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35화 (23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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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중이던 각본을 미루면서 동민이 만들기로 마음먹은 영화는 한국의 웹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이었다.

전생에 영화광이었던 동민은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하나 둘 등장하자 웹툰 시장에서 관십을 가졌었고, 웹툰과 영화, 드라마가 웹소설을 기반으로 나왔다는 소식에 웹소설을 읽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대표작만 몇 편 읽어 보았다가 점점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게 되었고, 어떤 소설들은 영상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민의 머릿속에는 영화로 만들어서 성공할 만한 작품들이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들어있었다.

‘일단 무협은 미국에서 성공하기 힘드니까 빼는 거로 하고, 판타지는 가락지의 제왕이랑 핸리 포터를 만들고 있으니 피하는 게 좋겠지?’

다음으로는 스포츠물을 떠 올렸는데, 축구의 경우 미국에서 인기가 없기에 피해야했고, 야구는 미국에서는 인기가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먹히기가 힘들어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좀비나 아포칼립스물도 좋긴 하지만, 첫 작품으로 만들기에는 무리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가장 만만한 현대판타지 중에 재벌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기업 상사의 괴롭힘과 배신으로 주인공이 죽었는데, 자신이 다녔던 회사 회장의 막내아들로 환생한다는 내용인가?”

“황당하고 유치하긴 하지만, 확실히 호기심이 들기는 하는군.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가?”

처음에는 파산하게 되는 역사적인 금융 기업인 리만 시스터즈의 막내아들로 등장시키려 했지만, 너무 금융 중심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면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서브 프라임발 금융위기가 오려면 아직 7~8년이나 남았기에 다른 기업을 선택해야만 했다.

동민의 레이더에 잡힌 기업은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엠론이라는 에너지 기업이었는데, 내년에 분식 회계로 파산을 하게 되니 홍보도 완벽하게 될 것 같아 망해 버리는 에너지 기업의 막내아들로 설정했다.

“에너지 재벌이라면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있는데다가 자금력이 엄청나기도 하니 재미는 있겠구나.”

“그렇다면 환생을 했으니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다 알고 있는 거니?”

“자신이 관련되었던 일은 자세히 기억하겠지만, 다른 건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사건만 일부 기억하는 정도죠. 그래도 사전 정보가 있으니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을 거예요.”

한국의 웹소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벌물의 이야기를 들은 데이비드 호구니와 팀 볼튼의 팔딱거리는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동민이 계속해서 다른 아이디어들을 말해 주었다.

“이건 즐겨 읽던 소설의 내용을 기억하는 독자가 그 소설 속으로 들어가 알고 있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생존하는 내용이에요.”

“이건 나니아의 연대기와 비슷한 전개가 아니니?”

“나니아는 옷장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거고, 제가 생각하는 건 예를 들어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 책을 좋아하는 인물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서 원래 사건의 진행을 비트는 방식이에요.”

처음에 두 사람은 회기, 빙의, 환생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동민이 전생에 유명했던 웹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알려주자 조금씩 빠져 들었다.

“이런 내용이라면 영화나 드라마 보다 책으로 먼저 출간을 해도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거 책을 써 보는 건 어떻겠니? 감독 중에는 가끔 자신의 시나리오를 책으로 쓰는 사람도 있단다.”

팀 볼튼의 예리한 지적에 순간 당황했지만, 동민은 책으로 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 많이 쓰여진다고 하더라도, 웹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참고해서 영화로는 만들 생각 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행동 중에 후회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심리를 건드려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겠구나. 나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이 있는데,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군.”

데이비드 호구니는 영감이 떠올랐다며 작업실로 향했고, 동민과 팀 볼튼은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미술가를 만날 때 마다 연락을 하도록 하마. 조금 까다로운 사람들인데, 널 싫어할 것 같지는 않구나.”

“오늘 데이비드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옥션 쪽에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집해야겠어요.”

동민의 재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팀 볼튼이 작품을 싹쓸어 가지 마라며 꼭 사고 싶은 작품만 사야한다고 말했지만, 평소에 돈을 잘 쓰지 않는 동민은 계속해서 예술품을 수집하게 된다.

오늘은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뮤지엄 킴의 시작이 되는 날이었고, 동민의 첫 번째 콜렉션에는 데이비드 호구니의 작품이 들어가게 되었다.

데이비드를 만난 이후로 팀 볼튼과 호구니의 소개로 계속해서 예술가들과 만남을 가졌고, 조금씩 콜랙션을 늘려갔다.

그렇게 옥션과 직거래를 하면서 제작사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나스닥의 주가는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고 있었다.

“다니엘. 주가가 고점대비 30%나 빠졌어.”

“다른 회사들도 다 하락 했잖아요. 그냥 흐름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회사에는 별 일 없죠?”

“다행히 내가 사업을 많이 축소 시켜서 그나마 타격이 덜 하네.”

“그럼 된 거죠. 한국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

“그래. 덕분에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구나.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름 임원이라고 일 하나는 했네.”

전화를 걸어 주가가 떨어졌다고 말한 사람은 스티븐 잡서였다.

그는 얼마 전 한국에 출장을 가 MP3 플레이어를 최초로 만든 기업의 특허를 사 들였다.

최초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는 한국의 벤처 기업에서 만들었는데,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영난에 빠져 특허를 미국의 어느 기업가에게 판매하게 된다.

이번에는 회사가 어려울 때 동민이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 기업은 오히려 R&D에 비중을 늘리면서 더욱 뛰어난 기술들을 개발하게 되었다.

동민은 이 기업을 휴대용 MP3플레이어를 준비 중인 잡서에게 소개해 주었고, 스티븐 잡서는 직접 한국까지 찾아가 협업 계약을 맺고 왔다.

“제품은 언제쯤 완성 될 것 같아요?”

“이제 계약을 맺어서 기술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막 도착한 상태라 언제 시제품이 나올지는 모르겠구나.”

“샘플이 나오면 보여주셔야 해요.”

“당연하지. 특별판으로 만들어서 보내주마.”

동민의 참견으로 음악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는 애풀팟은 한국과 협업으로 개발되게 되었고, 생산 역시 한국에서 하기로 했다.

내년 프리젠테이션에서 애풀팟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데, 흔히 알고 있는 큰 무대위의 발표가 아니라 대학교 교실을 하나 빌려 간소하게 발표한다.

하지만, 애풀팟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고, 퓍사에서 익힌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스티븐 잡서의 프리젠테이션 역시 여러 CEO의 롤모델이 된다.

‘애풀 주가가 바닥을 찍으면 가능한 많이 모아가야지.’

스티븐 잡서의 생전에는 세상을 바꿀만한 새로운 기기를 발표하며 엄청난 주목을 받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긴 하지만, 정작 영업이익과 주가를 올린 사람은 그를 이어 CEO에 취임하는 팀 콕이었다.

팀 콕은 경영, 특히 물류관리의 귀재로 스티븐 잡서가 이룩해 놓은 유산을 아주 잘 우려먹으며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한다.

이번에는 스티븐 잡서가 동민의 강요로 김치와 두부를 잘 먹고 있어 장수할 수도 있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팀 콕이 이미 부사장 자리에 올랐기에 애풀의 성장은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미래가 어찌 되었든 내년이면 주가 총액의 대부분이 증발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후로 폭등 없이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게 되기에 여유자금이 생길 때 마다 애풀의 주식을 모으기로 했다.

잡서와 간단히 근황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자 동민이 투자했던 또 다른 회사의 대표가 생각났다.

“제프. 괜찮아요? 요즘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던데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해서 힘이 드네요. 어렵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 봐야죠.”

동민이 전화를 한 회사의 대표는 아마존닷컴퓨터의 창업자인 베프 제이소스였다.

아마존닷컴퓨터는 온라인 마켓 시장 점유률 공격적으로 늘리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미국 전역에 엄청난 규모의 물류 창고를 운영하고 건설 중이었다.

이미 고용한 직원만 3,000명이 넘는 상황이었고, 계속해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시가총액의 90%이상이 날아가게 된다.

당연히 아마존닷컴퓨터도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 1,3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며 비상 경영체재에 돌입해 생존모드로 들어간다.

춥고 배고픈 시간을 잘 버틴 이후로 경쟁자였던 이베이를 넘어서면서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 게 된다.

이후로 동민과도 큰 연관이 있는 것이 아마존닷컴퓨터에서도 OTT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기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투자를 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많이 심각한 상황인가요?”

“주가가 고점대비 40%나 빠지는 바람에 유동자금이 다 말라버렸네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는 전부 중단 되었고, 당장 직원들 월급부터가 걱정입니다.”

베프 제이소스가 죽는 소리를 했지만, 아직 진정한 지옥은 오지도 않았기에 딱히 투자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제가 이번에 블록버스터 급 영화를 여러 편 만드는 바람에 현금 여유가 없네요. 내년에 개봉을 하니 수익금이 회수 되는 대로 투자를 해 드릴게요.”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안된다는 게 아니고 다음에라도 해 준다고 하시니 감사하네요. 그럼 다니엘 씨만 믿고 잘 버텨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투자가 힘들다고 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프 제이소스가 다음에 연락을 하겠다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아마존닷컴퓨터 이외에도 넷플랙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동민은 무너지는 아이티 기업 중에 미래에 살아남는 옥석 같은 기업들을 눈여겨보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일이 왜 줄어들지가 않지?”

닷컴 버블로 나스닥 지수가 폭락 하면서 줍줍할 기업을 챙겨야 했고, 열심히 촬영 중인 가락지의 제왕과 핸리포터 관련 서류를 본격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업무가 줄어들지를 않았다.

거기에다 마불 코믹스에서 분리한 마불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것도 꽤나 많은 서류작업이 필요했고, 이 와중에 각본 작업도 하는데다 경매장까지 다니다 보니 열심히 핼리콥터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동민 이었다.

“야. 너 다크서클 생겼다. 밤마다 뭐 하기에 피곤해 보이냐?”

“일이 많아서 그래. 내가 너처럼 모델 만나느라 그럴 것 같아?”

“나는 제시카랑 좋은 시간 보내는 줄 알았지.”

동민의 사무실에 찾아와 피곤해 보인다며 농담을 한 사람은 영화 캐스팅 관련해서 미팅을 가지기로 한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였다.

< 23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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