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44화 (244/265)

< 244 >

영국이나 유럽에 있는 축구 구단을 인수하는 대신 미국에 있는 축구 구단을 인수 할 수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축구는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인기가 저조해 매력도가 떨어졌다.

동민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는 박호찬이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한 LA 다저스가 있지만, 좋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쟁쟁한 팀이 많은 메이저리그 특성상 우승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대신 로스앤젤레스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 있으니 그 팀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여보세요? 닐. 부탁할 게 있어요.”

“또 무슨 일이에요? 설마 한국에서 영화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건 아니요?”

“닐이 그렇게 말하니 그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건 아니고. 스포츠 구단을 하나 인수 하고 싶은데, 준비 해 달라고 전화 했어요.”

전화기 넘어 닐이 앓는 소리를 내었고, 어떤 팀을 인수 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다.

“원래는 영국에서 축구 구단을 인수 하고 싶었는데, 영국까지 자주 찾아오기엔 너무 거리가 있어서 가까이 있는 팀을 하나 인수하려고요.”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하는 팀만 10개가 넘는데, 어떤 팀을 원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팀은 아니겠죠?”

“아마 맞을 것 같네요. LA 레이커스를 인수 하고 싶어요.”

“레이커스가 얼마 전에 99-00 시즌 우승한 거 알고 있죠? 지금 팀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요. 거기다 이런 상황에서 다니엘이 구단주라면 구단을 팔겠어요?”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을 주면 거절하지 못 할 거예요. 거기에다 레이커스는 스타 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어 우리가 인수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과연 구단주가 판매를 하려 할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 시즌이 끝난 NBA는 LA 레이커스가 대대적인 영입을 추진하면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제 막 21살인 코비의 놀라운 활약과 우승을 위해 영입해 온 샤킬오닐의 궁합은 환상 이었다.

시즌 초에는 서로 맞지 않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대적인 영입 중 한 명인 시카고에서 6번이나 우승을 이끈 필 잭슨 감독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면서 레이커스는 완성채의 모습을 갖추게 되고, 여러 드라마 끝에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 우승이 1988년 이었는데, 12년 만에 다시 우승을 했고, 이후로도 2001년, 2002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NBA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잠시 우승 트로피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2009년과 2010년 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NBA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운다.

“일단을 알겠어요. 어떻게든 미팅은 잡아 볼 게요. 그럼 언제 미국에 돌아오는 거예요?”

“영국에서 마지막 촬영은 끝났고, 이제 나머지 편집만 하면 돼요. 지금 한국에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 하고 있으니까. 넉넉잡아 한 달 안으로 마무리 될 것 같네요.”

“알겠어요. 그럼 한 달 뒤에 미팅을 잡아 보도록 할 게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요.”

축구 영화를 촬영하다가 갑자기 LA 레이커스 인수를 진행하게 된 동민은 자세한 진행은 닐에게 맡겨 놓고, 한국으로 돌아가 남은 편집 작업을 이어서 했다.

아무래도 스포츠 영화이다 보니 적당한 감동 스토리와 러브 스토리가 들어간 뻔 한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역동적인 영상미에 집중을 하다 보니 편집 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다.

“우와. 이걸 이렇게 만들었네? 색감도 그렇고, 카메라 앵글이랑 액션이 대단한 걸?”

“최대한 관객이 축구 경기장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어 봤어요.”

“확실히 할리우드에서 건너온 기술들이 다르긴 하네. 짧은 시간에 이정도의 완성도를 만들다니 너도 참 대단하다.”

“시간을 줄이려면 그만큼 예산을 쏟아 부으면 되니까요. 대신 따라 하지는 마시고요.”

편집실에 구경 온 박찬옥 감독이 동민이 완성한 장면들을 보고 감탄했다.

동민은 한국에서 보통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의 2배 이상을 고용했고, 그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편집 역시 동민이 지시를 하지만, 디테일한 작업들은 능숙한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편집도 예상 보다 더 빠르게 끝나가고 있었다.

“음악은 어떻게 했어?”

“한국에 괜찮은 록 그룹이 많더라고요. 밴드 3군데 의뢰를 넣어서 받은 곡들 중에 잘 어울리는 거로 쓰고 있어요.”

아직은 록 음악이 인기 있는 시절이라 그런지 활동하고 있는 밴드가 많이 있었고, 역동적인 영화에 어울리는 곡을 받을 수 있었다.

후다닥 완성된 동민의 첫 영화는 빠르게 개봉일이 잡혔고, 배급과 홍보는 아빠가 진행해 주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사회는 하고 가야하지 않겠어?”

“첫 작품에 20대 감독이라 눈치가 보이네요. 그리고 한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 봐야 해요.”

“이번에는 한국에 오래 있긴 했지. 그래도 바로 간다니 아쉽네. 결과가 좋으면 다시 올 거지?”

“일단 미국에서 일을 정리하고 다시 와 봐야죠.”

한국에 머물며 천천히 결과를 확인하고, 홍보 활동도 해야 했지만, 딱히 욕심이 없는 동민은 할리우드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다음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만들어 보니 힘들면서도 너무 즐거웠고, 원래 미국에서 제작하기로 한 다음 작품을 바로 촬영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렇게 동민의 첫 장편인 ‘두개의 심장’은 엄청나게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소문이 나게 되고, 축구인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총 관객 400만 이라는 대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어로 제작되었고, 미국에서 인기가 없는 축구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미국에서 개봉 하지는 못 했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머나먼 변방이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뛰어난 선수라고는 차붐 밖에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축구 영화는 의외로 유럽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축구인들의 사랑을 받게 되고, 미국을 제외한 남미 국가에까지 수출 되게 된다.

그렇게 미국 빼고 축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에서 축구 명화로 남게 되는 동민의 ‘두개의 심장’은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는데, 바로 한국 축구의 부흥 이었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가 도약하긴 하지만, 평소에는 주목 받지 못하는 K리그의 한계가 있었는데, 동민의 영화로 인해 축구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되고, 프로 축구 시합을 보러가는 관중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뛰어난 선수들이 더 많이 성장하게 되고, 한국 축구의 질이 한 단계 더 올라가게 되는데, 여기까지 진행 되는 데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10년 뒤에서야 동민이 기억하는 한국 축구의 성적을 뛰어 넘으면서 무언가 바뀌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 축구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동민은 미국으로 돌아가 LA 레이커스의 구단주인 제리 버스와 한식당에서 갈비를 구워먹고 있었다.

“자네 이야기는 영화인이 아닌 나에게까지 들려오더군. 은근 오늘 이 자리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직접 보니 생각 보다 더 잘생겼군. 동양인을 보고 잘생겼다고 느끼긴 처음이야.”

“저야말로 레이커스를 넘어 NBA의 전설이신 제리 구단주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때는 1970년대 후반으로 NBA는 약물파동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루고,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가 녹화중계 되었고, 리그 전체의 1년 중계권료가 2천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던 구단 중 하나인 LA 레이커스는 구단 가치가 2천만 달러에 불과했고, 79년 한 부동한 투자가에게 팔리게 된다.

바로 동민과 함께 LA 갈비를 뜯고 있는 제리 버스가 그 주인공이였다.

그러던 중 79년을 기점으로 리그에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가 등장하면서 NBA는 다시 성장하게 되고, 그 중심에는 제리 버스가 있었다.

그가 구단을 이끌면서 10번이라는 엄청난 우승 희수를 기록하게 되고, 구단의 가치도 2012년에는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그리고 2012-13시즌부터 시작되는 20년 중계권을 타임워너케이블에 36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기도 한다.

올해 우승을 하면서 레이커스의 가치가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2억 달러 언저리였다.

동민이 구단을 인수 한다면 아주 훌륭한 계약이 될 수 있겠지만, 레이커스의 역사와 같은 제리 버스에게 넘겨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인수 요청을 했다면 바로 거절했겠지만, 자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은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미팅을 허락했네. 그럼 내가 왜 레이커스를 넘겨야 하는지 이유를 들어 볼까?”

“제리 구단주께서 얼마나 레이커스를 아끼시는 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우승 축하드립니다.”

다행히도 제리 버스를 만나기 전에 닐이 변호사와 마케팅, 회계부서 팀장들과 준비한 전략 브리핑을 받고 왔기에 제리를 설득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었다.

“고맙네만, 그렇다고 작년에 새로운 경기장을 완공했고, 스타 선수를 모은 이 시점에서 자네에게 구단을 넘길 생각은 들지 않는군.”

“제가 구단을 인수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제리 구단주님의 입장도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레이커스는 실로 자식 같은 구단이겠더군요.”

동민이 그동안 제리 버스가 레이커스에서 이룩했던 일들을 말해주자 굳은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래서 저는 구단을 완전 인수하는건 원하지 않고, 제리 버스 씨를 계속 구단주 자리에 유지시키되 지분을 받고 싶습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시고, 다음을 준비해야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스타 마케팅을 이용하여 레이커스의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고나니 몸이 예전 같지는 않더군. 자식들에게 구단을 물려 주려했는데, 수뇌부가 여럿 있는 것이 아무래도 안정적이겠지? 일단을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할리우드와 가까이 위치한 레이커스는 유명 스타들이 종종 경기를 보러 오면서 구단의 가치 역시 올라가고 있었는데, 제리 버스도 동민의 영향력이라면 레이커스를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구단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에 레이커스가 우승을 하긴 했지만, 90년대는 시카고 불스의 시대였고, 앞으로 시카고를 넘어서는 NBA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제리 버스가 설득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한 동민의 프리젠테이션 같은 설명을 끝까지 들은 제리 버스는 가만히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의 이야기는 잘 들었네. 충분히 타당하고 설득력도 있군. 하지만, 이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니 한 가지 부탁을 하도록 하지.”

“어떤 부탁이신가요? 가능하다면 최대한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에겐 어렵지 않을 수도 있지. 내가 원하는 건 이거라네.”

< 244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