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11화 (211/265)

< 211 >

동민의 김치 스폰서를 받은 박세니는 올해 두 번의 LPGA 우승을 더 하면서 총 4번의 우승을 기록하고,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올해의 도약을 기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아니카 소랜스탐과 캐리 웹과 함께 여자 골프 시장을 삼등분 하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이런 박세니의 활약을 지켜보고 자란 골프 꿈나무들이 너무 잘 자라는 바람에 2010년 이후로는 한국 출신 여성 골퍼들이 세계 프로 골프 시장을 장악해 버린다.

오죽 했으면 한국인 선수 수를 줄이기 위해 쿼터제 이야기도 나오지만, 결국 한국인 골퍼들의 파워에 점령당하게 된다.

“이번 투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구나.”

“이제 시작인 걸요. 박세니 선수는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남성 골프인 PGA에 타이거 우즈라는 스타가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 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훨씬 덜 하긴 하지만, 덩달아 여성 골프도 인기와 상금 규모가 지금 보다는 높아지게 된다.

삼촌은 앞으로도 박세니를 계속 후원하며 그녀의 투어를 따라 다닐 거라고 하셨지만, 세탁소 운영을 해야 하니 한두 달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갤러리로 참석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연휴를 보내고 할리우드로 돌아와 학교에 가니 단편 영화 과제를 주었던 교수가 동민을 자신의 사무실로 따로 불렀다.

“자네가 제출한 과제라 조금 이슈가 있었다네. 일단 학교에서 정해준 예산대로 제작했나?”

“예산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딱 맞춰서 만들었습니다. 조금 인력이 많이 투입되긴 했지만, 다들 비용을 받지 않고, 재능기부를 해 주었거든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름들이 너무 거창 하더군. 뭐 일단을 그렇다고 넘어가겠지만, 자네 작품에 사용된 테크닉이나 영상미, 스케일에 비해 캐릭터는 정말 안 어울리더군.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치는 각본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은 표현이겠군.”

제작비의 대부분은 촬영감독과 조감독으로 도움을 준 크리스토퍼 놀람과 웨즈 엔더슨에게 들어갔고, 두 명의 주인공에게는 앞으로 캐스팅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최소한의 출연료만 지급했었다.

“저는 대학생이 만든 독립 영화의 취지에 맞게 제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서 캐릭터도 제가 마음대로 만든 것이고요.”

보통 대학생들의 독립 단편 영화는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철학적이거나 예술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민을 편법을 이용해 화려한 연출을 선 보였고, 캐릭터만 바꾸면 얼마든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히어로물 영화를 만들었기에, 이상한 괴리감에 교수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 말이 맞기는 하지만, 액션이 너무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 학교 축제에 상영하기로 했네. 영화를 설명하는 프롤로그도 만들어서 제출 하도록 하게나.”

학교 과제라 생각하고, 마음껏 만들고 싶었던 B급 괴작을 촬영했는데, 학교 학생들에게 공개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아직 소셜 미디어가 발달 하지도 않았고, 외부로 퍼질 염려는 없었기에 알겠다며 프롤로그를 만들어 오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민의 첫 번째 영화인 김치남은 학생들에게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을 받게 되고, 계속해서 상영을 이어가게 된다.

학교가 한인타운과 가까이 위치해서 그런지 학생들은 대부분 김치를 알고 있었고, 김치남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학교 식당에도 김치가 납품되게 된다.

김치남 단편 영화가 상영되는 바람에 바쁜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올 여름 아마게돈으로 흥행 대박을 터트린 마이클 베이 감독이 동민의 단편 영화를 보러 학교에 찾아왔다.

“감독님은 이미 보셨는데, 또 오신 거예요?”

“분명 유치한 영화였는데, 이상하게 계속 떠오르더라. 그리고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각 없이 유쾌하면서 짧은 영화를 보고 싶었어.”

얼마 전 아마게돈을 개봉한 마이크 베이는 여전히 평론가와 대중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었다.

여름에 시원한 볼거리를 찾는 관객들은 극장에서 마이크 베이의 영화를 보며 시원함을 느꼈고, 평소에도 마이크 베이에게 태클을 거는 평론가들은 마침 우주 과학이 들어간 영화라 서로 경쟁하듯 비평을 남겼다.

아마게돈 영화를 분석 하자면 과학적 근거도 빈약하고, 각본의 논리도 어설픈데다 상영 내내 튀어나오는 성조기와 팍스 아메리카나 만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세기말에 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재앙이 일어난다는 주제와, 화려한 볼거리, 적절한 가족애, 미국 만세는 주말에 가볍게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완벽한 오락거리였다.

“평점이 나쁠 거라고는 미리 알고 있었어. 과학적 고증을 다 지키기 시작하면, 영화가 산으로 갈 것도 뻔 했고.”

“그래서 영화의 방향을 오락성과 대중성으로 잡으신 거군요.”

“난 관객들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거지,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춰 상을 받기 위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거야. 내가 광고 감독을 했을 때 적십자로 광고계의 아카데미 상인 클리오상을 받았었는데, 그때 수입이 가장 작았지.”

마이크 베이는 재미와 흥행을 위주로 전문 평론가를 배제하여 영화를 만들었고, 과학적 고증은 일반인의 상식에서 선을 넘지 않는 정도까지만 맞춰 흥행 보증 공식을 따라 연출했다.

그 결과 아마게돈은 1998년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달성하게 되고, 마이크 베이의 몸값도 치 솟아 오른다.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위주로 만들어서 그런지 마이크 베이는 이번 아마게돈 이후로 3년이랑 공백 기간을 가진 이후로 진주만 공습이라는 또 다른 미국뽕이 잔뜩 들어간 영화로 돌아온다.

진주만 공습은 상영시간이 장작 3시간이나 되는데, 그 중 1시간을 폭격에만 할애 할 정도로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 내고, 영화에 몰입한 미국인들은 잠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확실히 아마게돈 관객 수가 가장 많긴 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수익률이 괜찮을 것 같네요.”

“보너스 주는 거 잊으면 안 된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나는 김치남 보고 돌아갈게.”

김치남을 관람한 마이크 베이는 화끈한 김치가 먹고 싶어 졌다며 매운맛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마이크 베이가 다녀간 이후로 다시 학교와 세탁소를 오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성용과 이염걸이 함께 학교로 찾아와 김치남을 봤다.

“김치보다 짜사이나 만두가 더 좋지 않았을까?”

“다니엘이 김치 공장을 가지고 있으니 홍보를 하기 위해서 만들었겠지.”

“그래도 무술은 중국이니 중국 무술과 문화를 메인으로 한 영화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제가 한국인인데 뭘 바라시는 거예요? 그럼 중국을 대표하는 팬더가 쿵푸를 하는 영화를 다음에는 만들어 볼 게요.”

“하하. 팬더라 쿵푸를 한다니 정말 재미있는 농담이군.”

“다니엘. 내 생각에도 팬더와 쿵푸는 정말 안 어울릴 것 같구나.”

성용과 이염걸이 쿵푸 하는 팬더를 비웃자 동민은 앞으로 두 사람의 아이디어는 웬만하면 거르기로 마음먹었다.

중국의 분위기를 잔뜩 머금은 팬더 쿵푸는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시리즈까지 만들어 지면서 성용과 이염걸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사실 동민도 팬더 쿵푸의 흥행을 몰랐다면 팬더가 쿵푸하는 영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 했을 거다.

“중국을 메인으로 한 목란을 디주니에서 만들었잖아요. 중국 영화는 조만간 큰 프로젝트 하나 있을 거예요.”

“목란도 꽤 괜찮았지. 큰 프로젝트라면 우리도 출연 하는 거니?”

“제가 감독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동민이 이야기하는 영화는 크라우칭 타이거 히든 드래곤이라는 중국 무협 영화로 이안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발, 양자경, 장쯔이가 주연으로 나온다.

중국과 홍콩, 미국, 대만 4개국의 합작 영화로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명검으로 이름난 청명검을 둘러싼 인물간의 음모와 갈등, 배신을 다루고, 화려한 영상미로 북미에서도 대히트를 치게 된다.

“두 분이 출연한 영화 흥행은 잘 올라가고 있던데 확인 하셨어요?”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확인하지 않았지만, 자네는 주인공으로 나왔으니 성적을 잘 알고 있겠군.”

“자네 영화가 한 달 전에 개봉했고, 내 영화는 얼마 전에 개봉 했으니 나야 결과는 아직 모르지.”

이염걸이 악역으로 출연했고, 동민이 엑스트라로 참여한 웨폰 러셀 4편은 7월에 개봉해 괜찮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고, 최근에 개봉 한 성용의 러시아 워도 꾸준히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두 영화 모두 북미에서 1억 중반의 수익을 기록하고, 월드 와이드 최종 극장 흥행 수익은 2억 8천만 정도로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웨폰 러셀은 제작비를 1억 4천만 달러로 과도하게 쓰는 바람에 겨우 본전치기만 하게 된다.

러시아워는 2억 5천만 달러로 조금 부족한 흥행 기록으로 마무리 되지만, 제작비를 3,300만 달러만 썼기에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게 된다.

‘웨폰 러셀에는 투자를 조금만 하는 데신 직접 출연해 줬으니까 사부가 불만을 가지지는 않겠지?’

흥행이야 어찌 되었든, 악당으로 출연한 이염걸은 무시무시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면서 성공적으로 미국 관객들에게 충격적인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난 할리우드 보다는 중국이 더 편한 것 같아. 비자를 풀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중국으로 돌아갈까 고민 중이야.”

이염걸은 웨폰 러셀을 촬영하면서 할리우드 시스템에 감탄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주연 배우로 특별할 대우를 받아오다 할리우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며 중국으로 복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영어 공부도 하셨고, 이번에 인지도도 올리셨으니 조금 더 할리우드에서 도전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한 번 알아 볼 게요.”

“사부만 챙기는 거냐? 이거 섭섭한 걸?”

“성용 씨는 할리우드 경험도 많고, 이미 알아서 잘 하고 계시잖아요. 사부는 이제 첫 작품이니 신경을 써 드려야죠.”

아무래도 동양인이 할리우드에서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어려움이 있지만, 2년 뒤 이염걸은 로미오 다이 머스트라는 저예산 액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 나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게 된다.

흥행 성적은 1억 달러에 살짝 미치지 못 하지만, 2,50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하기에 할리우드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로는 중국와 미국을 오가며 영화 촬영을 하게 되고, 중국에서 만드는 영화의 비중이 훨씬 더 많긴 하지만, 조연으로라도 꾸준히 할리우드에서 얼굴을 비춘다.

“그래. 이번에 얼굴을 알리긴 했으니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 봐야겠군. 그럼 주연으로 캐스팅 될 때까지 특훈을 시켜주도록 하마.”

“그런 걸 원한 건 아닌데, 제가 학교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고등학교 다닐 때도 가능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네 영화를 보니 더 훈련을 시켜야겠더구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자의 도움을 받게 된 이염걸을 동민을 고수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 21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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