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28화 (22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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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락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네요? 내용이 조금 유치한 것 같은데, 괜찮겠죠?”

“가끔은 가볍게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시나리오가 살짝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산드라의 매력을 잘 살려 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선택한 영화는 산드라 블락 주연의 미스 특수요원이라는 코미디 영화였다.

영화에서 산드라 블락은 상남자들 사이에서 성장해 털털한 성격을 가진 FBI 요원으로 뛰어난 두뇌와 실력을 겸비한 유능한 요원이었다.

평소 사건과 단련에만 관심이 있을 뿐 외모를 가꾸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고, 집에 머리빗 하나 없이 무심하게 일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폭탄 테러를 일삼는 괴한으로 부터 미스 USA 대회에 폭탄을 설치하겠다는 내용 협박편지가 날아온다.

이에 FBI는 비상에 걸리지만, 여자들이 바글거리는 미인대회 특성상 남자 요원을 투입할 수 없었고, 밀착 조사를 위해 산드라 블락을 미인대회에 출전시키기로 한다.

화장은 커녕 제모조차 해본 적 없는 산드라 블락은 전문가들의 손에 48시간 만에 미인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보살핌을 받게 되고,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동료들은 눈이 번쩍 뜨인다.

범인을 찾기 위해 참가한 미인 대회에서 평소에 흉을 보던 외모에 집중하는 여자들과 오히려 우정을 쌓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산드라 블락은 폭탄을 발견해 제거하기도 한다.

폭탄을 발견하는 방법이라던가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 동료의 애매한 존재감 등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산드라 블락이 캐릭터를 200% 소화 하면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산드라 블락이 주인공인데다가 폭탄 테러범이 있긴 하지만, 미인대회에 참가한 상황에서 액션이 펼쳐지기에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았다.

저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4,500만 달러에 영화가 만들어 지는데, 극장 수익은 2억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대박을 터트린다.

이에 2편도 제작이 되긴 하지만, 적작의 절반만 벌어들이면서 더 이상의 후속작은 나오지 않게 된다.

‘솔직히 이 역할을 산드라 블락보다 더 소화할 배우가 없긴 하지.’

수익률이 좋은 미스 특수요원에는 50%인 2,2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로서 2000년에 개봉하는 영화에 투자를 마쳤다.

중간에 추가로 몇 편을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1년에 한 번씩 하는 작업은 마무리했다.

“올해도 고생하셨어요. 이제는 연례행사 같은 거라 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네요.”

“닐도 이제부터 계약서 정리하느라 바쁘겠지만, 이번에도 잘 부탁해요.”

“이제는 직원들이 잘 하니 어렵지도 않아요. 그럼 이제는 무얼 하실 건가요?”

작년까지만 해도 영화에 투자를 마치더라도 학교생활로 항상 바빴는데, 올해는 졸업을 했기에 시간 여유가 많이 있었다.

“일단은 가락지의 제왕이랑 핸리 포터 제작에 집중 해야죠. 그리고 마불 코믹스 지분으로 마불 스튜디오 창립도 준비를 하려고요.”

이번에 마불 코믹스 작품인 엑스 휴면에 투자를 하면서 슬슬 마불 스튜디오의 필요성을 느꼈다.

만화책을 만드는 코믹스와 영화를 만드는 스튜디오는 따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고, 조만간 마불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는 스파이더가이 제작이 들어가기에 미리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관련해서 준비를 시켜 놓을게요. 제정적인 것 보다 법률 자문에 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판권을 다시 마불 코믹스로 가지고 왔으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일반 회사와는 다르게 마불 스튜디오는 여러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기에, 회사 설립이 상당히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동민이 대부분의 판권을 다시 사들였다는 것과 저작권의 천국인 디주니의 대주주인 관계로 관련 해서 도와줄 이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구체적인 업무는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하겠지만, 동민 역시도 관련해서 직접 서명을 해야 할 서류가 많이 있었고, 한동안은 회사에 출근하며 서류에 파묻혀 지냈다.

“동민아. 바쁘냐?”

“네. 그동안은 학교 핑계로 일을 미루었는데, 제가 직접 하지 않다보니 너무 많은 일을 벌인 것 같아요.”

“하하. 그래. 네가 이것저것 많이 건들이긴 했지.”

“아빠는 별일 없으시죠? 요즘 한국은 어때요?”

사무실에서 자신의 과업에 괴로워하고 있는 동민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아빠였고, 아빠는 한국에서 꾸준히 영화 수입사를 운영하면서 방한을 하는 배우들을 관리하고, 콘서트 진행도 하고 있었다.

“한국은 많이 좋아졌단다. 오히려 외한위기가 오기 전 보다 좋은 점도 있구나. 잘못된 관행이 많이 사라지고, 조금 더 투명해 졌단다. 사업을 하기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이게 맞는 거겠지.”

동민의 도움으로 외환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한 한국은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한국에 투자를 한다면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었겠지만, 한국에 자주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기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 아무리 한국이 빠르게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경제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기에 닷컴 버블을 이용해 돈을 복사하는 게 양심에도 걸리지 않고 편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 하신 거예요?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 그래. 이번에 영화 매트리스 홍보를 위해 카이누 리부스랑 배우들이 한국에 오지 않았니? 그들과 만나서 한국 구경도 시켜주고, 행사도 진행시켰는데, 영화감독이 조금 특이하더구나.”

“형이랑 동생 있는데, 누구 말하시는 거예요? 혹시 둘 다는 아니죠?”

“형 쪽이 더 이상하긴 한데, 둘 다 무언가 조금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나도 이제 할리우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아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 했는데, 그 형제 감독은 그중에서도 조금 특이하더구나.”

아빠는 꽤 예리한 촉으로 워쵸스키 형제가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기엔 형이 이미 결혼을 한 상황이라 헷갈려 했지만, 동민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 놈의 할리우드 인간들은 항상 놀라움을 안겨주는 구나. 너도 이상한 거 배우지 말고 조심 하거라.”

“저는 일하느라 바빠서 제시카도 자주 못 만나고 있어요. 딴 짓 할 시간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당연히 우리 아들을 믿고 있지만,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워낙 많으니 항상 걱정이구나. 친구를 골라서 사귀라고 하고 싶지만, 멀쩡한 사람이 얼마 없는 것 같으니 알아서 잘 걸러내거라.”

조언 같은 잔소리를 한참동안 듣다가 다시 사업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최근 들어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호텔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는 구나. 딱히 수익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비용이 과하게 들고 있어.”

“앞으로 더 많아 질 건데, 사람이 많아지면 호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겠네요.”

“그래서 말인데 그냥 숙소를 구입해서 관리할 생각인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이번에 IMF로 부동산 가격도 많이 내려갔을 테니 활동하기 좋은 위치에 유명 배우가 지낼 만 한 집으로 구입해 주세요. 가까운 곳에 스태프가 지낼 수 있는 숙소도 같이 구입해 주시고요.”

“서울 가운데인 용산이 좋을 것 같더구나. 용산역 쪽에 고급 아파트가 지어지던데, 그 곳을 매입할 생각 이란다.”

“한남동에 있는 고급 주택도 좋을 것 같아요. 한남오거리 쪽에 숙소도 알아봐 주세요.”

한남동은 지금도 부촌이긴 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재계발이 일어나는 지역에 스태프가 머물 숙소를 구입하기로 했고, 중요 인물은 한강이 보이는 고급 빌라에 지낼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집을 사는 건 내가 알아서 하겠지만, 너도 이제 집을 사야하지 않겠니? 언제까지 형 집에서 지내는 건 아닌 것 같구나.”

“저도 알아보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질 않네요. 중계인에게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했으니 조만간 이사를 가긴 할 거예요.”

한국이야 외환위기로 부동산이 폭락을 했지만, 미국은 닷컴 버블이 일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격고 있었다.

특히 IT 기업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이 많이 오르고 있었고, 서부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역시 가격이 많이 오르고, 고급 주택은 매물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년 초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고급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고 좋은 매물이 급매로 많이 나올 거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 여름으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삼촌 집에 있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밖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으니 그때까지만 버텨야겠다.’

아빠도 이사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내년에는 꼭 삼촌 집에서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고민하던 동민은 섹시한 히로인 연기를 하고 있는 제시카에게 찾아갔다.

“오빠! 오늘을 일찍 찾아왔네?”

“제시카가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촬영은 괜찮아?”

“응. 감독님이 잘 해주셔서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

제시카의 남자친구가 할리우드의 숨은 실세인 동민이란 걸 알게 된 감독이 제시카의 편의를 봐 주었고, 영화에 나오는 비중도 살짝 늘어나 있었다.

그렇다고, 제시카가 지금 촬영 중인 크레이지 핸드로 인해 갑자기 유명해지거나 연기력이 늘어날리가 없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행이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촬영해.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 괴롭히지는 말고. 나중에 미투로 다 밝혀지니까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잘 대해주어야 한다.”

“내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잘 대해주고 있어. 잔소리 그만 하세요.”

아직은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시대가 아니지만, 조금만 있으면 SNS가 세상에 나오게 되고,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인 대중에 더욱 노출된다.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할리우드에서 갑질 정도로는 별다른 흠이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제시카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세뇌를 시켰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정말 그냥 나 보러 온 거야?”

“당연히 제시카 보러 왔지.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어딜 같이 가려고.”

“정말? 어디 가는 거야?”

동민이 비밀이라며 촬영이 끝나고 도착하면 알게 될 거라 이야기 하자 제시카는 오히려 더 좋아했고, 신나서 연기를 하는 바람에 NG를 몇 번 내게 되었다.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오빠가 지켜보고 있으니 긴장해서 실수 했잖아! 평소에는 이러지 않고 잘했는데.”

“그럼.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잘못했네.”

워낙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아온 터라 제시카의 연기는 아마추어로 보였지만, 하이틴 무비라서 그런지 크게 티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적당히 어울리기까지 했다.

투덜거리는 제시카를 달래며 오랜만에 몰고 나온 닷지 챌린저에 태워 목적이로 이동했다.

“우와! 여긴 어디야?”

“어때? 마음에 들어?”

< 22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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