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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은 98년에 투자할 영화를 선정하기 전에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많은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미국에도 군대에 다녀오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386과 486 CPU를 넘어 펜티엄이 등장 하더니 컴퓨터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한 것과, 모뎀의 대중화로 인터넷 보급이 늘어난 것이었다.
“뛰뛰뛰 쁘리삐삐 프쓰스스스 삐삐삐.”
추억 돋는 모뎀의 연결음을 들으면서 인터넷 연결을 기다렸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마이크소프트 네비게이트를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대한민국에서 기가 인터넷을 사용하다 접속하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리는 모뎀을 쓰니 답답해 돌아가실 정도였지만, 그래도 모뎀의 접속 소리를 듣는 재미는 쏠쏠했다.
연결을 시도하고 커피를 한 잔 가지고 오자 모뎀이 통신에 접속 되었고,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상장도 하고 급성장을 한 야호에 들어갔다.
미국의 포털 사이트이자 검색엔진인 야호는 94년 스탠퍼드 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공동으로 만들었는데 90년대 말 부터 2천 년대 중반까지 가히 최고의 웹 디렉토리로 자리를 잡는다.
전성기에는 본토인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뿐만 아니라 중남미, 한국, 동남아와 대부분의 유럽, 아프리카와 중국에서 압도적인 포탈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컴퓨터 강국인 일본에서는 국민 웹 사이트로 자리를 잡는다.
한때 전 세계를 제패하고 지구촌 강자로 이름을 떨치지만, 추격자에게 자리를 내어준 이후로는 MZ 세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이트가 되어 버린다.
“어? 드디어 생겨났네? 도메인을 등록한지 며칠 안 되는 것 같은데?”
야호에서 검색을 조금 하다가 습관적으로 구골 웹 주소를 입력했는데 지난주 만해도 없었던 도메인이 생겨나 있었다.
검색엔진의 성능에 집중을 해 시장 점유율 1위인 야호는 몰락시키는 구골은 이제 막 도메인 등록을 마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민은 군대에 있느라 야호의 투자에는 한 발 늦었지만, 구골 만큼은 초기 투자를 하기로 했다.
“어디보자. 아직 초창기라 그런지 연락처를 올려놨네? 스텐퍼드면 샌프란시스코 쪽이지?”
스탠퍼드 대학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래리 페이지가 친구이자 같은 과 박사 동료인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96년 1월 새로운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했다.
초창기에는 스탠퍼드 대학교 웹사이트 안에서만 운영을 하였는데, 97년 9월 15일 정식 사이트 도메인을 등록했다.
검색 사이트의 반응이 생각 보다 뜨겁자 대학교수의 추천을 받아 마크로시스템의 창업자인 앤디 벡톨샤임에게 10만 달러의 받고, 1년 뒤인 98년 9월 7일 친구 집 차고에서 구골 Inc.를 공식 창립하게 된다.
투자 유치를 위해 두 사람이 앤디에게 처음 시연을 선보이고, 여러 질문에 대답 하다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수표를 써 주면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라고 한다.
아직 순진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잠시 고민하다 원하는 금액을 말하게 되고 앤디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금액 이라며 최소한 그 두 배는 되어야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며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건네준다.
“투자할 영화를 고르는 것 보다 구골에 투자하는 게 더 중요하지.”
동민은 컴퓨터에 적혀있는 주소를 받아 적었고,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로 날아갔다.
“우리 학교보다 훨씬 더 좋은데? 규모가 비교가 안 되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USC는 캠퍼스가 작을 수밖에 없었는데 스탠포드 대학은 작은 마을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자연과학대학의 박사 연구실을 찾아가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저희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요?”
“네. 제가 사용을 해 봤는데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요. 분명 야호 보다 더 대단한 검색 포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하하. 좋게 봐 주셨다니 기쁘긴 한데, 학교 프로젝트라 딱히 상업적으로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 구골이 투자를 받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빨리 찾아온 것 같았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어 바로 찾아왔는데 두 사람은 구골을 단순하게 대학원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었고, 동민의 투자 이야기는 부담스러워 했다.
“지금은 생각이 없으시더라고, 마음이 바뀌면 연락 주세요. 제가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여유자금은 많이 있습니다. 올해 개봉하는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타이탄익이라는 영화에도 1억 달러를 투자했네요.”
영화 한 편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이 깜짝 놀랐고, 영화 흥행 결과를 보고 투자를 받을지 말지 결정 하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세탁소 쿠폰을 건네주려다가 두 사람은 영화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떠올라 영화 투자가 명함을 꺼내주었다.
“영화를 만드는데 1억 달러나 드는 군요. 놀랍네요.”
“카메룬 감독님이 제작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해서요. 아마 이번에는 2억 달러를 넘길 거예요.”
두 사람은 할리우드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고, 동민이 재미있는 뒷이야기 몇 가지를 말해 주자 대학원 연구실에서 코드만 짜던 둘이 너무 좋아했다.
“투자를 받으시고 지분을 나누어 주시면 영화배우를 만나게도 해 드릴 수 있어요. 혹시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배우가 있으신가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세르게이가 배우보다는 애풀로 복귀한 스티브 잡서를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거라면 더 쉽겠네요. 제가 올 여름에 잡서의 부탁으로 애풀 이사회의 일원이 되었거든요.”
동민이 애풀 대주주로서 이사회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 말하고 명함을 나눠주자, 영화 투자자라고 했을 때 보다 훨씬 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래리 그냥 오늘 투자를 받을까?”
“아니야. 이런 건 천천히 고민해야 하는 거야.”
스티브 잡서를 만나볼 수 있다는 말에 세르게이가 잠시 흔들렸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해 보겠다고 했다.
동민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고, 두 사람에게 원하는 금액과 줄 수 있는 지분을 정해 달라고 했다.
그동안 경험상, 계약 경험이 적을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고, 공돌이 둘 정도는 동민이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과 해어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온 김에 애풀 본사에 들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에 만나는 것으로 하고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면 닐이 화내겠지? 빨리 투자할 영화를 선별해서 보내줘야겠네.”
닐이 출판사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필터링 없이 내년에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를 주고 갔지만, 이미 흥행하는 영화를 알고 있는 동민은 어려움 없이 1시간 만에 1차 필터링을 마쳤다.
“시나리오 읽을 것도 없이 제목이랑 시놉소스만 봐도 알겠네. 내년에는 특이한 영화가 만들어 지는 구나.”
벌써 1997년 가을이고 내년이면 98년이 되는데 세기말 노스트라다무스의 인류 멸망설이 돌면서 지구가 망해버리는 내용의 영화들이 꽤 많이 보였다.
세기말 영화 중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 두 편을 선택 했는데, 두 영화 모두 운석 충돌이라는 같은 주제로 만들어 지지만, 영화의 내용과 장르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마이크 베이 감독님도 만나 봐야 하는데, 잘지내고 있겠지? 이번에도 철저하게 흥행을 노리고 영화를 만드는 구나.”
동민이 먼저 선택한 영화는 마이크 베이 감독의 SF 영화로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할 위기가 닥쳐와 이를 막으려는 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마이크 베이답게 과학적 고증은 엿 바꿔 먹고, 연관성이 없는 스토리 구성, 오버스러운 연출으로 비평가들에게는 가루가 되도록 까이지만, 대중에게는 흥행 성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영화 아마게론의 엔딩 스탭롤 맨 마지막에 아주 유명한 문구가 삽입되는데, “NASA는 영화에서 연출된 장면이나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다.
심지어 NASA에서 관리부 직원 훈련에 아마게론을 틀어준 다음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몇 개나 되는지 찾아보는 테스트를 시키기도 한다.
최고 기록으로는 168개가 나온다.
“사실 석유 시추공에게 우주비행을 가르치는 것 보다 우주비행사에게 시추를 알려 주는게 훨씬 더 합리적이긴 하지.”
거기다 영화 내내 성조기가 튀어나오면서 ‘팍스 아메리카 만세’를 외치고, 미국이 지구를 지켰다는 NASA 우주방위대의 광고를 노골적으로 펼치는데, 아무래도 NASA가 우주에 관해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관객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긴 한다.
편론가나 지식인들에게는 대차게 까이긴 하지만, 주말에 가족끼리 친구끼리 가볍게 영화 한편 보러 극장을 찾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 매력적인 캐릭터들, 마이크 베이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와 단순 명료한 스토리와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할리우드 블록바스터로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선사하게 된다.
거기에다 딸바보 아빠의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까지 더해 마지막에 감동까지 더해 준다.
“돈워나 크로우즈 마이 아이즈~~ 돈워나 미슈 베이베~. 크~ 에로 스미스가 부르는 OST가 끝내 줬지.”
유명 락 밴드의 보컬로 오랜 기간 인기를 누려온 에로 스미스는 자신의 유일한 빌보두 차트 1위 기록을 아마게론 OST로 달성하게 되고, 이 곡은 한국 노래방에서도 많은 남자가 도전하게 된다.
영화 아마게론은 세기말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멸망 예언과 아포칼립스 세계의 도래 같은 온갖 세계 종말론이 넘쳐 흐르는 시대에 공룡을 멸망시켰다는 거대 운석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고, 인류가 핵폭탄으로 운석을 폭파 시킨다는 소재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충분했고, 마이크 베이의 오락 영화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작품을 보여주면서 당연히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아무래도 우주선에서 촬영을 해서 그런지 제작비가 많이 드는구나. 세트장 비용도 많이 들어갈 거고. 거기다 마이크 베이 감독이니 화약도 많이 쓰겠지?”
아마게론의 제작비는 1억 4천만 달러가 잡혀 있었는데 역시 흥행의 보증수표 마이크 베이답게 5억 5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큰 수익을 남기게 된다.
동민은 좋은 평가와 영화상을 많이 받는 영화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영화를 더욱 좋아했고, 아마게론에는 25%인 2천 5백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마이크 베이 감독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투자 경쟁이 붙기 시작했고, 25%가 동민이 투자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가장 먼저 선택한 아마게론에 투자를 마치고, 다음으로 같은 주제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의 영화를 확인했다.
“어쩐지 착해 보인다고 생각 했었는데, 남자 주인공이 푸르도였네?”
다음 행성 충돌 재앙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가락지의 제왕에서 푸르도로 나오는 일레이저 우즈였다.
< 17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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