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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함께 만들어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영화는 미국에서 10대 후반에 희대의 사기꾼이자 수표 위조범으로 활동한 프랭크 윌림엄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이었다.
리오나르도는 사기꾼이 되어 도망치는 역을 맡았고, 톰 행스크는 FBI 요원으로 그를 잡으러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제목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 두 명과 스타 감독이 만남으로서 이미 주목을 받고 있긴 했지만, 내용 역시 상당히 재미있고, 조금은 교훈도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표로 사기를 쳐 현금을 인출하던 주인공은 조금씩 직업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뛰어난 연기 실력으로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존 인물이 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영화적 각색을 함으로서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프랭크는 영화 마지막에 디케프리오를 체포하는 형사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다니엘의 영화가 사기 캐릭터라고 생각 했는데, 여기 더 사기적인 인간이 있었네요.”
“사람들이 꿈꾸는 전문직을 사칭할 정도면 머리가 여간 뛰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할 것 같은데, 사기꾼은 대부분 천재라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머리는 좋겠지만, 그 머리를 쓰는 방향이 나쁜 쪽이라 교훈적이지 못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스필버그 감독님이시니 알아서 잘 만드시겠죠?”
남자의 로망을 실현하고 사는 사기꾼 이야기를 다룬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는 5,200만 달러로 제작되어 3억 5,2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한다.
극장에서 내려온 이후로도 2차 시장에서 꾸준히 소비되기도 하는 이 영화에 동민은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재키가 나오는 영화도 있는데 여기엔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지난번에 러시아 워는 꽤 괜찮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애매할 것 같네요. 살짝 컨셉을 잘 못 잡은 것 같아요.”
러시아 워 2편으로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성용은 턱시도 스파이라는 특수 유원 영화를 계획 중이었다.
운전사인 성용이 자신이 보좌하던 특수요원의 턱시도를 입고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었는데, 동민은 꽤 재미있게 보았지만, 흥행 성적은 1억 달러를 겨우 넘기는 정도로 제작비에 비해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네가 지난여름 어쩌고에 출연했던 아직 리즈인 제니퍼 러브 휴잇이 출연해 조금 관심이 가긴 했으니 인사차 촬영 현장에 잠깐 들려볼 생각은 했다.
턱시도 스파이는 6,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지니 이번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 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쓴 맛을 본 성용은 이때부터 조금씩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게 된다.
“성용씨랑 이염걸 사부가 빨리 자기들이 출연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다음 작품은 아시안 마샬아트 무비로 구성을 해 봐야겠어요.”
“다니엘이 만드는 격투 영화라면 대 환영이죠. 난 김치남이 정말 좋았어요. 분명 액션인데 만화적인 요소를 섞어서 호쾌하면서도 아티스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성용이 출연하는 이번 영화에는 투자하지 않는 대신 그와 이염걸을 잘 표현할 만한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기고 마음먹었다.
덤으로 전쯔단도 출연을 시킬 생각이었고, 마땅한 배우가 없다면 동민 자신도 출연을 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정말로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기에 다시 투자 계획서에 집중했다.
“오! 이 감독은 다니엘이 만들었던 김치남에 합류했던 사람 아닌가요?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 시나리오가 조금 예술적인 냄새가 나는 데요?”
“역시 닐도 그동안 짬밥이 있어서 척 보면 바로 알아보네요. 아주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서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 더라고요.”
거의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은 테넌바움 로얄이라는 제목으로 웨즈 엔더슨 감독의 장편 영화였다.
대학시절 만든 작품이 첫 장편이었고, 러시모어라는 후속작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은 웨즈 엔더슨 특유의 스타일이 100% 나오지는 않았었고, 이번에 제작하는 테넌바움 로얄 부터는 엔드슨 특유의 대칭 구조와 무표정한 배우들의 연기, 화보같은 색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투자와 글쓰기, 테니스의 천재로 유명했던 테넌바움 집안의 세 아이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살고 있다가 아버지의 가짜 시한부 발표로 다시 모이면서 일어나는 내용 이었다.
독특한 색감과 묘한 스타일의 등장인물들이 인상 적인데, 둘째와 셋째로 나오는 기네스 펠트로와 루크 윌슨의 스타일은 이후 패션 화보에서도 많이 따라하게 된다.
아직은 웨즈 엔더슨이 유명하지 않아 그렇게 큰 흥행을 기록 하지는 못 하지만, 지금 부터 꾸준히 팬을 모아 이후에는 웨즈 엔더슨 군단을 만들게 된다.
동민 역시 그의 동화 같은 영화의 광팬이었고, 이번 영화에 꼭 투자를 해야만 했다.
“제작비가 2천만 달러 밖에 들지 않네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면 흥행에 성공 할 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웨즈 엔더슨 감독의 영화는 글로 봐서는 알 수가 없어요. 특유의 영상미를 가진 감독이라 손해는 보지 않을 거예요. 웨즈 엔더슨 감독에게는 개인적으로 신세를 지기도 했으니 1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로 하죠.”
테넌바움 로얄은 대박을 치지는 않지만, 7,1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며 나름 준수한 수익을 안겨 준다.
다행히 이후로도 엔더슨 감독은 흥행에 연연해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팬들에게 선물을 선사하게 되는데, 동민은 최고의 덕질로 그의 영화에 꾸준히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촬영장에는 꼭 놀러 가 봐야지. 그가 어떻게 세트장을 만들고 어떤 필터로 그런 색감을 만드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테넌바움 로얄에 투자를 결정하고 다음으로는 션팬이 정말 장애인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열연하고, 핵 귀요미 다코다 패닝이 딸로 등장하는 마이 네임이즈 샘이 있었지만,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관객들에게는 감동적이라며 높은 점수를 받지만, 평단에게는 신파극이라며 아주 낮은 점수를 받게 되고, 흥행 역시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제작비가 워낙 적게 들어 나름 수익을 남기기는 하지만, 굳이 투자를 할 이유까지는 없었다.
이외에도 일본 콘솔 게임을 영화로 만든 이블 레지던트와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마르틴 스콜세지와 함께 작업하는 갱스터 오브 뉴욕도 있었지만, 둘 다 수익률이 좋지 않아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내년에 개봉하는 작품에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어찌 작년보다 조금 더 투자하는 것 같긴 한데, 진행은 훨씬 더 빨라졌네요.”
“일단 큰 작업은 마무리 했지만, 중간에 갑자기 진행되는 영화도 있으니 그런 작품은 그때그때 한 편씩 투자 하면 될 거예요. 일단은 올해 숙제는 마쳤으니 난 다시 스파이더 가이 작업에 집중 할 게요.”
“그래도 뉴욕에 너무 오래 있지 말고, 할리우드도 들려줘요. 다니엘이 자리를 비우니 확실히 빈자리가 크네요. 찾는 사람도 많고요.”
동민은 닐에게 그러겠다고 답했고, 로스앤젤레스를 가는 대신 그나마 뉴욕에서 가까운 런던으로 날아가 핸리 포터 후반 작업에 참여했다.
당연히 뉴질랜드에도 날아갔고, 한국에도 들렸다 지구 한 바퀴를 돈 다음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왔다.
“집을 사 놓고 얼마 쓰지도 못하네.”
“대신 제시카가 잘 쓰고 있잖아.”
“덕분에 우리 가족이 좋은 집에서 지내고 있긴 한데 조금 미안해서.”
“제시카가 큰 집에서 혼자 외롭게 있는 것 보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게 훨씬 더 좋지. 집을 비워두면 청소랑 관리비가 더 나갔을 거야. 부담 가지지 말고 편히 사용해.”
동민이 자리를 비운 동안 제시카가 부모님과 오빠 동생을 동민의 집으로 불러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제시카 혼자 지내다가 할리우드의 놈팽이들이 놀러오면 안 되기에 아예 가족과 함께 지내라고 했고, 동민의 입장에서도 이 편이 집을 관리하기에도 더 좋았다.
연말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 두개를 관리 하며 스파이더 가이 현장도 둘러보았고, 작년에 투자한 올해 개봉하는 영화들의 촬영 현장에 직접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고, 여름이 지나 조금씩 더위가 가시면서 가을이 얼굴을 살며시 드러내고 있었다.
“다니엘. 괜찮아요? 요즘 얼굴이 영 좋지 않아 보여요.”
“티가 많이 나나 보네요. 제시카도 걱정 하던데, 그냥 고민이 많아서 그래요.”
“무슨 고민인데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거예요. 다니엘을 20년 가까이 보아 왔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요.”
올 초에 스파이더 가이를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고, 그것이 동민을 고민에 빠트렸었다.
그래도 봄에는 현실을 잠시 피하고 있었는데, 여름이 되자 불안감이 커져갔고, 8월 말이 되자 초조함이 얼굴에 들어나고 있었다.
“스파이더 가이 배경이 뉴욕이다 보니 뉴욕의 대표적인 빌딩들이 많이 등장 하는데, 촬영 허가를 받기 힘든 건물이 있어서요.”
“촬영은 이미 끝나지 않았나요?”
“배우가 들어가는 기본 촬영은 끝났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입힐 배경 촬영은 아직 진행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스파이더 가이가 뉴욕의 빌딩 사이를 누비다 보니 당연하게도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배경으로 몇 번 등장했고, 동민이 잠시 있고 있었던 9월 11일에 발생하는 테러가 떠올랐다.
그동안 영화에 투자하고 특정 기업에 투자한 것은 실력 이라며 어떻게든 둘러 될 수 있었는데, 테러를 미리 예측하고 알려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원래라면 할리우드에서 지내면서 최대한 참견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뉴욕에서 촬영을 하면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출근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테러가 발생할 거라고 하면 당연히 헛소리 취급을 받을 거고, 정말 테러가 터진 이후로는 스파이가 아닌지 취조를 당하겠지? 그렇다고 내가 슈퍼 히어로도 아닌데, 테러를 막을 수도 없고 아무리 고민해 봐도 마땅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
동민이 뉴욕에서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도날프 트럼 이었는데,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없었고, 만약 알려 준다고 하더라고, 이상하게 활용할 수도 있기에 혼자서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동민이 고민을 하며 얼굴이 계속해서 썩어 들어가는 동안 8월이 끝났고, 9월이 시작 되었다.
“어쩔 수 없지.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내가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다.”
결심을 한 동민은 스파이더 가이 담당자에게 연락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 로케이션 협조를 위한 미팅 날짜를 잡아 달라고 했다.
동민이 직접 간다는 말에 당황해했지만, 여러 업무를 직접 해결해 온 동민이기에 요청하는데로 9월 11일 아침 일찍 미팅 약속을 잡아 주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미팅을 잡은 거 아닌가요? 제가 바로 영국으로 비행을 해야 해서 아침 일찍이 아니면 시간이 나질 않네요.”
시간이 흘러 9월 11일이 되었고, 아침 7시 반 동민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앞에서 심호흡을 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25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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