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14화 (214/265)

< 214 >

동민의 위험해 보이는 투자가 걱정된 워런트 버핏이 전화상으로 한 시간이나 경제학 강의를 해 주었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동민은 딱 1년만 보유하고, 전액 팔겠다고 약속했다.

‘설마 나 때문에 미래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겠지?’

지금까지 뒤에서 투자만 해 왔지, 앞에 나서서 역사를 바꾸지는 않았기에 이번까지만 알고 있는 역사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십년 뒤에 서브프라인 몰기지라는 금융위기가 한 번 더 있긴 하지만, 그때는 역마진에 투자하지 않고, 안전자산만 보유하고 있을 생각인데다 이번 닷컴버블만 계획대로 진행 되어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스닥이 최고점에서 무려 78%나 하락하게 되고 5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증발해 버린다.

동민이 증발해 버리는 5조 달러를 전부 먹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만 재미를 보아도 한국에서는 아무리 투자를 잘 해도 만질 수 없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동민이야 결과를 알고 있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버블에 투자를 하는 거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으로 투자를 하는 버핏의 눈에는 아직 어린 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워런트 버핏은 동민을 설득해 보려 노력 했지만, 결국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한국에 투자한 자산을 정리하는 데로 미국 나스닥의 기술주를 사 들이기로 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타이탄익에서 연말 파티 할 건데 오실 수 있으세요?”

“연말은 매년 가족과 보내고 있어 따로 참석하기는 힘들겠구나.”

“가족 분들 전부 오셔도 괜찮으니까 꼭 참석해 주세요.”

“그래. 다들 타이탄익 영화를 보고 배를 타보고 싶어 하긴 하더구나. 이야기는 해 보마.”

워런트 버핏은 스케줄을 확인해 보고 알려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버핏과 통화를 한 이후 그가 소개해준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들과도 전화로 현제 상황을 보고 받았고, 고생이 많다며 미국으로 돌아오면 타이탄익에 태워주겠다고 했다.

작년에는 군대에서 나와 정신없이 미국에 돌아왔고 한국에서는 IMF가 터지는 바람에 한국을 오가며 연말을 보냈지만, 올해에는 지인들을 타이탄익에 초대해 파티를 하고 싶었다.

동민이 타이탄익의 선주이기 때문에 객실을 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초대한 이들이 워낙 유명하고 바쁜 사람들이라 스케줄 조율이 가장 힘들었다.

결국 동민은 일주일간 크루즈에서 머물기로 했고, 지인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만 배에서 머물다 가는 방식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이거 꼭 해야 해요? 담당 직원이 스케줄 짜느라 엄청 힘들어 하던데?”

“닐이 직접 연락해서 스케줄 잡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올해마저 넘어가면 타이탄익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려질 수도 있으니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도 힘들 거예요. 다음부터는 타이탄익에서 파티 하자고 안 할 테니 이번만 부탁해요.”

“알겠어요. 대신 내년에는 다음해 영화 투자를 더 빨리 정하게 할 거예요.”

상대하기 힘든 할리우드 사람들을 초대해 달라는 요청에 닐이 살짝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무리 없이 타이탄익 연말 파티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도 대형 프로젝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1년 전에 촬영을 시작하는 작품도 생겨났고, 결국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 나눠서 투자 선별 작업을 하기로 했다.

연말 파티를 기대하며 단편 영화로 인해 정신없었던 학기의 말을 보내고 있는데, 같은 학교를 졸업한 유명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니엘, 스튜디오에 놀러 온다더니 언제 오는 거야?”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네요? 가려고 할 때마다 해외에서 촬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이제 할리우드에서 촬영 하시는 거예요?”

“현장 촬영은 전부 끝났고, 이제 특수효과를 위한 그린 스크린 촬영만 남았어. 당분간은 스튜디오에 계속 있을 거니까 놀러와.”

할리우드 세탁소로 전화를 한 선배는 별들의 전쟁 1편을 촬영 중인 조지 누카스 감독 이었다.

그동안 몇 번 촬영 현장을 참관하러 할리우드에 있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려 했지만, 그때 마다 그는 튀니지와 터키를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마무리 촬영만 남은 상황이라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기 쉽게 그린 스크린을 만들어 둔 할리우드의 누카스 필름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했고,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를 빌려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김밥을 싸 가야겠다.”

빈손으로 별들의 전쟁 스튜디오에 방문할 수 없었기에 배우들과 스태프를 위한 김밥을 공장에서 만들어 조지 누카스를 찾아갔다.

“오! 젊은 이안 맥그리거다. 아직 어려 보이는 나탈리에 포트맨도 있네.”

스튜디오에는 제다이 스승으로 나오는 이안 맥그리거와 또 다른 제다이 니암 리슨이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며 촬영을 하고 있었고, 나탈리에 포트맨은 특이한 메이크업 분장을 받고 있었다.

스튜디오에는 대형 그린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배경을 꾸민 세트장도 대규모로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우주선 내부 모형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는데, 조지 누카스가 두리번거리고 있는 동민을 발견했다.

“다니엘! 놀러 오라고 했더니 곧바로 찾아왔구나. 뭘 그렇게 잔뜩 가지고 온 거야?”

“촬영장에서는 매번 같은 음식만 먹는다던데, 색다른 걸 드셔 보시라고 몇 가지 준비해 왔어요.”

“역시 후배가 센스가 있어. 어떤 음식을 가지고 온 거야? 저번에 세탁소 놀러 갔을 때 만들어 준 안주도 괜찮더라.”

동민은 현장에서 간편하게 먹기 좋은 참치 김밥과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 김밥, 항상 인기가 있는 햄 김밥까지 만들어 왔고, 조지 누카스 감독은 하나씩 맛을 보다 특이한 김밥에 관심을 보였다.

“이건 사이즈도 많이 작고 아무것도 안 들어있네?”

“이 김밥은 옆에 있는 석박지랑 오징어 무침을 곁들여 먹는 건데 충무 김밥이라고 해요.”

“이게 석박지라는 건가? 이름이 특이하네. 아삭거리는 게 아주 식감이 마음에 들어. 빨간데 맵지도 않고,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외계인이 먹는 음식 같은 느낌도 있고 말이야.”

조지 누카스가 감독 의자에 앉자 김밥을 맛있게 먹자 호기심이 생긴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가와 함께 여러 종류의 김밥 맛을 보았다.

“오! 이게 그 유명한 김밥이군요. 들어본 적이 있어요. 여러 재료들이 검은 페이퍼에 쌓여져 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영화는 대박이 난다던데 우리 영화도 잘 되겠네요.”

“아니에요. 별들의 전쟁은 원래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서 김밥이랑은 상관없을 거예요.”

조지 누카스 감독이 김밥 덕에 영화가 잘 될 거라고 말 한 스태프를 노려보았고, 동민이 영화 칭찬을 하자 다시 표정이 돌아왔다.

김밥을 먹으며 분위기를 살펴보니 누카스 감독이 감독 의자에 앉아 황제 같은 모습으로 독재를 펼치고 있었다.

굉장히 권위적이고 고집이 센 것으로 유명한 조지 누카스는 자신의 입맛대로 영화를 주무르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가 세계관을 창조해내고, 대중적인 프렌차이즈를 만드는 것에는 뛰어났지만, 연출이나 편집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전 별들의 전쟁 시리즈에서는 조지 누카스의 입김이 강력하지 못 했던 시기라 주위의 참견이 많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아예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태클을 걸어줄 이가 하나도 없었다.

‘스튜디오를 직접 차려서 마음대로 영화를 만드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동민은 이상한데서 고집을 부리는 조지 누카스를 보고, 자신이 영화를 만들 때는 조언을 해 준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외계인 자자가 가장 웃긴 캐릭터이니 모든 것의 열쇠라고 할 때는 그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

조지 누카스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릭 멕칼럼은 누카스 옆에서 열심히 예스를 외치고 있었고, 몇몇 장면에서는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것이 외부인인 동민에게도 훤히 보였다.

‘내가 별들의 전쟁 1편을 까는 리뷰를 너무 많이 봐서 문제점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단점이 주로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조지 누카스에게 배울 것이 많이 있었다.

일단 압도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실사 특수효과로 찍었던 오리지날 시리즈와는 달리 실사 특수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이 적절하게 섞인 프리퀄 시리즈는 디테일하면서도 웅장한 비주얼을 보여 주었다.

덕후 기질이 있는 조지 누카스는 디테일 하나하나에까지 신경을 썼고, 의상과 소품의 제작에도 직접 참여 하면서 다르면서도 잘 어울리는 통일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별들의 전쟁에서 극찬을 받는 장면인 다스 몰과 오비안 케노피, 콰이온 진의 2:1 라이트세이버 검투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는데,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와이어를 달고 싸우다 보니 영상으로 보았을 때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다 영화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검술을 보여 주지만, 실제로는 아주 천천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배우들이 액션 전문배우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고, 필름을 빠르게 감으면서 영상에서는 속도감을 더해주는 테크닉을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치남에서 액션 장면을 정말 잘 만들었던데, 네가 보기엔 지금 결투 장면이 어떤 것 같니?”

“전작들에 비하면 전투의 박진감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검술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무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라이트세이버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커버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빨간 얼굴에 뿔까지 돋아있는 다스 몰이 쌍날형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하는 건 충격적이네요. 센세이션이 될 것 같아요.”

영화 막바지에 도깨비 같은 외모에 시커먼 복장을 하고 있는 다스 몰이 양날형 라이트세이버를 꺼내 들었을 때는 투덜거리며 영화를 보던 별들의 전쟁 팬들도 그 모습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두 제다이와 2대1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전작에서 어설픈 제다이 루크 스카이와 바주면서 싸우는 아버지 다스 베이더의 어설픈 칼싸움이 아닌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염걸에게 무술을 배우기도 했고, 미래에 만들어 지는 훌륭한 액션영화를 많이 보아온 동민의 눈에는 아쉬운 장면이 꽤 보였다.

“그래도 참고 할 만한 점이 있으면 말해 주겠니? 네가 만든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액션은 확실히 나 보다 뛰어나더구나.”

“그럼 염치를 불구하고 몇 가지만 이야기 할 게요. 제가 서양검이 아닌 동양검을 조금만 배웠고, 검술보다는 봉술 위주로 배워서 다스 몰의 봉술은 조금 더 화려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염걸은 모든 병장기를 다룰 수 있었지만, 가장 선호하고 화려한 것은 봉술 이었기에 동민도 그에게 봉술 몇 가지를 배웠었다.

봉의 리치를 이용해 찌르거나 휘둘러 치는 기술이 가장 효과적이긴 한데, 다스 몰의 무기는 봉이라기보다는 양날 검에 가까워 사용법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제다이 두 명이서 뛰어난 협공으로 다스 몰을 밀어붙일 때, 이 기술을 선보이면서 다시 흐름을 잡아 오는 거죠. 이길 듯 짊듯 업치락뒤치락 해야 긴장감이 더 올라가거든요.”

“멋있긴 한데 어려운 기술인 것 같은데 배우가 할 수 있을까?”

“이건 보기보다 쉬워요. 지금 보여주는 실력이라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다스 몰의 숨겨진 기술인 풍차 돌리기가 만들어졌다.

< 21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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