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89화 (189/265)

< 189 >

마이크 잭선의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면서 어떻게 그가 초대를 받게 되었는지 자세히 물어 보았다.

“김대종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에 망명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미스터 최가 김 대통령이 감옥에 있을 때 썼던 글을 영어로 번역해서 보여준 적이 있거든.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번에 무주에 있는 리조트 투자 건으로 한국에 잠깐 방문했을 때 만나 볼 수 있는지 문이 했었지. 잠깐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국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었어.”

두 사람의 만남은 꽤 드라마틱했고, 동민도 재미있게 마이크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동민도 얼마 전 청와대에 방문해 그를 만났던 이야기를 해 주었고, 동민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한국에 투자한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러다 회수 못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제가 투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이번 위기는 오히려 투자 기회에요.”

“그런 거 치고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네.”

동민이 실직 될 직원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이크가 동민을 뿌듯하게 생각했다.

반면 동민은 이번 대한민국 외환위기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지 못 하더라도 올해부터 슬슬 시작되는 닷컴 버블로 훨씬 더 큰 재미를 볼 계획 이었다.

닷컴 버블에 관해 자세히 알지는 못 하지만, 2000을 찍고 버블이 붕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미리 온라인 관련 주식을 모았다가 새해가 되면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한국 투자는 큰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단기 투자에 집중했고, 대한민국의 위기를 도와주는 역할 정도만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한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취임식 스케줄에 맞춰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마이크 옆에 있기는 부담스러운 데 따로 있으면 안 될까요?”

“무슨 소리야. 같이 왔는데 옆에 있어야지 왜 따로 움직이려고 해?”

“아무래도 마이크랑 있으면 사진을 너무 많이 찍힐 것 같아서요.”

“너도 이제는 유명인의 고통과 책임을 느낄 때가 되었어.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꼭 붙어 있어.”

마이클의 옆자리에서 탈출하는데 실패한 동민은 엄청난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고, 그와 함께 있는 영상이 한국 텔레비전에 라이브로 방영 되었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마이크 잭선의 옆에 있으니 사람들이 말을 걸 기회가 없어 편한 것 도 있었고, 김대종 대통령도 취임식 행사로 너무 바빠 간단한 인사 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상당해 피곤한 자리였지만, 생각 보다는 별일 없이 행사가 끝났고, 스케줄이 빡빡한 마이크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에 올랐다.

“마이크 덕분에 빨리 돌아 갈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안 피곤해요?”

“나야 이런 자리는 자주 참석하니 딱히 힘들 지는 않아.”

“역시 월드 스타는 다르네요. 저는 기가 빨린 기분이에요.”

살짝 기대하기는 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왔기에 특별한 일 없이 취임식이 끝났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 돌아왔다.

투자 관련해서는 필립이 한국에 남아 잘 진행해 주고 있었고, 여름 방학 때 한국에 들려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급한 볼일을 만친 동민은 학교로 돌아가 일상을 보냈고, 오랜만에 리버 피닉서와 그의 절친 카이누 리부스 만났다.

“리버는 이제 연기 활동은 안 하는 거예요?”

“나는 연기 할 때마다 그 역에 너무 빠져 들어서 힘들어. 매번 우울증도 걸리고 해서 앞으로는 식당이랑 음악을 주로 하려고.”

원래는 사망하는 그가 활동 하면서 미래가 변하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리버가 연기 활동을 접으면서 동민이 알고 있던 필모그래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카이누는 별일 없죠? 조만간 촬영 들어가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 감독은 어때요?”

“감독이야 항상 특이한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특이한 것 같아.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니 직접 이야기를 해 보면 무슨 말인 지 알거야. 형제가 공동으로 각본이랑 연출은 하니까 더 헷갈릴 거라 생각 했는데 이상하게 둘이 호흡이 잘 맞더라고.”

오랜만에 리버 피닉서와 카이누 리부스를 부른 이유가 다음 달부터 촬영이 시작되는 카이누의 새로운 영화의 감독을 만나기 전에 그들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연기 활동은 중단한 리버와 달리 키아누는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스피디 이후 살짝 하락기를 보내고 있다가 작년에 알 파치너와 촬영한 악마의 대변인으로 다시 할리우드 스타 배우 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촬영하고 내년인 99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대박이 터지면서 세계구급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카이누는 이번 출연료의 70%를 백혈병 환자 기금에 기부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에요?”

“여동생이 백혈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어서 기부하기로 했어. 대신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했으니까 수익이 늘어 날 수도 있지.”

이번 영화에서 1천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는데 거기서 70%를 백혈병 연구에 기부하기로 했다.

거기에다 추가로 흥행 수익의 10%를 받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영화가 흥행에 성공 하면서 최종적으로 5,600만 달러를 받는다.

거기에다 후속편에서는 15%의 개런티를 받기로 하고 2편에서 1억 2,600만 달러를 받으면서 영화 한 편에서 역대 가장 많은 출연료 수익을 올린 배우 1위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로 했으니까, 구경 하러 와. 안 그래도 감독들도 다니엘을 궁금해 하긴 하더라.”

“내일 두 사람을 세탁소에서 보기로 했는데,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조금 긴장 되네요.”

카이누의 다음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은 신인 감독이긴 하지만, 나름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감독이라 미리 만나 김치를 줄 생각이었다.

이번 영화의 제작비 절반을 투자하기도 했고, 밀레니엄을 대표하는 작품이기에 꼭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리버 피닉서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내일 만나볼 감독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날 세탁소로 영화감독이 찾아왔다.

“어머! 여기가 그 유명한 할리우드 세탁소로군요. 소문은 많이 들어 봤어요.”

“할리우드의 숨은 뒷배라는 다니엘을 드디어 만나 보네요. 무서운 사람일거라 생각 했는데 너무 잘 생겼는걸요?”

“반갑습니다. 다니엘 킴 이라고 합니다. 할리우드 세탁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워쵸스키 자매, 아니 형제.”

세탁소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기뻐하는 두 사람은 로렌스 워쵸스키와 앤드루 워쵸스키 형제 감독 이었다.

폴란드 계 미국인 영화감독으로 형제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다른 형제, 자매 감독들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삼년 전 실버스타 주연의 어세신의 각본을 쓰면서 할리우드에 대뷔했고, 오랜 제작기간 끝에 올해 매트리스라는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파격적인 액션 시퀀스와 충격적인 설정, 강력한 연출이 조합되면서 심의 등급 R을 받았음에도 밀레니엄 신드롬과 결부되어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된다.

매트리스의 성공으로 시리즈를 제작해 계속 흥행에 성공하지만, 매트리스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실패한다.

매트리스 시리즈를 끝내고 제작한 벤데타 포 브이는 5,400만 달러로 제작해 1억 3,200만 달러를 벌어들여 그럭저럭 성공하긴 하지만, 1억 4천만 달러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대작 블록버스터 레이서 스피드는 5,800만 달러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대차게 말아먹게 된다.

유명한 양덕답게 양키 센스를 버무려 사상 최악의 양덕 인증 영화를 만들어 버리지만, 한국인 배우를 조연으로 기용하고, 다음으로 만드는 영화에는 한국 가수 출신 배우를 주연으로 제작한다.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영화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하셨다고 들었는데, 다니엘 님이 투자를 하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잘 만들어 보도록 할 게요.”

“시나리오가 워낙 훌륭해서 투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사이버 펑크 하면서도, 세기말에 잘 어울리고, 성경도 인용한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저희가 성경 내용을 시나리오에 녹인 걸 알아 보셨네요.”

형인 로렌스 워쵸스키는 마른 체구에 안경을 쓰고 양덕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동생인 앤드루는 큰 덩치에 빡빡머리를 하고,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이 형제의 이야기를 하자면 상당히 복잡한데, 할리우드에서 여러 인간군상을 만나본 동민도 처음 보는 캐릭터들이었다.

일단 형인 로렌스는 여성과 결혼을 한 상황인데, 여장을 하고 다니는 사진이 유출 되면서 성전환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매트리스 2를 개봉할 당시 퍼지는 소문으로 형제 본인들과 제작자가 해명을 하지만, 이미 주변에서는 두 사람을 위쵸스키 남매, 혹은 자매라고 불렀다.

그러던 중 2012년 형인 로렌스가 성전환을 해 버리고, 라나라는 이름으로 개명했음을 발표 하면서 공식적으로 워쵸스키 남매가 된다.

여기서 햇 갈리는 게 성전환 수술을 하기 전 여성과 결혼하여 같이 살다가 이혼을 한번 하게 되고, 다른 여성과 재혼을 한 다음 결혼 상태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 이후에도 계속 같이 살게 되는데, 아무리 할리우드에서 사고가 개방적으로 변한 동민도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6년에는 동생인 앤드루 워쵸스키 마저 성전환 수술을 하면서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워쵸스키 자매가 된다.

그렇게 워쵸스키 형제에서 남매로, 마지막에는 자매가 되는 두 사람은 눈앞에 두고 대화를 하려고 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동민은 최선을 다해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하는 장면이 흥미롭던데, 변화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는 것 같더군요. 혹시 숨겨진 의미 같은 게 있을까요?”

“사실은 변화의 욕구를 투영한 영화이긴 해요. 그 변화는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말해드리긴 어렵지만, 빨간약은 트랜스젠더가 복용하는 호르몬제를 은유한 거라고 알고 있으시면 되겠네요.”

워쵸스키 형제 감독은 매트리스에 상당히 많은 상징을 숨겨 두는데, 대사에도 동화가 많이 차용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흰 토끼를 따라오라는 언질과 흰 토끼 문신이 나타난다.

토끼굴 이야기와,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이야기도 나오는 등 새로운 공간과 차원을 나타내는 상징을 보여준다.

“다니엘 씨도 중국 무술에 일가견이 있으시다면 서요? 저희 영화의 무술감독인 원화평 감독이 다니엘 씨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분이 저를 알고 계시다고요? 아마 제 사부인 이염걸 씨가 말해 줬나 보군요.”

중국의 유명 무술 감독인 원화평이 매트리스로 할리우드 진출을 하게 되고, 이후에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동민의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웨폰 러셀 4편을 찍고 있는 이염걸을 떠올리자 조만간 동민도 액스트라로 출연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다니엘 씨도 개성이 있는 캐릭터라 영화에 출연하면 화면이 잘 나올 것 같네요. 혹시 출연 의사가 있으시면 꼭 알려 주세요.”

동양 출신의 배우를 좋아하는 워쵸스키 형제답게 동민을 자신들의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어 했지만, 레이서 스피드나 닌자 어세신에 출연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형제긴 하지만, 계속 대화를 하다 보니 기분에 묘해지는 것 같아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촬영장에 찾아가겠다며 선물로 김치를 주었고, 앞으로 형제에서 남매, 자매가 될 때 마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18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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