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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 세계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였다.
매년 3억 톤에서 4억 톤에 가까운 옥수수를 생산했는데, 전 세계에서 옥수수를 1억 톤 이상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브라질이 유일하다.
중국과 브라질은 내수용으로 소비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고, 반면 미국은 소비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해 처치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미국 중부에 상하로 길게 걸쳐있는 대규모 농업지대인 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미주리에는 대규모 옥수수 밭이 형성되어 있고, 그 지대를 콘벨트라고 부른다.
강원도에서 소규모로 생산하는 강냉이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현실에서 농장 시물레이션을 돌릴 정도 였다.
농사도 천조국 단위로 하다 보니 옥수수 생산량이 너무 많아지면서 처치 곤란 문제가 발생해 옥수수로 별의 별 걸 다 만들게 된다.
당연히 여러 음식에 재료로 옥수수가 들어갔지만, 먹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에 남은 옥수수로 술을 만드는데,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위스키를 버번 위스키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옥수수가 너무 많이 남아 닭과 돼지, 소에 옥수수를 먹이는데, 옥수수를 먹은 가축들은 2배 속도로 성장 하면서 육류 생산에 부스터를 달게 된다.
그 외에도 옥수수 기름은 당연하게 뽑아냈고, 옥수수를 이용해 액상과당이라는 사탕수수보다 6배 저렴한 설탕을 만들어 대부분의 음료에 첨가한다.
그리고 동민이 이야기 한데로 옥수수로 에탄올을 뽑아내어 2005년부터는 휘발유에 첨가하는 법률을 통과 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옥수수는 미국 정치와 땔 레야 땔 수없는 관계가 성립 되고, 수많은 산업이 옥수수와 연관 되면서 옥수수가 아닌 옥수수 종자, 농화학, 공장, 유통 등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의 시장규모만도 수십조가 넘어가고, 엄청난 로비와 투표권까지 겹치면서 옥수수는 미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으로 성장했다.
옥수수는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했다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기는 하지만, 인류의 비만율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거의 모든 음식에 옥수수가 포함 된 미국은 무서운 비만율을 기록하고, 액상과당은 다이어트의 주적이 되어, 액상과당만 끊으면 살이 빠져버리는 위엄을 보여준다.
“옥수수가 그렇게 많은 곳에 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군.”
“그렇다고 옥수수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이미 미국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버렸으니 잘 못 건들일 수도 없죠. 그래서 김치가 옥수수의 돌연변이 생물인 액상과당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그리고 김치 조직의 대표는 다니엘이군요.”
“하하. 저도 출연하기는 해야죠. 얼굴은 안 나오고 실루엣만 보이겠지만요.”
영화의 주요 가닥을 이해한 놀람과 엔더슨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영화가 조금씩 더 구체화 되었다.
세 명의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진 감독들이 머리를 맞대자 무언가 대단하면서도 훌륭하고, 이상한 영화가 탄생하고 있었고, 동민은 그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무사히 기말 고사를 마쳤다.
“세상에. 나보고 이런 옷을 입으라고?”
“정말 끔찍하군. 그나마 얼굴도 가려서 다행인 건가?”
“입어 보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디자인은 완전히 구린데 퀄리티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초록색과 흰색, 빨간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김치 히어로 커스튬을 본 주인공들이 기겁을 했다.
커스튬을 만들어 준 김치를 매일 먹는 한국인 삼촌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끔찍한 디자인으로 누가 보아도 김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김치 히어로와 결투를 해야 하는 스턴트맨들도 의상을 입을 두 사람을 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을 정도였다.
“엄청 불편해 보였는데 착용감은 왜 이렇게 좋은 거지?”
“배드맨 커스툼을 만들었던 사람이 만들었으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 된 거예요. 그리고 라이온은 초록색 커스툼 또 입어야 할 거니 그만 툴툴 거려요.”
“이 영화는 상영 안 하는 게 확실하지? 이런 모습이 돌아다닌다면 평생 박제 감이라고.”
커스튬을 입기 전에는 계속 투덜거리더니 카메라가 돌아가자 확실히 뛰어난 연기 실력을 선 보였다.
대부분의 촬영은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서 진행 되었고, 동민이 소유하고 있는 김치 공장을 활용했다.
김치 공장이라면 소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고, 뒷처리를 하기도 쉬웠다.
미국적인 장면이 필요한 촬영은 워너 브라더와 디주니, 유니버샬 스튜디오를 이용했다.
어릴 적 부터 동민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곳이기에 시설 관리인들이 촬영이 없는 저녁에 몰래 사용하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주말마다 거리에서 지인들과 겨우 촬영을 했는데 이런 최신 스튜디오를 공짜로 쓰다니 정말이지 배 아프군.”
“정식으로 렌트한 게 아니니 빨리 촬영하고 빠져야 해요. 서두르죠.”
김치 히어로 두 명이 액상과당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했고, 히로인 역의 앤젤리나가 특유의 도도한 무표정으로 나타나 고춧가루를 뿌려댔다.
이들의 엑션을 크리스토퍼 놀람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았고, 전쯔단은 옆에서 계속 액션 동작을 손봐주며 멋있는 장면을 완성 시켰다.
“컷!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왔네요. 수고 했습니다.”
“김동민 병장님. 학교 과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건 스케일이 웬만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뺨치는 데요?”
“다 공짜로 빌린 것들이야. 주변에서 도와줘서 가능한 거니까 보통은 이럴 거라 생각하지 말고.”
“장비들이 완전 고가의 최신인데 이걸 다 학교 물품이라고요?”
“우리 학교가 이런 지원은 잘 받아 내거든. 대신 필름에는 제작비를 보탰어. 기본으로 주는 필름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잡일을 도와주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후임들은 엄청난 장비와 범접할 수 없는 스테프들의 실력에 놀랐다가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녔다.
“이거 완전 병맛인데, 이상하게 멋있고 재미있네요. 왜 그런 거죠?”
“네 심연에 잠들어 있는 B급 감성을 자극 한 거지. B급이라고 하더라도, 포장만 잘 하면 풀 강화된 B급 영화가 되는 법이거든.”
쿠안틴과 크리스토퍼 놀람, 웨즈 엔더슨이 힘을 합하니 B급 주제를 가진 영화에 철학과 깊이가 새겨졌고, 가볍게 보다가도 문득 깨달음이 찾아오는 특이한 영화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두유노 김치?”
총각 김치 코스툼을 입은 라이온 레이놀즈가 악당에게 ‘두유노 김치’를 시전하고, 모른다는 답이 돌아오자 알타리 무 쌍절곤을 휘두르며 뚝배기를 깼다.
원래라면 갈고리를 휘둘러야 할 휴이 잭맨은 김치포기를 휘두르며 찰진 김치 싸다구를 날렸고, 흰 와이셔츠 위에 김치를 맞은 옥수수 악당들은 선명한 국물 자국을 남기고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거 묘하게 쾌감이 느껴지는 걸?”
“괴로워하는 상대를 보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네요.”
촬영이 진행 될수록 배우들은 자신의 역에 빠져 들었고, 중반부가 지나자 다들 웃으며 쉰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식사는 방금 만든 프레쉬한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 입니다.”
“오! 막걸리가 필요한 조합이군.”
겉절이에 수육을 곁들여 먹으며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이어갔고, 처음에는 괴로워하던 김치 공장의 냄새에도 다들 적응해 이제는 고기를 먹으면 자동적으로 김치 생각이 난다고 했다.
웨즈 엔더슨이 대학생이 만드는 영화에 조감독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브루스 윌리와 아마게돈을 촬영하던 엔더슨의 대학교 룸메이트 오언 윌슨도 현장에 구경하러 왔다.
“와! 우리가 촬영했던 바틀 로켓이랑은 차원이 다른데?”
“문제는 제작비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갔다는 거야. 장비랑 인력을 대부분 공짜로 부리고 있더라. 장소도 다 무료로 대여 받았어.”
“아직 학생이라고 하더니 보통이 아니네. 현장을 보니 나도 출연해 보고 싶은데 엑스트라로 잠깐 얼굴을 보일 수 있을까?”
부러진 코가 인상적인 오언 윌슨이 까메오로 출연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까메오로 다른 배우들이 줄을 서 있었기에 정말 엑스트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괜찮아. 대사가 없어도 괜찮으니까 참여하게라도 해 줘. 그런데 또 누가 까메오로 나온다는 거야?”
나름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아가던 우언 윌슨이 다른 까메오 때문에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하자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 했다.
“일단 가장 비중이 높은 단역은 조니 데브가 맡기로 했어요. 그리고,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도 나오기로 했고, 호아킨의 형인 리버 피닉서도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로 했네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는 요즘 워낙 유명새를 타고 있어 출연시키기가 부담스러웠고, 대신 조만간 스파이더 가이로 뜨게 될 토미 맥과이어가 나오기로 했다.
토미 맥과이어는 생각보다 액션 연기를 잘 소화했고, 만족스러운 연기력을 선 보였다.
드류 베리무어도 직원 3으로 잠깐 얼굴을 비췄고, 연기로 가족을 먹여 살리며 직장인처럼 연기를 하는 크리스티안 베일도 오랜만에 찾아와 옥수수 재국의 대표인 호아킨의 오른팔 이사로 출연했다.
“분명 단편 독립 영화라고 들었는데, 할리우드 거장이 친한 배우들 까메오로 쓰는 것 보다 더 한걸? 대사는 당연하고 얼굴이 안 나와도 괜찮으니 뒷모습이라도 참여하게 해 줘.”
어차피 상영하지 않을 거라 마음대로 만들고 있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과제를 확인할 교수가 신경 쓰였고, 함께 시청 할 학생들도 걱정 되었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완성하고 고민해야겠다.”
이염걸과 합을 맞추던 스턴트맨들은 전쯔단과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능숙하게 액션을 소화하며 영화에 화려함을 불어 넣어 주었다.
단편 영화 이기에 촬영 기간역시 길지 않았고, 후반부로 넘어가자 에메넴에게서 샘플 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의뢰했던 OST가 도착했네요. 하이라이트 장면에 넣을 생각인데 같이 들어봐요.”
“그 녀석이 재대로 만들었으려나? 걱정 되는데?”
에메넴을 함께 만나 보았던 쿠안틴이 투덜거렸지만, 그가 만든 주제곡은 상당히 괜찮았다.
힙합 베이스를 따르고 있었지만, 조금 재미있는 포인트들도 들어 있었고, 백인 발음에 살짝 높은 톤을 가지고 있어 가사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거 하이라이트 장면이랑 완전 찰떡인데?”
“힙합이라고 해서 걱정 했는데, 은근 히어로 영화랑 잘 어울리네요.”
다들 에메넴이 만들어준 곡을 마음에 들어했고, 몇몇은 상영도 하지 않을 영화에 쓰기에는 너무 좋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렇다고 음원으로 발매하기에는 김치라는 단어가 너무 많네요. 그냥 이런 곡도 있었다고, 우리끼리만 알아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숨겨진 에메넴의 전설의 곡이 되는 김치 워리어가 만들어졌고, 훗날 이 곡 때문에 봉인해 둔 동민의 단편 영화가 세상에 존재를 들어내게 된다.
“자! 주제곡도 만들어졌으니 조금 만 더 집중해서 마지막 촬영을 하도록 합시다. 스케줄 데로면 내일이면 촬영이 모두 끝나겠네요.”
그렇게 동민의 첫 번째 영화 촬영이 끝났고, 이상한 배역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배우들도 영화에 애착을 가지면서 마무리 되었다.
아직 편집 작업이 남아있지만,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한국식 삼겹살 회식을 가졌고, 모두들 동민이 정식으로 장편 영화 감독이 되면 꼭 다시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 19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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