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51화 (25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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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선택한 영화를 확인한 닐은 인상을 찌푸린 채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이런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찾는 거예요? 나의 뚱뚱한 그리스 결혼식이라니 제목도 너무 이상하잖아요.”

“로맨틱 코미디처럼 한 번 터지면 대박 나는 작품이 없다는 건 닐 도 잘 알고 있잖아요. 미국인들의 유럽 문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이 영화도 분명 잘 통할 거예요.”

“그거야 영국 영화였으니 그나마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뜬금없이 그리스라니 이번에는 걱정이 되네요. 거기다 제작비는 500만 달러 밖에 측정되지 않았고, 남여 주인공인 니아 바달로스와 존 코베트는 도대체 누구에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배우라고요!”

나의 뚱뚱한 그리스 결혼식은 일반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영화였다.

보통은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신데렐라 스토리를 많이 사용하기에 평범한(원래 예쁨) 여주인공이 예뻐지면서 완벽한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 영화에는 조금 덩치가 있고, 정말로 평범한 여주인공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 역시 통통한 여주인공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키가 크긴 하지만 딱히 잘 생기지 않은 배우를 쓰고, 정말 있을 법한 일반인의 이야기를 영화에 그대로 담아낸다.

핵가족화가 되어 조금은 개인적인 미국 가족과 다르게 친척들이 모두 같은 마을에 모여 서로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리스 가족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문화적 충돌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조금은 현대적이고 우리와 익숙한 미국 가족과 예전의 한국 모습을 떠올리는 그리스의 대가족이 만나면서 가족애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주인공 툴라의 시선으로 진행되며 그녀가 첫눈에 반한 남자를 발견하고 속을 태우는 장면과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함께 결혼하게 되는 누구나 겪을 만한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관객들을 영화에 푹 빠져들게 한다.

“다니엘의 설명대로 따뜻한 영화라는 건 알겠는데, 자극적인 영화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평범한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원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쇼였는데, 영화로 제작하는 거라 현실 보정이 잘 되어 있어요. 거기다 제작자가 누군지 확인해 봐요.”

“리타 윌슨? 톰 행스크의 부인 아닌가요?”

“리타 부모님 두 분 다 그리스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리스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이 쇼를 보고 톰 한테 추천했고, 두 사람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동민은 톰 행스크가 직접 연락해 제작에 관한 질문을 했었다며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흥행에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해 주었다.

나의 뚱뚱한 그리스 결혼식의 예상 외로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면서 2편과 3편까지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

제작비가 겨우 500만 달러 밖에 들지 않은 이 영화는 최종적으로 3억 68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초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대략 제작비의 7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제작자인 톰 행스크, 리타 윌슨 부부에게 큰 수익과 명예를 안겨 주는데, 동민은 톰이 연락 했을 때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이미 톰 행스크랑 약속을 다 했었군요. 그래도 250만 달러면 크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네요. 확실히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영화는 걱정도 적어서 좋아요. 제작비가 1억 달러 이상을 넘어가면 확실히 투자하기가 두려워지긴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봉하는 가락지의 제왕이랑 핸리 포터는 괜찮겠죠?”

“내가 본격적으로 투자하는데 실패하는 거 봤어요? 걱정하지 말고, 홍보에 계속해서 집중해 줘요.”

그렇게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판치는 2002년 영화계에서 독특한 매력으로 사랑을 받게 되는 내 뚱뚱한 그리스 결혼식에 투자를 마쳤고, 다음으로는 오스틴 파워스 3편인 골든 멤버에 투자했다.

이미 전편에 투자를 하면서 큰 수익을 거두었기에 금방 결정을 마쳤고, 젊고 예쁜 비욘세가 출연하는 오스틴 파워스 3편은 6,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약 3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여기에는 2천만 달러를 투자하리고 했고, 빠르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다.

다음으로는 5년 만에 돌아온 맨인 블루 2편을 선택했는데, 이 영화는 마불 코믹스의 원작은 토대로 만들었기에 더욱 수월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윌리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맨 인 블루 2편은 1억 4천만 달러라는 높은 예산을 쓰기는 하지만, 4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꽤 많은 수익을 남겨준다.

무리하면 수익을 독식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투자사들을 위해 5천만 달러만 투자하기로 했고, 동민의 빠른 결정에 정신 없어하는 닐에게 다음 시나리오를 바로 보여 주었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여기는 또 처음 들어보는 스튜디오네요?”

“딱히 유명한 스튜디오는 아니더라고요. 아이디어가 괜찮아서 이번 작품의 결과만 잘 나온다면 후속작을 쭉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에요.”

“폭스에서 배급을 하는 애니메이션 이네요? 최근에 만드는 애니메이션 마다 망해서 한동안 손을 땔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제작을 하는 군요.”

이번에 선택한 애니메이션은 중소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빙하기라는 제목의 3D 애니메이션 이었다.

최근에 폭스에서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폭망 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번에는 하청을 두어 직접적인 피해는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빙하기를 준비하는 지금 폭스 내부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3D 애니메이션 치고는 상당히 적은 예산으로 만들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설원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제작비 5,900만 달러로 만든 빙하기는 미국에서 1억 8천만 달러, 해외에서 2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예상 밖의 4억 5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후속편이 꾸준히 나오게 되고 동민의 기억으로는 5편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빙하기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내용 대부분이 재미있는 상황극으로 영화가 진행 되는데, 아직 언어 능력이 덜 발달 된 유아기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연령층에 사랑을 받게 되는데, 특이한 점은 1, 2편은 유럽에 크게 흥행을 하고 3, 4편은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초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오히려 미국에서 인기가 비교적 없는 편이고, 한국에서도 다른 시장들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3D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그렇게 놓지는 않았다.

후속편으로 갈수록 북미 수입의 5배에서 10개가 넘는 수익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빙하기에는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음··· 이번에는 수학에 관한 영화네요. 척 봐도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수학이 주 재료이긴 하지만, 정신병과 인간 승리를 다룬 휴먼 드라마니까 수학을 잘 몰라도 괜찮을 거예요. 오히려 수학을 너무 잘 알면 심각하게 받아 들여서 재미없을 수도 있겠죠.”

이번에 고른 영화는 작년에 검투사 영화에 출연하면서 인생작을 만난 러셀 크로가 출연하는 작품 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1949년 27 페이지짜리 박사 논문 하나로 150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한 이론을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하게 되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마인드 뷰티풀 이었다.

존 내시는 게임 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제2의 아인슈타인아리 불리지만, 50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휴먼 드라마를 바탕으로 제작하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명작이 만들어 지는데, 러셀 크로는 검투사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다음해 연이어 마인드 뷰티풀로 골든글로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러셀 크로의 부인으로 출연한 제니퍼 코너리 역시도 두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오랜 연기 활동 끝에 큰 상을 수상하며 다시 연기 인생에 조명을 받는다.

“휴먼드라마라서 그런지 제작비는 많이 들어가지 않네요. 5천 8백만 달러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할 거예요?”

“마인드 뷰티풀에는 2천만 달러만 투자해요.”

최종수익으로 3억 13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제작비의 5배 이상되는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을 휩쓸 게 되는 마인드 뷰티풀에 투자하기로 했다.

“오! 올해도 이 영화사 돌아왔네요. 몇 번째 시리즈인지 혹시 알고 있으세요?”

“20번째 시리즈에요. 그리고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야~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009의 팬 이신가봐요.”

“시나리오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내년에 개봉하는 009의 20번째 영화이자 40주년 기념작인 다이 어나더데이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마지막 캐스팅이기도 했다.

끝 없이 치솟는 그의 개런티 때문에 다른 배우에게 넘기자는 이야기가 진즉부터 나오고 있었고, 하차하게 되는 브로스넌은 인터뷰에서 대 놓고 불쾌감을 비추기도 한다.

다이 어나더데이는 역대 009 시리즈 중 최하위 평가를 받게 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1억 4,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4억 3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009 시리즈의 건재함을 알린다.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투자를 해야 하는 작품 이지만, 동민은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동민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이자 닐이 눈치를 보다 물어 보았다.

“혹시 009의 적이 한국이라서 그런 거예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너무 고증을 하지 않아 한심하긴 하네요.”

시리즈에는 항상 빌런이 등장 하는데,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북한 출신인물 이었다.

이전에 시리즈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적으로 등장 시켰을 때도 고증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뽕 워리어 동민은 아무리 북한이라도 이렇게 대충 등장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거기에다 남한도 잠깐 등장하긴 하는데, 시골에서 소를 끌고 가는 농부 두 명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009를 보는 장면으로 현대 한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낙후된 모습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에는 보기 안 조쿤! 노도 그레. 조용이 주겨! 오아랐어. 우륀 승뤼활커야. 이러퀘 모시퀘돼서 조스압니다. 따위로 말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지. 이번 영화는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겠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제작하는 전통을 지닌 009였지만, 한국이 이상하게 나오는 걸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동민은 제작자의 갑질을 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 25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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