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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216화 (216/265)

< 216 >

아놀드의 질문에 동민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던 걸 답해 주었다.

“일단은 제작사 일을 익히면서 각본 준비를 할 거예요.”

“너라면 이미 각본을 만들어 두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새로 만들 건가 보구나.”

“몇 가지 생각해 둔 건 있는데, 시대와 상황에 맞는 작품을 새로 구상 해야죠. 그동안 쭉 지켜보니 유행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좋은 작품이 시대를 잘 못만 나서 사장되어 버리는 것도 여러 번 봤고요.”

동민의 머릿속에는 미래에 흥행하거나 상을 받게 되는 영화들이 가득 들어 있었지만, 다른 작품을 훔치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 김치남을 촬영할 때만 해도 좋은 평가와 흥행을 원했다면, 드럼 치는 대학생이 무서운 대머리 지휘자 교수와 한판 붙는 영화를 카피해서 만들었겠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순전히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투자만 했지 작품이 만들어지는데 직접적인 관여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참견을 하지 않을 생각 이었다.

슬슬 장편 영화를 만들 시간이 다가오자 기대도 되었지만, 부담감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너라면 뭘 하든 잘할 거 같은데, 솔직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네. 확실히 부담이 생기긴 하겠어.”

“그러니까요. 스필버그 감독님은 그나마 부담을 덜 주는데, 카메룬 감독님이 얼마나 겁을 주는지 모르실 거예요.”

“카메룬 감독님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군.”

카메룬이 한창 독한 시절에 그와 영화를 여러 편 찍어 본 아놀드는 카메룬의 이름이 나오자 치를 떨었고, 귀가 간지러웠는지 멀리서 동민과 아놀드를 돌아보는 카메룬을 발견하고는 두 사람은 서둘러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구체적으로는 졸업을 하자마자 뉴질랜드와 영국에 갈 것 같아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서요.”

“가락지의 제왕 이야기를 하는 거구나. 나도 그 소설을 읽어 봤는데 영화로 잘 만들 수 있을지 걱정 되는구나.”

“그거야 감독이 걱정을 해야죠. 저는 도와주면서 잔소리를 하는 포지션이고요.”

졸업을 하고 나면 가락지의 제왕 현장에서 제작자로서 참여를 할 계획 이었고, 영국에서 준비 중인 핸리 포터 세트장 건설에도 손을 보태기로 했다.

앞으로 오랜 기간 동민의 제작사를 먹여 살리고, 성장시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했다.

가락지의 제왕은 그나마 한 번에 1, 2, 3편을 촬영하여 그나마 괜찮았지만, 핸리 포터의 경우 앞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할 예정이고, 테마파크로도 활용을 해야 하기에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동민은 진로 고민을 아놀드에게 말 해주다가 은근 슬쩍 정치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아직은 정계에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놀드와 대화를 끝내고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며 선상 파티를 즐겼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셨지만, 금방 적응하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이 배가 우리 아들 거라며 자랑을 하고 다녔다.

“오! 타이탄익의 주인공, 잭 도슨 씨가 오셨군요.”

“저 같은 3등석 칸 승객 노동자를 반겨 주시다니 선주께서는 훌륭한 인품을 지니셨군요.”

“하하. 확실히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니 주목도가 다르네.”

타이탄익의 주인공인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여주인공 케이티 윈슬렛과 함께 등장했고, 손님들은 두 사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화 촬영 이후로 처음 타이탄익에 타는 건데, 배가 더 좋아졌는걸?”

“실재로 운항을 해야 하니 편의 시설을 추가로 만들었지, 리오는 평생 무료로 승선 시켜줄 수 있긴 한데, 오히려 배를 탈 때마다 돈을 줘야겠는걸?”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타이탄익은 아놀드와 털미네이터 같은 사이가 되어 버렸고, 아직 타이탄익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의 인기는 엄청났다.

“올해 영화를 두 편이나 찍었더라. 내년에는 촬영이 없는 거야?”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서 고민 중이야. 아이언 마스크는 흥행에 성공해서 자신감이 생겼다가 셀러브리티가 망하니까 또 신중해지더라고.”

리오는 아이언 마스크에서 루이 14세 역을 맡으면서 또 다시 리즈 외모를 뽐냈지만, 우디 앨런 감독의 셀러브리티는 5천만 달러라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그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올해는 영화 촬영 없이 공백을 보내다 2000년에 비치라는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고 2002년 마르틴 스콜세지 감독과 뉴욕 오브 갱스를 찍으면서 스콜세지의 패르소나가 된다.

이때 이후로 마르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에 대부분 출연하게 되고, 같은 해 스필버그 감독과 이프 유 캔 캐치미로 확실한 흥행 배우로 확고한 입지를 굳힌다.

“드류도 요즘 영화에 많이 나오더라. 역시 아역 스타는 달라.”

“그래도 리오가 가장 잘 나가지. 앤젤리나도 이번에 여주인공을 맡았던데?”

오랜만에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4명이 모두 모였고, 꾸준히 인지도가 있던 드류 배리무어를 이번에 리오가 뛰어넘어 버렸다.

앤젤리나도 연기력과 개성 넘치는 외모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유일하게 토미 맥과이어가 아직 빛을 보지 못 했지만, 3년만 더 있으면 마불 코믹스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부상한다.

“난 토미를 믿고 있어. 엄청난 작품을 맡게 될 거니까 꾸준히 활동하면 될 거야.”

다른 친구들이 잘 나가면서 살짝 주눅이든 토미를 격려해 주었다.

“다니엘이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니 대박이 나긴 하나보다. 부러운 걸?”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조금씩 배역이 늘어나고 있긴 한데, 언제 주연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장은 불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스파이더 가이가 큰 흥행을 기록 하면서, 후속편으로 갈수록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받게 된다.

원래 스파이더 가이의 주인공으로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언급 되는데, 리오가 절친인 토미 맥과이어를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그를 캐스팅 하는 것으로 결정 난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걸 보니 좋네. 이제 다니엘 차례인가?”

“그러게. 이제 졸업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바로 영화를 만들거야?”

“일단은 제작사 일을 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히고 영화는 천천히 준비 하려고.”

“현장 감각이야 10년간 준비 한 것 같은데 더 준비 해야 해?”

“그래도 제작사 대표인데 업무는 파악해 둬야지. 당분간은 뉴질랜드랑 영국에 있을 거야.”

오랜만에 모인 4인방은 모두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일 이야기를 하다가 언젠가 다 함께 한국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그때 정말 재미있었지. 특히 오락실에서 한국 꼬마들이랑 게임 했던 기억이 나네.”

“난 동대문에서 쇼핑했던 게 좋았어.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자신들의 스케줄에 맞춰 타이탄익에 승선한 지인들과 인사하다 보니 1주일이 흘러 선상 파티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어느 덧 파티의 마지막 날이군요. 아쉽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초청 가수를 모셨으니 8시에 중앙 홀로 모여 주세요.”

마지막 공연이다 보니 타이탄익의 주제곡이 흘러 나왔는데, 목소리는 셀린 디옹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운 곡을 파워풀한 목소리로 불렀고, 무대 위로 올라온 가수는 역시나 내년에 데뷔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아구에로였다.

브리트니와는 다르게 아직은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그녀의 보컬만큼은 진짜였고, 모두들 그녀의 공연에 넋을 잃은 채 집중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 안 그래도 요즘 공연할 무대를 많이 찾고 있었거든.”

“훌륭한 가수가 와 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다들 누구냐고 물어 보던데, 앞으로 초대하는 곳이 많아 질 거야.”

크리스티나의 공연과 함께 폭죽을 터트렸고, 미국에 온 이후로 동민이 처음으로 주최했던 연말 파티가 끝났다.

“벌써 집에 가야하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아.”

“나도 돌아가기 싫은데 이제 집에 가야지. 다음에 또 같이 오자.”

제시카 역시 방학을 맞아 타이탄익에서 일주일간 머물렀고, 아직 어린 딸만 크루즈에 보낼 수 없었던 그녀의 가족도 다 함께 일주일간 파티를 즐겼다.

로스앤젤레스 항에 타이탄익이 정박하자 승객의 절반은 차를 타고 돌아갔지만, 나머지 절반은 개인 헬리콥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다니엘도 이제 전용 헬기를 구입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졸업 선물로 한 대 구입하면 되겠네요. 학교에 타고 갈 수는 없으니 졸업하고, 뉴질랜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때 사는 거로 해요.”

로스앤젤레스의 악명 높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헬기를 타고 돌아 다녔고, 이착륙장이 설치되어 있는 집도 많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집을 산다는 게 아직도 안 샀구나. 졸업 하면 정말로 알아 봐야겠다.’

제대를 하면 베버리힐즈에 집을 구해 독립하려 했는데, 세탁소와 삼촌 집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아직 집을 구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닷컴 버블이 생기면서 로스앤젤레스 집값이 오르고 있었는데, 동민의 마음에 드는 매물이 아주 가끔 등장해도 금방 팔리는 바람에 계속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닷컴 버블이 터지면 급매가 많이 나오겠지? 그때 좋은 주택으로 구입하면 되겠네.’

미국에 있는 어떤 저택을 구입하든 예산은 충분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아직 발견하지 못 했고, 2000년 초반이나 중반을 노려보기로 했다.

헬리콥터 역시 자산시장이 붕괴되는 2000년에 구입하기로 했고, 타이탄익 연말 파티를 다녀와 관련 업무를 정리하다 보니 1999년 새해가 밝았다.

진정한 의미의 세기 말인 나인틴 나이니 나인의 새가 밝았고, 여러 음악과 방송에서 입에 착 감기는 나인틴 나이니 나인을 혀를 굴려가며 말했다.

세기 말이라고 운석이 지구와 충돌 하거나 묵시록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유럽 연합이 유로를 발표 하며 1999년이 시작 되었다.

유로가 등장하자 유럽이 미국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석인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동민은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패권 국가 자리를 놓치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이 슬슬 떠오를 타이밍이구나. 아직은 착해 보이는데 10년만 지나면 본 모습을 드러내겠지? 일단 닷컴 버블 끝나고 나면 투자할 곳이 없었는데, 중국에 투자하면 되겠다.’

세기 말의 중국은 인구만 많은 국가로 아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돈을 너무 많이 버는 것 같은데 이 걸 어떻게 써야하나?’

지금까지는 영화에 투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알고 있는 사건들에 맞춰 투자를 하면서 재산을 눈덩이처럼 불려 왔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넘어가자 동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자산이 쌓이게 되었고, 닷컴 버블을 지나 앞으로 부상할 중국에 까지 투자를 하게 되면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거라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일단은 집부터 좋은 거로 사고, 배는 이미 샀으니 비행기랑 헬리콥터 사고 나서 고민하면 되겠지. 아직 급한 거 아니니까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다.’

결국 동민은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기로 했다.

< 21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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