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57화 (257/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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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그동안 쌓아온 할리우드 인맥으로 홍보를 하고 싶었지만,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미국에 홍보를 해 보았자 효과가 없는 걸 알고 있기에, 축구에 관심이 많은 나라의 배우를 한국으로 초대했다.

“예전에 뱀파이어 영화 촬영했을 땐 초대 안 하더니 이제야 한국을 방문해 보네.”

“그때는 안토니 반데라스씨가 바빴잖아요. 그래도 이제는 완전히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으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동민이 뱀파이어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영화에 함께 등장했던 안토니 반데라스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배우로 남미 출신으로 가끔 오해를 받긴 하지만, 스페인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였다.

그는 스페인 출신답게 당연히 축구를 좋아했고, 동민의 월드컵 홍보 프로그램을 듣고 관심을 보였다.

안토니 반데라스 외에 몇 명의 배우가 추가로 합류 했는데,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온 휴이 그랜트와 이안 맥그리거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장 레노였다.

이들은 월드컵 경기장이 건설되고 있는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한국과 지역 안내를 했고, 다양한 한국 경험을 하면서 재미와 정보전달을 동시에 했다.

각 나라에서 방송국 촬영팀이 함께 와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한국 사전답사 프로그램은 한국에 방문하고 싶지만, 정보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로 만들어졌고, 중간 중간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추가 되었다.

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 중 몇 가지는 반반치킨을 시켜놓고 맥주와 함께 먹는 것과 시골 슈퍼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세참에 소주를 나눠 마신 경험을 좋아했다.

“한국은 묘한 매력이 있는 나라네요. 작은 나라인데 지역마다 특색도 다르고, 도시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시골은 정말 마음이 따뜻하네요.”

아직은 서울로 집중화가 덜 된 상황에다 지방의 특산물이 유통이 덜 되는 시기라 동민도 이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먹은 해산물과 흑돼지 구이는 잊을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모두들 일하러 왔다가 놀고가는 기분이라며 즐겁게 한국 체험을 마치고 돌아갔고, 각국의 유명 배우들이 촬영한 한국 소개 영상은 그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국에 찾아가보고 싶은 외국인의 숫자를 늘려 나갔다.

하지만, 동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는 일본에 방문해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 많았고, 어느 정도 경기장 티켓을 판매하고, 호텔과 비행기 예약을 성사시켰다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오! 월드컵이라고 하더니 열기가 대단한걸? 솔직히 축구에는 관심 없었는데, 사람 구경만 해도 재미있겠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도 오고 좋네, 우리 스케줄 변경하느라 다니엘이 고생 꽤나 했겠어.”

“너희들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지불한 위약금만 해도 저예산 영화를 하나 찍을 수 있을 정도야.”

시간이 빠르게 흘러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인 5월 말이 찾아왔고, 특별히 초대한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스파이더 가이의 주인공 토미 멕과이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앤젤리나 졸리와 드류 베리무어가 오랜만에 다 함께 한국에 찾아왔다.

동민은 축구에 관심 없는 친구들에게 붉은 악마 옷을 입혔고, 강제로 한국 응원을 시켰다.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친구들이 월드컵 개막 행사에 참여하자 큰 관심을 받았고, 그들의 모습은 매스컴을 통해 한국과 미국 이외에도 월드컵을 보고 있는 나라에는 모두 노출되었다.

“크리스티나랑 브리트니의 듀엣 무대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네?”

월드컵 주제가를 부른 두 가수는 개막식에 참석해 노래를 불렀고, 월드컵 개막행사는 아주 화려하게 진행 되었다.

폐막식과 결승전은 일본에서 진행되기에 특별히 개막식에 신경을 더 썼고, 노력한 결과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뮤직비디오 만들 때 안무는 오빠가 고쳐줬다면서? 춤은 언제 공부 한 거야?”

“대부분은 준비해 온 안무로 했고, 내가 딱 두 군데만 조금 수정한 거야. 그렇게 많이 건들이지는 않았어.”

당연히 제시카도 함께 와 있었고, 개막식에서 브리트니와 크리스티나의 무대 퍼포먼스를 보며 언제 안무 준비를 했는지 궁금해 했다.

“몸치 같은데,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더라고. 원래 무술 배운 사람들이 춤 잘 못 추는 거 알지? 다니엘을 보면 자신은 잘 못 하면서 남 지적하는 건 아주 잘 하는 것 같아.”

한국에 자주 방문했던 쿠안틴 역시도 월드컵 기간 동안 통으로 한국에 머물기로 했고, 동민 일행 옆에서 함께 개막식을 보았다.

개막식이 끝나고 며칠 뒤 D 조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은 폴란드와 첫 번째 조별리그를 치렀고, 2:0으로 승리하면서 좋은 시작을 알렸다.

“응원 열기가 장난이 아니네?”

“미식축구 응원도 열광적이라고 생각 했는데, 축구는 급이 다르구나?”

“골이 잘 안들어가긴 하는데, 그래서 인지 득점 할 때마다 쾌감이 장난이 아닌걸?”

모두들 폴란드전은 재미있게 관람 했지만, 2차전인 미국과의 시합에는 동민을 배신하고 미국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내가 그렇게 한국 유니폼을 입으라고 했는데, 너무한거 아냐?”

“우리가 일반인도 아니고, 매스컴에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찍어가는 줄 몰라서 그래?”

“매니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 미국이랑 한국이 시합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오늘만 봐주라.”

모드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다 할리우드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들의 말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고, 동민은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었다.

그래도 제시카는 붉은색의 한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붉은 두건까지 쓰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기 할까?”

“그래 천 달러씩 모아서 미국이 이기면 우리가 가지는 거로 하고, 한국이 이기면 다니엘에게 주는 거로 하자.”

“제시카는 어떻게 할 거야? 한국 편 할 거지?”

“음.. 어느 쪽 편을 들 수도 없겠네요. 그냥 무승부로 할 게요.”

무승부를 고른다는 말에 다들 투덜거렸지만, 혹시 무승부가 되면 내기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제시카는 무승부에 거는 것으로 했다.

시합이 시작되자 전반 24분에 클린트가 선제골을 넣었고, 이후로 한국이 계속 골문을 두드렸지만,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벌써 75분이 지났네? 조금만 더 있으면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나겠군.”

“축구에서 75분이면 3골은 더 나올 수 있는 시간이야. 장담하지 말라고.”

평소 동민을 놀릴 기회가 없던 친구들은 열심히 괴롭히고 있었다.

후반 78분 안정한이 동점골을 넣자 동민이 제시카를 안으며 폴짝폴짝 뛰었고, 친구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저 세래모니는 무슨 뜻이야?”

“피겨스케이팅 따라 하는 것 같은데, 지난겨울에 미국 오심 판정 세레모니 하는 것 같아.”

한국 대표님은 미국 대표팀 앞에서 오노의 오심 세레모니를 펼쳤고, 단숨에 경기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기다 동점이 되면 초조해지는 반면 지다가 동점골을 넣으면 불타오르기에 한국 대표팀과 응원단이 불타올랐고, 남은 10여분 동안 맹공을 퍼 부었다.

하지만, 미국의 단단한 수비를 쉽게 뚫을 수 없었고 1:1 무승부로 시합이 끝났다.

“제시카가 이겼네? 오늘 저녁은 제시카가 사는 거로 하자.”

“저번에 폴란드랑 시합 했을 때는 사람 엄청 많았는데, 오늘도 많겠지?”

“사람들이 조금 흥분하긴 했지만, 딱히 위험하지는 않았으니 괜찮을 거야?”

“난 오히려 더 재미있던데?”

한국 시합이 있는 날이면 한국은 축제의 도가니가 펼쳐졌고, 처음에는 광란의 인파를 보고 무서워하던 친구들은 금방 적응해 시민들과 함께 승리를 즐겼다.

동민과 제시카를 제외하고는 미국 유니폼을 입고 있긴 했지만, 다행인지 무승부로 끝이나 다 같이 맥주를 들이키며 광란의 밤을 보냈다.

한국과 미국의 경기는 대구에서 열렸기에 대구 치킨 골목에서 치맥으로 달렸고, 늦음 밤이 되어서야 경호원들이 운전하는 밴을 타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더 있고 싶은데, 아쉽네.”

“그래도 미국전까지는 봤으니까 이제 돌아가야지.”

“다음 상대가 포르투갈이라고 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한 것 같은데, 한국이 승리하길 미국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동민의 친구들은 모든 경기를 지켜 볼 만큼 스케줄을 뺄 수가 없었고, 이제는 할리우드로 돌아가 다시 일을 해야만 했다.

끝까지 같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홍보는 확실히 해 주었고, 월드컵이 끝나고 할리우드에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그나마 스케줄이 비교적 널널한 제시카는 계속 같이 있기로 했고, 한동안 연출을 하고 있지 않은 쿠안틴도 결승전까지 보고 갈 거라고 했다.

친구들을 보내고 부모님 집으로 가자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랑 동생은 남미에서 자라서 축구 좋아한다고 했잖아. 우리를 초대하지 않다니 섭섭한걸?”

“식당일로 바쁜 줄 알았죠. 조니는 어떻게 온 거예요? 스케줄 바쁘지 않았어요?”

“한국이랑 미국이 시합하는 걸 보는데, 너랑 꼬맹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더라고. 그래서 리버에게 연락했더니 한국에 간다고 해서 같이 왔지.”

부모님 집에는 이미 여러 번 왔었던 리버 피닉서와 동생인 호아킨, 그리고 조니 데브가 와 있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는데, 리버 피닉서의 절친인 카이누 리부스도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잘생긴 친구들로 집이 환해 졌구나. 재미있게 지내다 가렴.”

엄마는 집안에 득실거리는 미남들로 인해 기분이 좋아 보이셨고, 그들과 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셨다.

아빠는 리버 피닉서와 친하기도 하고, 할리우드 배우에 적응 하셨는지 그들의 편의를 봐 주며 한국에서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 주셨다.

“포르투갈이랑 시합 결과로 16강 진출이 확정 된다면서? 피구도 있고 포르투갈 멤버가 강력하던데, 괜찮겠어?”

“홈 어드벤테이지가 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그래도 이겨서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확실히 포르투갈이 한국보다 강하긴 하지만, 동민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고, 경기가 끝나고 어디서 축하파티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인천에서 시합이 치러졌고, 포르투갈은 폴란드에게는 이겼지만, 미국에 지는 바람에 이번 시합에 이겨야 16강 진출이 확정 되었기에 초반부터 거칠게 플레이했다.

한국 역시도 옐로카드를 받으며 거칠게 시합을 했는데, 전반 26분 포르투갈의 중앙 미드필더인 주앙 판투가 박지송을 뒤에서 선수 은퇴 시킬 정도로 깊은 태클을 걸었다.

아예 발을 뒤에서 감은 채 넘어트렸고,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자 히딩크 감독이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며 항의를 했다.

다행히 심판이 이 장면을 똑똑히 보았고, 다이렉트 레드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한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레드카드에 정신이 나간 판투가 심판 복부에 주먹을 날리는 장면도 카메라에 나왔고, 경기장 위의 분위기가 험악했지만, 한국에게 아주 유리해졌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르투갈은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고, 전반전은 양 팀 모두 골 없이 끝났다.

후반 66분 또 다른 돌발 상황이 발생했는데, 수비수 베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버린 것이다.

결국 11명 대 9명의 시합이 펼쳐졌고, 위험한 태클을 당했던 박지송이 멋진 트레핑 이후 논스톱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문을 가르며 드디어 득점에 성공했다.

박지송을 놓친 벤투가 허탈한 표정을 했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고, 박지송은 단번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 25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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