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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229화 (229/265)

< 229 >

제시카와 함께 간 곳은 할리우드가 내려다보이는 베버리힐즈 중턱에 위치한 고급 주택 이었다.

새로 지은 건물로 입구에 있는 대문부터 카메라로 인식해 자동으로 열렸고, 입구에서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주차장과 자동차 10대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차고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건물까지도 꽤 거리가 있네?”

“이쪽 주변 땅을 전부 쓰는 집이라서 사생활 보호가 잘 된다고 하더라.”

집은 2층으로 된 단독 주택이었는데,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현대적인 감각의 현관과 거대하면서 미술작품 같은 샹들리에가 있었다.

현관에서 정면으로 가자 달리기를 해도 될 정도로 넓은 거실이 있었고, 거실 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우와! 수영장 끝 부분이 폭포처럼 되어있네? 너무 멋있어.”

“저녁에는 조명도 나와서 더 멋있다고 하더라. 아래에서는 수영장이 안 보여서 할리우드를 보면서 편하게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데.”

평범한 수영장이 아닌 고급스러운 재료들로 만든 인피니티 풀 주변에는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선배드가 배치되어 있었고, 비싸 보이는 조형물 도 함께 있었다.

수영장을 구경하고 다시 건물로 들어가 주방을 둘러보았고, 주방 안쪽에는 히든 키친이라고 고용한 주방장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주방을 지나자 고급 스러운 서재가 나타났고, 반대편으로 돌아가자 통유리로 되어 시내가 보이는 마스터 침실이 있었다.

침실과 연결되어 있는 방에는 보통 가정집의 거실 만한 드레스룸이 있었고, 조금 더 안쪽에는 비슷한 크기의 화장실이 숨겨져 있었다.

“전망이 너무 좋은걸? 밤에 여기서 야경을 보고 있으면 정말 로맨틱 할 것 같아.”

“아직 봐야할 곳이 많으니까 마져 돌아보자.”

고급스러운 욕조와 사우나가 있는 욕실을 구경하고, 현관으로 이동했다.

손잡이도 고급 자재로 만든 계단을 돌아 2층으로 올라가자 다른 방들이 나타났고, 적당한 크기의 테라스도 방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오빠 여기 방이랑 화장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몇 개나 있는 거야?”

“방은 9개 있다고 했고, 화장실은 12개 있다고 하더라. 2층은 주로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하에 다른 시설들이 있을 거야.”

방들을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가자 놀랍게도 실내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

수영장 옆에는 사우나와 헬스장이 구비되어 있었고, 반대쪽에는 3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영화관, 그리고 당구대와 여러 오락시설이 있는 놀이방도 있었다.

“좋긴 한데, 많이 비쌀 것 같아. 여기 사려고 그러는 거야? 이런 집은 얼마나 해?

“삼촌 집에서 너무 오래 산 것 같아서 이제 슬슬 독립 준비를 하려고. 여기는 새로 지은 집이라 조금 비싸긴 한데 1천만 달러라고 하더라.”

집 한 채의 가격이 10 밀리언 달러라는 말에 제시카가 충격을 받았고, 로스앤젤레스의 일반 집들에 비해서 확실히 비싼 가격이기도 했다.

지금은 닷컴 버블이 절정으로 달리는 중이라 고급 주택의 가격이 계속해서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 집도 사실은 이미 가계약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는 IT 사업을 하는 사람이 계약을 했는데, 혹시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으니 보여준 거야. 집이 나오게 되면 생각해 보려고 미리 와 봤어. 제시카의 의견도 중요하니까.”

“괜찮긴 한데 너무 비싼 것 같아. 다른 집은 없어?”

“두 군대 더 예약을 해 두었으니 다른 집 보러 가자.”

두 번째로 방문한 집은 처음 본 집에서 조금 떨어져있었지만, 비슷한 높이에 지어져 있었고, 역시나 훌륭한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은 지 1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약간의 세월을 품고 있었지만, 이탈리아 별장 스타일로 만들어 오히려 품격이 있어 보였다.

따뜻한 톤의 석회석 벽에 붉은 도자기 지붕을 하고 있었고, 벽에는 덤쟁이 넝쿨이 아름답게 붙어 있었다.

건물은 조금 옛날 스타일이었지만, 내부는 최신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도 절벽 방향에 멋있게 있었다.

“크기는 방금 보고 온 집이랑 비슷한데, 더 포근한 기분이 드네? 남미 느낌도 조금 나는 것 같고.”

“남미가 아니고 이탈리아 투스카니 별장 스타일이래. 여기도 방이 10개에 화장실이 14개가 있고, 지하에는 와인 저장고도 따로 있다고 하더라.”

“여긴 얼마야? 여기도 1천만 달러라고 하던데? 클래식한 스타일이긴 해도 고급 자재를 많이 써서 비싸데.”

“잘 모르겠어 너무 비싼 것 같아.”

제시카와 함께 다른 분위기의 고급 주택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미국 스타일의 대저택을 구경했다.

“어떤 집이 가장 마음에 들어?”

“솔직히 다 좋은 것 같은데 아직은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잘 모르겠어.”

아직 어린 제시카는 집을 고를 정도의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집의 가격을 듣고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거품이 끼어있는 상황이었고, 내년 이맘때쯤 급매로 나오는 집을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제시카의 취향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둘러 본 것이었다.

결국 동민의 마음에 드는 집으로 사라는 허락을 받았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내년 여름쯤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집으로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동민은 닐에게 어제 둘러본 집 이야기를 했다.

“집값이 최근에 많이 올랐다더니 정말 비싸더라고요.”

“저도 요즘 집값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재산세가 늘었어요. 물가가 너무 오르는 것 같네요. 그래도 다니엘은 돈이 많으니까 별 걱정은 없겠어요.”

“그렇다고 너무 비싼 값에 집을 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조금 더 기다려 보려고요. 일단은 좋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했어요.”

“하긴 다음 주부터 뉴질랜드로 갔다가 영국에 들렸다 오면 올해가 거의 끝나가겠네요. 급한 것도 아니니 천천히 알아 봐요.”

닐의 말대로 가락지의 제왕 촬영 준비가 완료 되어 동민은 뉴질랜드로 장기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곳 에서 촬영을 도와주다가 영국으로 이동해 건설되고 있는 세트장을 확인하고, 오디션을 참관하고 오는 일정이었다.

“그럼 내가 없는 동안 회사는 잘 부탁 할 게요. 올해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알려 줬고,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걱정 마세요. 다니엘이 군대에 있을 때도 잘 했었으니까요.”

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동민은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로 이동했고, 꾀죄죄한 모습의 피러 잭슨 감독을 만났다.

“감독님 괜찮으신거죠?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준비를 해도 해도 끝이 나질 않네요. 촬영 일정이 길다보니 캐스팅도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촬영을 시작 해야죠.”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피러 잭슨 감독은 살이 많이 쪄 있었고, 머리와 수염도 지저분하게 길러져 있었다.

피러 잭슨 감독은 오히려 자신의 이러한 외모를 이용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1편에서는 깡총이는 조랑말 여관에서 당근을 씹고 있는 남자로 1초 정도 나오고, 3편에서는 해적으로 등장해 레골라스의 화살에 맞고 사망하는 역으로 나오게 된다.

시리즈 3 편을 한 번에 찍는 가락지의 제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있는데, 가장 먼저 키가 작은 호빗족을 연출하기 위해 호빗 역할의 배우를 교묘하게 멀리 배치해 원근법으로 작아 보이는 테크닉을 연출했다.

“오! 샤이어 호비튼 마을을 정말 아름답게 만드셨네요.”

“식물과 농작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이게 하려고 1년간 농사를 지었으니까요.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호빗족 마을을 동민의 의견대로 영화 촬영이 끝나도 테마파크로 이용하기로 했기에 원래 계획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뉴질랜드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하셨겠네요.”

“다니엘이 알려준데로 관광청에 문의를 했더니 일처리가 쉬워지더라고요.”

피러 잭슨 감독은 동민에게 세트장 투어를 시켜 주었고, 1,800 켤래나 만들어 놓은 호빗족의 신발도 보여 주었다.

촬영장에는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갑옷과 소품을 만드는 대장장이들이 상주하고 있었고, 정말로 하나의 중세 마을을 만들어 둔 것과 비슷했다.

“저기 쌓여있는 포대는 무엇인가요?”

“저건 리븐델에서의 회의 장면에 쓰일 낙엽들 입니다. 작년 가을에 낙엽을 열심히 모아 두었죠.”

사계절이 모두 나오는 영화이다 보니 계절을 표현하기 위한 소품들이 많이 필요했고,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동민은 리븐델의 회의라고 하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대본이 계속 수정되는 바람에 배우들은 촬영 당일에서야 대본을 받게 되고, 회의 장면에서 탁자 아래 무릎에 대본을 숨겨 둔 채 읽으면서 연기를 펼치게 된다.

세트장을 둘러 보다보니 배우들이 모여 있는 숙소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가락지의 제왕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1년이 넘는 촬영 기간동안 함께 지내면서 촬영 이후로도 종종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해지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분이 저희 영화 제작사의 대표이신 다니엘 입니다.”

“반갑습니다. 가락지의 제왕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당분간 이곳에 지내며 함께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락지의 제왕에 출연하면서 인생이 달라지는 배우들이 많이 있었고, 절반 정도는 동민의 소문을 들어 봤다며 신기해했다.

“다니엘? 데이타 연기했던 다니엘 맞지?”

“숀. 반가워. 네가 캐스팅 되었다는 건 들었는데 연락처가 없어서 미리 인사는 못 했네.”

“네가 제작사 대표라고?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동민을 알아보고 놀란 배우는 호빗 중 샘 와이즈 갬지를 연기하는 숀 애스틴이었다.

숀은 동민이 어린 시절 출연했던 구리스에서 주인공 마이키로 출연했었고, 그 이후로 동민을 처음 만난 것이다.

구리스 이후로 어린이 영화 두 편에 출연했다가 이후로 연기를 쉬고 있었는데, 양아버지 존 애스틴이 피러 잭슨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가 인연이 되어 가락지의 제왕으로 오랜만에 연기에 복귀하게 된 것이었다.

“계속 할리우드에 있으면서 영화 공부를 했지. 얼마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제작일을 하고 있어. 너도 잘 지냈지?”

“여러 일들이 있긴 했는데, 널 만난 이후로 꾸준히 김치는 먹고 있어.”

계속해서 김치를 먹어왔다는 이야기에 숀 애스틴의 평가가 올라갔고, 동민은 그에게 더 신경을 써주기로 했다.

“잘 되었네. 내가 머무는 동안 식사 관리도 할 건데, 김치는 원 없이 먹을 수 있을 거야.”

동민은 당연하게도 뉴질랜드에 엄청난 양의 김치를 공수해 왔고, 한식 스타일로 식단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영화 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오늘 뉴질랜드 소고기 바베큐 파티가 있습니다. 고기를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모두 참석해 주세요.”

바베큐 파티를 한다는 말에 배우들과 스태프가 좋아했고, 이제는 직접 요리를 할 짬이 아닌 동민은 뉴질랜드 한인회의 도움을 받아 소고기 파티를 벌였다.

“여전하네. 구리스 촬영할 때도 한국 음식을 싸 오더니 스케일이 훨씬 더 커졌는걸?”

숀은 능숙한 젓가락질로 꽃갈빗살과 김치를 먹으며 동민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 보았다.

< 22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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