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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아직 미국 주류로 진출하지 못 한 흑인 감독과 흑인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패러디 코믹 영화였다.
공포영화인 스크리밍을 기반으로 온갖 영화들을 짬뽕으로 섞어 만들었는데, 뜬금없이 다른 영화의 주요 장면을 패러디 하거나 특정 소품들을 사용했고 화장실 유머나 저질스러운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시나리오를 읽어 보았을 때는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고, 예산이 1,900만 달러 밖에 들지 않았음에도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선택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기는 하겠지만, 너무 블랙 코미디의 색채가 강렬한 것 아닌가요? 대중에 통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흑인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이고, 유명 영화를 패러디 했으니 시장에 먹힐 것 같아요. 무서운 무비에는 최소 1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로 하고 가능하면 1,500만 달러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무서운 무비는 어떻게 보면 대충 만든 막가파 패러디 영화 같기도 했고, 포스터의 헤드라인에는 “자비도, 염치도, 속편도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속편이 없다고 포스터에 적혀있지만, 염치 없게도 이 영화는 속편이 4편이나 나오게 되고, 계속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렇게 롱런을 할 수 있게 되는 데는 당연히 흥행 성적이 뒷받침되었는데, 1,900만 달러로 제작된 무서운 무비는 2억 8천만 달러라는 극장 수익을 달성하고, 2차 시장에서도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대박을 기록하게 된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는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은 영화로 투자금은 아주 적지만,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수익금을 돌려주었다.
후속작 부터는 유명 인물들을 놀리는 장면을 삽입하여 욕을 먹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다.
그래도 수익만큼은 1편이 가장 높은 기록을 달성하게 되고, 제작비 역시도 가장 적게 들어간 영화가 된다.
닐이 의심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동민의 투자를 바로 옆에서 항상 지켜봐왔기에 군말 없이 패러디 영화의 전설이 되는 무서운 무비에 투자를 마쳤다.
동민이 다음 영화의 시나리오를 닐에게 보여주자 그가 재미있어 했다.
“드류 베리무어가 나오는 영화로군요. 그녀가 액션연기를 할 줄은 몰랐는걸요?”
“어려운 연기는 스턴트를 쓰겠지만, 그래도 태권도를 오래 배웠으니 발차기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다니엘은 찰리의 천사들 드라마 못 봤죠? 제가 어렸을 때 티비에서 했었는데, 아주 인기가 많았었죠. 특히 어린 남자아들에겐 최고의 드라마였어요.”
드류 베리무어가 출연하는 찰리의 천사들이라는 영화는 1976년부터 1981년까지 5시즌이나 방영했던 초인기 미국 드라마를 영화화 하는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특수요원 영화나 드라마가 남자 주인공 위주였지만, 찰리의 천사들은 매력적인 여성들이 나와 위장 잠입 조사를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역할이 확장되어 위장, 잠입은 기본이고, 침투, 해킹, 변장, 전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먼치킨으로 나온다.
“원래 드류 베리무어랑 캐머룬 디에즈, 앤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되어있었는데, 앤젤리나가 개인적인 이유로 출연을 못하게 되면서 악역이던 루시 리우가 천사 역으로 출연한다고 하더라고요.”
“앤젤리나는 아마 다른 영화에 출연해서 못 나오는 걸 거예요.”
사실 앤젤리나는 약간 나쁜 여자 이미지가 있어서 찰리의 천사들의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모두 백인 여성으로 구성된 주인공들 보다는 아시아 여성이 한 명 추가되면서 훨씬 더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완성 되었고, 영화도 오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흥행하게 된다.
“이 영화도 흥행 하겠죠?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할 생각이세요?”
“아마 2억 달러 중 후반 정도 되는 극장 수익을 기록할 것 같은데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조금 애매하네요.”
찰리의 천사들은 2억 5,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제작비를 1억 2천만 달러나 쓰는 바람에 겨우 본전치기만 하게 된다.
손해를 보지는 않겠지만, 딱히 돌아오는 것도 없는 투자이기에 드류에게는 미안하지만 찰리의 천사들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각본을 보니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다니엘 말대로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기는 하네요.”
“앞으로는 확실한 게 수익률이 뛰어난 영화가 아니면 웬만해선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요. 예술성이 뛰어나면 예외를 두긴 하겠지만, 찰리의 천사들이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2003년 같은 멤버로 나온 찰리의 천사들 2편이 9,300만 달러에 만들어져 2억 6,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더 흥행하게 되고, 2019년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찰리의 천사들 3편인 리부트는 극장 흥행 7천만 달러를 기록 하면서 쫄딱 망해버린다.
‘그래도 꽤 재미는 있었지. 특히 돌고래 소리를 내면서 머리카락에 집착하는 빌런이 인상적이었어.’
예전 같았으면 수익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찰리의 천사들에 투자했겠지만, 투자일을 줄이기로 한 지금은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또 줄리아나 로버트 영화네요?”
“작년에 그녀가 출연한 영화 두 편이 전부 흥행에 성공했잖아요.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그래도 이전 영화들은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이번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진지한 법정 공방을 다룬 작품이라 흥행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의외로 법정 영화들이 크게 흥행하는 게 미국이잖아요.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줄리아나 로버트가 출연하는 영화는 에이린 브론코비치라는 실존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지역 법률 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미국의 에너지 기업 PG&E가 중금속 폐수를 캘리포니아의 힝클리라는 마을 부근에 흘려보낸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녀는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증거를 모으고 1993년에 소송을 시작해 해당 지역의 지하수 오염과, 지역사회의 환자 증가 등의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해당 회사와 합의를 이끌어내, 1996년 기준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3억 3,3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이 뉴스를 접한 할리우드에서는 평범한 인불이 거대 기업과 맞서 싸워 이겼다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에게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줄리아나 로버트가 에이린 브론코비치 역을 맡았고, 감독으로는 사람들이 스필버그로 종종 착각하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했다.
줄리아나 로버트는 에이린 브론코비치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실제 인물인 에이린 브론코비치도 영화에 웨이트리스로 잠깐 출연하기도 한다.
“다행히 제작비가 5,200만 달러 밖에 안 되네요.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할 계획인가요?”
“절반인 2,600만 달러를 투입하는 거로 하죠. 역시나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게 좋다니까요. 제작비를 적게 쓰는 법을 항상 신경써야겠어요.”
동민은 자신이 영화를 만들 때는 예산을 적게 쓰는 요령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돈을 굴려왔기에 자금 걱정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아무렇게 쓸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보아온 감독들을 보면 마이크 베이처럼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면서도 예산을 적게 쓰는 감독도 있었고, 크리스토퍼 놀람처럼 사실성을 위해 돈을 펑펑 쓰는 감독도 있었다.
일단 에이린 브론코비치는 5,20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2억 5,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5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매출은 찰리의 천사들과 비슷하지만, 제작비가 절반도 되지 않았기에 훨씬 훌륭한 투자처였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도 뛰어났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에이린 브론코비치에는 투자를 마쳤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다.
“조만간 영화를 개봉하는 마노즈 넬리아투 샤말란 감독 작품이네요?”
“분명 9월에 개봉하는 영화는 초대박이 날 거예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도 미리 투자를 해 둬야죠.”
마노즈 넬리아투 샤말란, 줄여서 M 나이트 샤말란으로 불리는 감독은 인도에서 태어나 1살이 되기 전에 펜실베니아로 이민을 온 인도인 감독이었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의대에 진학했다가 영화로 전공을 바꿔 영화계에 진출한 감독으로 유색인종 감독이 적은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보면 동민의 롤모델 같은 존재였다.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우오삼과 이앙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홍콩과 대만에서 이미 최정상에 오른 후 할리우드로 넘어온 케이스였고, 샤말란은 동민과 같이 미국에서 자라나 감독으로 성공하게 된다.
몇 달 뒤 개봉하는 영화가 초대박이 나면서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되고, 잘 나가다가 잠시 암흑기를 격기도 하지만, 부활하여 꾸준한 활동을 하게 된다.
“센스 식스 시사회는 가 보셨어요? 이번에는 스케줄이 꼬여서 못 가고 직원을 보냈는데, 완전 소름 돋았다고 하던데, 영화가 개봉하면 샤말란 감독이 더 유명해 지겠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딱 한 가지만 알려줄게요. 브루스 윌리가 유령이에요.”
동민은 아직 센스 식스를 보지 못한 닐을 위해 친절히 결과를 알려 주었고, 동민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한 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검토 중인 샤말란 감독의 후속작은 언브레이커라는 제목의 영화로 이번에도 브루스 윌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빌런 역으로는 개성파 배우인 샤무엘 잭선이 캐스팅 되었다.
영화의 오프닝이 인상적이었는데, 브루스 윌리는 전직 미식축구 선수로 지금은 경기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중 뉴욕에서 경비원 면접을 보고 필라델피아로 돌아가다 기차 탈선 사고를 겪는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병실을 나오자 병원에 있는 사람들과 의사가 이상하게 바라보는데, 그 이유는 브루스 윌리가 기차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과 아무런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집으로 간 브루스 윌리는 며칠 뒤 열차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합동 장례식에 갔다가 주차해놓은 차의 창문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몇 번이나 아파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이상한 질문이 적힌 초대장을 발견하게 된다.
초대장을 보낸 이는 골형성 부전증아로 태어나 뼈가 쉽게 부러지는 체질을 가진 이로 지금까지 54번 골절을 당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샤무엘 잭선이었다.
샤무엘은 자신이 이렇게 잘 부서지는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반대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사람이 바로 브루스 윌리였던 것이다.
브루스 윌리는 다치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를 치기 위해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과 접촉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는데, 일종의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고, 샤말란 감독의 영화답게 복선과 반전도 준비되어 있었다.
< 22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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