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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은 중국에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장쯔이가 자신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그녀와 검을 겨루어 보기로 했다.
그녀는 중국의 중앙희극학원에서 재학 중에 한 샴푸 광고 오디션에서 우연히 만난 장이머우 감독에 발탁되어 작년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에 처음부터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이 영화 하나로 일약 중국 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게 되고, 이 영화는 내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이후 장이머우 감독에게 이앙 감독을 소개받게 되고 두 번째로 출연하는 영화가 지금 촬영중인 와호잠룡이었다.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 얼굴을 알리게 되고 2001년 성용의 러시아 워2에도 출연하면서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하게 된다.
무용 전공이긴 하지만, 유연하고 탄탄한 몸을 활용해 어려운 액션 연기도 선보이면서 감정 연기마저 출중한 그녀는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받기는 하지만, 그만큼 중화권 언론과 찌라시에 고생을 하기도 한다.
특히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맡은 추억의 게이샤에 출연하다가 기모노를 입고 일본인 연기를 했다며 엄청나게 욕을 먹게 된다.
“지금 무시하는 건가요?”
“아! 미안해요. 잠시 장이머우 감독님의 집으로 가는 길을 생각했네요.”
동민이 검을 들고 가만히 서 있자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 했다가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촌스러운 시골 여자로 등장한 집으로 가는 길 이야기를 하자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선이 유려하네요. 검술 보다는 무용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저는 유수를 배운 적은 없어서 무용 동작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카메라에는 더 아름답게 담길 것 같네요.”
동민은 최근들어 이염걸에게 훨씬 높아진 난이도의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장쯔이와의 검술 대련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동민의 실력과 좋은 성격에 장쯔이의 견제가 허물어졌고, 할리우드에 관한 질문을 쏟아 부었다.
“나랑 연습 할 때 보다 훨씬 더 보기가 좋은걸? 이앙 감독님 이거 다니엘도 출연시켜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미 모든 인물에 맞는 캐스팅이 완성되어서 캐릭터를 추가할 수는 없네요.”
동민과 장쯔이의 검술 대련을 지켜보던 주연발과 이앙 감독이 동민의 출연 여부를 고민 했지만, 동민은 중국에 오래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특히 하복부를 엄청나게 압박하는 바람에 고질병을 발생 시키는 와이어 연기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와이어에 매달려 균형을 잡고 있는 것도 아주 난이도가 높은데다가 그 상태에서 연기를 펼치려면 오랜 연습이 필요했다.
“이염걸 선배님의 제자라더니 제대로 배웠나 보네요.”
“최근 들어서 좀 심하게 괴롭히시긴 하죠. 가끔은 엑스트라로 써 먹기도 하는 걸 보니 그런 이유로 무술을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이염걸과 장쯔이는 2년 뒤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에서 만나 함께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독특한 생감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유명해지는 영웅은 중국으로 찾아와 현장 견학을 꼭 할 생각이었다.
이염걸과 전쯔단도 출연하니 두 사람을 핑계 삼아 찾아갈 계획이었다.
동민은 와호잠룡 현장에서 이앙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지켜보며 영상미가 살아있는 중국 무협 영화 촬영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당신이 다니엘 이군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대만까지 이름이 알려졌을 거라고는 알지 못 했네요.”
“홍콩과 중국, 대만 영화계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한 발만 건너면 모두 알고 있지요.”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김치를 아시나요?”
동민에게 말을 건 배우는 또 다른 주연급 배우로 대만 출신의 장젠이었다.
장젠은 은근 한국과 인연이 깊은 배우인데, 조만간 한국에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벌써 이년이라는 곡에 추리닝을 입고 가난한 복서로 출연하는데, 노래가 워낙 유명해지는 바람에 노래방만 가면 장젠이 화면에 나오게 된다.
이후 같은 가수의 후속곡에도 출연하게 되고, 방한 역시 수십번을 할 정도로 친한파 배우가 장젠이었다.
넷플렉스 드라마인 나르코스 한국판에도 중국인 갱단 두목으로 출연하는데, 여기서는 딱히 액션연기를 보이지 않지만, 중화권에서는 이염걸과 전쯔단 다음으로 손꼽히는 남자 액션배우로 유명해 진다.
특히 거칠고 격렬한 격투씬을 잘 연기하는데, 연기생활을 하면서 권법을 정식으로 익히게 된다.
일대종사라는 영화를 찍을 때는 오랜 기간 팔극권을 배워 무술대회에 나가기도 하는데, 거기서 우승을 해 버린다.
호전적인데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장젠은 한국계인 동민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동민도 그를 좋게 생각했다.
“김치라면 당연히 알고 있지요. 한국에도 가 봤으니까요.”
김치를 알고 있음으로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장젠은 동민이 앞으로 챙겨줄 배우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
동민은 배우들과 이앙 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미국에서 크게 흥행할 것 같으니 힘내달라는 말과 함께 김치를 남겨두고 돌아갔다.
가락지의 제왕을 준비중인 뉴질랜드로 가려 했지만, 아직도 세트장을 만들고 있는 중이기에 본 촬영이 시작되는 가을에 방문하려다 중국까지 온 김에 피러 잭슨 감독을 잠시 보고 가기로 했다.
“감독님 준비는 잘 되고 있으신가요?”
“다니엘씨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겠네요. 예산을 넉넉히 주셔서 자료를 조사하고 세트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뉴질랜드 정부에 개발 허가를 받는 게 가장 힘들었네요.”
자연을 중시하는 뉴질랜드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세트장 개발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는데, 동민의 힌트를 받아 관광청을 설득 하면서 겨우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거기다 15개월이나 되는 장기 촬영으로 인하여 배우 수급에 난항을 격고 있었고, 동민이 알던데로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고 있었다.
“저희 제작사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고, 팬들의 기대가 크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시길 바랄게요. 제작비 걱정은 하지 마시고, 완성도에 집중해 주세요.”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에 기대에 부풀어있지만, 지쳐 보이는 제작진에게 최고의 명약인 금융치료를 선사해 주고는 뉴질랜드에서 북쪽으로 바다를 건너면 있는 작은 섬 피지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오! 정말로 여기까지 찾아왔군. 오랜만이야 다니엘. 이제 많이 자랐구나.”
피지의 작은 섬 모누리키에서 동민을 반겨준 이는 백투더 미래에서 부터 알고 지냈던 할리우드의 모범 답안으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이었다.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은 백투더 미래와 콘택트로 유명했고, 포레스트 캄프로 톰 행스크와도 함께 작업을 했었다.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역시 톰 행스크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고, 모누리키 섬에는 배우라고는 다른 사람 없이 톰 행스크 단 한 명만 있었다.
“세상에. 톰, 완전 상거지가 되었네요. 홈리스들의 왕 같아요.”
“하하. 다니엘. 처음에는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는 적응해서 은근 편해. 그리고 건강해지는 기분이야.”
산발한 머리에 씻지 못해 꾀죄죄한 모습을 한 톰 행스크는 모든 걸 초월한 표정으로 무인도 생활이 생각 보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이 시작 될 무렵 평소의 모습으로 카메라에 나오다 오랜 표류 생활으로 수척해지는 모습을 담기 위해 강제 다이어트를 시키며 22.7킬로나 살을 뺐고, 이발과 면도도 하지 않아 톰 행스크는 상거지가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이 녀석이 윌슨이군요.”
“단순한 영화 소품으로 생각 했는데, 이제는 정말로 애정이 들어 버렸어. 영화가 끝나면 달라고 할 생각이야.”
윌슨 배구공에 붉은 손자국으로 얼굴이 새겨진 소품은 톰 행스크의 바람대로 그의 손에 들어가지는 않고, 홍보를 위한 경매에서 1900만원에 낙찰되게 된다.
특이하게, 윌슨을 사들이는 사람은 페덱스라는 택배회사의 사장으로 많은 이들이 그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며 납득을 하게 된다.
모누리키 섬에서 촬영 중인 케스팅 어웨이 영화를 보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특이하게 마지막 장면이 아닌 윌슨이 폭풍우에 떠내려 가는 장면에서 오열을 하게 된다.
동민 역시 전생에 케스팅 어웨이를 보다가 윌슨이 떠내려가는 장면에서 눈물 콧물을 쏟아낸 기억이 떠올랐다.
케스팅 어웨이는 북미에서만 2억 3,363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최종 4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흥행에 크게 성공하게 된다.
영화의 대부분 장면에서 톰 행스크 혼자 출연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적게 들어갈 거라고 생각 했지만, 예산이 9천만 달러나 투입 되었다.
케스팅 어웨이는 영화를 전공하거나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촬영 기법이나 후처리에 대한 테크닉들에 대해 반드시 들어봤을 만큼 뒷이야기가 많았다.
다양한 기법이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컴퓨터 그래픽에 들어가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았다.
페덱스 화물기 추락장면이나 고래가 나오는 장면은 모두 야간이라 정교한 표현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효과음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이 측정되어있었다.
동민은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새로운 기법을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마침 톰 행스크가 불을 피우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밤에 불을 피우는 장면이었는데, 인물과 사물을 선명하게 잡기 위해서 낮에 촬영을 했고 컬러 그레이딩을 통해 밤에 촬영한 것처럼 후처리를 했다.
덕분에 달빛이 조명이 된 것처럼 촬영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달빛이나 조명만으로는 영화 필름의 감도 때문에 선명한 촬영이 불가능 했고, 빛이 충분한 낮에 촬영함으로써 고운 입자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영화 중반 톰 행스크가 무인도에 있는 동안에는 음악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보통 영화에는 수많은 음악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삽입되는데, 케스팅 어웨이에서는 배경소음과 톰 행스크의 독백만으로 영화가 진행 된다.
그럼에도 관객이 전혀 모르게 되는데, 그만큼 편집과 효과음, 대사가 완벽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위해 음향팀이 엄청나게 고생을 하게 되고 음향 효과 예산이 폭증하게 되지만, 그만큼 훌륭한 결과물이 탄생하게 된다.
“감독님. 윌슨 제가 가지고 가면 안 되겠죠?”
“자네가 아무리 최대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저 녀석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될 것 같네. 누구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분명 말이 나올 거니 그냥 경매로 넘기는 것이 가장 안전할 걸세.”
“생각해 보니 그렀겠네요. 아무래도 포기하는 편이 좋겠어요.”
윌슨에 욕심이 생기긴 했지만, 분명 윌슨의 소유를 가지고 기사가 나갈 것이고, 동민이 가지고 간다면 좋지 못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윌슨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물품은 주인공이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소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가였는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위성 통신 전화기라고 대답한다.
이는 당연히 농담이었고, 영화상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끝까지 나오지 않지만, 시나리오를 읽어 본 동민은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채택되지 않은 변경되기 전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표류한지 1000째 되는 날 자살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 전에 소포를 뜯어보게 되는데, 소포 안에는 살사 베르데 소스 두 통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22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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