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
아담 산드라의 자이언트 대디 다음 선택한 영화는 새로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이 되는 더 머미였다.
더 머미는 1932년 작품을 1959년에 한 번 리메이크 했고, 이번에 두 번째로 리메이크 하는 영화였는데,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손에 들어가면서 공포물이 액션 어드벤처로 바뀌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을 신명나게 그려내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소머즈는 18장짜리 초안으로 제작사의 임원들을 설득해 촬영에 들어갔고, 미이라의 컨셉을 과거 영화들과는 달리 털미네이터로 설정해 현대적인 느낌을 첨가했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모험 영화라니 이건 저도 보고 싶네요.”
“아무래도 스티븐 소머즈 감독님이 대중적인 작품을 잘 만드니 이번에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어드릴 것 같네요.”
이전 미이라를 다루는 영화들이 주로 공포 영화였는데,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 같은 모험물로 노선을 바꾸었고, 로멘스와 코미디를 더해 오락적인 요소를 늘리면서 흥행에 대성공 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슨 보다야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기술력과 각색을 더해 차별화에 성공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한 만큼 죽음에서 돌아온 대사제 이모탭이 육신을 되찾는 모습과 정기를 흡수하는 장면은 인간이 느낄 공포감을 더해준다.
거기다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식인 곤충인 스케럽이 사람을 뜯어 먹는 장면은 미이라 보다 스케럽이 더 무섭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주연으로 뽑혔군요. 이 친구 연기는 꽤 유쾌하던데, 영화와 잘 어울리겠어요.”
“키도 190에 가깝고 덩치가 있으니 몸을 살린 액션 연기가 잘 어울리긴 하겠네요.”
조지 오브 정글로 흥행 1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메인급 배우에 이름을 막 올린 브랜든 프레이저가 더 머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고, 이후 3편까지 연이어 출연하게 된다.
멋진 체구와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 굵은 저음 목소리를 가진 프레이저는 살짝 나사가 빠진 개그 캐릭터를 선호하는지 이후로도 비슷한 컵셉을 유지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고, 이후 후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다시 복귀해 연기를 이어가게 된다.
이러한 브랜든 프레이저를 본격적인 흥행 배우로 만들어 주는 더 머미는 8천만 달러에 만들어 지는데 최종적으로 4억 1,59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제작비의 5배가 넘어가는 대흥행을 기록한다.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아주 좋은데, 별들의 전쟁 1과 매트리스, 센스 식스 등 강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관객수 111만 명을 동원하며 1999년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다.
새롭거나 대단한 점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든 영화로 20년이 지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2차 시장에서도 엄청나게 팔리게 되고, 오래오래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낸다.
참으로 모범적인 오락영화인 더 머미에는 4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다음 작품으로 수십 년간 프렌차이즈를 유지하고 있는 19번째 009 시리즈를 선택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009를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조금 식상해 지는 것 같아요. 살짝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악과 맛서는 비밀요원의 역할은 시대가 변하면서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죠. 아마 개개인의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트렌드를 따라 가려면 사건 중심보다 제임스 본드라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거예요.”
영화계에서 트렌드를 살피고, 항상 수많은 영화를 보는 동민과 닐의 시선에 그렇다는 것이지, 아직 009 시리즈는 훌륭한 티켓 파워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프랑스의 전설인 소피아 마르소가 본드걸로 출연했고, 캐릭터도 빈약하고 연기도 딸리지만, 리즈를 보여주고 있는 스타쉽 트루퍼 출신의 데니스 리처스도 다른 본드걸로 등장했다.
‘여기서 어설프게 유명해지는 바람에 찰리 쉰의 마수에 걸려 버리지.’
데니스 리처스는 완벽한 몸매와 풋풋한 얼굴을 보여 주지만, 전설을 쓰기 위해 돌아온 소피아 마르소에게 처절하게 비교 당하면서 비평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지 모르겠지만, 찰리 쉰과 결혼 하면서 방송 활동을 그만두게 되고, 이후 그와 이혼하고 다시 활동을 제기 한다.
‘데니스 리처스도 보고 싶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소피아 마르소도 직접 봐야겠네.’
벌써 19번째 작품인 009 노리미티드는 시리즈 사상 최강의 본드걸 미모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원시원한 영상미의 극 초반부의 역대급 탬즈강 추격신과 멋진 음악, 이국적인 풍경 등으로 대중성을 갖추지만, 스토리의 개연성과 캐릭터가 많이 부족했다.
클라이막스와 몇몇 대사는 멋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전개가 뜬금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009 시리즈 중에서 비교적 혹평을 받는다.
그런 와중에도 소피아 마르소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니 그나마 선방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더니 009 제작비도 점점 올라가네요. 1억 3,500만 달러면 올해 만들어지는 작품 중에서도 상위권인데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이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죠. 브로스넌의 출연료도 계속 비싸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세계적으로 3억 6천만 달러를 벌면서 순익분기점을 돌파하긴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었다.
순인분기점의 기준인 제작비의 2 배 2억 7천만 달러보다 9천만 달러나 더 벌긴 하지만, 여기저기 나누어 먹다 보면 동민의 손에 떨어지는 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당연히 투자를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아메리칸 애플파이와 아메리칸 뷰티로즈, 센스 식스가 수십 배의 수익을 돌려 줄 거라 투자처를 많이 늘리지는 않기로 했다.
거기다 009 시리즈는 동민이 투자하지 않더라도 투자자가 줄을 서 있기에 이 정도는 양보해도 괜찮았다.
“출연진도 빵빵하고, 009의 명성이 있다 보니 수익이 나긴 하겠지만,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투자하기에 썩 매력적이진 않네요. 이번에는 009를 쉬어가도록 하죠.”
“다니엘이 투자하지 않는 걸 보니 이번 009는 망하겠군요.”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흥행에 성공해도 돌아오는 게 얼마 없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009 노리미티드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다음으로 이어서 액선 영화를 골라 투자 여부를 고민했다.
동민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닐이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물어 보았다.
“척 팔라닉의 소설을 영화화 하는 거네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알고 있긴 한데 수위도 높고 폭력적인데다가 너무 남성적이라 괜찮을까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님이라면 분명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줄거긴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지만, 솔직히 흥행은 힘들 것 같네요. R 등급에 컬트적인 요소가 강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거예요.”
척 팔라닉의 소설을 원작으로 데이비드 핀처가 만들 영화는 마초주의의 극을 달리며 개봉 후 많은 비판을 받게 된다.
책은 1996년에 출간 되었는데, 그의 첫 소설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계속 출판이 거절되자 진짜 폭력적인 게 뭔지 보여주자며 파이팅 클럽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10대들의 바이블이 되면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보험 회사 사고 조사원으로 매주 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출장 다니며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이케아 카탈로그를 보면서 화보와 동일하게 집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그는 계속되는 비행으로 시차에 문제가 생겼는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의사와 상담을 하자 담당의가 불면증으로 죽을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정말 고통이 뭔지 알고 싶으면 불치병 환자들의 모임에 가 보라고 한다.
주인공은 불치병 환자 모임에 자신도 불치병이 있는 척 위장하고 참석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 불치병에 잠을 못자지 않지만, 모임에서 본 말라 싱어라는 여자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이롱환자라는 걸 알고부터는 다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출장을 위해 탄 비행기에서 수제비누 상인인 타일러 더트를 만나 그의 명함을 받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가자 가스 누출로 집이 폭파 되었고, 갈 곳이 없어진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타일러에게 전화를 걸어 술집에서 그를 만난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 후 타일러의 집에서 머물기로 하는데, 갑자기 타일러가 자신을 때려 보라고 하고, 망설이던 주인공은 그의 귀를 때린다.
이후 둘은 싸우기 시작하고 기묘한 해방감을 느낀 이후 파이팅 클럽이라는 모임을 설립하게 된다.
평소 삶에 불만이 있거나 무기력했던 남자들이 하나 둘 합류 하면서 파이팅 클럽은 기존 체제를 부수려는 테러단체로 발전하게 된다.
너무 과해진다고 느낀 주인공은 타일러와 갈등을 빚게 되고, 파이팅 클럽에 반발심을 가지게 되지만, 이미 수많은 대도시에 파이팅 클럽이 퍼져서 타일러를 광신에 가깝게 추종하는 사이비 종교처럼 변질되어 버렸다.
이에 소외된 주인공은 다시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 갑자기 타일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다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파이팅 클럽의 규칙이 재미있었죠. 제 1조: 파이팅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제 8조: 여기 처음 온 사람은 반드시 싸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작비가 6,300만 달러니까 1억 3천은 넘겨야 수익이 나오겠네요. 어느 정도 재미를 보려면 2억 달러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요?”
“아마 순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힘들 거예요. 그래도 워낙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아 계속 신경이 쓰이네요.”
영화 파이팅 클럽은 아메리카 엑스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에드워드 노트가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동민과 친분이 있는 브래들리 피트가 타일러 더트 역을 맡았다.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말라 싱어는 팀 볼튼 감독과 결혼하게 되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맡았다.
영화는 미국에서 3천 7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처참한 결과를 보이고, 해외 매출을 합쳐 1억 달러를 겨우 넘기면서 적자를 기록한다.
이로 인해 제작사인 폭서사의 사장이 잘려 버린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DVD 시대에 개봉한 덕에 DVD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박을 치고 재평가를 받게 된다.
미국 칼럼니스트인 짐 호번은 “남근주의로 떡칠한 억압적 장치들 속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심리적 사정행위를 목표로 삼는다.”고 말하며 은근히 신란한 비판을 하고 평단의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게 된다.
반대로 한국의 유명 영화평론가는 “개봉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 데이비드 핀처의 최고작을 고르라하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이 파이팅 클럽이다. 컬트의 만신전에 올랐다.”고 평하며 별 5개라는 후한 점수를 준다.
개봉 당시의 평가가 어떻든 이후 재평가를 받으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같은 목록에도 들어간다.
“솔직히 수익을 남기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저작권의 일부는 가지고 싶네요. 20%인 1,260만 달러만 투입 하죠.”
“이제는 자본이 많다고 1,200만 달러 정도는 자기만족을 위해 써 버리는 군요.”
“그렇다고 돈을 다 날리지는 않을 거예요. 이런 작품은 마니아층이 두터워서 DVD가 많이 팔릴 거예요. 길게 보면 수익이 들어오긴 하겠죠.”
결국 동민은 그렇게 스스로 최면을 걸고 파이팅 클럽에 투자했고, 수익을 포기 한 만큼 다음 작품으로는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는 영화를 선정했다.
< 20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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