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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이 걱정하고 있는 영화는 퍼펙트 폭풍이라는 해양 재난 영화였다.
초반과 후반에 잠깐 항구와 마을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 내내 물고기와 바다, 좁은 어선에서 지지고 볶는 시커먼 남자들만 등장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딱히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예산도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제작비로 1억 2천만 달러나 써 버리고 화려한 폭풍우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3억 3천만 달러라는 괜찮은 흥행 성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ER의 조니 클루니가 주인공으로 나오네요. 배드맨과 로빈에서 쫄딱 망해 버렸는데, 괜찮을까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마케팅 효과는 제대로 발휘 되는 것 같더라고요. 더운 여름에 개봉하기도 하니까 매출은 괜찮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제작비가 걸리긴 하네요.”
매출 규모가 있다 보니 수익이 없지는 않았지만, 투자 대비 돌아오는 것이 코미디 영화들과 비교해 뛰어나진 않았다.
홍보비로 자금이 꽤 빠져나가는데다가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사망한 선원의 유가족들이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 때문에 법원비용과 합의 비용도 들어간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 이라도 더 벌기 위해 퍼펙트 폭풍에도 투자를 했겠지만, 자금의 여유가 생겼고 일을 너무 늘리고 싶지 않아 투자하지 않는 거로 했다.
닐 역시도 동민과 같은 생각이었고,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오! 이 영화는 다니엘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 작품이네요. 직접 제작 하지 않고, 폭스에서 같이 만드는군요.”
“이번에는 가락지의 제왕이랑 핸리 포터에 집중하려고요. 처음부터 너무 많은 영화 제작을 하게 되면 무리일 것 같네요.”
닐이 그림이 많이 포함된 영화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읽는 동안 동민은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로 캐스팅 된 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디션은 잘 봤어요?”
“다니엘! 고마워요. 브라이언 싱어 감독님이 다른 배우를 원했다고 하던데 끝까지 설득해 줬다면서요.”
“그래도 휴이가 연기를 잘 했으니 뽑혔겠죠. 일단 약속대로 히어로 영화에 캐스팅 시켜줬으니 열심히 하고, 숙소 알려주면 김치랑 김 보내줄게요.”
동민이 전화를 건 사람은 휴이 잭맨으로 올해 어스킨빌 킹스라는 영화로 정식 데뷔를 했고, 조만간 제작에 들어가는 엑스 휴먼에 울버림 역으로 캐스팅 되었다.
마불 코믹스의 작품인 엑스 휴면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었고, 그는 울버림 역으로 러셀 크로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셀 크로는 글레디에이트 촬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그는 대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같은 호주 출신의 휴이 잭맨을 추천했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동민과 러셀 크로의 추천을 받았으니 휴이 잭맨의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스턴트 연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탈락 시켰다.
휴이 잭맨이 액션 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최근까지 휴이 잭맨은 연극 무대에 주로 올랐고, 아직 벌크업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남성적인 이미지 보다는 호리호리한 미남자 이미지가 강했고, 엑스 휴먼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는 하지만, 초반 작품을 보면 후반작과 비교해 몸이 조금 왜소해 보인다.
휴이 잭맨이 탈락하고, 최종적으로 울버림에 캐스팅 된 배우는 역시나 호주 출신의 더그레이 스콧이었는데, 스콧은 비슷한 시기에 임파서블 미션 2에 이미 캐스팅 되어있는 상황 이었다.
원래는 임파서블 미션 촬영이 끝나는데로 엑스 휴먼에 합류해 촬영을 할 계획이었지만, 주인공인 톰 크루스의 아이스 와이드 샷 촬영이 무한정 길어지는 바람에 스케줄이 줄줄이 연기 되었다.
그로 인해 더그레이 스콧은 울버림 역을 포기하게 되고, 차순위였던 휴이 잭맨에게 역이 돌아가게 되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운명적으로 울버림은 휴이 잭맨에게 가게 되었고, 그는 울버림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초반에는 캐스팅이 계속 번복되는 바람에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싱어 감독은 휴이 잭맨이 오디션에서 보다 훨씬 더 액션연기를 잘 했다고 답하고, 그는 10여 년간 울버림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마불 유니버스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준다.
동민에게도 엑스 휴면은 아주 중요한 영화였는데,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마불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때문이었다.
이미 맨 인 블루와 블레이더 같은 마불 코믹스 작품이 성공적으로 영화화되긴 했지만, 마불 유니버스와 크게 연관이 없는 독립된 작품이었고, 엑스 휴면부터 본격적으로 세계관이 확장되기에 아주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영화였다.
이후로 스파이더가이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수퍼맨과 배드맨으로 코믹스 시장을 지배했던 디씨를 물리치고 마불 코믹스의 세상이 열리게 된다.
“재미있기는 한데, 히어로 캐릭터 숫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배드맨이나 수퍼맨 처럼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 부적응자이자 돌연변이 인간이잖아요.”
“원래 대중이 원하는 히어로의 모습은 사회의 상황을 반영하기 마련이에요. 미국이 한참 성장하던 시기에는 수퍼맨이 강력하고 선한 존재로 신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로 월남전으로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고뇌와 복수로 만들어진 다크 히어로 배드맨이 등장했죠. 이제는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한 시대라 히어로 한 명으로는 만족을 할 수도 없고, 히어로도 각자의 캐릭터 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어요. 이른바 최애 캐릭터를 선택하는 시대가 온 거죠.”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가져다 붙였지만, 무엇 보다 중요한 이유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팔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코믹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수익 이외에도 캐릭터 상품 판매로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계속해서 투자 자본이 실사화 코믹스 영화에 들어오게 되고, 많은 캐릭터를 지닌 마불 코믹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수퍼맨과 배드맨의 시대였고, 엑스 휴면은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엔 일렀다.
초기작품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적은 7,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최종 흥행 수익은 2억 9,600만 달러로 3억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고, 2편부터는 훨씬 더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되고, 엑스 휴면이 다져놓은 토양 위에 어벤저라는 초대형 프렌차이즈 영화가 자라나게 된다.
“마불에서는 따로 제작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 할 계획이세요?”
“코믹스 영화는 극장 수익 말고 2차 시장이랑 캐릭터 상품 매출이 중요하니 최대한 지분을 확보 하는 쪽으로 하죠. 일다 5천만 달러를 목표로 투자해 주세요.”
앞으로 마불 유니버스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엑스 휴먼에 투자를 마치고, 휴이 잭맨 생각을 하고 있자 마불 유니버스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되는 또 다른 인물이 떠올랐다.
“닐. 요즘 로버트 다우 존 주니어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어요?”
“로버트 다우 주니어요? 최근에 엄청 유명한 사건을 저질렀는데, 못 들어 봤어요? 드라마 앨리의 사랑 만들기에 앨리의 남자친구 래리로 출연했다가 약물 문제로 체포되는 바람에 중도 하차해 버렸잖아요. 졸지에 앨리가 청상과부가 되어버려서 난리도 아니었죠.”
“아직도 약물을 극복하지 못 했나 보네요.”
강철인간으로 출연해 토니 스타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 로버트 다우 주니어는 유대인 영화계 집안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배우 활동을 했다.
오랜 기간 연기활동을 하다 보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이네이트 될 정도로 확실한 연기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80년대에 떠오르는 청춘 스타로 자주 언급 되었다.
배우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가던 중 90년대 들어서 극심한 약물 중독으로 커리어를 완벽하게 망치게 되고, 사생활 역시 망가져 버리게 되었다.
지금은 약물 중독 치료 시설과 감옥을 오가며 지내고 있었고, 2000년대에 들어 약물 중독으로 부터 벗어난 이후로 다시 커리어를 회복하다 강철인간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로다주는 약물 문제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잖아요. 7년이나 동거한 세라 제시카 파커랑도 이 것 때문에 해어졌고, 친한 친구인 숀 팬이 데니스 퀘이드랑 집에 쳐들어가 직접 치료 센터에 강제로 등록 시킨 적도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데보라 팔코너랑 이혼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데요?”
로다주는 뛰어난 연기실력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약물 문제로 사고를 계속 일으키다 보니 제작자들이 캐스팅하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멜 기브슨 만은 계속해서 로다주를 지지하고,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꾸준히 출연시켜 주기도 한다.
이런 로다주가 약물 중독으로 부터 극복하게 되는 일화가 아주 유명한데, 어느 날 평소처럼 자동차 트렁크에 몸에 나쁜 가루를 가득 싣고 가던 중 버거킹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치즈버거를 시켜 먹었다.
하지만, 약물에 몸이 망가진 로다주는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고, 좋아하는 치즈버거 맛도 제대로 못 느낄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는 충격에 그대로 차를 몰로 바다로 가서 트렁크에 가득 실려있던 약품을 모두 바다에 버리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해 준 버거킹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강철인간에 치즈버거를 먹는 장면을 일부러 집어넣게 된다.
이후로 약물과 알코올 의존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작품 활동에도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때 즘 고티카를 찍으며 프로듀서 수잔 로빈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회복을 하고 두 사람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설마 로다주를 캐스팅 하시려고요? 그 인간은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 보험 가입도 안 된다고요. 분명 문제가 생길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거예요. 만나봤자 재정신이 아닐 테니까, 몸에 좋은 김치라도 보내줘야겠네요.”
동민은 로다주에게 힘내라는 뜻에서 김치를 보내주기로 했고, 그가 감옥에서 나오면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다주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김치와 우엉을 싫어한다고 한국 인터뷰에서 밝히는데, 이번에는 김치를 좋아하게 만들기로 했다.
연예중계라는 한국 방송 인터뷰에서 귀네스 펠트로와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비빔밥 이야기를 하다가 우엉 이야기가 나오자 “우엉! 그거 냄새 이상한데!”라고 하며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우엉과는 별개로 한국은 좋아하는데, 일본에서 푸대접을 받은 반면 한국에서는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면서 자주 한국을 찾게 되고 몇 가지 사건 사고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좋아하는 배우로 남게 된다.
재미있는 일화로는 삼촌의 영향으로 옷을 아주 잘 입는 동민에 비해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을 즐겨 입는 아스트랄한 센스로 패션 테러리스트로 유명해 지는데, 베네딕 컴버바취, 제임스 매커보이와 함께 3대 패션요정으로 불리우 게 된다.
닐에게 로다주가 치료소에 있는지 감옥에 있는지 확인한 다음 김치를 보내주라고 말 하고는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정말 이 감독의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당연하죠.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 중에 하나에요.”
< 22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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