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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장에 도착하자 동민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핸리 포터를 전생에 한국에서 접했기에 한국식 발음이 입에 붙어 있었는데, 오디션 공개홀에서는 모두들 알아듣기 힘든 영국식 발음으로 어마이어니, 허마이어니라고 말하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역시나 이름 말 하는 게 가장 힘들어. 그래도 미국에서는 많이 익숙해졌는데 영국식 이름은 또 다르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와 감독의 이름 역시도 한국에서 알고 있던 발음이랑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로스앤젤레스에 살았더니 이제는 오히려 한국식 발음이 더 어색해져있었다.
“오늘 여기서 허마이어니 배우를 찾을 수 있을까요?”
“허마이어니는 작가님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가장 많이 투영한 캐릭터라고 하니 작가님의 결정을 가능 한 따르려고.”
건물 밖에 줄서 있던 해르미온느 후보만 수백 명이 되어 보였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수천 명의 해르미온느가 인터뷰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봐야할 인원이 많으니 빨리 시작 합시다.”
동민은 오디션 장 안에서 J.K 롤린 작가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직접 심사를 하지는 않을 거라 구석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아 오디션 과정을 구경했다.
아이들은 오디션 장에 혼자 들어와 연기 시범을 보였고, 대부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연기를 잘 했지만, 몇 아이들은 너무 긴장해서 인지 뻣뻣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다.
다행히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아이들을 잘 다뤄서 분위기가 포근하게 진행되었고, 동민은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구경하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다.
“빠르게 보고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군요. 아이들이다 보니 더욱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는 것이 평소보다 두 배로 피곤하네요.”
“방금 들어온 아이는 예쁘긴 한데 너무 예뻐서 허마이어니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러게요.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연기를 한다면 분명 유명해 질 마스크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눈에 뛰게 예쁜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이 들어왔고, 가끔은 너무 못생긴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오디션을 진행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고, 오히려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J.K. 롤린이 급격히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가님. 많이 힘드시죠?”
“그렇긴 하지만, 괜찮은 경험이긴 하네요. 이런 작업을 영화를 촬영할 때마다 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핸리 포터가 조금 더 특별하긴 하죠. 거기다 성인 오디션은 조금 더 분위기가 딱딱하고, 한 명당 주어진 시간이 많은 반면 지원자가 이렇게 까지 많지는 않아요.”
동민은 J.K. 롤린에게 에너지 드링크를 건넸고, 고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이 걸 마시지 않으면 남은 일정을 버티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짧은 휴식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바로 다음 아이가 오디션 장에 들어왔다.
똘망똘망하게 생긴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들어오자 J.K. 롤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외쳤다.
“바로 저 아이야!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 똑 같아요.”
흥분한 작가를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진정시키더니 차분하게 오디션을 진행했다.
“안녕?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저는 엠마 와튼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연기는 해 본적이 있니?”
“학교 연극부에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저는 대본을 잘 외워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어요.”
엠마 와튼은 말도 조리 있게 또박또박 하게 했고, 모두 그녀가 해르미온느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오늘 고생 많았다. 결과는 부모님을 통해서 일주일 뒤에 알려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녀가 나가자 다들 웅성거리며 해르미온느를 찾은 것 같다며 좋아했다.
“그럼 이제 오디션을 그만해도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 남은 인원도 모두 확인해야하고, 방금 본 엠마 와튼이라는 아이가 사정이 생겨 출연을 못하게 될 상황까지 고려해 후보를 정해야지요.”
지금이 6번째 해리미온느 오디션이였고, 아직 이틀의 오디션이 더 남아있다고 했다.
“감독님. 저는 이제 오디션에는 참석하지 않고, 세트장이 지어지고 있는 장소에 가 봐야겠네요.”
“그게 좋겠구나. 핸리 포터는 지원자만 4만 명이 넘어서 오디션에만 한 달이 걸릴 것 같은데, 최종 후보가 추려지면 그때 알려주마.”
동민은 오디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귀욤뽀짝한 초딩 엠마 와튼은 직접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오디션은 오늘 본 작업의 무한 반복이기에 어려운 작업은 감독단에게 맡겨두기로 했고, 다음날 런던 외각에 있는 세트장에 찾아갔다.
런던 북서부 왓포드에 핸리 포터 세트장이 건설되고 있었고, 고속도로로 접근이 용이한 시내 외각에 앞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질 시리즈를 대비해 거대한 부지를 구입해 두었다.
런던 내부에도 실내스튜디오를 건설하고 있었지만, 거대한 외부 구조물을 지을 필요가 있었기에 교통이 편리하고 런던에서 멀지 않은 왓포드에 짓고 있었다.
“핸리 포터가 사는 집이랑, 호그와트가 멋있게 지어졌네요.”
“전체 모형이긴 하지만, 대형 사이즈로 제작했고, 영화에 많이 나오는 배경은 따로 실물 크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영화 촬영 이후로 테마파크로 사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신경 쓰고 있고요.”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둘러본 동민은 작업반장에게 설명을 들었고, 자신이 계획한데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세트장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긴 했지만, 영화 한 편 찍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고, 영화 촬영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는 테마파크로 활용할 거라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마법 학교 영화긴 한데, 정말 신비로운 분위기로 만드시네요. 아이들 영화라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어른도 좋아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많이 출연하니까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도 신경 써 주세요.”
배우의 대부분이 아이들이다 보니 아동법을 준수해야했는데, 하루에 일정 시간은 학교 수업을 들어야했고, 8시간 이상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힘이 들지만, 밖에서 보기엔 재미있는 일화도 많은데, 배우들 중 유치가 빠지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치과의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것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실제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해야하는 것을 가지고 와 공부하게 한다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찍지 말아야겠다.’
준비 과정을 지켜본 동민의 결론은 간단했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유독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도 2편 까지 연출을 하고 이후로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감독 자리를 거절 하지만, 아마도 시스템이 많이 다른 영국에서 핸리 포터를 만드는 게 힘들어 하차하는 이유도 있었다.
동민은 어느덧 캐스팅이 완료되어 현장 견학을 와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결심을 굳혔고, 그 것과는 별개로 주인공 3인방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 네가 허마이오니고 넌 론, 넌 핸리구나. 만나서 반가워 난 다니엘이라고 해.”
“아저씨도 다니엘이에요? 이 녀석도 원래 이름은 다니엘이에요.”
핸리 포터 주인공 역을 맡은 꼬마의 본명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였는데, 아직 1편을 찍기 전 꼬꼬마 인 시기라 그런지 모두들 귀엽게 보이기만 했다.
자라면서 조금 심각한 얼굴로 변하긴 하지만, 지금은 마냥 귀엽기만 했다.
“삼촌이라고 부르렴. 내가 이 영화 대장이니까 내 말 잘 들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크리스 아저씨가 대장 아니었어요? 그 위에 대장은 J.K 롤린 작가님인 거로 알고 있는데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이랑 J.K. 롤린 작가님 대장이 나거든. 숨겨진 최종 보스 같은 거야.”
딱히 감독과 작가의 대장은 아니었지만, 콜럼버스 감독은 고용한 상태고 롤린 작가는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기에 계약서 상으로는 갑을 관계에 놓여있으니 대충 대장이라고 둘러댔다.
“우와! 멋있다. 잘생긴 동양인이라 그런지 신비로운 느낌도 나요. 쿵푸 할 줄 알아요?”
장난꾸러기 론이 아무생각 없이 무술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동민이 비밀인데 제다이 출신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할리우드에 영화 홍보를 위해 한번은 방문해야 하니 그때 할리우드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건 김치라는 한국 음식인데, 밥 먹을 때 피클처럼 같이 먹으면 입맛을 살려주고, 몸에도 좋은 거란다. 이번에 신제품이 나왔는데, 콜럼버스 감독님에게 맡겨둘테니 급식이 지겨울 때 한 번씩 먹으렴.”
당연하게도 동민은 김치 전파를 포기하지 않았고, 얼마 전에 새롭게 출시한 어린이를 위한 김치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김치를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깔끔하면서 먹고 보고 싶게 만든 재품으로 미국에서는 꽤 좋은 반응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동기 없이 김치를 먹으라고 하면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서양식과 함께 아이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개발했고, 동치미라는 이름의 맵지 않은 버전의 김치를 낱개 포장하여 출시했다.
아이들에게는 동치미를 권했지만, 성인들에게는 일반 김치를 먹도록 강요했고, 직원식당에는 김치와 한국 스타일의 음식이 종종 특식으로 나오도록 했다.
평소에는 샌드위치와 함께 김밥을 먹을 수 있도록 영국인의 입맛에 맞춰 참치 김밥과 야채 김밥을 준비했고, 조금씩 영국인 직원의 입맛을 바꾸고 있는 동민에게 급한 전화가 왔다.
“다니엘. 영국에 있다고 들었는데, 미국에는 언제 올 생각이니?”
“글쎄요. 이제 슬슬 마무리 하고 들어갈 생각이긴 한데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시장이 심상치 않구나. 폭등을 하는 것이 버블의 막바지에 돌입한 것 같아 걱정되어 연락 했단다.”
동민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주식을 관리해 주고 있는 워런트 버핏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더욱 심한 욕을 듣고 있었는데,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중인 닷컴 버블에 투자하지 않고 자신만의 보수적인 투자를 고집하면서 평판이 나빠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투자자들로 부터 비판을 받다가 최근 들어서는 몇몇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그나마 그를 끝까지 믿는 사람들이 있기에 별다른 타격을 없었지만, 버크쇼 해더웨이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고, 워런트 버핏과 동민 등 몇 몇은 오히려 이번이 기회라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었다.
“벌써 연말이긴 하네요. 산타랠리랑 뉴밀레니엄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 같네요. 보유중인 기업 주가 확인해 보고 하나씩 정리하도록 할게요.”
“느낌이 영 좋지 않단다. 나는 네가 빨리 정리했으면 하는구나.”
“아직 올해가 지나려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한 번에 정리하면 문제가 생길 테니 지금부터 꾸준히 팔도록 할 게요.”
< 23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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