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55화 (255/265)

< 255 >

동민의 집에는 삼촌 가족과, 제시카, 닐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테러 사건의 뉴스가 계속 나오면서 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전 누군가에 의해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주인공이 동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동민은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동안 충전이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핸드폰을 꺼 놓았고, 함께 이동한 사람들도 미국 횡단을 하다 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이 많아 아예 전화기를 꺼 놓고 급한 상황에 가족에게만 공중전화를 쓰도록 지시했었다.

눈앞에서 비행기가 건물을 들이박는 장면은 목격한 동민은 겉으론 괜찮은 척 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충격을 받았고 자신이 역사적 사건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더해져 잠시 외면하기 위해 이동을 핑계로 반 강제적 격리를 했던 것이다.

닐에게도 출발 전에 어떤 경로를 통해 갈 것이고 열흘 정도 걸릴 거라는 걸 알려준 것 말고는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제시카가 걱정할 것 같아 공중전화로 가끔 전화하긴 했지만, 그녀는 동민을 걱정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NSA라는 곳에서 다니엘을 찾았는데, FBI에서는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고, 다음에는 CIA도 찾아 왔어요.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중동의 테러 단체가 저지른 일이라는데, 다니엘이 그들과 연관될 가능성은 전혀 없잖아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건물 관리 책임자인 더글라스씨가 전부 목격했는데, 그 사람은 무사하데요?”

“나야 그건 모르죠. 일단 다니엘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동민은 잠시 후에 연락을 하겠다고 했고, 동민을 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자신은 무사하며 뉴욕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해 주었다.

동민이 스프링클러를 터트린 일과 밖으로 끌려 나가던 중 비행기가 충돌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말에 모두들 충격을 받았고, 몇몇은 뉴스에 나오는 영상에서 동민이 더글라스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도 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촬영 중이었던 카메라 팀은 영화 카메라와 필름으로 현장은 찍고 있었기에 고화질의 영상을 확보 할 수 있었고, 전생과 달리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듣고 호텔에서는 뉴스를 확인했는데, 사망자가 있긴 했지만, 전생에 비하면 그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그래.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으니 잘한 거야.’

원래는 3,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동민의 개입으로 천명이 조금 안 되는 인명 피해로 줄어 들었다.

미리 대피를 시켰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인명이 손실된 데는 항공기에 탑승한 인원이 260명과 펜타곤에서 사망한 125명을 더한 숫자로,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사망하는 2,606명 중 2,000명 이상을 동민이 구한 것이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다니엘 킴씨 되십니까? CIA에서 나온 멀더 요원 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시겠습니까?”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동민이 집에 도착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CIA에서 요원이 나타났다.

동민이 CIA 요원의 차에 타려고 하는데, FBI와 NSA에서도 차가 몰려와 서로 동민을 데리고 가겠다며 서로 날을 세우며 싸우기 시작했다.

“저도 시간 여유가 많은 건 아니니 그냥 저희 집에서 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요? 혹시 안 좋은 이야기 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그 당시 상황을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해야하는 부분이 있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공간이 자택에 있으실까요?”

약 20명가량 되는 요원들을 집 지하에 있는 영화관으로 안내했고, 요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동요되지 않은 척 하면서도 힐끔힐끔 집을 구경했다.

“먼저 갑작스럽게 찾아오게 되어 죄송합니다. 워낙 긴급한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미리 조사를 해 보았는데, 다니엘 킴 씨는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정이 났으나 아무리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절묘한 상황이라 직접 확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그날 동민과 미팅을 했던 더글라스는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했는데, 사람들을 대피 시킨 후 건물을 빠져 나가다가 낙진과 파편에 맞아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일주일 만에 정신을 차렸다고 알려 주었다.

그의 증언에 따라 동민이 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전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사람들이 대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인명 피해를 줄이기는 했지만, 혹시나 테러와 연관이 있는지 확인 차 방문한 것이었다.

동민은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알려 주었고, 열이 나지 않는 불꽃은 실제로 비슷한 약품이 존재했고, 촬영 스태프에게 소개 받았다고 이야기 했다.

약 두 사람 이상을 건너 받은 것으로 미리 준비를 해 두었고, 약품을 만드는 공장 역시 이미 문을 닫은 상황이라 더 이상 자세히 조사하는 게 힘들었다.

거기다 동민이 불을 질러 테러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자신 역시 당일 건물에 있었던 데다가, 어쩌다 보니 스프링클러를 작동 시켜 사람들을 구했기에 오히려 감사인사를 받아야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니엘 씨의 무죄는 입증 되었고, 오히려 미국 정부를 대변해 감사드립니다.”

무서운 옷을 입고 우르르 나타난 요원들은 한명씩 동민에게 악수를 하면서 감사 인사를 했고, 아마 정부에서 조만간 따로 연락이 올 거라고 알려 주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서 건물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비행기 충돌 직전에 화제경보기가 울려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는 증언을 했고, 정신을 차린 더글라스의 이야기를 들은 정부에서 동민이 사고를 친 것을 확인 했지만, 상황 통제와 동민의 신변 보호를 위해 대중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아직 테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국에 동민이 그들의 범행을 망쳤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거라 파악한 정부에서 진상을 파악하고는 보호인물로 동민을 등록했다.

“다니엘 씨 백악관에서 특별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아쉽게도 보안 관계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달해 드리지 못 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사고를 쳤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인명을 구하게 되여 얼떨떨하네요. 부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미국 백악관으로 부터 특별 훈장을 받은 동민은 오히려 피해자와 복구에 힘쓰는 이들에게 사용해 달라며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렇게 9월 11일에 발생한 테러로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방 연말이 다가왔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가락지의 제왕과 핸리 포터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핸리 포터가 먼저 11월 중순에 개봉 했는데, 미국에서만 3억 달러 이상의 극장매출을 기록했고, 세계적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티켓 판매를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다음으로 한 달 뒤 12월 중순에 3년가량을 준비해 온 가락지의 제왕 1편 가락지 원정대가 그 여정의 막을 올렸고, 핸리 포터 보다는 저조하지만, 8억 7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돌키니스트의 건재함을 알렸다.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같이 개봉 하면서 두 배로 바빠진 동민은 정신없는 연말과 연초를 보냈다.

“다니엘이 조금 과하게 준비한다고 생각 했는데, 그럴만 했네요. 원작들이 워낙 유명해서 어느 정도 기대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어요.”

“쏟아 부은 제작비가 얼만데, 결과가 잘 나와야죠. 그리고 이번에 과하게 준비를 했으니 후속편부터는 제작비가 훨씬 적게 들어갈 거예요.”

“그리고 테마 파크에서도 수입이 들어오겠죠.”

동민이 신경을 많이 쓴 만큼 두 영화는 전생보다 더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졌고, 딱 그만큼 더 좋은 반응이 나왔다.

영화가 대박이 나면서 테마 파크에 관한 기사와 광고가 이어져 나왔고, 벌써 부터 뉴질랜드와 영국으로 출발한 사람이 생겨날 정도였다.

동민이 KC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제작한 두 영화가 큰 성공을 이루자 다음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스파이더 가이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고, 계속해서 성장해 갈 마불 코믹스의 작품들을 조금씩 준비했다.

“동민아. 잘 지내고 있지? 너희 회사에서 만든 영화가 한국에서도 반응이 뜨겁구나.”

“미국은 극장에서 막을 내려서 조금 정리가 되었는데, 해외는 아직 상영중이라 신경 쓸게 많긴 하네요. 아빠도 별일 없으시죠?”

오랜만에 아빠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고,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다가 한국에서 동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저번에 네가 만든 영화를 보고 연락이 왔단다.”

“예전에도 영화를 보고 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월드컵 준비 위원회에서 직접 연락이 왔더구나. 알아보니 정부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 너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연락했단다.”

여름에 한국과 일본에서 개최하는 월드컵 홍보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영화 ‘두개의 심장’에서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 동민을 찾는다고 했다.

방송국에서 최고의 실력파들이 모여 홍보 영상을 만들었지만, 벌써 2년 전에 동민이 만들었던 영화보다 못한 결과물에 결국 정부에서 다시 동민을 찾고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아 급한 상황이라고 알려 주셨다.

“그쪽에서 급한 스케줄이 없다면 한국으로 와 홍보영상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니? 요즘 월드컵을 준비 중인데, 열기가 뜨겁구나. 아무래도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 연락해 봤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긴 한데, 아빠가 그렇게 말씀 하시니 가는 쪽으로 고려해 볼게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살짝 튕기긴 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들을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민은 이미 흥분하기 시작했다.

홈 어드벤테이지가 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는데다가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는 이번 월드컵을 따로 초대하지 않더라도 모든 티켓을 구해 직관할 생각 이었다.

“그럼 정부에는 긍정적으로 고려이고,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고 하마.”

“그 정도로만 이야기 해 주시면 될 것 같네요. 그쪽 스케줄 알려 주시면 여기 스케줄이랑 확인해 보고 변경하던지 해 볼게요.”

스케줄을 확인한다고 했지만, 이미 한일 월드컵 기간 동안 모든 스케줄을 비워 두었었다.

이렇게 된 거 한국 축구 경기장의 카메라도 업그레이드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으로 가기 전에 미국에서 특수 장비를 챙겨 가기로 했다.

이전에 처음 영화를 찍을 때 보다 동민의 실력도 향상되어 있었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 역시 더 발전되었다.

저번에는 스포츠 브랜드에서 사용했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축구 게임 오프닝과 광고에 사용되는 더욱 화려한 기법으로 홍보 영상을 만들 생각 이었다.

“한일 월드컵이니 홍보 영상부터 일본의 기를 죽여 놓아야지.”

< 25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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