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82화 (182/265)

< 182 >

목란은 여러모로 특이한 애니메이션 이었다.

디주니가 중국 설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과, 대놓고 전투장면이 많은 전쟁 장르물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다는 것도 달랐다.

다른 디주니 프린세스 작품들은 주로 주인공 개인에게 불행이 닥치거나 사건이 발생해 그것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지만, 물란은 고국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사회적인 현상을 물란이 홀로 참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당시 시대상과 개인을 억압하는 문재들을 극복해 나가고, 전쟁 상황의 비장함이나 긴장감을 고조시켜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디주니 답지 않은 잔인함과 무거움을 볼 수 있고, 시대에 앞서 페미니즘의 모범적인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

주인공 목란은 정신적으로 강인하며 무공 또한 남자만큼 훌륭한 영웅이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 난관을 극복해 가며 위대한 전사로 성장하게 된다.

목란의 활약을 돋보이게 연출하여 사건을 진행하긴 하지만, 남자를 얼간이로 만들어 여성의 상대적인 우월함을 보이기 위해 장치를 마련하는 타 페미니즘 영화와는 다르게 목란에 등장하는 남성 조연들 역시 각자의 캐릭터성이 확고하고 호감이 가는 캐릭터들로 표현해 호평을 받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여성 목란이 어리석은 아버지와 상관을 계몽한다는 식의 억지스러운 진행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남성 캐릭터들이 목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만, 이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설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관객들에게 성역할에 관한 편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이렇듯 페미니즘 본연의 목적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지금 보다는 미래에 목란은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아직 사람들의 생각과 상식이 보수적인 시대이다 보니 어른 관객과 평론가 사이에서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미친 듯이 목란에 열광하게 된다.

다른 디주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전투와 액션,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중국 무협풍의 액션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남자 아이들만 훈련을 받았던 소림사에 있어본 나로서 파목란 설화는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지. 개인적으로는 크게 흥행했으면 좋겠다만, 미국에서 이 설화가 통할지 잘 모르겠군.”

“다니엘. 아무래도 중국 캐릭터가 디주니 공주님을 대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혹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건가요?”

“아마 정치적인 문제로 중국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다들 디주니의 저력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북미 시장에서 충분히 먹히도록 좋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디주니는 이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94년부터 작업을 시작 했는데, 중국에 수많은 애니메이터를 보내 자료를 수집하고 배경 샘플을 구하는 노력을 했다.

당연히 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을 기대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 해에 외국 영화를 단 10편만 상영하는 강력한 스크린쿼터제를 운영하고 있었고, 디주니가 달라이 라마의 전기를 다룬 영화에 투자한 것을 알고 중국 정부의 심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뚫고 개봉 하는 것조차 불가능 해 보이지만, 1년간의 개봉 연기 끝에 제한적으로 개봉이 성사 되지만 결국 흥행 결과는 좋지 못하게 된다.

영화 개봉 무렵에 이미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된 유출본이 돌아다니면서 흥행에 치명타를 날린다.

거기다 영화 시장이 상당히 성장한 한국 시장은 IMF로 인해 나라가 경제적으로 망한 뒤여서 디주니 측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 관객만 77만 명이 모이면서 준수한 기록을 달성하고, 디주니에서는 예상외의 흥행성적이 크게 놀란다.

“제작비가 9천만 달러라는데 애니메이션 치고는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아무래도 현지 조사를 많이 하다 보니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나 보네요. 그래도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어들일 것 같으니 2천만 달러를 투자 하도록 하죠.”

“제자가 정말 돈이 많긴 하구나.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에 2천만 달러나 투자를 하다니.”

비록 중국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목란은 총 3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

제작비의 약 4배 수익을 거두어들이기에 애매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보다 더 훌륭한 투자였다.

거기다 2차 캐릭터 판권으로 꾸준한 수익을 오랜 기간 거두어 들일수도 있고, 동민이 디주니의 대주주였기에 2천만 달러 투자는 훌륭한 결정 이었다.

목란은 디주니 애니메이션 치고는 은근 색드립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은유적인 묘사도 등장한다.

목란이 남자로 변장하면서 가명으로 쓰는 화핑(꽃병)은 중국 군대에서 동성애자를 뜻하는 은어이기도 하다.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도 있는데 맥도날드에서 디주니와 콜라보를 하고 사천 소스를 출시하게 된다.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다가 2006년 맥도날드와 디주니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단종 되는데,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시즌 3에서 사천 소스가 언급 되면서 사람들이 다시 기억을 해 내게 된다.

이에 2020년 개봉할 목란의 실사 영화에 맞춰 다시 판매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아지자, 맥도날드에서는 2017년 10월 7일 딱 하루 한정으로 사천소스를 재출시하여 20곳의 매장에서만 제공한다.

목란 팬은 물론 맥도날드 덕후 역시 이 소식을 듣고 해당 지역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사천 소스 하나로 단 하루에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후 사천 소스는 목란 팬과 맥도날드 덕후들에게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희귀템이 되고, 온라인에서 사천 소스 단 하나에 2만 4천 달러에 낙찰되기도 한다.

그리고 동민이 좋아하던 한국의 중식 쉐프가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도 목란 이었다.

이염복 쉐프가 일본에서 일하던 당시 아버지의 임종을 못 지키는 바람에 상심이 크던 차에 목란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다.

주인공이 부모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입대하는 모습을 보고, 배달로 돈을 벌겠다고 중국집에 들어간 어린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바라는 마음으로 가게 이름을 목란으로 정하게 된다.

‘갑자기 멘보샤가 먹고 싶네.”

동민이 따뜻하게 뛰긴 식빵 사이에 육즙이 넘쳐나는 탱글탱글한 새우의 속살을 상상하고 있는데 닐이 다음 애니메이션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목란에 투자를 마쳤으니 빨리 마지만 영화 알려 주세요. 저도 퇴근 하고 싶다고요.”

“나도 마지막 영화가 궁금하군.”

내년에 투자할 영화 중 마지막 작품은 스필버그가 지인들과 함께 창립한 드림워커에서 만드는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이었다.

첫 작품이다 보니 작품성에 상당히 공을 기울였고, 처음부터 치트키를 사용했다.

“이집트의 왕자라면 그 도굴꾼 어세신 이야기인가?”

“그건 게임이구요. 이집트랑 페르시아는 다른 나라에요.”

“유대인 이야기로군요. 스필버그 감독이 유대인이라더니 출애굽기를 소재로 만들다니 이건 흥행 보증 수표네요.”

출애굽기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민족 지도자인 모세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작품성 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작품 이었다.

성경의 이야기에서도 초반부인 출애굽기의 모세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건 한국에서 이순신과 세종대왕, 단군의 이야기를 섞어서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불러 온다.

기독교와 천주교를 넘어 유대교와 이슬람까지도 출애굽기의 모세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보니 당연하게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데, 뛰어난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갈아 넣어지고, 아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탄생한다.

거기다 OST 까지도 뛰어나고, 전설과 레전드의 콜라보를 시키는 또 다른 치트키를 사용하는데 머라이어 캐리언과 휘트니아 휴스턴 두 디바가 듀엣으로 주제가를 부르게 된다.

“머라이어 캐리언이랑 휘트니아 휴스턴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고요? 둘은 라이벌 관계 아닌가요?”

“그건 미디어에서 지어낸 이야기고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해 주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다 평소 만날 일도 거의 없데요.”

“휘트니아랑 머라이어가 누구지?”

디바계의 전설과 레전드를 모르고 있는 이염걸에게 두 사람의 노래를 들려주자 미국에도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있었나며 놀라워했다.

“그러고 보니 목란 주제곡은 크리스티나가 부른다고 들었는데, 한 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크리스티나라면 디주니 미미 마우스클럽의 그 노래 잘하는 꼬마 말하는 거예요?”

“디주니에서 계속 관리 하더니 드디어 선보일 건가 봐요.”

내년에는 디주니 미미 클럽의 아이들이 동시에 데뷔하는 해 이기도 했다.

어스틴 팀벌랙은 엠싱크로 데뷔해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기반을 다진 엠싱크는 내년에 새로운 싱글을 발매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브리트니 스피어도 내년에 솔로 데뷔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고, 스쿨룩 뮤직비디오로 데뷔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과 인기를 얻게 된다.

‘라이온 빼고 전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구나. 얼굴 보러 한 번 가야겠네.’

동민이 아이들 생각을 하는 동안, 이염걸은 닐이 추천해 주는 머라이어 캐리언과 휘트니아 유스턴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확실히 라이벌로 알려져있는 두 사람이 같이 OST를 부른다면 주목을 받을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한데 시나리오를 보니 디주니 만큼의 흥행은 기록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드림 워커의 이집트의 왕자는 디주니 작품들에 비해서 어린이들이 보기에 수위가 조금 높았다.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쓰여지다 보니 대서사시에 가까운 내용과,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모세의 인생을 보여주다 보니 작품이 조금 진지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나오는 드림 워커의 애니메이션들도 대부분 성인 코드를 많이 넣게 되는데 동민은 초록색 괴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노란색 캡슐 악당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개인적인 취향은 드림 워커에 더 가까웠지만, 아이들이 많이 볼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관계로 드림 워커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주니에 비해 다소 저평가를 받게 된다.

“제작비가 7천만 달러로 측정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를 할 생각인가요?”

“디주니에 비해 수익률을 떨어지긴 할 건데, 스필버그 감독님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니 성의는 보여야 할 것 같아요. 1천만 달러만 투자 하는 거로 하죠.”

이집트의 왕자는 목란에 비해 적은 액수인 2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2주 뒤 개봉하는 개미는 퓍사에서 만드는 버그 라이프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두 라이벌에 비해 떨어지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긴 하지만, 충분히 흑자를 기록하고,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알리게 된다.

< 18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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