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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감독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당황해 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 분이 저희 타이탄익 영화의 최대 투자자이자 타이탄익 호의 선주인 다니엘 김 입니다.”
카메룬 감독이 다시 동민을 소개했고, 너무 젊어 보이는 외모에 동민을 모르는 사람들이 웅성 거렸고,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들은 대부분 동민을 잘 알고 있었다.
“어려 보일 수 있겠지만, 다니엘 씨는 제가 털미네이터 1편을 제작할 때부터 친분이 있었지요. 그때부터 쭉 제 영화에 투자를 했는데 하필 투자를 하지 않은 심연이 망해 버렸네요. 이번 영화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 했으니 분명 대박이 날 겁니다. 그럼 다니엘 씨, 앞으로 타이탄익 호를 가지고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먼저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주신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 배우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실 거라 믿고 있었는데, 제 기대 이상으로 더 잘해 주셨네요.”
관객석에 앉아있는 제시카와 친구들, 지인들은 기대에 찬 모습으로 동민을 바라보고 있었고, 무대 위에 앉아있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니엘 타이탄익 선주님, 영화가 잘 되면 보너스도 주시는 건가요?”
리오가 흥행에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달라며 장난을 쳤고, 동민은 살짝 당황했지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일단, 타이탄익호는 호화 크루즈로 활용할 계획 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참여해주신 모든 배우 분들과 관계자에게는 무료 탑승권을 드리겠습니다. 시사회에 와 주신 분들도 받으시겠네요.”
동민이 크루즈 탑승권을 나눠주겠다고 하자 다들 환호하며 좋아했다.
잠시의 환호를 즐긴 동민이 앞으로의 운영 계획도 알려 주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만 탑승 기회를 부여할 생각 입니다. 영화 티켓이 있어야 크루즈 탑승권을 구매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영화 관람객 중 랜덤으로 무료 탑승권을 배포 하겠습니다.”
동민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기자들이 열심히 기사를 작성했고, 마케팅 부서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을 세웠다.
기자들이 크루즈의 운항 코스 라던지, 구체적인 사항들을 질문 했는데, 평소에 워낙 해야 할 일이 많은 동민은 자세한 계획까지는 생각해 두지 않았고, 앞으로도 직접 타이탄익 호를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
“제가 타이탄익 호의 선주이긴 하지만, 타이탄익 호에 관해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여기 계신 카메룬 감독님이 직접 관리하시게 될 겁니다. 크루즈에 오르시면 카메룬 감독님을 종종 볼 수도 있겠네요.”
갑작스러운 발표에 카메룬 감독이 당황해 했지만, 어차피 카메룬은 10여 년간 직접 연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었고, 그에게 떠넘기기로 했다.
“완벽한 선장을 구하셨군요. 그런데 원래 타이탄익처럼 빙하에 부딪쳐 침몰하지는 않겠죠?”
“그때와 지금은 기술적으로 아주 차원이 다른 시대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겉모습은 기존 타이탄익과 동일하지만, 내부는 현대 기술이 집약되어 빙하에 부딪친다고 해도 멀쩡하게 운항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레이더와 위성 기술이 발전해 빙하에 부딪칠 일도 없고요. 혹시 최근에 크루즈 선이 침몰했다는 뉴스를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당연히 동민은 조선강국인 대한민국에 발주를 넣었고, 크루즈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한국의 조선소 이지만,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타이탄익을 현대 기술을 더해 복원하는 정도는 쉽게 만들었다.
시사회 진행을 위해 너무 오래 마이크를 들고 있을 수는 없기에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 말 멋있게 잘 하더라. 그럼 나도 타이탄익 탈 수 있는 거야?”
“제시카는 당연히 나와 함께 타러 가야지.”
특등석으로 최고급 VVIP 티켓을 주겠다고 하자 제시카가 기뻐하며 뺨에 키스 해 주었다.
타이탄익 시사회가 끝나고, 제시카를 집에 잘 데려다 주었고, 카메룬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선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타이탄익 호의 감독은 선장이랑 같은 거잖아요. 그렇다고 배를 운전하라는 건 아니고, 진짜 선장을 따로 고용 하겠지만, 상징적인 선장을 해 주시면 돼요. 감독님 바다 좋아하시잖아요.”
카메룬 감독은 타이탄익을 촬영하면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심해 전문가 급의 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상당히 깊게 파고들어 2010년 발생한 환경 대재앙인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의 대책회의에 참석하기도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카메룬을 부를 만큼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심해로 가라앉은 비스마르크 전함을 탐사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비스마르크 격침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그 외에도 NASA의 화성 탐사에 자문으로 참가하고, 1인승 잠수함으로 최저 깊이 잠수 신기록도 가지게 되는데, 혼자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까지 내려간 사람이 된다.
그만큼 바다에 진심인 남자 카메룬 제임스에게 타이탄익의 선장직을 권하며 대양을 누비라고 말하자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잖니. 당장 다음 영화 일정은 없지만, 언제까지 배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고.”
“카메룬 선장님이, 아니 감독님이 배에 항상 있으실 필요는 없어요. 다른 선장 고용해 두고, 종종 가고 싶을때만 배에 타세요. 그리고 평생 배를 타시라는 게 아니고, 타이탄익의 인기가 지속될 일년에서 이년 정도만 관리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난처한 척 하던 카메룬은 결국 동민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다음 작품이 잡힐 때 까지만, 명예 선장직을 맡아 주겠다고 답했다.
몇 년 뒤에 제시카가 주인공으로 만들어지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연출을 잠시 맡기는 하지만, 다음 작품은 12년 뒤에나 제작에 들어가기에 10년 가까이 그를 부려먹을 수 있게 되었다.
카메룬과 협상을 마치고, 다음날 크루즈에 관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홍보되자 원 역사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극장 티켓 매출이 상승했다.
반면 타이탄익의 매출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과 환율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연초에 8백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던 환율은 10월에 1400원을 넘어 가더니 연말에는 2천원을 돌파해 버렸다.
기업이 무너지고,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환율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정부에서는 체면을 버리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고, 동민에게까지 연락이 갔다.
“동민아. 겨울 방학 시작했지? 한국에 들어와 봐야겠다.”
“방학은 이미 했는데, 타이탄익 시사화 준비하느라 바빠서 아직 한국에 못 갔네요. 안 그래도 조만간 가려고 했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널 찾는 사람이 있어서.”
“저 찾는 사람은 많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거절하기 힘든 사람인가 보네요?”
“그게 말이지. 내가 장관까지는 만나봤는데,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널 찾고 있구나.”
임기 말이라 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동민을 보고 싶어 했고, 이제 막 타이탄익 시사회를 끝낸 동민은, 미국에서의 연말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쪽입니다. 다니엘 씨. 한국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필립 씨도 잘 지내셨죠? 제가 부탁드린 일을 잘 처리해 주신 덕분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었네요.”
“저야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당연히 잘 해야죠. 여기 지금까지 진행한 내역을 정리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워런트 버핏이 소개해 준 필립이라는 사람은 M&A 전문가로 한국에서 부도가 난 기업 중에 되살릴 만한 기업을 따로 분류해 주었다.
동민은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서 돈을 불릴까 하고 생각을 했었지만, 돈이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을 것이고, 이번에는 최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목표였다.
“달러는 이야기 하신 데로 2천원이 넘어가 전액 대한민국 원화로 환전 했습니다. 다만 단위가 크다 보니 분할해서 진행했음에도 환율에 영향을 미쳐 평균 1950원에 환전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잘 하셨네요.”
“그리고 거래 할때 원화 보다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고 해서 50억 달러 중 10억 달러는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필립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집으로 가자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그분들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니 바로 가자구나.”
“그분들이요? 설마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네가 도착하면 바로 찾아오라고 하더구나.”
아빠와 함께 청와대로 찾아가니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책 회의를 하느라 상시 대기 중이라 도착하면 바로 오라고 했었다.
회의실에는 경제 관료들과 현 대통령 그리고, 내년에 취임하게 되는 차기 대통령까지 수십 명의 사람이 외환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오. 자네가 그 소문의 동민 군이군. 잘 왔네. 이쪽으로 따라 오게나.”
처음 보는 공무원 아저씨를 따라 가니 반년 사이 수척해진 김 대통령이 두통이 오는지 인상을 쓰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차기 대통령 김대종이 앉아 있었다.
“그래. 니 가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김동민이가? 국가를 위해 딸라를 많이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참으로 장하네. 일로 와 바라.”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김 대통령이 동민을 반겼고, 김대종 차기 대통령도 동민에게 살짝 관심을 보였다.
“젊은아가 딸라를 많이 모았다 카던데, 얼마나 가지고 왔길래 내한테까지 보고가 들어오노?”
“전부 제 돈은 아니고 한국이 많이 어렵다고 해서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았습니다. 도와주신 분이 금융계에서 유명한 분이라 제가 가지고 있는 신용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총 50억 달러를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IMF한테 210억 딸라를 받고, IBRD 세계은행한테 100억, ADB 아시아 개발은행에 40억을 준다 카던데 50억 딸라면 아시아 개발은행보다 더 많은 기네. 대한민국이 총 550억 딸라를 빌리기로 캤는데 50억이면 도움이 많이 되겠네.”
김 대통령은 동민이 50억 달러를 정부에 빌려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동민은 대한민국 외환채를 살 생각이 없었다.
“제가 단기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 국채를 살 수는 없습니다. 550억 달러는 예정대로 지원을 받으시고, 저는 다른 곳에 자금을 의미있 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동민이 바로 거절 의사를 밝히자 김 대통령이 살짝 인상을 쓰려다 최근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동민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그럼 그 돈을 어디에 쓸 생각인가? 그 정도 자금이면 우리도 알고 있어야 상황에 맞춰서 대처방안은 준비할 수 있으니 알려줄 수 있겠지?”
김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장관과 민정수석을 불렀고, 동민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민감한 투자를 정부에 미리 알려달라는 말을 듣지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계획을 말해 주고 최대한 정부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저는 50억 달러를 이렇게 사용할 생각 입니다.”
< 18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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