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04화 (204/265)

< 204 >

노팅 힐 서점 다음으로 역시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고, 시나리오를 읽은 닐이 놀라워했다.

“또 줄리아나 로버트가 나오는 영화에요? 확실히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이긴 하네요.”

“9년 만에 리차르드 기어와 다시 만나 연기를 하니 흥행은 확정 된 거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프리티 여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줄리아나 로버트는 이제 안정적으로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았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올해만 해도 두 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 하는데 두 영화 모두 성공 하면서 흥행 배우로 이름을 올리게 되고, 틀에 박힌 같은 역만 맡는다는 비평을 받기는 하지만, 조만간 뛰어난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런 소문도 쏙 들어간다.

“스토리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네요. 여주인공이 톡톡 튀어야 영화가 살아날 것 같은데, 줄리아나 로버트라면 딱 이긴 하네요.”

프리티 여인에서 만난 두 배우가 다시 만나는 영화는 브라이드 런어웨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한국어로는 돔황차 신부였다.

조금 뻔 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만큼 안정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항상 마감에 쫒기는 신문기자 리차르드 기어는 어느 날 술집에서 매력이 넘쳐 언제나 남자가 꼬이지만, 결혼식 날만 되면 도망을 치는 신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흥미가 끌리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마감 한 시간 전에 MSG를 가득 첨가한 기사를 완성하여 신문에 올리고, 그의 기사는 꽤 좋은 반응을 얻게 되지만,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기사의 주인공 줄리아나 로버트가 기사를 읽고는 신문사에 고소하겠다며 기고문을 보내게 된다.

이에 리차르드 기어가 해고당할 위험에 놓이게 되고, 증거를 찾겠다며 그녀를 직접 찾아가면서 영화가 진행 된다.

이후로는 두 사람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마지막에 줄리아나 로버트가 다시 결혼식장에서 도망을 치게 되고, 이후 오해를 풀어 해피 앤딩으로 끝나게 된다.

특별히 오글거리는 장면 없이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는 영화로 따뜻한 봄날의 햇살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이었다.

아무래도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 배우가 출연하다보니 로맨틱 코미디 영화 치고는 많은 제작비인 7천만 달러를 들여 촬영하게 된다.

“흥행은 확실하겠네요. 요즘 줄리아나 로버츠의 인기가 심상치 않기는 하니까요. 그럼 얼마나 투자할 생각이세요?”

“50%인 3,500만 달러를 예산으로 편성해 주세요. 줄리아나 로버트에게 안부와 김치 전달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이번에 두 영화 촬영이 끝나며 내한 일정이라도 한 번 추진해 봐야겠네요.”

지금도 인기가 있는 그녀이지만, 앞으로도 오랜 세월동안 자리를 유지하는 그녀라 한국에 종종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치야 그동안 꾸준히 먹여왔지만, 이번 기회에 얼굴을 보고 조금 더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 줄리아나 로버트의 몸값이 더 올라가겠네요. 그녀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긴 하던데, 그래도 그만큼 매력도 있고, 연기력도 뛰어나다는 거겠죠?”

“개성은 확실 하니까요. 할리우드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더 잘 살아남는 것 같아요. 두 영화 모두 성공 할 것 같으니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따로 만나보긴 해야겠어요.”

영화 브라이드 런어웨이는 예상대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들이는데 7천만 달러라는 비교적 높은 제작비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3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노팅 힐 서점 보다는 못 하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한 해에 3억 달러 이상의 흥행 기록을 내는 영화를 두 편이나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그녀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게 되니 미리 그녀를 만나 한국행 스케줄을 잡아둘 생각이었다.

그렇게 1999년에 메인이 되는 여배우의 영화에 투자를 마쳤고, 이번에도 투자할 영화로 코미디를 선택했다.

“마피아 캐릭터로 코미디를 한다고요? 그것도 로버트 드 니러가요? 이건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요?”

“이런 건 무조건 먹히는 조합이에요. 한국에도 이런 종류의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흥행에 성공 했어요. 관객 반응도 좋고요.”

한국에서는 조폭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느와르 풍의 진지한 영화도 있지만, 가벼운 느낌의 코미디 조폭 영화도 나와 꽤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조폭 대신 이탈리아 마피아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잔인한 마피아 패밀리와 보스에 코믹한 캐릭터를 더해 반전의 비현실적인 재미를 보여준다.

뉴욕 최강의 마피아 대부인 로버트 드 니러가 얼마 후에 있을 전국 마피아 총연합회 대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들과 신경전을 벌이다 극도의 정신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라이벌 조직에 의해 후견인이 살해되면서 어린 시절 부친의 암살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마피아 두목은 위기에 봉착한다.

빠른 시간 내에 아무도 모르게 증세를 진정시켜야 했기에 고심 끝에 정신과 의사 빌리 크리스탈을 찾아가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 된다.

로맨틱 코미디에 많이 출연한 빌리 크리스탈은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마피아 보스와 엮이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의 결혼식에도 마피아가 축하 선물로 대형 분수를 보내면서 하객들을 충격에 빠트린다.

빌리 크리스탈의 여자친구이자 신부로 친구들의 피비가 출연해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조심성 많고 방어적이던 정신과 의사가 마피아들과 어울리면서 FBI의 사주도 받게 되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재미있다.

“애널라이즈 미라니 제목이 재미있네요.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중요할 것 같은데 로버트 드 니러라면 연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고, 빌리 크리스탈도 코미디 영화는 여러 번 나왔으니 역할 소화도 잘 하겠어요.”

“가벼운 영화라 꽤 인기가 있을 거예요. 제작비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적게 들어가고요.”

애널라이즈 미는 3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5배가 넘는 1억 7,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훌륭한 흥행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영화관 수입 이외에도 케이블이나 DVD로 꾸준히 소비 되면서 애널라이즈 힘이라는 후속작까지 만들어지고, 로버트 드 니러가 이 영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코미디 배역을 맡기도 한다.

마피아와 로버트 드 니러를 보고 갓파파 시리즈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실재로 이 영화에서 여러 마피아 영화의 유명 장면을 오마주 하면서 재미를 더 해준다.

특유의 이탈리안 마피아 액센트와 폭력적인데 웃긴 장면을 더 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높여주고, 이후 여러 영화에서 무섭지만 웃긴 캐릭터를 자주 활용하게 된다.

“제작비가 생각보다 많이 저렴하긴 하네요. 3천만 달러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50%를 투자 할까요?”

“최소 1천만으로 잡고 가능하면 50%인 1,500만 달러까지 투자해 주세요.”

마피아 코미디 영화인 애널라이즈 미에 투자를 끝냈고, 다음으로 미국의 국민 배우로 자리를 잡은 톰 행스크 주연의 영화를 골랐다.

“이번에도 스티븐 킴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거네요. 스티븐 킴도 참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조지 R.R. 마르틴과 비교가 되네요. 후속작은 잘 쓰고 있데요?”

“저도 최근에는 바빠서 확인을 잘 못 했는데, 아직 답이 없는 걸 보니 완결을 하지는 못했나 봐요. 한 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J.K. 롤린 작가님은 부지런히 집필하던데, 마르틴 작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네요. 꾸준히 잘 쓸 수 있을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어요. 롤린 작가님은 영국에 가는 김에 인사하러 가죠.”

잠시 조지 R.R. 마르틴의 뒷담화를 나누었고, 스티븐 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림 마일이라는 영화 이야기로 넘어갔다.

“쇼생크 탈옥도 그렇고, 교도소에 관한 소설을 많이 쓰시네요?”

“스티븐 킴 작가님의 취향인가 봐요. 감독도 쇼생크 탈옥에서 함께 작업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과 만드네요.”

영화 그림 마일은 스티븐 킴이 한 달 간격으로 출간한 총 6권의 얇을 책자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제목인 그림 마일은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받기 위해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부르는 말이었다.

시대는 1935년으로 어느 교도소 내의 사형수들만 수감된 구역의 간수장 톰 행스크와 동료 간수 그리고 사형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는데, 죄수 중에 초능력자인 존 커피가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존 커피는 접촉한 대상의 병을 고치거나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자매를 발견하고 그녀들을 살리려다 이미 죽은 이후라 고칠 수 없었다.

그가 슬퍼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누명을 쓰고, 사형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톰 행스크를 만나게 된다.

톰 행스크는 키가 2미터에 달하고 근육 덩어리인 존 커피가 알고 보니 선한 심성의 소유자이고, 절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사형수를 많이 보아왔기에 확신을 가지고, 변호사를 찾아가 설득해 보기도 하지만,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대라 누명임에도 흑인인 존 커피는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다.

영화에서 톰 행스크는 방광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평소 소변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다, 존 커피가 그의 병을 고쳐주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표정 연기가 아주 인상적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병의 위치가 그쪽이다 보니 남자의 자손심도 회복시켜주고, 톰 행스크는 부인에게 칭찬받기도 한다.

초능력이라는 주제를 다루었기에 허무맹랑해 보일수도 있는 내용을 스티븐 킴이 스토리를 잘 풀어냈고, 결국 사형을 당하는 교육받지 못한 흑인 존 커피가 보여주는 모습은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는 너무 과한 치료를 받은 톰 행스크가 100세가 넘게 살아있고, 존 커피가 살려낸 쥐도 60년 이상 살아있었다.

“이야기가 잔잔하긴 한데, 초능력자도 나오고, 종교적인 이야기와 인종차별 내용도 있고, 사형제도까지 건들이는 걸 보니 간단한 영화는 아니겠네요.”

“그래도 스티븐 킴 작가님이 그런 갈등 구조를 잘 풀어서 썼으니까 영화를 보는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쇼생크 탈옥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그림 마일은 톰 행스크와 스티븐 킴의 조합으로 2억 8,6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어들이며 크게 성공한다.

제작비로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6천만 달러가 들어갔고, 5배에 조금 못 미치는 극장 매출을 기록 하면서 스티븐 킴과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최대 흥행 작품이 된다.

훗날 2017년이 되어서야 ‘그것’ 이라는 영화로 스티븐 킴 작가의 영화 수익 기록을 갱신하긴 하지만, 18년이나 뒤에 일이고, 그림 마일은 예상외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이번에도 절반인 3천만 달러를 투자하실 건가요?”

“그렇게 하는 게 깔끔할 것 같네요. 그림 마일에 투자 하면서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드는지 자세히 확인해 주세요. 우리도 두 편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가락지의 제왕은 이미 사전 작업을 시작했고, 핸리 포터는 동민이 영국에 직접 찾아가서 자세한 진행 사항을 J.K. 롤린과 의논하기로 했다

“이제 슬슬 지치는데 아직 투자할 영화가 많이 남아 있나요?”

“거의 끝났어요. 애매한 작품들이 몇 개 있긴 한데, 아마도 투자는 하지 않을 것 같네요.”

< 20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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