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74화 (15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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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핸리포터를 출간하는 블룸즈베리 출판사는 5만 부만 판매되어도 많이 팔리는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정작 현실은 5억 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처음에는 100만 부가 팔렸다는 말에 편집장을 비롯해 블룸즈베리 직원들은 대박이라며 기뻐하다가, 해외로 수출되고, 수백만, 수천만 부를 넘기자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결국 1억 부를 넘기자 일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고, 중소 출판사였던 블룸즈베리는 사옥을 새로 올린다.

편집장 역시 중소 출판사 직원으로 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수천억의 자산가가 되고, 출판사의 직원은 모두 억대의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핸리포터의 작가인 롤린은 돈방석에 앉게 되고, 영국 여왕에게 대영제국 훈장 4등급까지 받는다.

이후 영화화까지 되고, 영화 역시 대성공을 거두면서 롤린의 재산은 영국 여왕을 상회할 정도가 되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억만장자가 된 유일한 작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핸리포터는 공식적으로 판매량이 확인된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소설 시리즈가 되는데 판타지로 한정 짓지 않아도 가장 많이 팔리게 된다.

핸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이 인쇄된 책을 단 두 개가 있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출간된 성경과, 중국 인구수만큼 만들어지는 마오쩌둥어록이 그 주인공이다.

두 책 다 소설이 아니기에 소설 중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책은 핸리포터가 된다.

“내가 핸리포터 판권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꿈만 같네. 이런 날이 정말로 올 줄이야.”

처음 스코틀랜드에 J.K. 롤린을 만나러 갔을 때는 되면 좋지만, 안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찾아갔는데, 정말로 그녀를 만나 계약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출판까지 성공적으로 마치자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핸리포터가 가지는 의미는 동민에게 커다란 것이었고, 앞으로도 최대한 J.K. 롤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직접 지켜본 동민은 흥분과 긴장으로 탈진 일보 직전인 롤린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했다.

“작가님. 다른 서점에서도 준비해 둔 책이 모두 매진되었다고 하네요. 첫날부터 매진되는 경우는 드문 데다가 신인작가의 책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해요.”

“출판사에서 홍보를 너무 잘해 주셔서 그런가 봐요. 이렇게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도 책의 내용이 별로였으면 이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겁니다. 판매 정산을 하려면 오래 걸리는데 그냥 이번에 인쇄한 5천 부가 전부 판매되었다고 계산해서 정산금을 오늘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작가님도 기분 내셔야죠.”

“너무 편의를 봐주시는 것 같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역시 대표님을 만난 게 저에겐 행운인 것 같아요.”

아직 자신의 가능성을 모르는 그녀였기에 공손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동민도 생색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초반에 최대한 지원을 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영국에 며칠 더 머무르며 그녀와 함께 다른 지방으로 행사를 다녔고, 부랴부랴 찍어낸 책들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저는 이제 학교에 돌아가야 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닐은 조금 더 고생해 줘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저도 홍보가 끝나면 다음 작품 집필을 시작해 볼게요.”

출간 기념행사도 익숙해졌고, 주머니가 빵빵해진 롤린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표정으로 동민에게 감사인사를 전했고, 할리우드에도 한번 놀러 가겠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여름 학기 수업을 빡빡하게 채워 듣고 있는데 특별한 손님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드디어 소문의 할리우드 세탁소를 와 보는군. 할리우드 역사박물관 같은 느낌이야.”

“잘 오셨어요. 여기 사인해 주시고, 기념사진도 이곳에서 찍어 주시면 되세요.”

동민은 주연발이 이쑤시개를 물고 바바리코트를 입은 체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사진에 사인을 부탁했고, 우오삼 감독은 내 사진이 아니라며 투덜거리면서도 호쾌하게 사인을 해 주었다.

“여기 빈 종이에도 해 주시고, 감독님 사진에도 해 주시면 돼요.”

“무슨 정부 기관 서류에 사인하는 기분이구나. 여기 오는 사람은 전부 사인을 해야 하는 거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사인을 많이 해야 하긴 하죠.”

동민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우오삼은 더 이상 불평을 하지 않고, 여기저기에 사인을 남겨 주었다.

“이번에 촬영하신 페이스 아웃은 잘 마무리하셨어요? 시나리오를 보니까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 나오겠던데요?”

“조니 트라볼타야 워낙 연기를 잘하니 걱정하지 않았는데 니콜라스 게이지도 꽤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더군. 덕분에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올해 촬영한 우오삼 감독의 페이스 아웃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고, 홍콩 출신 영화인의 할리우드 진출에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 같은 연출가야 스크린에 얼굴이 나오지 않으니 그나마 진출이 어렵지는 않은데, 배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동양인이 할리우드에서 받을 수 있는 배역에는 한계가 있죠. 그건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성용과 주연발이 할리우드에 오고 싶어 하던데 잘될지 모르겠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영어를 빨리 배워야 할 텐데 두 사람이 공부를 할까요?”

중국어도 성인이 되어서야 겨우 배웠던 두 배우는 이미 홍콩에서 스타 자리에 있기에 새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성용은 나중에라도 영어를 배우지만, 주연발은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아 받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성용은 내년에 흑인 코미디언과 영화를 만든다는 것 같았고, 주연발은 내가 내년에 미국 감독을 내세워 영화를 찍을 생각이라네.”

엔트완 퓨콰라는 흑인 감독이 주윤발을 주연으로 하는 리플레이스 킬러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대사가 없다 보니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리고, 흥행에도 실패하게 된다.

그나마 러시타임이라는 듀오 형사물을 찍은 성용이 흥행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정작 성용은 그 영화를 싫어한다.

촬영 당시 크리스 브라운의 대사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도 영어를 거의 못 하는 수준에다 액션도 원하는 만큼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겠나. 홍콩의 황금기가 끝나가고 있으니 살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당장은 할리우드밖에 답이 없어.”

우오삼과 홍콩 영화 산업과 중국 반환, 할리우드 진출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가 세탁소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누군가 급하게 찾아왔다.

“우오삼 감독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할리우드의 명감독이신 쿠안틴 감독님을 뵙게 되어 제가 영광이지요.”

홍콩 르와느의 마니아인 쿠안틴은 당연하게도 홍콩 르와느의 대부 우오삼을 존경하고 있었고, 그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동민이 쿠안틴에게 전화로 우오삼 감독이 찾아왔다고 알려주자 일정을 멈추고 단숨에 세탁소에 나타났다.

한 할리우드 영화사 간부가 “우오삼이 액션은 좀 찍지?”라고 물어보자 쿠안틴이 “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천장에 그림을 그립니다.”라고 대답한 일화가 유명했다.

자신이 덕질하던 대상이 나타나자 쿠안틴의 말이 빨라졌고, 우오삼에게 액션 연출에 관한 여러 질문은 던졌다.

다행히 우오삼이 쿠안틴에게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고, 잠시 후 새로운 일행이 들어오면서 쿠안틴은 더욱 흥분했다.

“감독님 이런 세탁소로 오라고 하시다니 할리우드에서는 특이한 장소를 좋아하시는군요. 아! 다니엘 군이 있는 세탁소였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주연걸 씨. 조만간 할리우드에서 데뷔작을 찍으신다고 들었어요.”

“나야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영어를 못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우오삼 감독의 페르소나인 주연걸이 할리우드 세탁소로 들어왔고, 이미 안면이 있는 동민을 발견하고는 반가워했다.

“오랜만에 새로운 손님이 오셨으니 제가 맛있는 거로 대접해 드릴 게요.”

“할리우드 세탁소가 할리우드의 숨은 맛집으로 유명하던데, 드디어 경험을 해 보는 건가?”

한동안 손님을 받지 않은 휴게실이 개방되었고,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을 위해 한국 스타일로 솥뚜껑 삼겹살을 구워 주었다.

“한국에 가서 먹어본 삼겹살이군. 그런데 여기서 먹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급 돼지고기를 준비했어서요. 아무래도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보니 재료가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주연걸을 위해 동민이 중국어로 대화를 했고, 알아듣지 못하는 쿠안틴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도 만족한다며 동민을 대신해 능숙하게 삼겹살을 구워 주었다.

두 사람은 이미 먹어본 적이 있다며 능숙하게 김치를 구워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었고, 어떻게 하면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에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군. 노력해 보겠지만, 공부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될지 모르겠어.”

동민이 도움을 줄 수도 있었지만, 주연발은 딱히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욕심이나 미련을 보이지도 않아 강요하기도 애매했고, 알아서 해결하길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오삼 감독과 주연걸이 돌아가자 며칠 뒤 성용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여기 삼겹살이 그렇게 맛있다며? 나도 먹어 볼 수 있을까?”

“미리 예약을 하셨어야죠. 고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삼겹살은 없었지만, 양념 고기가 있어 성용에게 제육볶음을 만들어 주었다.

“내년에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신다면서요?”

“올해도 2편을 만들기는 하는데 무명 감독 작품이라 극장 구하기도 힘든가 봐. 내년에는 애니메이션 더빙까지 더하면 총 3편을 만들어.”

성용은 내년에 러시타임과 성용의 CIA 디주니 애니메이션 목련까지 총 3편의 작품에 참여한다고 말해 주었다.

홍콩에서는 슈퍼스타와 감독으로서 잘 지내 왔는데 할리우드까지 건너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성용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홍콩 출신 배우 중에는 가장 성공하는 배우가 성용임은 틀림없었고, 그의 활달한 성격 덕에 영어 실력도 빠르게 늘어난다.

“군대 가기 전에는 연기를 몇 번 했다더니 이제는 안 할 거니? 너도 액션은 잘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동양인이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계시잖아요. 거기다 저는 연기보다는 연출에 관심이 있어요.”

직접 연출도 여러 번 했던 성용은 두 가지의 차이점을 잘 알고 있었고, 연기를 할 줄 알면 연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기회가 있으면 연기도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쿠안틴도 자주 연기를 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쿠안틴은 그냥 관종이라 작품에 출연하는 것 같네요.”

동민은 성용에게 할리우드가 어떻게 돌아가고, 조금 더 적응하기 쉽도록 여러 팁을 알려 주었고, 당분간은 할리우드에 계속 있을 것 같으니 종종 놀러 오겠다며 돌아갔다.

< 17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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