을 챙기기까지 했다.
“우와! 저 사람 톰 머시기 아니야?”
“톰 행스크! 포레스트 캄프에 나왔던 배우잖아.”
“줄리아나 로버트도 있네?”
“산다라 블록도 왔어!”
반 디젤과 조니 클루니, 멜 기브슨 같은 유명 배우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배우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도 캐머룬 디에즈와 나탈리에 포트먼이 가장 인기가 많았고, 해리센 포드와 부르스 윌리는 연령대가 조금 높은 코치와 관리직에게 인기가 많았다.
“다니엘 군. 조금 무리한 부탁인데 이렇게 들어줘서 고맙군.”
“감독님 덕분에 4강 신화를 경험 했는데, 이런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드려야죠. 배우들도 라커에 간다고 하니까 좋아 하더라고요.”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히딩크 감독과도 꽤 친해졌고, 한국에서는 영웅인 그도 할리우드 배우들 앞에서는 한 명의 팬으로 돌아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동민씨. 이렇게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줘서 정말 고맙군요.”
“황명보 선수도 주장으로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휴식 시간도 짧은데 연장전까지 계속 하느라 힘드셨죠?”
“정말이지 마지막에는 아무 생각이 안날 정도로 힘들더군요. 응원소리를 들으며 발은 때기는 했는데, 사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으로서 유럽의 쟁쟁한 선수들을 막느라 고생한 황명보 선수는 한 달 사이 얼굴이 살짝 늙은 것 같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면서 고생하긴 했지만, 주장이자 비교적 나이가 많은 황 선수는 정말로 방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터키와의 3, 4위전에서 시작하자마자 실수를 하게 되고 시합 시작 11초 만에 실점을 하고 만다.
지금까지는 동민이 경기에 간섭을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만 노력을 했지만, 터키전의 결과를 알고 있는 동민은 조금 욕심을 내어 미래를 바꿔 보기로 했다.
“제가 미국에 지인으로 들은 말인데, 터키에서 황명보 선수가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는 걸 노리고 집중적으로 괴롭힐 거라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예상은 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셨으면 해서 알려 드려요.”
“제가 상대방이라도 그렇게 할 것 같네요. 지친 건 사실이니까요. 다음 시합까지 최대한 휴식을 취해야겠네요.”
“너무 힘드시면 전반전은 쉬고 후반전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상대가 준비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신경은 쓰고 있겠습니다.”
황명보는 주장으로서 동민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가 터키가 자신을 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금방 할리우드 스타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주고받았다.
동민도 배우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기까지 힘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타이밍을 보고 히딩크와 코치진들에게도 터키 정보통을 통해 들었다며 기억하고 있는 터키의 전술을 알려 주었고, 두 골이나 넣게 되는 일한 만시즈 선수를 조심하라고 했다.
당연히 전문가인 감독과 코치진이 더 자세히 알고 있겠지만, 지금 동민이 대기실로 데리고 온 배우들만 보더라도 정보를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참고하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할 만큼 했어. 이후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독일과의 4강전이 끝나고 터키와의 3, 4위전이 금방 다가왔고, 생각 보다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에 남아 시합을 보러 갔다.
원래는 독일전만 보고 돌아가려 했지만,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심으로 응원이 하고 싶어졌고, 마지막 시합까지 보고 일본으로 갈 거라고 했다.
한국을 이긴 독일과 터키를 이긴 브라질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가는 것이었고, 그 전에 한국팀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번 시합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고, 한국의 애국가가 흘러 나올 때는 대형 태극기가 관중석에서 펼쳐졌다.
다음으로 터키 국가는 터키의 스타 가수 겸 마스코트 타르칸의 독창이 이어졌는데, 태극기보다 더 큰 터키 국기가 펼쳐지면서 터키 선수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형제의 나라라는 이유와 부담감이 덜 한 3, 4위전이기에 한국 관중들은 터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었고, 이 장면을 본토에서 목격한 터키인들은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한국의 이미지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그렇게 3, 4위전이 시작 되었고, 동민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황명보 선수가 선발로 출전했고, 전생과 똑 같이 공을 받은 유성철 선수가 터키 공격수 두 명과 가까이 있는 황명보에게 공을 패스했다.
역시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황명보는 공을 돌리다 실수를 했고,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터키 공격수 두 명이 압박을 가하며 공을 빼었다.
하지만, 동민의 충고를 들어서 인지 황명보의 두 눈에서 불꽃이 피었고, 냅다 백태클을 걸어 다시 공을 뺏어왔다.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카드가 나오지는 않았고, 좋은 위치에서 터키가 프리킥을 차게 되었다.
다행이 수문장 이웅재가 프리킥을 잘 막았고, 전생과는 다르게 초반부터 실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후로도 비슷하게 전개되었는데, 체력적으로 방전된 수비의 틈을 노린 일한 만시즈가 전반 13분에 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이 공격을 주고하고 있었지만, 터키의 날카로운 공격을 확인한 벤치에서 원래 보다 더 빠른 전반 20분에 치즈 한 장을 받고 지쳐 보이는 황명보를 김태용으로 교체했고,
한국의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공격은 원래 한국의 득점과 동일하게 전반 9분 이을영이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추가 시간에 송정국의 킥을 차둘이가 엉덩이로 굴절 시키면서 막판 득점에 성공했고, 그대로 시합이 끝이 났다.
원래는 2대3으로 패배하는 경기를 2대1로 승리했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터키 선수들과 포옹을 하면서 좋은 시합을 해 준 것에 감사 인사를 했다.
마지막에는 서로 손을 잡고 세레모니를 펼쳤고, 그렇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대한민국이 3위를 기록하고, 독일이 준우승, 브라질이 우승을 하면서 막을 내렸다.
‘전생에도 2002년의 경험은 두 번 다시 못 할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더 대단한 경험을 했네.’
전생에는 일반인이었기에 경기장은커녕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응원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VIP 좌석에서 유명인들과 함께 응원을 했고, 심지어 선수들까지 만났기에 최고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족하며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끝까지 남아 동민과 함께 응원을 했던 제시카가 불안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오빠. 나 임신 한 것 같아.”
< 25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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