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45화 (24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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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버스의 요청은 생각보다 훨씬 쉬운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LA 레이커스의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것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축구 영화를 만들었기에 축구에 비하면 농구 영상을 만드는 건 훨씬 더 쉬운 편이었다.

아직은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를 쓰기에 영상미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영화 카메라와 필름으로 전성기의 샤크와 젊은 코비의 영상을 담을 경우 제리 버스가 만족할 만한 홍보물을 만들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부탁이라면 원래도 진행 하려 했던 거네요. 그럼 저도 한 발 물러서 홍보 영상을 보시고 만족 하시면 지분을 제가 원하는데로 넘겨주시는 거로 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다큐멘터리 영상을 다음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촬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좋으면서도 살짝 불안하군. 멋있는 영상이 나오면 좋겠지만, 너무 괜찮으면 지분을 많이 줘야할 것 같으니 말이야.”

“조금은 걱정을 하고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한식당에서 후식으로 식혜까지 마시고는 제리 버스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닐에게 미팅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 알려 주었다.

“결국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네요. 어차피 다니엘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으니 어떻게 보면 몸풀기로 좋은 조건 같네요. 잘 만들 자신은 있는 거죠?”

“안 그래도 우승을 한 레이커스 인데, 팬이 훨씬 더 많아지겠네요. 내가 만든 축구 영화 봤죠? 이번에도 기대해요.”

그렇게 제리 버스와 약속을 한 동민은 촬영하기 이전에 레이커스의 새로운 홈 경기장인 스테이플러 센터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공룡 같은 샤킬오닐과 만능 천재 코비 브라이언트를 만났다.

“우리 팀의 홍보 영상을 만든 다고요? 제리 영감이 이것저것 참견을 많이 한다더니 정말이었군. 훈련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협조 하도록 하겠소.”

가장먼저 감독인 필 잭슨과 조율을 해야 했는데, 냉혈한 지옥의 군주 같이 생긴 그는 팀이 먼저 라며 쉽사리 협조를 해 주지 않았다.

“김 병장님. 쉽지 않겠는데요? 선수들의 협조를 받아야 가능한데 이래서 괜찮을 까요?”

“걱정 하지마. 다 방법이 있어.”

동민의 학교 작품을 도와준 군대 후임은 이번에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 때도 스태프로 참여했고, 미국까지 따라와 조감독으로 합류했다.

한국인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국인 스태프를 많이 참여 시키는 것으로 했고, 할리우드 현지 인력 보다는 훨씬 적지만, 예상 보다는 괜찮은 한국인 인원을 모을 수 있었다.

“이럴 때는 결과물 샘플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지. 그래야 믿고 맡길 수 있거든.”

“한국에서 만들었던 영상 말하는 거죠? 그런데 그건 축구잖아요.”

“종목은 달라도 같은 스포츠니까 분명 통하는 게 있을 거야.”

동민은 한국에서 개봉한 ‘두개의 심장’에서 특히 멋있는 장면들을 모아 짧게 편집했고, 감독과 선수들이 모인 미팅 장소에서 이러한 연출로 홍보 영상을 만들 거라며 보여 주었다.

“우와! 나는 축구공을 차 본적도 없고, 경기장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축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스피드라고 하면 농구라고 생각 했는데, 축구도 엄청나게 스피디하구나.”

동민의 샘플 영상은 예상대로 좋은 반응을 이끌었고, 이것 보다 더 멋있는 영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자 선수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필 잭슨 감독이 심각하면서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기에 그에게도 멋있는 모습으로 편집해 주겠다고 하자 무리만 하지 않으면 원하는 데로 협조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담으려면 실제 시합 중에 영상을 담는 게 필요하지 않나요? 지금은 비시즌이라서 시합이 없는데요?”

“그게 가장 좋긴 하겠지만, 언제 원하는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고 거대한 영화 카메라와 비싼 영화 필름을 계속해서 쓸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지요.”

동민은 지난 시즌에서 각 선수별로 멋있는 장면을 몇 개씩 선정했고, 당시 촬영했던 영상을 바탕으로 그린 스크린 앞에서 다시 촬영을 하여 더하는 방법으로 만들겠다고 알려 주었다.

선수들은 상대 없이 혼자서 당시 동장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기에 어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더 멋있는 동작까지 더 하면서 촬영에 임했다.

이번에 우승을 해서 그런지 레이커스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촬영팀도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로스앤젤레스에서 레이커스의 홍보 영상을 만드는 동안 마음에 집이 급매로 나와 드디어 독립을 하게 되었고, 지인들이 이사를 축하 한다며 집으로 매일 놀러 왔다.

“이야~! 우리 집 보다 더 큰 것 같은데? 전망도 좋고 말이야. 할리우드에서 가장 부자다 다니엘 일수도 있다더니 사실인 것 같아.”

“설마요. 집이 급매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조금 무리 했어요.”

조니 데브가 리버 피닉서와 호아킨 피닉서를 데리고 동민의 집으로 놀러왔고, 집 구경을 하다가 놀러온 목적을 말했다.

“집이 좋은 건 잘 알겠으니까 빨리 영화관을 보여 달라고. 집에 있는 영화 룸이 그렇게 좋다던데?”

“그래. 그리고 여기 오면 네가 한국에서 만든 영화를 볼 수 있다며? 빨리 보고 싶어. 나랑 호아킨은 어릴 적 남미에서 지내서 축구도 좋아한단 말이야.”

계속해서 영화쪽 일을 해 왔고, 감독으로 미국에서 데뷔를 준비 중인 동민은 당연하게도 넓은 영화관이 딸린 집을 원했고, 마침 이 집은 지하에 5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극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구는 최고급으로 딱히 손을 볼 곳이 없었지만, 영화인인 동민은 영사기를 업그레이드 시켰고, 충분히 좋은 음향 시스템도 최신 기술과 설비를 들여 최고로 만들었다.

“이야! 스크린 사이즈가 가정용이 아닌걸?”

“대형 영화관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영화관 스크린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우와! 사운드가 엄청난 걸?”

시설에 감탄하는 남자들에게 맥주와 캐러멜 치즈 팝콘, 버터 구이 오징어를 지어주고는 동민의 첫 장편 영화인 ‘두개의 심장’을 틀어 주었다.

“다니엘 정말 재미있긴 한데, 마지막에 마라도나도 아니고, 우리쪽 골대 근처에서 부터 단독 드리블로 골을 넣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니?”

“그러게. 저 정도면 푸스카스 상도 받겠는 걸?”

“뭐. 언젠가는 저걸 직접 하는 선수가 나타나지 않겠어요?”

그것도 한국인 선수가 해낸다는 걸 알고 있는 동민은 빨리 시간이 흘러 그가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영화가 어땠는지 나름 영화 전문가라고 할 수도 있는 세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뭐 스토리야 오락 영화니까 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 하는데, 영상이 미쳤네.”

“난 내가 필드에서 직접 뛰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

“오랜만에 공을 차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

“나쁘지는 않다는 말이네요. 제가 원하던 반응이 바로 이런 거 였어요.”

배우들이라 그런지 어떻게 촬영을 한 건지 나름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왔고, 동민은 이번에 사용한 테크닉들을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정말 미국에서는 개봉 안 할 거야?”

“미국에서 개봉 하려면 더빙 작업도 해야 하고, 축구 인기가 없는 것 도 알고 있잖아요.”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그렇긴 해도 축구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이민자들도 많이 있고, 특히 여자들이 축구를 좋아하잖아. 여자들이 봐도 좋아할 내용 같은데?”

“그러고 보니 미국은 축구에 관심도 없으면서 여자들은 어떻게 축구를 잘 하는 거예요?”

이상하게 남자 축구는 특별히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었지만, 미국 여자 축구는 항상 세계 랭킹 상위권에 머물며 종종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어떻게 당연한 거예요?”

“여자 축구는 대학교에서 체육특기생 장학금을 주니까 축구를 많이 하게 되는 거고 그러다 보니 규모가 커 져서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오는 거지.”

미국은 대학교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하면 학비가 면제인데다 뛰어난 학생은 추가로 장학금까지 주기도 하니 고등학교 때 관련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남자들은 주로 미식축구와 야구, 농구로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니지만, 여자는 미식축구 대신 축구에 장학금을 주기에 그쪽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리게 되고, 프로리그도 활성화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니가 이런걸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게 가장 신기하네요.”

“나도 상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이번에는 인정해 줄 게요.”

그렇게 세 배우가 영화를 보고 돌아갔고, 친한 감독들과 배우 지인들이 계속해서 집으로 찾아와 동민이 만든 영화를 시청하고 돌아갔다.

감독들은 주로 촬영 기법에 관심을 보였고, 배우들은 현장감에 감탄했다.

그리고 가장 반응이 좋은 관중은 여성이었는데, 영화를 본 여자들은 모두 다 개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빠. 다음에도 이런 축구 영화 만들면 나도 출연 시켜 줘야해.”

“제시카는 위험한 축구 보다는 댄스 영화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댄스 영화를 만들게 되면 꼭 출연시켜 줄게.”

“꼭 이런 영화 아니더라도 다음에 오빠가 만드는 영화에는 꼭 출연 하고 싶어.”

이번에 비중 있는 역을 찍으며 욕심이 생긴 제시카는 계속해서 동민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단역으로 출연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계속해서 지인들이 동민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찾아와 영화를 보고 돌아갔고, 레이커스의 홍보 영상도 완성 되었다.

“완성된 영상을 집에서 보여준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 했는데, 집에 이런 시설이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군.”

“아무래도 큰 화면으로 보면 더 좋으니까요.”

제리 버스를 집으로 불러 LA 레이커스의 화려하면서 선명하고, 역동적인데 세련되기까지 한 영상을 보여주었고, 짧으면서 강렬한 영상이 끝나가 아무런 반응이 없이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세상에 이건 심장에 좋지 않은 영상이군. 자네 말대로 조금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런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는데 정말 대단하군.”

“마음에 드신 것 같으니 저도 안심이 되네요.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작품이거든요.”

이번 영상 역시 미래에서 보았던 영상 기법을 활용해 만들었기에 2000년대에는 시도 되지 않은 테크닉을 구사했고, 그만큼 특별하면서도 화려한 영상이 완성 되었다.

“자네라면 레이커스를 같이 운영해도 괜찮겠군. 이런 기술로 다큐멘터리까지 만든다면 우리 구단의 인기가 더욱 올라가겠어.”

“일단 올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죠. 그렇게 되면 더욱 좋은 그림이 나오겠네요.”

동민의 대답에 만족한 제리 버스는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지분을 양보했다.

그렇게 LA 레이커스의 지분 35%를 가지게 된 동민은 구단의 홍보 영상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했다.

“레이커스 인수도 끝이 났으니 이제 다음 영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볼까?”

< 24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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