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56화 (256/265)

< 256 >

동민이 한국으로 가기 위해 분주히 준비를 하자 닐이 찾아와 잔소리를 했다.

“한창 바쁜 시기에 꼭 한국에 가야겠어요? 다니엘도 이제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라고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일만 했는데 또 잔소리에요? 이번 일을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싸커 게임을 보기 위해 반년이나 자리를 비우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올림픽도 아니고 싸커 경기를 한 달이나 하는 게 말이 돼요?”

“싸커가 아니라 풋볼이라니까요.”

“풋볼은 미식축구를 말하는 거고 영국에서 발로 하는 공놀이는 싸커가 맞아요.”

“하여간 미국인들은 무식하다니까.”

미국에 살고 있는 동민은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미국인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국가 대표팀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미국을 뺀 유럽과 남아메리카에 홍보를 해야겠다 생각 했고,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이번 한국행으로 회사 자금을 엄청나게 쓴다는 건 잊지 말아요.”

“이번에 훨씬 더 많이 벌었잖아요. 쓰지는 않고 벌기만 하면 세금 많이 내야하는 거 몰라요?”

“그래도 영화랑 관련 없는데 쓰니까 그렇죠. 하여간 이번에 다녀오면 한동안은 묶어 놓고 일만 시킬 거예요.”

왠지 대표와 직원이 바뀐 것 같은 대화를 마친 동민은 준비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해 부모님 댁에 머물면서 2002 한일 월드컵 관련 담당자들과 미팅을 가졌고, 이미 만들어서 홍보중인 한일 월드컵 영상을 보았다.

처음에는 한국 국기가 나왔고, 일장기로 변하더니 축구공으로 바뀌어 배우들이 축구를 하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정말 촌스러웠다.

아무리 2002년이라고 하지만, 다큐멘터리에나 나올만한 홍보 영상이었고, 동민은 이대로 내버려 두면 큰일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조사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정식 타이틀은 한국 일본 월드컵으로 정해져 한국이 앞에 나오긴 했지만, 2002년 한국의 브랜드는 일본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은근 한일 월드컵이 아니라 일본 월드컵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았고, 일본에는 경기를 보러 가고 싶지만, 한국은 딱히 찾아가고 싶지 않아하는 관중이 대부분 이었다.

한국 관광공사에서도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민하고 있었지만, K-Pop이나 한류가 시작되지 않은 2002년에 한국은 외국인에게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나라였다.

‘지금 당장 한국을 알려서 사람들을 오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이용해 한국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

애국자 동민은 월드컵을 기회삼아 한국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로 했고, 어떻게 하면 한국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한국 축구 협회와 월드컵 진행 위원회, 정부 관계자들과 미팅을 마친 동민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붉은악마를 출연시키는 한국 홍보 영상을 만들기로 했고,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관계로 빠르게 스케줄을 잡았다.

아무래도 공무원들과 일하다 보니 허례허식이 있어 불편하긴 했지만, 동민이 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한다는 것과 이전에 만든 축구 영화의 영상미가 워낙 뛰어나 높은 호감을 사고 있었기에 대부분 동민의 요청을 따라 주었다.

“아무리 월드컵 이전에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으니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홍보 효과를 올릴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나 해외에서 유명한 게 있다면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유럽과 남미에서의 한국 인지도는 아주 낮은 편이라 효과를 보기 힘들 겁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동민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건 저희도 의견을 내었지만, 피파에서 단독으로 진행을 하더군요. 일본화 함께 불만을 표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변경이 가능 할 까요?”

“아무리 피파라고 하더라도 아나스타시아와 인지도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들도 월드컵 홍보가 잘 되면 좋을 테니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고 해도 과연 그 사람들을 섭외할 수 있을까요?”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니 직접 연락 해 보겠습니다.”

동민이 지인에게 연락을 하는 동안 월드컵 위원들은 일본과 피파측과 협의에 들어갔다.

“여보세요? 마이클?”

“다니엘. 무슨 일이야? 지금은 어디에 있어?”

“월드컵 준비 하느라 한국에 와 있어요. 부탁할 게 있어서 연락했는데···.”

동민은 마이클 잭선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했고, 그가 어렵지 않다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와 통화를 마친 동민은 요즘 잘나가고 있는 미국의 대표 음반 기획사 두 곳에 전화를 했고, 그 곳에서 계약을 맺고 활동 중링 가수들과도 통화했다.

“직접 이야기 해 봤는데, 거기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 지금도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홍보하기에 좋다고 생각 했나봐. 리키 마르틴이 월드컵 주제가로 인기를 얻은 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고마워요. 다음에 꼭 보답 할게요.”

“그럼 다음 뮤직비디오는 네가 만들어 줘. 약속 한 거다.”

마이클 잭선의 도움을 받은 동민은 그의 다음 뮤직비디오를 찍어주기로 약속했다.

며칠 뒤 기나긴 공사를 끝으로 작년에 개장한 인천국제공항에 두 소녀가 도착했다.

“공항이 완전히 달라졌는걸? 저번에 왔을때랑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어서와. 요청을 받아줘서 고마워. 한국은 빨리빨리 변하는 편이라 그동안 꽤 많이 달라졌을 거야.”

동민이 비밀리에 마중을 나간 두 사람은 요즘 가장 잘나가고 있는 슈퍼스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와 브리트니 스피어였다.

마이클 잭선에게 뒷공작을 시켰고, 동민이 직접 추진해 두 가수의 듀엣으로 월드컵 주제가를 만들기로 했고, 피파 측에서도 원래 주제가를 부르기로 한 아나스타시아 보다 두 가수가 월등히 인지도가 높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다만 비용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다행히 브리트나와 크리스티나는 원래 아나스타시아가 받기로 한 출연료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 주제가는 본격적인 활동이라기보다는 잠깐의 일탈로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오랜만에 한국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거기에다 뮤직비디오를 다니엘이 직접 만들어 준다면서?”

동민은 두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고, 예상대로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곡은 준비 되었어? 빨리 만들어 준다고는 하던데, 아직 못 들어봐서.”

“회사에 실력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뚝딱뚝딱 만들어 주더라고. 여러 곡이 있었는데, 우리 둘이 같이 불렀을 때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골라봤어.”

“네 부탁대로 중간에 한국어랑 일본어 가사도 조금 들어가.”

작곡가들이 거절했지만, 동민의 강력한 요청으로 영어로 만들어진 월드컵 주제가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아주 조금 들어가게 되었다.

노래는 동민의 우려와 다르게 월드컵 응원가로 아주 잘 어울리는 명곡이었고, 동민이 생각하고 있던 뮤직비디오 컨셉과도 맞아 떨어졌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만큼 듀엣으로 구성했고, 브리트니가 한복과 한국 유니폼을 입고 나왔고, 일본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아는 크리스티나는 기모노와 일본 유니품을 입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미리 웬만한 준비를 마쳐 놓았기에 뮤직비디오 촬영은 일주일 안에 끝이 났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지만, 일본에서도 촬영을 해야 했고 양국의 국가대표 선수들도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영화감독이라고 들었는데, 뮤직비디오를 왜 이렇게 잘 만드는 거야? 미국에서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들이랑 같이 작업 했었는데, 다니엘이 만든 게 더 세련된 것 같아.”

“그리고 안무는 어떻게 알고 있어? 딱히 춤을 잘 추지는 않는데, 좋은 동작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미래에는 한국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고, 퀼리티 역시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영화 리뷰를 하면서 종종 뮤직비디오 리뷰도 했었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그룹을 리뷰할 때면 조회수가 터져 열심히 분석 했었다.

그때 배운 스타일과 멋있는 안무를 이번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활용하다 보니 20년 뒤에나 완성될 수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거야 가수가 워낙 뛰어나니 그렇지.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네. 작업은 다 끝났는데, 이제는 어떻게 할 거야?”

“한국에 더 있고 싶은데,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야지. 개막식에 노래를 불러야 하니 그때 다시 돌아올게.”

두 사람은 동민과의 작업에 아주 만족했고,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도 좋아했다.

숙소도 아빠가 구입한 유명 배우들을 위한 곳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을 내어 주었지만, 예전처럼 동민의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때를 써 동민이 조금 고생을 했다.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시는 걸 보니 뿌듯했고, 중간에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동대문도 함께 다녀왔다.

크리스티나와 브리트니가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 사이 뮤직비디오 편집을 마친 동민이 빠르게 영상을 발표했다.

라이벌로 알려진 인기 초절정의 두 가수가 듀엣곡을 발표했다는 이야기에 영상은 금방 전파되었고, 배경으로 나오는 한국과 일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공평하게 한국과 일본이 반반씩 나오게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지만, 일본은 이미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나라였고, 생소한 풍경의 한국에 호기심이 생겼다.

“동민씨. 뮤직비디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경기 티켓 판매가 늘어나고, 비행기 예매도 증가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홍보영상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은 틀어주는 곳이 별로 없어 걱정했는데, 뮤직비디오는 알아서 틀어주니 약발이 먹히나보네요.”

미래에도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배경을 직접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찾아오는 팬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번 한일 월드컵 뮤직비디오 역시 가보고 싶은 한국의 랜드마크를 위주로 촬영해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비인기 국가의 시합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인 관객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 직접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찾아오는 숫자가 늘어나 경기장을 짖느라 투입한 예산을 조금 이나마 더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경기야 표를 못 구해서 난리지만, 비인기 국가의 시합은 관중석이 비어있기도 했지.’

뮤직비디오로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동민은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홍보를 하고 싶었고, 자신의 할리우드 영향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한국은 처음이죠?”

< 25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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