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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한국에 투자했던 금액이 회수 되면서 투자금을 늘려가긴 했지만, 벌써 닷컴 버블에 투자를 시작 한지 2년이 넘었다.
그 동안 동민의 투자금은 총 35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적게는 100%부터 많게는 1000%까지 주가가 성장한 기업들 도 있었다.
닷컴 버블이 터지는 2000년 2월말 3월초가 되려면 아직 여유가 있었고, 연말연시에 산타랠리와 신년 기대 심리를 넘어 밀레니엄 버프가 있었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이미 엄청난 수익을 기록했으니 어서 정리하도록 하거라. 원래 머리 꼭대기가 아닌 어깨에서 팔아야 한단다.”
“알겠어요.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가니까 잠깐 들리도록 할게요. 저번에 제가 드렸던 핸리 포터 책은 가지고 계시죠? 지금 핸리 포터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인데, 그 책 잘 보관하셔야 해요.”
“안 그래도 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있단다. 비행 조심하고 조만간 보자구나.”
동민은 워런트 버핏과 작별인사를 했고, 그에게 줄 기념품으로 핸리 포터에서 쓰이는 매직 스틱 하나를 챙겼다.
“이제 미국에 돌아가는 거니? 나도 집에 가고 싶구나. 가족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어.”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촬영 시작하는데, 영국에 얼마나 오래 계셨다고 그래요. 뉴질랜드에서 촬영 중인 가락지의 제왕 촬영 날짜 못 들으셨어요? 거기다 감독님 가족은 영국에 같이 와 있잖아요.”
괜히 칭얼거리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달래고,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자주 오고 싶은데 솔직히 영국은 할리우드에서 너무 멀어서 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대신 닐은 자주 보내드릴게요. 닐이 저보다 작가님이랑도 친하거든요.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여기 새 명함 있으니까 직통 위성 전화 하시면 되고, 이메일도 이쪽으로 보내시면 돼요.”
“그래. 너도 바쁠테니 이만 보내주어야겠구나. 그런데 제작사 대표 치고는 명함이 평범하구나. 할리우드에 있는 명함 회사에서 만들었지?”
“직원이 알아서 만들어 준 거긴 한데, 문제라도 있나요?”
“너도 이제는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계속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될 건데, 의외로 명함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 명함의 퀄리티를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이들이 꽤 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건네주었다.
“어때? 확실히 네 명함이랑은 다르지? 영국에는 명함 장인이 있어서 옥스퍼드 스타일로 특별히 주문했단다.”
“무언가 클래식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있네요.”
“너도 소개 해 줄까?”
“아니에요. 명함 스타일이 제가 쓰기에는 조금 중후한 느낌에다 마침 명함 전문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거기서 새로 주문하면 되겠네요.”
크리스 콜럼버스에게 명함에 대한 설명을 듣다 작별 인사를 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국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는 상당히 먼 장거리 비행이었는데, 다행히 중간에 위치한 뉴욕에 볼일이 있어 비행기에 오래 있지 않아도 되었다.
“다니엘. 오랜만이야. 군대에 다녀왔다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는걸? 얼굴도 처음 보았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생겨졌구나. 회사 대표가 되었다더니 몸은 운동선수 같은데?”
“매일 무술 수련을 하다 보니 몸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그러는 너야 말로 몸이 조각 같은걸?”
“나야 몸을 만드는 게 일이니까 당연히 배역에 맡는 몸으로 조절 해야지.”
동민은 멀끔한 외모에 아주 완벽한 몸을 만든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한동안 수다를 떨었고, 이번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된 영화 이야기를 하다 명함 질문을 했다.
“그래서 명함을 하나 만들려고 한다고?”
“아무래도 네가 전문가일 것 같아서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
“어디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명함 있어?”
동민이 회사에서 만들어 준 대표 명함을 건네자 그것을 받아 본 크리스티안 베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형편없긴 하네. 홈 디폿에 가서 대충 출력한 명함 같아.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가지고 다닐 만 하지.”
“오~! 뭔가 다르긴 하네?”
“종이의 재질과 폰트, 글자 크기, 배열, 컬러까지 신경 써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건 상아 빛 재질의 고급 면화가 포함된 종이에 실리안 레일 서체로 만든 명함이야.”
동민이 명함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크리스티안 베일은 잠시 어디론가 다녀오더니 다른 명함을 보여 주었다.
“이건 어떤 것 같아?”
“컬러가 조금 살색이라고 해야 하나? 따뜻한 색감인데도 촉감은 딱딱한 느낌이야.”
“정확하게 봤어. 이건 종이를 만들 때 달걀 껍데기를 넣어서 만들어서 컬러가 이렇게 나왔고, 텍스처도 독특한 느낌을 살렸지.”
크리스티안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명함 한 장을 더 꺼내 들었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것 보라고. 미묘한 황백색에 완벽한 글자 두께를 가지고 있지. 심지어 워터마크도 각인되어 있다고. 폰트는 쿠퍼플레이트 고딕인데, 킹슬리 순정 폰트에서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대문자만 나와.”
“크리스티안 괜찮아? 땀을 흘리고 있는데?”
“아! 미안해.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명함만 보면 눈이 뒤집어져서 감정 컨트롤이 잘 안되네.”
크리스티안 베일이 뉴욕에서 촬영 중인 영화는 싸이코 아메리칸이라는 스릴러 영화였다.
싸이코 아메리칸은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 왔지만, 아직 유명해 지지 않은 크리스티안 베일을 대중에게 인식시켜주는 영화로 완벽한 몸매와 최고급 의상만 입는 하버드 MBA 출신의 젊은 인수 합병 회사의 부사장인 패트릭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스릴러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아주 유명한 장면이 바로 같은 하버드 MBA 출신 친구들과 서로의 명함을 자랑하다 평소 자신을 무시 하던 친구가 완벽한 명함을 가지고 있자 단지 그 이유로 친구를 죽이려 하는 것이었다.
끓어오르는 살인 충동을 이기지 못 하고 무군 별한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은 변호사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 속에서 일어났던 일로 끝나고, 물질주의의 허무함을 알리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크리스티안 베일은 이 영화에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하는 기계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이후로 체중의 연금술사로 직업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원래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주연으로 정해졌던 거 알아?”
“그렇다고 들었어. 내가 캐스팅 되는데 까지 어려운 여정이 있었다고 하더군.”
“네가 캐스팅 후보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내가 리오한테 영화를 포기하라고 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역은 너랑 완벽하게 어울리거든.”
“일단 고맙다고 할게. 그럼 싸이코 아메리칸에도 투자를 한 거야?”
동민은 크리스티안 베일을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드류 베리무어와 종종 연락을 하고 있었고, 동민이 꾸준히 영화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메이저 필름이 아니다 보니 많이는 아니고 백만 달러만 투자했어.”
싸이코 아메리칸은 이후 유명해 지는 것에 비해 극장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
제작사도 뮤즈 프로덕션이라는 작은 회사였고, 북미에서 1,5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고, 세계적으로 3,4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면서 흑자 기록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제작비가 700만 달러 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수익이 꽤 나왔지만, 이제는 동민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에 너무 작은 매출이 되어 버렸다.
‘옛날에는 이런 영화가 꿀이라면서 투자를 했을 건데, 나도 많이 달라졌구나.’
뉴욕에 잠시 지내면서 싸이코 아메리칸 촬영 현장을 견학했고, 그동안 동민은 시나리오 작가와 상의해 로말리안 폰트에 난각을 새긴 명함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크리스티안 베일에게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할리우드에서 보기로 약속했고, 할리우드로 돌아간 동민은 얼마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우와! 여기 전망이 너무 좋은걸? 타임 스퀘어가 내려다보이네.”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이 특별히 더 춥다고 해서 어렵게 방을 구했어.”
동민은 맨하튼의 타임스퀘어가 내려가 보이는 호텔을 아주 비싼 가격에 예약했고, 제시카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보러 왔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새해 카운트다운을 챙기지 않았겠지만, 올해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뉴 밀레니엄이라 특별히 뉴욕까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날아왔고, 그래서 인지 맨하튼인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은 뉴 밀레니엄 가격이 측정되어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왔고, 타임 스퀘어 중앙 전광판이 있는 건물 꼭대기에는 특별히 제작된 대형 크리스탈 볼이 매달려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대형 유리공이 조금씩 내려왔고, 그에 맞춰 사람들은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타임 스퀘어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면서 샴페인을 따라 제시카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2000년 1월 1일이 시작 되자 폭죽과 함께 대형 전광판에 2000이라는 숫자가 크게 밝혀졌고, 사람들은 해피 뉴이어가 아닌 해피 뉴 밀레니엄을 외쳤다.
“그날 거기서 오빠를 만난 건 운명 이였어.”
“군대도 기다려 주고 항상 함께 해 줘서 너무 좋았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자.”
“도망 못 가게 옆에 꼭 붙어 있을 거야.”
새천년에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샴페인 토스트를 했다.
“그러고 보니 제시카는 아직 21살이 안 됐지? 술 마시면 안 되겠네?”
“줬다가 뺏는게 어디 있어? 다시 돌려줘!”
제시카의 술을 뺏어 마셔버리자 샴페인을 마셔보고 싶었던 그녀가 동민의 입술을 덮쳤고, 그렇게 두 사람은 뜨겁게 새천년을 시작했다.
새해 첫날부터 뉴욕 호텔에서 늦잠을 잔 커플은 새해 아침부터 다시 뜨겁게 하루를 시작했고, 늦은 점심을 먹은 다음 고급 매장이 모여 있는 6번가에서 쇼핑을 즐겼다.
“오빠는 새로운 2000년에 하고 싶은 게 있어?”
“지금까지는 계속 투자만 하고, 준비만 해 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내 영화를 만들어야지.”
“그럼 나도 열심히 연기해서 오빠 영화에 출연해야겠다.”
“아무리 내 여자 친구라고 하더라고 공정하게 오디션은 봐야 할 거야. 캐스팅 된 다면 출연시켜줄게.”
제시카의 연기 실력을 잘 알고 있지만, 차마 안 된다고는 말하지 못한 동민이 적당히 핑계를 대었고, 살짝 기분이 나빠진 여자 친구를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선물을 사 주어야 했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와 비교해 엄청나게 추운 뉴욕에서 겨울 데이트를 즐겼고, 저녁까지 먹은 다음 야간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뉴욕에서의 쇼핑과 데이트로 피곤하긴 했지만, 일등석에서 편하게 잠을 자며 갈 수 있었기에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했을 때는 다시 멀쩡해졌다.
“꿈만 같은 새해였어. 이번 카운트다운은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아.”
“아무래도 천년에 한 번 있는 카운트다운 이니까. 특별한 순간에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도 두 사람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동민에게 아주 중요한 새로운 2000년이 시작 되었다.
< 23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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