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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긴 했지만, 동민의 생활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가 시작 되자, 그동안 학점을 가득 채워 수업을 들어서 인지 오히려 여유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동민은 수업이 없는 날은 자신의 제작사로 출근했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파악해 갔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많이 해 왔기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직원들도 닐이 사장이긴 하지만, 진짜 오너는 동민이라는 걸 알고 있어 괜히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회사는 내가 직접 관여를 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것 같네요.”
“무슨 소리에요. 그래도 오너가 관심을 때면 회사가 망하는 거 몰라요?”
“닐이 사장으로 잘 운영하고 있으니 나는 사무실로 출근 하는 것 보다 현장을 돌아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올해 투자한 영화들을 둘러보고 와야겠어요.”
한 달가량 사무실로 출근을 해 보니 자신은 서류 작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닐에게 머리 아픈 일은 모두 넘긴 채 영화가 만들어 지고 있는 현장을 돌아 다녔다.
“올해 만들어 지는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이번에도 수많은 영화에 투자를 했고, 많은 흥행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매출 상위권에 속하면서 동민의 흥미를 끄는 작품 현장에 가장 먼저 찾아갔다.
영화 예고편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우주를 바라보는 황폐한 우주 기지 안에 악당 같아 보이는 남자가 돌아 앉아있고, 웅장한 음악이 흐르면서 나레이션이 나왔다.
“만약 당신이 올해 여름 단 한 편의 영화만을 봐야 한다면 별들의 전쟁을 보세요. 혹시 두 편을 보게 된다면 어스틴 파워를 보세요.”
어스틴 파워는 2년 전에 데미 무어가 제작자로 참여 하면서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끌었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해 이번에 속편을 제작하고 있었다.
전작이 1천 600만 달러라는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 6,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큰 흥행을 기록했고, 이번 여름에 개봉하는 속편은 무려 3억. 3천만 달러나 벌어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주인공인 마이크 마이어스가 1인 다역을 소화 하면서 출연료를 많이 절약하게 되고, 소품과 세트장도 일부러 복고풍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충 만들기에 여기서도 예산을 많이 줄이게 된다.
보통의 코미디 영화는 영어 문화권이 아니면 재미를 그대로 살리기가 어려운데, 어스틴 파워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몸개그와 섹드립, 패드립, 화장실 농담을 날리면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동민이 좋아하는 장면은 3편의 오프닝 장면 이었는데, 이 영화가 미국에서 얼마나 파급력이 강력했는지 어스틴 파워를 영화로 만드는 장면이 오프닝으로 나온다.
어스틴 파워 역으로는 탐 크루스가 등장하고, 히로인으로는 기네스 펠트로가, 닥터 이블 역에는 케빈 스파이스, 미니미로 대니 드비토가 나오고, 골든멤버 역할로 조니 트라볼타가 나오면서 큰 웃음을 준다.
거기다 영화의 감독으로는 스티브 스필버그가 나와 함께 춤을 추고, 음향 감독으로 퀸시 존스가 얼굴을 비추고, 오프닝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댄스 배틀에서는 상대로 브리트니 스피어가 나와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직접 뵙는 건 처음이네요. 다니엘 킴 이라고 합니다.”
“오! 그 전설의 다니엘 이군요. 반가워요. 마이크 마이어라고 해요.”
동민이 촬영장에 들어가자 영화의 3/4 이상 얼굴을 비추게 되는 마이크 마이어가 분장을 받고 있었다.
일인 다역에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분장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 분장을 새로 하면서 촬영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캐릭터 당 등장하는 장면을 쭉 촬영하고, 나중에 편집해서 시간대를 맞춘다고 했다.
“일 편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때부터 팬이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각본을 만드시다니 감각이 정말 좋으시네요.”
“다니엘이 투자하면 영화가 크게 흥행한다던데, 이번 어스틴 파워는 결과가 좋을 것 같네요. 예~ 베이비~!”
마이크 마이어 옆에는 미니미가 분장을 받고 있었고, 그 옆에는 닥터 이블의 부하인 넘버 2가 대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닥터 이블의 부하 중 유일한 정상인 포지션을 하고 있는 넘버 2는 로버트 와그너라는 배우가 역을 맡고 있었고, 안대를 쓰면서 특이한 존재를 들어냈다.
개그 캐릭터이긴 하지만, 닥터 이블이 지구를 정복을 도전할 수 있도록 자금적으로 서포트를 하는 역할인데, 1편에서는 닥터 이블의 위장 회사인 버츄콘을 30년간 38개 주에 서비스를 하는 케이블 채널과 통신 화사, 철강회사, 해양운송회사, 석유정제회사에서 모형 공장까지 세계적인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번 편에서는 작은 커피 브랜드에 투자 했다며 닥터 이블의 건물에 사내 커피샵을 운영 하는데, 바로 스타 박스 커피였다.
다음 작품에서는 초대형 기획사까지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나 로버트,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넘버 2의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거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영화 포멧이 거의 웹소설 수준이네? 그냥 막장의 끝을 보여주는 구나.’
어스틴 파워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화의 현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코미디 장르라 그런지 배우와 스태프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카메라가 멈춰 있을 때도 마이크 마이어스가 계속해서 농담을 던졌고, 몇 장면은 애드립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어스틴 파워 촬영장에서 신나게 웃으며 구경을 한 동민은 다음에 또 방문하겠다며 다음 촬영지로 이동 했고, 이번에는 1,100만 달러라는 아주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하이틴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다.
“이스트 그레이트 폴즈 하이스쿨(East Great Falls High School)이라니 이름도 참 거창하네.”
영화는 주로 고등학교와 가정집에서 촬영 되었고, 아직 어린 외모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왔다.
“워워. 여긴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 누구신가요?”
“다니엘 킴 이라고 합니다. 와이츠 형제 감독님께 전해드리면 알 거예요. 미리 연락하고 왔는데 아직 전달이 안 되었나 보네요.”
저예산 하이틴 무비라 그런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는 다른 영화 보다 현장이 통제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활기도 느껴졌다.
‘저 파이가 그 유명한 애플파이인가?’
촬영장 한 쪽에는 미국 스러운 애플파이가 여러 개 준비되어 있었다.
순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 파이들이 어떻게 쓰일지 알고 있다 보니 속이 매슥거려왔다.
“오! 당신이 다니엘 킴 이군요. 생각 보다 훨씬 젊으시네요. 역시 동양인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니까요.”
아메리칸 애플파이의 감독인 와이츠 형제는 살짝 가벼워 보이면서 활기찬 캐릭터였고, 동민의 나이를 오해하고 있었지만, 딱히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저희 영화의 제작비 대부분을 투자해 주셨던데, 혹시 저희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나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따로 두분의 경력을 알아보긴 했지만,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실 것 같네요.”
아메리칸 애플파이는 1,100만 달러의 예산으로 2억 3,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초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첫번째 영화의 성공으로 비슷한 내용의 후속작을 만들게 되고, 이후 2편과 3편까지는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다가 2012년 4편인 아메리칸 파이 리유니언을 마지막으로 다음 시리즈 제작은 들어가지 않게 된다.
아메리칸 애플파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나오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많은 스핀오프 시리즈들이 극장이 아닌 2차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지는데, 아메리칸 애플파이 웨딩, 걸즈 룰스, 네이키드 마일스, 베타 하우스, 밴드 캠프, 북스 오브 러브 등이 만들어진다.
아직 파릇파릇해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를 잠시 지켜보다 투자자라고 말 하고는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재미있는 현장이긴 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기에 집으로 돌아갔고, 며칠 뒤 아직은 형제인 또 다른 형제 감독을 찾아갔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그래픽 작업은 잘 되어가고 있어요?”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작업을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네요. 완성된 결과물도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작업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고요.”
매트니스의 촬영은 작년에 이미 마무리 되었지만, 대부분의 장면에 들어가게 되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인해 골방에서 워쵸스키 형제 감독이 갈려 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작품의 분위기와 컴퓨터 그래픽이 잘 어울리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분명 훌륭한 작품이 완성될 것 같네요.”
골골거리는 워쵸스키 감독 형제에게 홍삼 액기스를 입에 물려주었고, 그래픽 작업을 하는데, 힘들어 하는 장면이 있기에 장난감 이야기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해법을 물어 보았다.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대신 손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원하는 결과물은 뽑아낼 수 있을 거야.”
“잠시 바꿔 줄 테니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며칠이나 고심하던 문제가 해결되자 워쵸스키 감독은 기뻐하며 작업자를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
“장난감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디주니에서 아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더군. 전부 뒤엎고 다시 만들고 있어.”
“개봉날이 잡혀있던데, 괜찮은 거예요? 시간이 촉박할 것 같은데?”
“그래서 대부분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오로지 작업만 하고 있지.”
며칠 전에 작업을 하던 기술자가 폭주하면서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는데, 다행히 코드를 뽑아 중단시켰다고 했다.
그래도 중요 데이터가 대부분 날아가서 맨붕에 빠져 있다가 집에서 작업하던 작업자의 서버에 주요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어 살릴 수 있었다며, 이번 장난감 이야기 2편을 만들고 나면 한동안 휴가를 떠날 거라며 동민에게 하소연을 쏟아내었다.
“팀원 전부 작업이 끝나면 타이탄익에 태워서 휴양지로 보내드릴 테니 조금 만 더 고생해 주세요. 수정된 시나리오는 읽어 봤는데, 개인적으로 1편 보다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고생하고 있는 장난감 이야기 제작팀에게 힘내라고 한 뒤 건강기능식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성능이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컴퓨터의 성능이 뛰어나지 못 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했고, 기술자와 감독이 말 그대로 갈려나가고 있었다.
‘앞으로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을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최대한 CG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컴퓨터 그래픽이 현실상으로 만들기 불가능한 장면들을 연출해 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촬영하는 장면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몇 감독은 최대한 실사로 촬영하기도 한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이 유명한데, 대부분의 폭파 장면과 액션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촬영 하는데, 위험한 비행기 액션 장면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필름에 직접 담는다.
그로 인해 배우와 카메라맨이 엄청나게 고생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멋있는 장면이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진짜 보잉 여객기로 공항을 들이 박는 건 정말이지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니면 불가능 할 거야.’
촬영 스타일에 관해 생각하던 동민은 워쵸스키 형제와 촬영 테크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해어졌다.
며칠 뒤, 동민은 또 다른 촬영 스타일을 가진 감독의 현장으로 찾아갔다.
< 21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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