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23화 (223/265)

< 223 >

“당신은 우리의 인생이 감옥이라고 했었지. 재미없고, 따분하고, 공허하다는 말이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는지 상상하지 못할 거야. 당신이 좋아하는 살사 베르데야. 찰밥 먹을 때 뿌려먹으면서 집을 생각해. 그리고 집으로··· 아니 내게로 돌아와. 다시 잘해보자. 사랑해.”

베티나는 떠나간 딕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편지와 베르데 소스를 보냈지만, 딕은 소포를 열어 보지도 않고 반송했던 것이다.

이를 보고 주인공은 마음을 바꿔먹고 다시 살아가게 되는데, 페덱스에서 이를 활용해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주는 광고를 찍으면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게 된다.

“그럼 수고 하시고, 할리우드에서 뵐게요. 여긴 잠깐 머무르기에는 좋은데 오래 있으면 심심하겠네요.”

“나야 촬영하느라 심심하지 않지만, 자네는 조금 무료할 수도 있겠군. 그럼 조심히 돌아가고, 다음에 보게나.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네. 자네가 직접 찾아온걸 보니 이번 영화도 크게 흥행하겠군.”

동민은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과 인사를 나누었고, 거기 꼴로 촬영을 하다 고급스러운 해변 의자에 않아서 쉬고 있는 톰 행스크에게도 할리우드에 돌아오면 삼겹살을 구워줄테니 세탁소로 놀러오라고 했다.

“안 그래도 배고픈데, 삼겹살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 악독하군. 삼겹살 기름에 김치를 구워 같이 먹으면··· 으아! 배고파!”

히스테리를 부리려고 하는 톰 행스크를 피해 배에 올라탔고, 피지 공항으로 이동한 동민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학교 다닐 때는 자유롭게 현장을 찾아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마음껏 갈 수 있으니 편하긴 하네.”

동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번에는 유타에 있는 암벽 사막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또 다른 동양인 출신의 거장 감독 우오삼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우오삼 감독은 최근에 니콜라스 게이지와 조니 트라볼타가 얼굴을 바꿔 끼우는 영화를 흥행시키면서 할리우드에 더욱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고, 주연을 간지나게 찍어준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에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 우오삼 감독을 콕 집어 선택했고, 그렇게 그가 유명한 액션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를 맡게 된 것이다.

“감독님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으세요?”

“내가 저 인간 때문에 제명에 못 살 것 같구나. 탐 크루스와 친하다고 했지? 좀 말려줄 수 없겠니?”

임파서블 미션 2의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중 한명인 탐 크루스는 영화 오프닝 장면에서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하겠다고 우겼고, 우오삼 감독은 그를 말리지 못 하고 끌려가게 되었다.

그 결과 탐 크루스는 690미터 높이의 절벽을 안전그물 없이 얇은 와이어 하나만 안전장치로 매 단체 아슬아슬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우오삼은 차마 컷을 외치지 못하고, 멀리서 두 손 모아 기도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동민이 도착 했을 때는 탐이 멀리 있는 다른 절벽으로 점프 하여 매달리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그가 아슬아슬하게 절벽에서 미끄러지다 겨우 한 손으로 매달리는데 성공했고, 카메라 감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헬리콥터에서 그 장면을 담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장면을 성공적으로 촬영했고, 절벽 위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온 탐 크루스를 모두 재정신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바라고 있었다.

“탐. 미쳤어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스턴트맨을 쓰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쓸 이유가 없지.”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와이어 달고 있어서 괜찮아 두 번 떨어지긴 했는데, 잘 잡아 주더라고.”

촬영이 끝났음에도 우오삼 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직 정상이 아니었고, 탐은 괜찮은 척 하다가 대기 중인 의사에게 다가가 점프 후 한손으로 매달릴 때 어깨가 삐끗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힘줄이 끊어졌네요. 용케 이 상태로 끝까지 올라갔네요. 후유증은 없겠지만, 완치 되려면 2주 정도 걸릴 겁니다. 어깨에 부담이 가는 동작은 하지 마세요.”

탐 크루스가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동안 조금 늙어 보이는 우오삼 감독이 동민에게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주었다.

“얼마 전에 스필버그 감독님이 찾아 왔다네.”

“탐의 후속작 캐스팅 때문에요?”

“역시 알고 있었군. 스필버그 감독님이 와서는 왜 탐 크루스가 저기 절벽위에 매달려 있냐며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

“탐이 우겨서 한 거 아니에요? 감독님이 이런 걸 시키실 분은 아닌 거로 아는데.”

“탐이 사고를 당하면 수습할 자신이 없어 말렸지만, 내 말을 듣지 않더군.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님에게는 ‘그러게 말이죠.’라고 답했다네.”

우오삼 감독에게는 안타깝게도 탐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큐브릭 감독과 영화를 찍으면서 각성을 했는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격투 중에 눈을 찌르려는 칼을 눈동자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잡는 장면에서도 실제로 연기를 하게 된다.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을 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탐이 우겨 진짜 칼을 눈동자에 거의 스치는 정도로 촬영을 한다.

우오삼 감독이 몇 장면에서는 탐 크루스에게 항복하긴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그의 색채가 강하게 들어간다.

당연히 비둘기들이 출연하게 되고, 쌍권총을 난사한다거나 자동차로 절벽 도로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펼치기도 하고, 무식한 오토바이 스턴트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너무 화려하다 보니 잠시 만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날아차기나 돌려차기가 스크린을 채우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임파서블 미션 영화들과 괴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팬들은 아쉽다는 소리를 하게 되고, 평론단의 평가도 그렇게 좋지는 못하지만, 우오삼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흥행하게 되는 작품이 된다.

임파서블 미션 시리즈 중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는데, 1억 2,500만 달러에 제작되어 북미에서만 2억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해외에서는 3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2000년에 개봉하는 영화중에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탐 크루스가 제작자로 참여하긴 했지만, 동민만큼 큰 예산을 투입하지는 못했고, 동민은 임파서블 미션 2에 5천만 달러를 투자했었다.

임파서블 미션 2의 최대 투자자인 동민은 우오삼 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하다 얼마전 다녀온 이앙 감독의 와호잠룡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와이어 액션이라. 주연발은 총은 잘 쓰는데 검은 영 별로일 텐데 잘 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오히려 느린 검법으로 고수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더라고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의사에게 응급처치를 받은 탐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고, 동민은 다치지 말라고 살짝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동민 때문에 이염걸과 성용을 만나 본 탐은 스턴트맨 없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연기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가능한 자신이 연기를 계속 할 거라고 했다.

“다음 촬영지는 호주, 시드니고 가는 거죠? 제가 뉴질랜드랑 피지에 들렀다 왔는데, 날씨가 딱 좋더라고요. 그럼 무사히 촬영 잘 하시고, 다음에 할리우드에서 뵐게요.”

“오랜만에 세탁소에 가고 싶으니까 할리우드에 돌아가면 고기 구워줘.”

“우오삼 감독님 말 잘 듣고, 같이 오면 생각해 볼게요.”

동민은 작별인사를 하고, 이번에는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할리우드로 돌아갔다.

“마중 안 나와도 괜찮다니까 왜 회사 대표가 공항까지 나와 있는 거예요? 시간이 많은가 봐요?”

“업무는 항상 신경 쓰고 있으니 다니엘이나 회사에 좀 나와요.”

이번에도 닐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나와 있었고,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게 리무진을 타고 이동해 동민이 구입한 헬리콥터에 탑승했다.

동민이 다른 곳에 가지 못 하도록 헬리콥터는 회사 옥상에 있는 착륙장에 두 사람을 내려주었고, 그대로 대표실로 이동하자 닐이 동민에게 숙제를 내어 주었다.

“벌써 일 년이 지났네요.”

“점점 촬영 스케줄이 당겨지고 있으니 빨리 해치우고 다른일을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이미 세 영화는 촬영까지 하고 있었잖아요.”

닐은 2000년에 제작될 영화의 리스트를 가지고와 보여 주었고, 중국과 피지, 유타에서 촬영중인 영화는 이미 투자를 완료 했었다.

그 외에도 이미 촬영이 시작된 영화들이 몇 편 있었는데 그 영화도 이미 투자를 완료한 상황 이었다.

“중요한 영화는 이미 투자를 다 끝냈으니 현장에 찾아가 확인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지시대로 투자 잘 했죠?”

“다니엘이 시킨 데로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긴 했는데,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았었는데 괜찮은 거예요?”

“리들리 스캇 감독님이라면 믿을만 하죠.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오실 거예요. 여기도 확인하러 갔다 와야겠네요.”

동민이 군대에 있을 때 찾아와 도움을 주었던 토니 스캇 감독의 형인 리들리 스캇 감독은 캐릭터와 사건 몇 가지만 구성한 채로 러셀 크로를 찾아가 캐스팅을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황당해 하던 러셀 크로는 리들리 스캇 감독과 술을 마시며 33 장면이나 빼 버리고 함께 시나리오를 뜯어 고쳐가며 각본을 만들었다.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내후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에게는 최우수 작품상을 러셀 크로에게는 남우주연상 안겨주게 된다.

골든글로브에서도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되고, 다른 메이저 영화제에서도 상을 휩쓸 게 된다.

이 영화가 수상하는 상의 숫자만 47개로 처음 영화 준비를 하던 리들리 스캇 감독과 러셀 크로는 이런 명작이 탄생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아킨 피닉서도 출연하죠? 올해 개봉하는 영화에서도 연기를 잘 하긴 하던데 영화가 잔인한 바람에 크게 성공을 못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좀 떳으면 좋겠네요.”

리버 피닉서의 동생인 호아킨 피닉서는 이번 영화에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이자 차기 황위 계승 유력 후보인 콤모두스로 출연해 인생 배역을 받으면서 단숨에 떠오르는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된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아들이 아닌 러셀 크루가 연기하는 로마 제국의 군단장인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에게 자신의 권력을 모두 물려주려하자 홧김에 아버지를 살해하는 연기를 펼친다.

이후로도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가 남아있는 장면을 종종 보여주는데, 호아킨은 이 연기에 어찌나 몰입을 하는지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실재로 졸도를 하기도 한다.

“어디보자. 이탈리아와 모로코에서의 촬영은 금방 끝났고, 영국에서 숲을 홀라당 태워버리는 촬영도 마쳤겠네요. 지금 할리우드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현장을 방문해 봐야겠어요.”

“학교 다닐 때는 이렇게까지 일일이 찾아다니지 못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네요. 못 가게하고 싶지만, 그만큼 제 일이 줄어드니 빨리 다녀왔다가 나머지 영화 선별해 주세요.”

동민은 닐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스튜디오로 출발했고, 콜로세움으로 만든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중요한 장면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 22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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