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 >
핸리 포터의 작가인 J.K. 롤린과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누고, 집필중인 후속작 이야기를 하다 영화로 주제가 넘어갔다.
“저는 소설의 원작가로서 몇 가지 요구 사항이 있어요.”
“불가능한 조건이 아니라면 가능한 전부 수용해 드리겠습니다. 무얼 원하시나요?”
“가장 먼저 영화는 영국에서 촬영 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영화의 배경이 영국이다 보니 여기서 영화를 만들어야 분위기가 알맞게 나올 것 같아요.”
“그건 저도 동의 하네요.”
예상은 했지만, J.K. 롤린은 영국뽕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한국뽕이 가득하다 못해 넘치는 동민으로서는 그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영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외에 출연하는 배우도 모두 영국인으로 출연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 사실 역시 동민이 미리 알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
핸리 포터 영화에 출연하는 인물은 모두 영국인으로 구성 되는데 딱 한명만 미국 국적의 엑스트라가 출연하게 된다.
이는 핸리 포터 1, 2, 3 편의 감독을 맡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딸로, 그녀가 핸리 포커의 엄청난 팬이라 아빠에게 때를 써 유일한 미국 국적으로 잠깐 얼굴만 비치게 된다.
“영화 감독을 빨리 정하는 게 좋을 건데, 염두 해 두신 감독은 있으신가요?”
“제가 영화 감독은 잘 몰라서요. 그 일은 다니엘에게 부탁하도록 할 게요.”
원래 역사와 동일하게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이 맡게 되겠지만, 일단 후보 몇 명을 추려서 보내주기로 했다.
핸리 포터와 같이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촬영 난이도가 극악으로 유명한데,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아이들을 잘 다루기로도 유명한 감독이라 항상 즐겁고 웃고 있느라 심각한 연기를 하기 힘든 아이들과 영화를 만들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감독 이었다.
이 외에도, 롤린 작가의 원작 소설을 최대한 살려내어 세트를 만들기에, 만약 원작가가 다른 감독은 원한다고 하더라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뽑을 생각 이었다.
“작가님의 요청 사항은 전부 들어드릴 수 있겠네요.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영화 촬영을 하는 세트장을 처음부터 테마파크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이 생길 건데, 처음부터 테마파크를 염두 해서 세트장을 만들면 영국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더 많아질 거예요.”
“괜찮은 생각이네요. 저는 찬성이에요.”
핸리 포터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여러 나라에 테마 파크가 생기게 되고 영국에는 배경이 되었던 지역을 찾아다니는 성지순례까지 유행을 하게 된다.
세트장을 만들었다가 철거하는 것 보다 처음부터 테마파크를 염두해 두어 제작하면 처음에는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다행히 작가가 동의를 했고, 닐에게 새로운 업무를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동민의 기분이 좋아졌다.
핸리 포터는 소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바람에 제작 초기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영국인만 뽑는다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는 영국 각지에서 4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지원을 하게 된다.
‘아이들 오디션을 보는 건 성인 오디션 보다 몇 배나 힘들 건데, 이번에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이 고생 하겠네.’
어느 정도 핸리 포터의 실사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뉴질랜드에서 준비 중인 영국의 대 문호의 작품 가락지의 제왕에 관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경쟁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고전이지만, 소설이 아닌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기에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며 흥행 성적 경쟁을 하게 될 것이었다.
조만간 자신이 경험해야 할 소설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들은 롤린과 작별 인사를 하고, 런던으로 돌아가 아이즈 와이드 샷 현장에 방문했다.
“오래 기다렸는가?”
“아닙니다. 방금 도착 했어요.”
큐브릭 스탠리는 동민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촬영 현장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았다.
스튜디오 밖에서 잠시 기다리자 다행히 금방 촬영이 끝났는지 큐브릭과 탐 크루스, 니콜 키크만이 함께 나왔다.
“다니엘! 드디어 끝났다고. 너무 너무 힘들었어.”
“고생 많았어요. 이제 할리우드로 돌아오겠네요.”
마침 마지막 장면을 찍는 날이었고, 몸과 마음고생이 많았던 탐 크루스는 애증이 담긴 표정으로 큐브릭과 포옹을 하고는 서로 사랑한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탐과 니콜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큐브릭은 혼자서 편집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작업이 끝나고 개인 시사회를 가질 건데, 그때 초대하도록 하지.”
“꼭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도 건강하시고, 김치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이로서 영국일정을 모두 마친 동민은 할리우드로 돌아갔고, 어느덧 여름 방학이 끝나가 개학 준비를 해야 했다.
“야! 너 요즘 왜 내가 출연하는 영화에는 투자를 안 해주는 거야?”
“그거야 워낙 이상한 영화만 골라서 출연하니까 그렇잖아요. 예술영화만 고집하는 거 아니에요?”
“난 성공할 줄 알았지. 그래도 내년에 4편이나 찍는데 한 편도 투자 하지 않으니 실망이야.”
세탁소로 찾아와 동민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는 가장 오래된 친구인 조니 데브였다.
벌써 4년 전인 1994년 팀 볼튼 감독과 함께 만든 에디 우드에 이후로는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에디 우드 역시도 흥행면에서는 실패했는데, 흑백영화라 제작비도 작았고 팀 볼튼 감독과의 인연도 생각해 투자를 했던 것이다.
“올해 개봉한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만 해도 결과가 별로였잖아요.”
“그래도 비평가랑 관객들에게 평점이 좋았다고.”
“너무 비판적이고, 약물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대중성을 포기하고 만들었으니까요. 컬트적인 팬이야 당연히 좋게 평가 하죠.”
테리 길리엄 감독과 만든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는 1,8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어 북미 수익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에 참패하게 된다.
흥행에는 실패하지만, 배우들은 열연을 하는데 조니 데브는 작중에서 대머리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분장을 하지 않고 정말로 삭발을 해 버렸다.
다른 주연 배우인 델 토로는 약물중독자 연기를 하기 위해 더운 날 차 안에서 히터를 틀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 불타는 연기혼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에 조만간 스파이더가이로 유명해지는 동민의 친구 토미 맥과이어가 역시 대머리 히치하이커로 잠깐 등장했다.
“그래도 내년에 촬영하는 슬리핑 할로우에는 투자를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시나리오도 괜찮았고, 팀 볼튼 감독님이랑 같이 만드는 건데?”
“음···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투자를 했다고 생각 했는데 요즘 정신이 없어서 깜빡 했나봐요. 다시 확인해 볼게요.”
“기왕 확인 하는 김에 에스트로너트랑 소스, 게이트 나인스도 같이 고려해봐.”
다크 판타지 스릴러 액션 공포영화엔 슬리핑 할로우야 6,500만 달러를 투입해 2억 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괜찮은 수익을 거두어들이지만, 나머지 영화는 모두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한다.
그나마 게이트 나인스가 3,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긴 하지만, 투자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슬리핑 할로우는 위싱턴 어빙의 소설을 토대로 팀 볼틀 특유의 분위기가 더해 져 환상적이면서 기괴한 영화가 탄생한다.
“팀 볼튼 감독님에게 투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제작비의 50%는 지원할 게요.”
“너 한국 경제 위기에 투자해서 돈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 영화에 투자 못 한다고 했잖아.”
“조니의 작품을 보는 눈은 못 믿어도 팀 볼튼 감독님이라면 믿을 수 있죠.
조니 데브가 투덜거렸지만, 슬리핑 할로우에는 투자를 받기로 했기에 만족해하며 김치를 가지고 돌아갔다.
동민도 닐에게 연락해 슬리핑 할로우에 투자하라고 지시했고, 팀 볼튼 감독에게도 연락해 진행 사항을 알려 주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는 고전 의상이 많이 들어가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할리우드 세탁소에서 작업을 하기엔 손이 너무 많이 든다며 다른 곳에서 의상제작을 하게 된 것을 미안해했다.
“신경 써 주신 거니까 괜찮아요. 삼촌한테도 제가 잘 말해 드릴게요.”
슬리핑 할로우에 투자를 마치자 깜빡 했던 영화에 투자를 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떠오르는 영화가 없어 찝찝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제시카가 세탁소로 놀러왔다.
“오빠! 나 드디어 비중이 높은 역을 받았어. 주연은 아니지만 주인공 여자친구로 조연 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이야!”
“정말이야? 어떤 영화야?”
“크레이지 핸즈라는 공포 영화인데, 조금 끔찍하긴 해도 재미있을 거야.”
제시카가 처음으로 주연급의 역을 받은 크레이지 핸즈는 로드맨 플렌더라는 감독의 작품으로 틴에이저 슬러커 장르로 잔인한 장면의 비중이 높았다.
그 말인즉슨 시각적 자극을 주는 영화로 제시카도 노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동민은 그녀가 영화에 출연하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틴에이저 영화인만큼 직접적인 노출이 없는데다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 그녀를 응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 영화에도 오빠가 투자해 주는 거야?”
“일단은 시나리오를 읽어 보고 결정해야겠지? 닐이랑도 회의를 해야 하고, 사전조사해야할 게 많아.”
어느 정도 본전만 남아도 제시카가 출연하기에 영화에 투자를 했겠지만, 크레이지 핸즈는 2,5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겨우 4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쫄딱 망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제시카의 포트폴리오만 채워주는 작품으로 동민은 투자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제시카를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 내년에 제시카가 출연하는 또 다른 작품이 떠올랐고, 거기에는 투자를 해 주기로 했다.
“다른 영화는 캐스팅 된 거 없어?”
“응? 아직 연락 받은 건 없는데? 혹시 오빠가 아는 게 있는 거야?”
“아니. 보통 비중 있는 역을 맡게 되면 기회가 늘어나는 법이거든. 아마 앞으로 영화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게 될 거야.”
제시카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다른 영화에는 아직 캐스팅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 영화에도 투자를 안 했구나. 제시카가 캐스팅 되면 바로 투자하면 되겠다.’
제시카가 출연하는 또 다른 영화는 드류 베리무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25살의 뽀뽀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제시카는 드류의 절친 중 한명으로 나와 얼굴을 많이 노출한다.
크레이지 핸즈와 같은 2,500만 달러로 만들어지는데, 85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기에 여기에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
“크레이지 핸즈 감독이 로드맨 플렌더지? 내가 따로 한 번 만나 볼게.”
“정말? 나야 좋은데, 그래도 괜찮아?”
“잘 이야기 해 둘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긴 하지만, 동민이 찾아가 감독에게 잔소리도 하고, 참견 하면서 결과를 바꿔볼 생각 이었다.
‘겸사겸사 제시카 의상도 참견을 해야겠네.’
< 20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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