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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흥행면에서 살짝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드림 워커의 첫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대단한 작화와 연출, 훌륭한 퀄리티의 음악, 완성도 높은 작품성, 성우진들의 열연, 뛰어난 각색으로 평론가들에게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유명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가 “이집트의 왕자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뛰어난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 하나다.”라고 말하며 호평을 한다.
유대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유대교 영웅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히브리인이 이집트의 노예로 오랜 세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과 모세가 그들을 이끌고 대 탈주를 감행한 것은 성경을 토대로 만든 것이고, 현재 이집트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이나 그리스도교를 믿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세만 너무 영웅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았고, 람세스 역시 악역이 아닌 모세에 대항하는 캐릭터로 끝까지 제2의 주인공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포스를 보여준다.
워낙 뛰어나게 각색을 하였기에 성경을 원전으로 한 작품 중 가장 각색을 잘한 최고의 성경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럼 이집트의 왕자가 마지막 영화인 거죠? 더 이상 투자하는 영화가 없다면 저는 이만 퇴근 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서류 진행 시키려면 바쁘겠네요.”
일이 서류들을 챙겨 일어났고, 두 손을 하늘 높이 펼치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세탁물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좌우로 벌어졌다.
그 사이를 당당하게 지나간 닐이 후련하다는 듯이 사라졌고, 숙제를 마친 동민도 집으로 가려 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이염걸이 머라이어 캐리언의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사부 머라이어 캐리언 노래가 마음에 드세요?”
“고수가 음공을 구사하는 것 같구나. 가수의 감정이 심신에 전해지는 것 같아.”
“저는 휘트니아 휴스턴 녹음 하는 거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관심 있으시면 두 사람 녹음 할 때 같이 보러 가요.”
“내가 제자 하나는 정말 잘 둔 것 같군.”
뿌듯해 하는 이염걸을 남겨두고 집으로 가 여자 친구인 제시카 아르바에게 전화를 걸어 영국에서 촬영한 라이언 이병 구하기 현장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데 오빠는 언제 이사 갈 거야? 제대하면 따로 집구해서 살 거라고 하지 않았어?”
“알아보고 있긴 한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 할 것 같아. 조만간 목돈 들어갈 일이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생각 하려고.”
세탁소 단골 중에 할리우드의 고급 주택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부동산 업자가 있어 부탁을 했더니 그동안 괜찮은 집을 몇 개 소개해 주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베버리힐즈에 있는 고급 주택인 만큼 전망과 시설이 훌륭했고, 가격도 놀라웠다.
집을 사려다가 올해 연말에 현금이 많이 들어갈 일이 있어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는데, 몇 번 집을 함께 보러 간 제시카가 언제 이사를 갈 건지 물어본 것이다.
“그래. 오빠가 알아서 잘 구하겠지. 그래도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는 이사 갔으면 좋겠어.”
“내년 가을에 졸업이지? 그때는 나도 독립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하고 있어.”
제시카의 외모가 피어나면서 조금씩 비중이 높은 역을 맡았지만, 그녀의 연기 실력은 전혀 늘지 않고 있었다.
이정도면 연기 실력 보다는 얼굴 자체가 연기에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가 바쁜 나날을 보내며 제시카와 데이트도 하고, 지인들을 만나며 지내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민아, 요즘 한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거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없니?”
“동남아 외환위기가 극동아시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는 뉴스는 들었던 것 같네요. 요즘 한국은 어때요?”
“김대통령이 대한민국은 300억 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니 걱정 하지 말라고 하던데, 내가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 외화대출이 천억 달러라고 하더구나. 이번 여름에 키아 자동차까지 부도가 나면서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어.”
정부 측에서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매년 300억 달러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리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실상은 300억 달러의 5배가 넘는 1,530억 달러의 외채를 가지고 있었다.
올해 초 부터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정부가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하지만, 무분별하게 외화를 빌린 대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치권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세요? 정부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대요?”
“내가 방송국이랑 언론에는 지인이 많은데 정치권이랑은 거리가 조금 있구나. 그래도 방송국 경제부 기자 후배에게 물어보니 일본이랑 미국에 자존심을 버리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하더구나.”
“그거 잘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아빠도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으세요.”
해외 채권단에서 97년 9월이 되자 외환보유액 부족이 본격적으로 다가온 한국 정부에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에게 외환을 빌려 달라며 긴급 요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Top 3인 야마이치 증권이 파산했고, 일본 최대 지방은행인 훗카이도 탁쇼쿠 은행이 파산 하는 등 제발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대신이 아시아 통화기금을 통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지원하려고 하는데,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결국 일본은 한국의 도움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마쓰시타 야스오 총재가 일본은행이 매입했던 한국 정부의 외평채 50억 달러에 대해 현재 한국 신용도가 떨어져 외평채에 손해가 발생하였으니 한국 정부에게 조기 상환 콜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거기다 믿고 있던 미국의 상황도 상당히 복잡했는데 4월부터 안보에 관련된 로버트 킴 사태가 발생한 와중에 도날드 래클리프 구속 사태 같은 미묘한 갈등이 벌어지던 도중에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한다.
이에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국무장관, 샌디 버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상황이 심각함으로 안보 유지를 위해 150억 달러 수준의 긴급 차관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하필 이 타이밍에 한국과 미국이 미국산 쇠고기와 한국산 자동차 건으로 통상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고,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터뜨리면서 상황이 꼬이게 된다.
대장균 검출 사실이 공개되자 분노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 엘 고어 부통령이 한국 지원에 대해 결사반대 및 슈퍼 301조 적용을 통한 미국 협상력 우위 확보를 주장하면서 한국을 절대 지원하면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미국 내각에서 수많은 논쟁 끝에 엘 고어 부통령과 루빈 재무장관이 승리하게 되고, 1997년 10월 미국 정부는 슈퍼 301조를 한국에 발동시켜 한국이 미국에 하는 모든 수출을 전면 금지 시킨다.
거기에다 두 사람의 의견대로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특별 차관 제공을 거부하게 되고,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얼마나 화가 났던지 미국 재무부 직원들한테 “한국은 이제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IMF에서 미국이 가진 거부권을 발휘해 한국의 IMF 관리체제 승인조차 거부하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
“혹시 한국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 하려고 달러를 많이 준비해 두었는데 금액이 좀 커서요. 문제없이 환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방법 좀 알아봐 주세요.”
“은행에 문의해 보도록 하마. 그런데 얼마나 환전 하려고 하는 거니? 지금 환율이 800원대에서 많이 올라서 1200월까지 올랐구나.”
“여기저기서 최대한 대출을 받으니까 50억 달러까지는 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워런트 버핏을 통해 대출을 받았더니 생각 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영화 판권들의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았고, 초기 투자를 했던 퓍사와, 아마존의 기업가치도 많이 상승해 있었다.
거기다 잡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분을 인수했던 애풀도 빠른 기간에 흑자 전환을 성공시키면서 주가가 급상승하며 담보 대출에 큰 힘을 보태 주었다.
“잠깐만, 50억 달러라고? 그럼 환전하면 도대체 얼마인 거냐?”
예상 밖의 금액에 아빠가 잠시 당황해 하셨고, 지금 환율 기준으로 6조 정도 된다고 하니 기겁을 하셨다.
지금은 6조지만, 12월 말이 되고 달러 환율이 2천원까지 치 솟으면 50억 달러는 원화로 10조로 불어난다.
단순하게 환치기만 해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기업과 부동산을 헐값에 매입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이 정도의 자금을 융통하려면 정부측의 허가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우리 아들이 투자를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돈이 많을 줄은 몰랐구나. 이정도면 국내 10대 기업 정도 되는 거 아니니?”
“전부 다 제 돈은 아니고, 단기로 대출 받은 거예요. 이율이 꽤 높으니까 환율이 폭등하게 되면 환전해서 환율 차익으로 수익도 보고, 한국 경제가 어려운 것 같으니 도움을 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아직 대출 받은 건 아니에요. 혹시나 싶어서 알아만 본 거지 한국에 경제 위기가 정말로 발생하면 그때 대출 받을 거예요.”
“그래 50억 달러라면 분명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이 정도 금액이라면 나도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내가 알아보고 연락하마.”
아빠도 동민이 대출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월 말일이 되면 김대종 대통령 후보가 대기업의 부도와 금융불안, 증시붕괴,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국가가 부도날 가능성이 있는 총체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외환위기 극복대책으로 범국민운동을 제시하고, 해외여행을 줄이고 달러 아끼기와 모우기 운동을 제의한다.
거기에다 IMF의 구제금융요청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구제금융을 받더라고 경제주권이 상실될 일은 없을 거라며 IMF 자금 수용에 대한 적극수용 입장을 밝힌다.
이에 며칠 뒤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자금의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
정치권에서 구제금융 신청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표명하며 한국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외환위기는 지원을 받으면서 어떻게 잘 버텨보고 있는데, 연말이 되면서 위기가 외환분야에서 실물경제로 전영되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량해고가 발생한다.
약 3,300여개의 업체가 도산하고, 노동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폭증하고, 임금체불 신고도 급증하게 된다.
동민은 미국에서 제 3자의 시선으로 한국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고, 자신의 자금으로 어떻게 한국을 도와줄 수 있을지 결정을 내렸다.
< 18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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