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18화 (218/265)

< 218 >

“다니엘,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잘 지냈지?”

“지난달 타이탄익에서 봤잖아요.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왜 기억을 못 해요?”

현장에 가니 브래들리 피트가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오랜만이라며 반가워했지만, 작년 연말 파티에서 브래들리는 김밥을 아주 맛있게 먹고 갔었다.

“그랬나? 사실 내가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어찌나 괴롭히는지 혼이 나가는 것 같아.”

“핀처 감독이랑은 7가지 죄악에서 같이 촬영 했었잖아요. 아직 적응 못 했어요?”

“이건 적응 문제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때 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아.”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들리 피트는 은근히 많은 작품을 함께 만들게 되는데 벌써 두 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었고, 앞으로 벤자민 볼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까지 그를 주연으로 촬영하게 된다.

브래들리 피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데이비드 앤드류 리오 핀처 감독이 다가와 인사했다.

“다니엘 군, 오랜만에 보는군. 학교는 졸업 한 건가?”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에요. 조지 누카스 감독님이 안부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 분은 그대로시지? 이번에 별들에 전쟁을 만드느라 들떠 있는 것 같더라.”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이력이 조금 특이한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지 누카스의 ILM에 견습생으로 들어가 편집 조수, 특수 효과 담당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다가 ILM의 판타지 만화 같은 문화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광고계에 투신하게 된다.

조지 누카스의 ILM에 취업하게 된 경의가 재미있는데, 데이비드 핀처가 어린 시절 조지 누카스가 맞은편 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일했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둘의 촬영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광고계로 전향한 데이비드 핀처는 금연광고를 첫 CF로 만들었는데, 뱃속의 태아가 담배 피는 장면으로 광고계에 충격적인 등장을 했다.

이후 뮤직비디오도 몇 편 만들면서 그의 독특하면서 뛰어난 스타일에 영화계에서 관심을 보이게 되고, 에어리언 3편의 감독으로 영화계에 데뷔하게 되었다.

에어리언 3 같은 경우 그가 초짜 감독이었기 때문에 제작사에서 여러 참견을 했고,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지 못 했다며 불만을 가지고 할리우드를 잠시 떠났다가 3년 뒤 7가지 죄악이라는 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느와르 스타일의 암울한 분위기와 독특한 영상으로 대중과 평론단을 매료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제작비를 투자했다고 들었는데, 더 좋은 영상을 만들도록 노력해야겠군.”

“저 신경 쓰지 말고, 감독님 원하는 데로 연출 하세요. 잠깐 견학하다 가도 괜찮죠?”

데이비드 핀처도 동민이 투자하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소문을 들어 좋아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 촬영중인 파이팅 클럽은 흥행에 참패하게 된다.

동민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영화 이지만, 시대를 너무 앞선 영화라는 재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흥행도 실패하고, 평론에서도 혹평을 받으면서 폭스 20세기 사장이 이 영화로 인해 잘려버린다.

‘지금까지 결과를 알고 있어 투자에 항상 성공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겠다.’

영화라는 게 흥행에 성공하면 큰 수익을 남기기도 하지만, 제작비가 천문학 적으로 들어가는 데다 극장에 절반을 때어주고 나면 남은 절반이 수익금이기 때문에 제작비의 두배 이상이 되는 티켓을 팔아야만 했다.

아직도 성공하는 영화 보다 적자를 보는 영화가 훨씬 더 많았고, 제작사들이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프렌차이즈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파이팅 클럽은 DVD 시장에서 뒤늦게 소문이 나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한다.

동민의 방문에 반가워하는 데이비드 핀처를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가 워낙 제작비를 많이 쓰는 감독으로 유명하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파이팅 클럽 이후 그나마 영화 특성상 제작비가 비교적 적게 들어가는 패닉 룸이 나름 가성비 좋은 성공을 거두면서 산소 호흡기를 달게 되지만, 7년만의 신작 조디악은 다시 실패하게 된다.

벤자민 볼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경우 성공하기 힘든 장르로 엄청난 대박을 터트리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제작비를 쓰면서 겨우 본전치기만 하게 된다.

‘그래도 소셜 네트워크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다시 데이비드 핀처를 흥행감독으로 만들어 주지.’

워낙 오락가락 하는 데이비드 핀처지만, 넷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즈의 제작을 맡으면서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제작비를 펑펑 쓰고, 흥행이 오락가락 하는 데이비드 핀처이긴 하지만, 광고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영상미를 살린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했다.

굳이 특수효과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위해 CG 사용을 꺼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예산을 마구 늘리게 된다.

그래도 그만큼 멋있는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동민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조정 장면을 아주 좋아했고, 데이비드 핀처가 만든 기여워나 해일로 4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그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 데이비느 핀처는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완벽주의로 유명했는데, 소셜 네트워크의 클라이맥스 장면만 리허설을 무려 99번이나 하게 된다.

그의 반복되는 리허설은 배우들을 지치게 만드는데, 일곱가지 죄악을 촬영할 때도 브래들리 피트가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27번 찍었고, 비가 내리는 창 밖 장면과 함께 차 속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3주 동안 만들었다.

“살려줘~.”

이러한 데이비드 핀처에게 시달린 브래들리 피트는 뒤에서 입모양으로 살려 달라 소리쳤고, 뒤늦게 흐느적거리며 나타난 또 다른 주인공 에드워드 노톤은 불면증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이 잠을 못 자게 하면서 퀭한 분장이 아닌 정말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이 녀석이 내가 이야기 했던 다니엘이야. 할리우드 세탁소 소문을 잘 알고 있지?”

“오! 내가 생각했던 얼굴이 아닌걸? 투자자라기보다는 모델 같은 외모를 하고 있네?”

“나름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었다고. 그러고 보니 광고 모델을 해도 괜찮겠는걸?”

“정말 필요할 때는 가끔 연기를 하긴 하지만, 저는 연출을 하고 싶네요.”

“배우를 하다가 감독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어. 아니면 감독을 하면서 까메오로 출연해도 괜찮겠네.”

동민이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인 에드워드 노톤은 할리우드 배우치고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집안 자체가 엘리트 집안인데, 아버지는 환경 변호사로 전 지미 카터 정부 연방 검사를 역임했었고, 어머니는 재단의 대표 이사이면서 영어 교사였다.

에드워드 노톤 역시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졸업 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외할아버지가 설립한 재단에서 에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엔터프라이즈 재단은 가난한 저소득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이 경험으로 에드워드 노톤은 간단한 일본어 회화가 가능했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극단에 소속되어 희극 배우로 활동을 하다 재작년에 2000:1의 경쟁을 뚫고 리차르드 기어가 주연으로 나오는 프라미얼 피어라는 작품에 이중인격자로 데뷔 했다.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며 바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작년에는 아메리칸 X 히스토리라는 영화에 털미네이터 2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필통과 함께 출연해 미친 듯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 했고, 대신 에드워드 노톤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리게 되었다.

“그나저나 아메리칸 X 히스토리에서는 몸이 좋았는데, 살을 얼마나 뺀 거예요?”

“원래 몸이 마른 편이었는데, 그 영화를 찍기 위해서 3개월 동안 근육만 14키로를 늘렸어. 지금은 일부러 운동을 그만 뒀더니 근손실이 와서 빨리 살이 금방 빠졌네. 배우라는 게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체중 조절이 되더라.”

“그러고 보니 다니엘도 몸이 좋지? 작년에 액션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어?”

브래들리 피트가 동민의 몸을 더듬으며 근육을 확인하자 부담을 느낀 동민이 살짝 몸을 빼며 은근히 자랑을 했다.

“이건 비밀인데, 얼마 전에 별들의 전쟁에도 제다이로 잠깐 출연 했어요. 제다이들의 검술이 조금 심심하기에 화려한 동작 몇 가지를 보여줬죠.”

별들의 전쟁에 그것도 제다이로 출연했다고 하자 브래들리 피트와 에드워드 노톤이 부러워했다.

“세상에 제다이라니. 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길.”

“우리도 이 영화에서 액션 장면이 많은데 기술 몇 가지 알려 줄 수 있어?”

“격투 장면도 데이비드 감독님이 이미 다 정해 두었을 것 같은데요?”

동민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 이야기를 하면서 두 배우는 멀리서 현장 지휘를 하고 있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데이비드 감독이 아무런 지적 없이 한 번 더 라고 말 할때가 가장 무서워.”

“포기하면 편해. 완전히 그 배역에 녹아 들어서 연기하길 원해서 자연스러워 보일 때 까지 촬영을 반복하는 편인데, 넌 그나마 적게 시키는 거야. 연기가 마음에 들었나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등장부터 대단한 연기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아직 신인인 에드워드 노톤보다 브래들리 피트에게 재촬영 요구를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에드워드가 연기를 잘 하긴 하나 보네요. 그런데 데뷔 한지 2년 밖에 안 된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나도 이 녀석이랑 연기하다 보면 가끔 놀란다니까. 예일대학 나왔다더니 대본도 잘 외워.”

“나도 브래들리가 얼굴만 잘 생긴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연기해 보니 기본기가 엄청 탄탄해서 놀랬어. 외모도 완벽한데 연기까지 잘 하니 조금 시샘이 나더라고.”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서 그래. 여기 있는 다니엘도 내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일할 때 친해졌었어.”

브래들리 피트도 에드워드 노톤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렇다고 브래들리가 연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니었고, 브래들리도 워낙 많은 영화에 출연하긴 하지만, 꽤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노톤은 지금 촬영 중인 파이팅 클럽 이후 계속해서 여러 작품에 출연 하다가 2012년 웨즈 엔더슨을 만나 문라이트 킹덤에 출연해 그의 사단에 들어가고, 이후로 계속 엔더슨 감독의 작품에 나오기도 한다.

문라이트 킹덤 이후 부다페스트 그랜드 호텔에도 출연하게 되고, 같은 해 맨버드에 출연하면서 또다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르게 된다.

이해 부다페스트 그랜드 호텔과 맨버드가 대부분의 상들을 휩쓸 게 되는데,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에드워드 노톤 역시 주목을 받는다.

브래들리 피트와 에드워드 노톤 바로 앞에서 그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며 동민이 질문을 했다.

“에드워드, 두유노 김치?”

< 21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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