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86화 (18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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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외화가 한국에 들어와 쓰일 방향을 미리 알려준다는 사실에 민정수석과 기획재정부장관이 동민이 뱉을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이용해 큰 수익을 남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큰 금액을 대출 받았으니 손해를 봐서도 안 되겠지요. 사실 부도가 난 기업 중 건실한 기업이지만, 자금을 융통하지 못 해 부도가 난 회사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위기만 잘 넘긴다면 다시 회복 할 수 있는 회사들을 인수 하려 합니다.”

“결국 회사를 사 들여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말이군.”

“정확하게는 회사가 공중분해 되면서 실직하게 될 직원들을 구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회사가 정상화만 된 다면 큰 폭리를 취하지 않고, 적정가에 다시 팔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계속 살 생각이라 한국 기업을 하나하나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기획재정부장관과 경제 관료들이 동민의 발언을 듣고 의논을 하더니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동민 군. 자네가 보유하고 있다는 50억 달러를 현재 환율로 계산한다면 10조에 가까운 돈일세. 이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 한다면 부도난 기업 대부분을 인수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돈 일세. 이중 일부를 나누어 다른 곳에도 자금을 돌리는 건 어떻겠는가?”

“저도 모든 자금을 기업에 인수하는데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실직하여 가정이 무너질 직원들을 위해 아쉽게 부도가 난 기업을 인수하는데 쓰겠지만, 부동산이나 금융 쪽에서 투자를 할 계획 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환전하지 않은 10억 달러로 대한민국 국채를 구입해 줄 수 없겠는가? 이율이 아주 높아서 손해 보지는 않을 걸세. 그리고 10억 달러의 국채를 사 준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자네의 투자를 도와주도록 하겠네. 개인적인 이익 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최대한 반영할 거니 큰 도움이 될 걸세.”

동민이 함께 따라온 필립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고, 그는 좋은 제안이라며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데로 하도록 하지요. 그럼 10억 달러는 오늘 바로 대한민국 국채를 사는데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도난 기업과 상황이 어려운 기업을 인수할 거라고 했는데 어떤 회사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나?”

동민이 전부 보여줄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그림을 보여 주겠다며 대표적인 기업 몇 개를 간추려 말해 주었다.

“건실하면서도 직원이 많은 회사만 선택했군. 순전히 수익만 원했다면 은행이나 증권, 보험회사를 인수 하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자네의 마음은 잘 알겠네. 그런데 직원수가 많은 의류와 신발 산업은 리스트에서 보이지 않던데 그곳도 인수해야 실업자를 더 줄일 수 있기 않겠는가?”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지금도 중국 노동력에 밀리고 있는데 인건비가 더 저렴한 동남아까지 경쟁에 합류하면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경제 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한국에서 철수해야 할 산업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 기회에 체질개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어린 동민에게 덤탱이 씌우려 했고, 이를 눈치 챈 동민은 마냥 잘 해주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 했다.

아무리 경제에 관해 상세한 지식이 없는 동민이라도 신발과 의류 공장이 거의 다 동남아로 이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미래에 어떤 기업이 살아남아 있는 지도 알았다.

“미국에서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니 젊은 친구가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군. 의류 산업에 워낙 많은 인원이 종사하고 있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 본 것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말게나. 대신 투자 허가와 세금 문제는 정부에서 최대한 협조해 주겠네.”

눈탱이를 치려다 실패한 정부에서는 최대한 협조해 주는 방향으로 자세를 바꾸었고, 당연하게도 경제 관료들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어 필립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력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김 대통령이지만, 경제 쪽에는 전반 지식이 없는 관계로, 동민과 인사만 나누고 자기 볼일을 보러 갔고, 김대종 차기 대통령은 계속 남아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들과 핵심적인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려하니 김대종 대통령 후보가 다가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먼 타국에 조국을 생각하는 훌륭한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주는 것 같소. 오늘 만남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으니 2월 취임식에 가능하면 참석해 주면 좋겠구려.”

“편하게 말하셔도 괜찮습니다. 내년 2월이면 제가 학기 중이긴 해도 꼭 시간을 내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차기 대통령 김대종은 고맙다며 동민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 달라며 부탁했다.

청와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필립과 구체적인 투자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립 씨는 방금 정부에서 제시한 조건을 어떻게 생각 하세요?”

“10억 달러가 채권에 묶이긴 했지만, 다른 조건은 저희에게 훨씬 유리하게 변했습니다. 국채도 이율이 워낙 높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훌륭한 투자처이기도 하고요. 관료들이 자신과 연관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바라던데, 다니엘 씨가 원하는 데로 투자를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좋은 생각으로 찾아왔는데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동민은 정부에서 인수를 원하고 있는 기업에 망하지 않을 정도의 수혈만 해 주고, 자가 호흡이 가능해지면 바로 지분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완전 인수가 아닌 지분 인수나, 회사채를 사는 방향으로 하면 자금 여유가 많이 발생하는데 남은 자금은 어떻게 쓰실 생각이신가요?”

“그래도 국민이 실업자가 되는 건 막아야 하니 처음 계획대로 건실한 기업 중 직원이 많은 곳들은 인수 하는 거로 하고, 남은 자금은 수익을 많이 주는 곳에 투자하기로 하죠.”

폭삭 망해버린 증권사들 중 사라지는 회사도 있지만, 동민이 기억하는 회사도 있었고, 그들이 살아남아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것도 전생에 웹소설에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통신주 역시 상당히 저렴한 상황이었고, 조만간 인터넷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통신 관련 주식이 폭발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 전자와 반도체 관련주식에서 투자하기로 했고, 마지막으로는 폭락해 버린 알짜배기 부동산 건물을 몇 채 매수 하는 것으로 했다.

“포트폴리오는 아름답게 구성 하셨네요. 저도 한국이 정상화 된다면 금융섹터가 가장 먼서 회복 할 거라고 생각 합니다. 거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대출 받으신 걸 상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마 한국은 IMF에서 빠르게 벋어날 수 있을 거예요. 투자 할 때 처분하기 쉬운 방향으로 해 주세요. 안정적인 건 장기 보유할 수도 있겠지만, 1년 뒤에 절반은 회수할 생각이니 거기 맞춰서 진행해 주시면 되세요.”

한국은 경이로운 속도로 IMF 부채를 상환하게 되고, 신용도를 회복해 경제 체질 개선까지 완료한 새로운 모습으로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발목을 붙잡는 문제가 있는데 많은 국민이 실직을 하면서 가정이 붕괴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지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이 생겨나게 된다.

동민이 가장 걱정한 부분도 이것이었는데, 돈을 벌거나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덜 상처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량 실업자를 양산하는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실업률을 최대한 낮춰 보기로 한 것이다.

실업자가 폭증하면 내수 시장도 붕괴 하면서 연쇄적인 사회,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데, 동민이 실업자의 수를 대폭 감소시키면서 국민이 받는 충격도 완화되고 대한민국이 회복하는 속도도 훨씬 더 빨라질 것이었다.

“어떻게 투자하실 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진행 하려면 저 혼자서는 힘들 것 같네요. 다니엘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실 거죠?”

“보름 정도 있으면 다음학기가 시작해서 로스앤젤레스로 가야죠. 2월 대통령 취임식에는 잠시 방문할 테니 그때 다시 뵙는 거로 해요.”

“그럼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충원해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부를만한 사람은 있으신가요?”

필립은 함께 일을 했던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며 10명 정도 불러 M&A와 투자를 문제없이 부드럽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워런트 버핏이 동민의 명의로 투자 법인을 설립해 주었기에 그쪽 직원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돈을 쓰다 보니 겨울 방학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동민은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지인들을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 만드신 영화는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잘 봤다고는 도저히 못 하겠네요. 왜 그러셨어요?”

“아니, 그게 말이지. 본래는 아주아주 난폭하고 잔인한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내 데뷔작이 망하는 바람에 대중성을 생각해 수위를 많이 낮춰 만들다 보니 어중간한 작품이 만들어 진 것 같아.”

“그래도 어떻게든 영화를 찍으시는 것을 보니 이것도 능력이시네요. 원래 실수 하면서 많이 배운다고 하잖아요. 다음 영화는 분명 대작을 만드실 거예요.”

“맞는 말이긴 한데 한참 어린 네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영 이상한걸.”

오랜만에 만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B급 감성을 많이 첨가하고 좋아하는 감독인 스즈키 세이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본격 로드 무비, 액션, 코미디, 드라마인 삼인방이라는 영화를 작년 여름에 개봉했다.

데뷔작인 해는 달이 꾸는 꿈에 비해 많이 발전했으나 그건 전작이 너무 B급을 넘은 C급의 작품이라 그런 것이고,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어중간한 컨셉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주인공 3인방 중 김민중과 정성경의 어설플 연기도 영화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그런 와중에 이경연이 아주 훌륭한 연기를 선 보였다.

“이번에도 그동안 모은 자금을 탕진 하셨겠어요.”

“비디오매장 탈출 할 줄 알았는데 한동안 화곡동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특유의 하드보일드함도 잘 보였고요. 데뷔작 보다는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렇지? 나도 라스트 씬을 가장 좋아해. 신경은 많이 썼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대참패를 겪은 박찬욱 감독은 3년간 절치부심을 하게 되고 드디어 JSA 공동경비에리아를 찍으며 흥행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호준이 형도 작년에 영화 각본 쓰셨죠? 선인장 모텔은 재미있게 봤어요.”

“박기옹 감독님이 연출을 잘 하셔서 괜찮은 작품이 만들어 진 것 같아.”

봉호준은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충무로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선인장 모텔이라는 첫 장편 각본을 직접 만들었다.

한국 영화판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인지 봉호준과 박찬욱은 서로를 알고 있었고, 바쁜 동민을 보기 위해 미래의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감독이 합석하게 되었다.

“충무로에서 다들 이 친구 칭찬을 하더라고. 몇 년 안으로 입봉을 할 것 같아.”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여기 동민이가 훨씬 더 유명하죠.”

“이 녀석은 전설속의 레전드 같은 인물이지. 소문이 워낙 부풀려져서 가끔은 내가 알고 있는 동민이 맞는지 헷갈린다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동민은 미국 할리우드를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으로, 젊어 보이지만,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라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 18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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