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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트를 촬영 중인 스튜디오로 가자 세트장이 로마시대 콜로세움처럼 만들어져 있었고, 러셀 크로는 검투사 복장을 입은 채 전차 부대와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검투사를 확실히 죽이기 위해 콤무두스가 칼날이 부착된 전차 부대를 투입해 학살을 벌이고자 했지만, 장군 출신으로 전투 경험이 많은 막시무스는 검투사를 지휘하며 방진을 구성했고, 무시무시한 전차들을 하나씩 무력화 시켜갔다.
“감독님 저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언제 왔나? 저거 가짜 무기라서 괜찮아. 정말로 다치는 장면은 마네퀸을 만들어 뒀으니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을 걸세.”
“저기 부서지는 전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진짜 사람인데요?”
“스턴트맨이라 저 정도로 다치지는 않을 거야.”
부서지는 전차에서 튕겨 나가는 장면을 스턴트맨이 열연했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카메라에 담겨졌다.
아시아 영화의 검술이나 전쟁에 비교해 디테일한 검술이나 묘사는 떨어졌지만, 박진감이나 스케일이 훨씬 더 강렬했기에 관객이 보기에는 글레디에디트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검투사의 생과 사를 나누는 결투와 무자비하면서 잔인한 장면들이 가슴을 뛰게 했고, 왜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아킨도 얼굴이 많이 달라졌네요. 이런단 하기 미안하지만, 악역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꽃미남인 형이랑은 너무 다르게 생겨서 형제라는 걸 알기는 어렵지만, 연기 하나는 정말 잘 하더군.”
어렸을 때는 젖살이 남아있어 동글동글한 얼굴을 하고 있던 호아킨은 나이가 들면서 선이 굵은 스타일로 성장했고, 그만큼 개성이 있는 캐릭터가 완성 되었다.
컴플렉스가 있으면서 잔혹한 심성을 가진 콤두모스는 호아킨과 찰떡인 캐릭터 였고, 주인공 막시무스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
“로마시대 검투사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잔인하지 않은 게 무리지 않을까?”
리들리 스캇 감독은 R등급으로 편집을 마치지만, 제작사의 압박으로 다시 편집을 하게 되고 어찌어찌 이 영화를 해외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능으로 완성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성년자 관람 불가 판정을 받기는 하지만, 1억 500만 달러로 만든 글레디에이트는 북미에서만 1억 8,77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최종 4억 6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운다.
최근 들어 닷컴 버블으로 동민이 벌어들이는 돈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 수익이지만, 영화에서 이렇게 큰돈을 벌어주는 작품은 한 해에 몇 편 되지 않았다.
‘영화로 벌어들이는 돈 보다 다른 수익이 더 많아지니 슬슬 투자는 손을 때야겠다.’
이제는 투자가 아닌 제작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영화도 만들 계획이기에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건 최소한으로 하기로 했다.
동민이 글레디에이트 현장 견학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 앞으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말하자 닐이 반대 했다.
“올해 다니엘이 얼마나 많은 돈을 주식에 몰빵했는 줄 알아요? 작년에는 한국에 그렇게 돈을 퍼 주더니 돈이 다시 들어오는 족족 주식에 쏟아 붓고 있잖아요. 당분간은 돈을 벌어야 하니 주식을 팔때 까지는 영화에 투자해야 해요.”
안 그래도 내년까지는 계속해서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었기에 닐에게 아쉬운 척 하면서 그러겠다고 답했다.
“일단 여기 투자를 하는 거로 하죠.”
“멜 기브슨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나오네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보니 더 이상은 액션이 힘든가 보네요. 작년에 웨폰 러셀 4를 찍을 때도 많이 힘겨워 하더라고요.”
동민이 가장 먼저 선택한 영화는 여자가 원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난봉꾼으로 살아온 멜 기브슨은 광고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데, 새로 온 마케팅 전문가 헬렌 헌트에게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이번 광고는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컨셉이라 멜 기브슨은 여성 용품을 잔뜩 가지고 집으로 가 하나씩 써 보며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다 해어드라이기가 욕조에 떨어지고, 감전을 당하게 된다.
겨우 정신을 차리자 멜 기브슨의 머릿속에는 여자들의 상상이 들려오게 되고,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고 보니 성인 소설 중에 비슷한 내용을 몇 번 본 것 같기도 하네. 완전 남성 판타지 끝판왕인걸? 수위를 이정도로 조절한 것부터가 거짓말이네.’
여자가 원하는 것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보여주면서도 코믹하게 영화를 풀었고, 나름 교훈까지 남기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맺는다.
역시나 어그로를 끌기 좋은 소재라서 그런지 7천만 달러로 제작한 이 영화는 3억 7,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엄청난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동민도 이 영화를 보며 당연히 므흣한 상상을 했었고,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며 욕하면서도 은근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환생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건데, 알고 보면 정말로 저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너무 많은 정보와 멈추지 않는 수다로 인해 정신쇠약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 여자가 원하는 것에는 제작비의 절반인 3,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서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가장 많은 수익을 달성하는 영화에는 모두 투자를 마쳤다.
작년과 올해인 98년과 99년에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2000년에는 생각보다 수익률이 좋은 영화가 없었다.
다음으로 많은 극장 매출을 달성하는 디주니의 다이너소얼은 순수 디주니 자본으로 제작되기에 따로 투자를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디주니의 최대 주주가 동민이기에 따로 투자를 할 필요도 없긴 했다.
다이너소얼은 디주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첫 3D 작품이었고, 디주니의 순수 각본으로 제작된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에는 압도적이고 멋있는 배경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배경은 실재로 촬영을 하고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룡을 더해 영화를 만들게 된다.
억 2,7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 3억 5천 달러를 벌어들이기는 하지만, 공룡이라는 치트키를 쓴 것 치고는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온다.
이후로 디주니는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지 않게 되는데, 대신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축적된 3D 기술은 이후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니 길게 보면 나쁘지만은 않은 투자였다.
“다니엘도 어렸을 때 그린취 읽어 봤어요?”
“한국에서는 안 유명해서 안 봤는데, 미국에 넘어와서 읽어 봤어요. 처음에 미국 왔을 때는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 했거든요. 그래서 동화책을 많이 읽어 봤었죠.”
다음으로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그린취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라는 제목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다.
영미권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으로 두터운 독자팬을 거느리고 있었고, 이미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짐 게리가 그린취로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짐 게리의 출연료가 비싸기도 하고, 특수 분장과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동화를 원작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많은 예산인 1억 2,300만 달러가 투입되었다.
흥행 기록은 3억 4,5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익을 남기긴 하지만, 제작비가 비싼 탓에 이익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그린취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투자하기가 망설여지네요.”
“그래도 기존 팬이 많은데다가 짐 게리가 주연이니 성공하지 않을까요?”
“흥행에 성공을 하겠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내년에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극장 수익도 전반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동민이야 버블로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만, 다른 영화사들은 꽤 타격을 받게 된다.
그래도 한 해만 버티면 2001년에 동민이 제작중인 두 영화가 개봉하게 되니 내년에 영화로 큰돈을 못 벌더라도 괜찮았다.
“그럼 그린취에는 투자하지 않는 거로해요. 아마 수익이 100%를 넘기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가죠.”
내년에 임파서블 미션과 글레디에이트 이외에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수익률이 높은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여자가 원하는 것이 코미디 영화답게 제작비 대비 높은 수익을 가지고 왔고, 이번에 선택한 영화도 코미디 영화라 비교적 적은 금액인 5,500만 달러에 제작되어 3억 3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로버트 드니러가 또 코미디 영화에 나오네요?”
“로버트야 워낙 다작을 하기로 유명하니까요. 일단 연기력이 확실하니까 어떤 역이라도 무리 없이 잘 소화하잖아요.”
올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마피아 두목으로 출연해 꽤 재미를 본 로버트 드니러는 또 다른 코미디 영화에 캐스팅 되었고, 또 다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벤 스릴러와 함께 출연하는 작품으로 장인어른인 로버트 드니러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가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벤 스릴러가 허당에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오고, 로버트 드니러는 은퇴한 CIA 요원으로 사위의 뒷조사를 하고, 전문 지식을 살려 딸의 약혼자를 심문하는 내용 이었다.
장인어른을 만나는 자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모두 어려워하는 자리였고, 이 영화는 그러한 갈등을 잘 살려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북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4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하는데, 특히 로버트 드니러가 벤 스틸러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부착한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미팅 패런츠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큰 기대 없이 만들었다가 예상 밖의 성적을 기록 하면서 3편까지 나오고, 모두 괜찮은 성적을 기록한다.
‘로버트 드니러가 무서운 장인 연기를 잘 하긴 하지만, 얼빠진 모습의 벤 스릴러가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만들지.’
장인, 장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오히려 실수만 하게 되고 결국 결혼을 허락받지 못하게 되지만, 마지막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다.
영화 설정중 재미있는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영화상 벤 스릴러의 성이 Focker(퍼커)이고 약혼녀의 미들 네임이 마사(마다)인 바람에 둘이 결혼하면 여자의 이름이 마다 퍼커가 되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의 결혼 허락해 준 독불장군 아버지가 상견례를 하러 가자며 영화가 막을 내리는데, 그래서인지 다음편 제목이 미팅 퍼커스가 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제시카 부모님은 괜히 뵙기가 무섭더라.”
지금이야 오랫동안 만나왔고, 타이탄익에 초대할 만큼 친해졌지만, 처음에는 제시카의 아버지를 보는것이 괜히 불편했었다.
사실은 나이차이도 조금 나는 걸 넘어 그때는 제시카가 아직 중학생 이어서 그런 것이지만, 동민은 이미 그러한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나 만큼 훌륭한 사위를 찾기도 힘들 거야. 내 덕분에 제시카가 이상한 남자 안 만나는 것 만해도 어디야.”
미팅 패런츠 영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시카의 아버지가 떠올랐고, 얼른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이 영화에는 3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는 바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다.
“다니엘. 바다에 관련된 영화는 피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대부분은 그런데 타이탄익은 성공 했잖아요. 이 영화도 잘 될 것 같긴 한데 조금 애매하긴 하네요.”
< 22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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