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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도가 지구를 구하지는 못 하지만, 소행성을 발견하기는 하는 이 영화는 미미 레더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과 기획을 담당했다.
미확인 소행성이 지구와의 직선 충돌궤도에 들어서고, 이를 확인한 미국 정부는 혜성의 궤도를 수정하려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지하요새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지하요새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의 샘플과 20만 명의 각계 전문가들, 컴퓨터가 추첨한 50세 미만의 80만 명의 미국 시민이 수용 된다.
혜성을 발견한 프루도는 지하요새에 들어갈 자격을 획득하지만, 그러지 못한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가족과 해어져 가슴이 시키는 데로 그녀를 만나러 간다.
영화의 스토리 진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방송국 기자 테아 레오니도 행성충돌 사실을 미리 알고, 백악관의 눈에 들게 되고, 기밀을 엄수하는 조건으로 기자회견장에서 첫번째 질문자 역할을 받는다.
그 후 메시아 호의 운석파괴충돌 임무를 생중계하는 앵커가 되고, 마지막 순간 지하요새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가 그동안 자신을 사랑해 왔다는 것을 깨닫고, 해변에서 아버지를 만나 운석 충돌로 밀려오는 해일에 숨진다.
아마게론과 달리 디 임팩트는 커다란 액션 없이 드라마와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를 하고, 과학적 검증도 착실하게 따른다.
흥행면에서는 아마게론에게 크게 뒤쳐지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운석 충돌 영화의 교과서 자리를 지키게 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엔딩도 휴머니즘이 넘치면서 잘 마무리 하는 영화였어. 여기에는 2천만 달러만 투자 하자.”
디 임팩트는 8천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총 3억 5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다.
아마게론의 5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제작비가 그만큼 적게 쓰이기에 이 정도만 해도 꽤 훌륭한 수익률을 보여준다.
두 영화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 하는 방식과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기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만들어 지고, 자주 비교를 당하기도 한다.
당연히 평론가들은 디 임팩트의 손을 들어 주지만, 커다란 스크린의 극장에서 보기에는 아마게론이 더 재미있는 건 사실 이었다.
미래에 넷플렉스에서 제작하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 주연의 운석 영화가 생각났지만, 그 영화는 풍자적인 요소가 강했기에 가장 모범적인 소행성 영화는 디 임팩트가 맞다고 생각 했다.
“그러고 보니 소행성이 대한민국 경제를 향해 날아가고 있구나.”
잠시 세기말 아포칼립스에 관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살짝 불길한 느낌의 세탁소 전화가 울렸다.
“할리우드 세탁소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오! 다니엘이구나. 마침 찾고 있었는데 잘 되었네. 잠깐 영국으로 와 주어야겠다.”
“스필버그 감독님이세요? 갑자기 영국에 오라고요? 저 학기 중인데요?”
“학과장에게는 내가 잘 이야기 해 두마. 지금 촬영 중인 영화에 네가 필요한 것 같아서 급하게 연락 했단다. 관련 영상 자료를 찾다가 네가 촬영한 군대 홍보 영상을 봤는데, 상당히 실력이 좋더구나. 특히 보병 부대 영상에서 핸드 핼드로 직접 뛰어가며 담은 영상은 현실감이 아주 뛰어났어.”
스필버그 감독은 자기 할 말만 하고는 바로 영국으로 오라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안 그래도, 지금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고 있는 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외부 자본 투자를 잘 안 받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촬영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겨우 1천만 달러를 찔러 넣을 수 있었다.
“일단 지금까지 정리 된 거라도 닐에게 보내줘야겠네. 나머지는 영국에 다녀와서 정해야겠네.”
동민이 영국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학교 측에 문의를 해 보니 일주일간 현장 학습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의 카운티 웩스 포드 동쪽 해안에 위치한 커라클러 해변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백사장이 거대한 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마침 세트장이 완성 되었는데, 딱 맞춰서 도착했군.”
“엄청나네요. 이런 세트장을 만들려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수 톤의 가짜 피와, 엑스트라, 철조망, 탱크, 수륙 양육선과 폭발물까지 다 해서 1,200만 달러가 이 해변에 들어갔지. 그 만큼 중요한 장면을 찍을 거야.”
스필버그가 촬영하려는 장면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오마하 해변에 상륙 작전을 펼치는 전투였다.
아일랜드 예비군을 포함한 1,500명의 엑스트라가 준비되어 있었고, 상륙 중 부상당하는 병사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팔, 다리가 없는 엑스트라도 수십 명 대기하고 있었다.
전투로 인해 팔과 다리가 날아가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 없이 더욱 현실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준비였다.
거의 모든 장면이 명장면 이지만, 영화 초반 30분간 펼쳐지는 오마하 해변 상륙 작전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전쟁 시퀀스가 된다.
전장의 웅장함과 치밀함, 그리고 적적한 전장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사실감 넘치게 살리는 바람에 퇴역 군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단체로 PTSD에 걸리기도 할 정도이고, 이 전투에 참여 했던 군인은 냄새만 빼고 모든 것이 똑 같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앞으로 전쟁 영화는 라이언 이병 구하기 전과 후로 나뉘겠네요.”
“좋은 의미로 말 하는 거지?”
“스필버그 감독님께서 전쟁 영화의 교과서를 쓰려고 하시네요.”
스필버그의 호출로 동민이 도착한 곳은 톰 행스크 주연의 라이언이라는 병사를 구하기 위한 구출 부대의 여정을 그리는 영화 현장이었다.
초반 부에 들어있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펼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라이언 이병 구하기라는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의 교과서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게 되고 당연히 흥행 면에서고 큰 성공을 이룬다.
사실적이면서도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묘사는 이후 전쟁 영화들이나 게임에 아주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만큼 영화 역사에 있어 중요한 현장을 감격스럽게 둘러보고 있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배우들은 만나보러 가자고 했다.
“이 친구가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언 이병 이네. 연기는 아직 부족한데 각본 쓰는 실력이 아주 뛰어 나더군.”
“굿 윌 헌트라면 재미있게 봤어요. 첫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연기도 괜찮던데요? 안녕하세요. 다니엘 이라고 합니다.”
스필버그가 아주 편해 보이는 호화로운 의자에 묘하게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메튜 데이먼을 소개해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톰 행스크 배우님과 스필버그 감독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하게 얼어있는 메튜 데이먼이 세트장 한 쪽을 힐끔 거렸고, 그 방향을 보니 톰 행스크와 에드워드 번즈 등 다른 배우들이 모래사장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
“메튜 데이번 배우는 일부러 훈련에 참여시키지 않으셨나봐요.”
“군대에 갔다 오더니 눈치가 늘었구나. 연기에 감정을 더 실어주기 위한 장치 중 하나지.”
군대에서 뺑이 칠 때 옆에서 뺑끼 부리는 사람이 있으면 꼭지가 돌아 버리는데 스필버그는 일부러 라이언 이병을 구하러 가는 배우들에게 힘든 훈련을 시키면서 잘 보이는 곳에 메튜 데이먼을 편하게 대기시켜 두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라이언 4형제의 어머니가 아들 넷을 육군에 입대시키고 별 4개가 새겨진 페넌트를 창문에 걸고 지내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깡촌인 아이오와 주의 시골에 고급 세단이 찾아오자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린다.
정복을 입은 육군 장교들이 첫째부터 셋째아들까지의 사망 소식을 전달하고, 이 사실을 접한 미 육군참모총장 조지 마샬은 마지막 남은 아들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집으로 살려 보내기로 결장한다.
국방부에서는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 육군 제75레인저연대의 밀러 대위를 지휘관으로 하는 8명의 팀을 편성해 라이언 이병 구출 작전에 투입한다.
위험한 곳에 이병 하나를 구하러 가는 임무를 맡다 보니 라이언 이병을 향한 마음이 좋을 수가 없는데, 스필버그 감독은 이러한 감정을 증폭시키기 위해 메튜 데이번을 훈련에서 열외 시킨 것이다.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메튜 데이먼을 노려보는 톰 행스크의 눈에서는 욕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잘 지내셨죠? 오랜만에 뵙네요.”
“다니엘? 군대에 갔다더니 많이 변했네?”
“저도 훈련을 많이 받아봐서 얼마나 고생하고 계신지 알 것 같네요.”
“너도 같이 출연하면 참 좋겠는데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동양인이 나오는 건 무리겠지?”
톰 행스크가 혼자 죽을 순 없다는 듯이 동민이 함께 출연하기 바랐지만,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고, 만약 출연 한다고 해도 동양인이 나오는 건 이상했다.
“대신 카메라 들고 뛰어다니는 건 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스필버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동민을 호출하지는 않았을 거고, 동민의 눈앞에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내가 설마 소중한 카메라를 다니엘에게 맡기겠는가? 우리 카메라 감독을 모욕하는 일이지. 다니엘은 사실 고증만 해 주면 된다네. 여기 콘티가 있으니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으면 말해 주게.”
다행히 스필버그는 동민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는 않았고, 동민이 군대에서 촬영했던 영상을 보고는 정말로 조언을 듣기 위해 불렀다.
동민은 라이언 이병 구하기에서 본 기법을 부대 홍보 영상에 몇 번 사용 했었고, 그 영상을 본 스필버그가 연락을 한 것이다.
라이언 이병 구하기에서는 기존과 다른 촬영 기법들이 사용 되었는데 오래된 필름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거친 입자의 영상을 만들고, 관객에게 현실감을 전해주려고 흔들리는 시점의 핸드핼드 기법도 적극 사용했다.
이전까지의 전쟁 영화의 전투 장면은 실제 전투라기보다는 주인공 위주의 카메라샷과 드라마적 연출이 가미된 그야말로 영화 같은 표현이었다면, 스필버그는 영화를 넘어 전쟁의 현장 자체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사실적인 전투 장면을 위해 카메라가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전투가 벌어지고 장병들이 죽거나 산산 조각 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포탄 소음에 귀가 먹먹해지는 장면과 내장이 튀어나온 채 엄마를 부르는 병사, 한 쪽 팔이 날아간 병사가 잘린 팔을 찾아 들고 가는 모습, 얼굴에 포탄을 맞은 통신병, 총알을 맞아 수통에서 물이 나오다가 핏물로 바뀌는 장면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인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다.
이전까지 전쟁 영화가 묘사해 온 낭만적인 분위기나 허황된 묘사를 완전히 뒤엎고,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 자체를 보여 주었다.
“너무 고증을 잘 하신 것 같네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충격 받겠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니까 괜찮다는 말이군.”
“핸드핼드를 하고 촬영할 때 포탄이 터지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뒤로 움찍거리면서 풍압을 맞았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더 현실감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군. 폭발이 있을때 관객이 직접 충격을 받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어.”
스필버그는 확실히 쉰들러의 방주 촬영 이후로 영화의 스타일이 변해 있었는데, 특유의 가정적인 분위기와 대중적인 오락성이 줄어들었지만, 작품성은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동민은 일주일 동안 스필버그 옆에서 연출 보조를 하며 오마하 해변 상륙 장면 촬영을 도와주었는데 확실히 군대에서 2년 간 촬영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갑자기 불러와서 고생 많았어. 군사 관련 촬영에 한해서는 전문가가 되었구나.”
< 17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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