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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트 버핏의 회사에 도착하자 4월 말에 열리는 주주총회로 직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달라진 모습을 보니 정말로 군대에 다녀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구나.”
“잘 지내셨죠? 주총이 다가와서 그런지 많이 바빠 보이네요.”
“계속해서 주총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지역 행사로 발전해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도시가 살아난단다.”
워런트 버핏의 말대로 버크셔 해더웨이의 주주총회는 자본주의의 우드스탁으로 성장하게 되고, 전 세계 자본가들의 축제가 된다.
“한동안 참여를 하지 않았던 대주주가 드디어 합석하게 되었구나. 이제 대학생이니 매년 방문하면 좋겠구나.”
“저도 참여하도록 최대한 노력할게요. 저번에는 사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경영이나 경제에 관해 문외한이었던 동민은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관련 지식이 많이 생겨났고, 학교에서도 교양 과목으로 회계학을 들으면서 이해도가 늘었다.
“한동안 확인을 못 했는데 제 자산이 얼마나 늘어난 거예요?”
“어디 보자. 개인 투자자 중에서는 우리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구나. 네가 투자했던 디주니의 주가도 많이 올랐고, 늦었다고 생각했던 마이크소프트의 주가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단다.”
독수리 타법을 구사할 것 같아 보이는 포근한 외모의 할아버지가 500타 정도의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능숙하게 두드렸고, 금방 동민의 자산 내역이 정리되어 프린트로 나왔다.
“80억 달러가 조금 넘는구나. 이 속도라면 2년 정도 있으면 1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겠어.”
영화수익과 투자회사 자산을 제외한 버크셔 해더웨이에서 관리하는 자산만 80억 달러를 넘기고 있었다.
다른 자산 중 비중이 높은 것은 올해 텔레비전 방영을 준비 중인 포키 몬스터가 있었고, 마불코믹스는 아직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동안 버크셔 해더웨이의 가치가 많이 올랐네요. 앞으로는 훨씬 더 성장할 것 같지만요.”
“냉전이 정리되면서 미국 주도의 성장이 시작되고 있단다. 앞으로 계속해서 내수 소비가 증가할 거니 소비재 위주의 포트폴리오만 유지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란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 상식이 생긴 동민이 자신이 기억하는 미래를 잘 섞어 워런트 버핏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적당한 타이밍이 되어 준비해 온 질문을 던졌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대출을 받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 담보를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건데 무슨 일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거니?”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더니 투자하기 좋은 곳들이 보이더라고요. 수익률이 좋아 보여서 금리가 높아도 괜찮으니 최대한 대출을 받아 보려고요.”
외환위기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었고, 여름이 오면 동남아의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그 영향이 한국으로까지 퍼지게 된다.
“자산을 담보로 하면 최대 80%까지는 대출이 가능할 거다. 금리가 상관없다면 추가로 자금을 끌어올 곳은 많이 있단다. 언제까지 필요한 거니?”
“제 사업체를 담보로 대출받으면 더 받을 수 있겠네요. 당장 필요한 건 아니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아직 여유가 있구나.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으니 잘 말했다.”
동민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워런트 버핏은 한국보다는 이제 막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 자본을 받아들여 성장을 시작한 중국을 추천해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은 중국이 몸집을 키우기 전이었고, 워런트 버핏의 말대로 중국에 투자하기 아주 좋은 시기로 보이긴 했다.
“일단 한국에서 빠르게 수익을 거두고 나서 중국에 투자하는 거로 할게요.”
“일 년이라도 빨리 투자하는 게 좋으니 너무 늦게 시작하지는 말거라.”
워런트 버핏은 한국에 투자하지 말고 바로 중국에 투자하기를 권하고 있었지만, 동민은 IMF를 이용해 자산을 불려 미국 닷컴버블에서 또 늘려볼 생각이었는데 닷컴버블 이후에는 버핏의 추천대로 중국에 자금을 묻어두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건 다음 달에 출간하는 책인데 미리 양장본을 받아온 거예요. 아주 가치 있는 책이 될 거니까 남 주지 말고 사무실 책장에 잘 보관해 주세요.”
“소설책이구나. 마법사에 관련된 내용 같은데 한번 읽어 보도록 하마. 손녀에게 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읽어 보고 줘도 괜찮겠니?”
“내용이 괜찮으면 이 책은 소장하시고 새 책으로 사서 주세요. 여긴 작가 친필 사인도 들어있단 말이에요.”
동민이 워런트 버핏에게 준 책은 다음 달에 드디어 출간을 앞두고 있는 핸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다.
초판 양장본은 500부만 만들어졌는데 동민이 100부를 챙겨왔고, 100권의 책에 모두 J.K. 롤린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그녀가 유명해지면 받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에 아직은 무명인 지금 사인을 많이 받아 두었다.
초판 양장본은 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앞으로 뇌물성 선물로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500부의 초판 양장본 중 300권가량이 도서관 등지에 보관되면서 많이 훼손된다.
상태가 좋은 초판 양장본은 2020년 이후로 권당 1억 3천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J.K. 롤린의 사인이 들어간 책은 한 권에 2억이 넘게 팔린다.
아직은 특별한 가치가 없기에 가지고 있으면 귀한 책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워런트 버핏에게 선물했고, 그가 읽어 보고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로 동민은 3일 동안 오마하에 머무르면서 주주총회에 참석했고, 여러 투자 전문가와 경제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별다른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스코틀랜드에 가서 J.K. 롤린 출간 기념회에 참석해야겠네.’
여름 방학이 길기도 하고 성인이 되었기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당분간은 학업에 집중하기로 했고, 여름에도 여름학기를 수강해서 빨리 졸업을 할 계획이었다.
‘학교 다니면서 다른 거 하는 것보다 빨리 졸업해 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영화 일을 시작하면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니 학교 다니면서 하기엔 무리가 있지.’
오마하에 지내면서 여름 계획을 세웠고, 주주총회가 끝나자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기말고사 준비를 했다.
“역시 할리우드 세탁소에는 다니엘이 있어야 하네요.”
“닐은 아직 파라마운트 투자사에서 안 잘리고, 잘 다니고 있죠? 이제 슬슬 이직 준비를 해야겠네요.”
“제가 보기엔 대학교 다닐 동안은 예전과 같이 바쁠 것 같네요. 당장 급한 건 아니니 다니엘이 적당한 시기로 알려 줘요.”
동민이 군대에 다녀오면 닐을 자신의 투자사로 이직시키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계속 파라마운트 투자사에 있기로 했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투자 제안이 들어왔어요. 영화 DVD를 우편으로 렌탈해 주는 회사를 만들 거라는데 나름 아이디어는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블록바스터가 조금 비싸긴 하죠. 반납하기도 귀찮고요.”
현제 미국에서는 블록바스터라는 프랜차이즈 영화 렌탈 매장이 비디오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DVD의 비중이 늘어났고, 게임도 렌탈을 시작했는데, 블록바스터는 사람들이 다니기 좋은 위치에 매장을 차리고, 직원을 많이 쓰다 보니 대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불만인 것은 반납을 하러 다시 매장까지 방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하루라도 반납에 늦으면 연체비가 어마어마해 영화 한 편을 빌리는데도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편 서비스로 영화를 잘 빌려 볼지 모르겠네요. 대여점에 가서 영화를 고르는 재미도 있잖아요.”
“오프라인 매장은 한계가 있어서 언젠가는 없어지긴 할 거예요.”
아직은 온라인 비지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시기라 오프라인 매장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10년 뒤에는 영화 대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블록바스터가 적자에 허덕이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오프라인 대여점이 사라지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OTT 시장이 성장하게 되는 미래를 떠올리다 닐에게 우편 서비스 회사에 관해 물어보았다.
“리드 헤이스팅이라고 하던데 영화 쪽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그냥 블록바스터에서 영화를 빌려 보다 연체료 때문에 열 받아서 우편 서비스 대여 회사를 차리는 거래요.”
“틈새시장은 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메이저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네요. 회사 이름은 뭐래요?”
“어디 보자 투자 서류가 있을 건데, 넷플렉스라고 적혀 있네요.”
창업자의 이름을 듣고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동민이 기억하고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이 맞았다.
넷플렉스는 1997년 마크 랜돌프와 리드 해이스팅이 설립하여 98년부터 비디오와 DVD 대여사업을 하다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하고, 이후 직접 콘텐츠를 생산까지 하게 된다.
한국도 넷플렉스의 자금의 수혜를 받게 되는 나라가 되는데 한류를 전 세계에 퍼트려주는 아주 고마운 기업이기도 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시가총액이 1천억 달러를 넘기기고, 잠시 월트 디주니 컴퍼니의 시가총액마저 뛰어넘으며 잠깐 동안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덕분에 회사가 더 성장하는데 경쟁사가 생겨나면서 잠시 힘들어지기도 하지.’
동민이 알고 있는 그 넷플렉스가 맞는다면 이제 막 회사를 만들려는 지금 투자를 하고 20년만 묵혀 두면 될 것이었다.
“얼마나 투자를 받으려고 하던가요?”
“물류창고랑 허브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나 보더라고요. 최종적으로 1천만 달러의 자금을 모으고 있었어요.”
“적지 않은 금액이네요.”
“이미 자신들의 재산은 거의 다 쏟아부은 상태고, 확장 자금을 급하게 구하고 있었어요. 설마 투자하려는 거예요?”
닐의 물음에 동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히려 닐이 반대했다.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사업이라 이야기해 준 것뿐이에요. 블록바스터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후발주자가 성공할 리 없잖아요.”
“이번에도 촉이 왔어요. 돈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네요. 지금 얼마나 자금 확보했고, 얼마까지 투자가 가능한지 확인해 주세요.”
닐이 자신의 이마를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동민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저으며 넷플렉스 창업자를 만나러 갔다.
할리우드에서 마당발로 유명한데다 능력도 뛰어난 닐이 금방 리드 헤이스팅과 만남을 가졌고, 며칠 뒤 그가 세탁소로 직접 찾아왔다.
“반갑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이라고 합니다. 닐 씨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멋있는 세탁소로군요.”
“안녕하세요.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저도 블록버스터에 연체료를 낸 기억이 있어 리드 씨의 아이디어가 좋게 들리더라고요.”
보기보다 능력이 있었는지 헤이스팅은 이미 투자금의 절반인 500만 달러를 확보한 상태였고, 동민은 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다음 남은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 17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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