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6화 (151/265)

< 166 >

비행기 납치 액션영화에 투자를 마치고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골랐다.

“나는 콘빅트 에어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더라.”

이번에 동민이 선택한 영화 역시 비행기를 납치하는 내용인데 훨씬 더 좋은 비행기가 많이 등장했다.

주인공으로는 해리센 포드가 나왔고, 최강 빌런인 개리 올드맨이 테러리스트로 출연한다.

원래는 캐빈 커스트너가 주연으로 캐스팅될 뻔했지만, 그가 포스트맨이라는 영화를 선택하면서 해리센 포드에게 역이 넘어가게 된다.

케빈이 선택한 포스트맨은 제작비 8천만 달러에 흥행 수익 4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폭삭 망하게 된다.

한창 전성기를 달리다 워터 랜드에 이어 이연타를 맞은 케빈 커스트너는 큰 타격을 받게 되고,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 음악 활동을 하고, B급 영화나 TV에 출연하며 지내게 된다.

잠시 케빈 커스트너 생각을 하던 동민은 다시 공군1호기라는 영화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공군1호기는 보프강 페테르젠 연출의 영화로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구 소련 출신 장군이자 카자흐스탄의 독재자를 잡아들인 것에 앙심을 품은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기자로 위장해 에어 포스 원을 납치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독재자의 석방을 요구하나 전직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미합중국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직접 납치법들을 비행기 안에서 상대하는 영화였다.

아무래도 비행기 안이다 보니 총기 액션보다는 영리하게 숨어 다니면서 각개 격파 하고 인질들을 구출해 협력하여 탈출하는 내용이다.

“역시 국뽕이 어느 정도 첨가되어야 잘 먹힌단 말이야.”

미국 대통령이 직접 테러리스트를 해치운다는 설정부터 말이 되지 않았지만, 이만큼 대중의 관심과 애국심을 자극하는 소재도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관람을 하고는 아주 아주 만족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낡은 죄수 호송기가 나오는 콘빅트 에어와는 다르게 때깔부터 차원이 다른 에어 포스 원이 등장하는 데다가 공중 급유기와 F-15, MIG-29가 나오면서 볼거리도 훨씬 더 풍성해진다.

독립기념일 영화로 국뽕의 돈맛을 본 제작사에서 미국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직접 제압하는 활약 외에도 그를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치는 정의로운 미국인들을 등장시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지만, 미묘한 줄다리기를 잘해서 평론가들에게 완성도 높고 스릴 있는 오락 영화라는 호평을 받게 된다.

실제로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여러 번 등장시키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주고, 하늘 위라는 특수한 상황에 에어 포스 원을 섞으면서 아주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 버린다.

비싼 비행기가 여러 대 등장하고, 특별한 세트장을 만들다 보니 8,5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3억 1,5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서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려준다.

“역시 국뽕을 왕창 쏟아부은 독립기념일만큼은 매출이 안 나오는구나. 그래도 3천만 달러는 투자해야겠다.”

공군1호기 시나리오를 투자 폴더에 분류하고 다른 액션 영화를 보고는 살짝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스타쉽트루퍼라. 폴 호벤 감독님도 부지런히 작품 활동 하시네. 이것도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내용이 조금 부실하긴 하지.”

로버트 하인라인이 쓴 SF 소설 스타쉽트루퍼를 바탕으로 실사 영화를 제작하는데 폴 호벤 감독인 연출을 맡게 되었다.

폴 호벤 감독답게 잔인하고 야한 장면이 많이 연출되지만, 원작을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서 팬들에게 비평을 받게 되고 흥행도 1억 2천만 달러에 그치게 된다.

액션영화 특성상 제작비의 2.5배는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는데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면서 흥행에 참패하고, 잘나가던 폴 호벤 감독 역시 입지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데니스 리차드가 섹시하게 나오지? 여기서 유명해지고 본드걸까지 되었다가 촬리 쉰이랑 결혼하면서 흐지부지해진 거로 기억이 나네.”

흥행과 비평에서 좋지 못할 결과를 만들기는 하지만,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뛰어난 특수효과와 미래지향적인 세트와 무기로 영화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많이 남기게 된다.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와 폴 호벤 감독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들어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이 영화도 명작인데 성적은 최악이었지. 과학자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대중의 입맛에는 정말 맞지 않은 것 같아.”

카타가라는 제목의 유전자 조작 인간을 만들어 내는 미래를 다룬 영화로 이단 호크와 주 드로, 우먼 서머가 출연했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가능성을 측정해 등급별로 사람을 분류해 계급과 직업을 주는 멀지 않은 미래에 열성 인자를 가진 주인공이 우성인자를 가졌으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걸린 주 드로의 유전자 샘플을 받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내용이었다.

나사에서 선정한 현실성 있는 영화 1위에 뽑힐 만큼 논리적이며 훌륭한 시나리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공상과학 영화이긴 하지만, 심리묘사가 대부분이라 3,500만 달러라는 아주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지지만, 1,200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남기면서 철저하게 대중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재평가를 받으면서 명작 반열에 오르긴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아주 큰 손해를 보는 작품이 되는 건 바뀌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카타가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다음 영화는 반대로 30배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투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제작비가 적게 들어갈 만하네.”

빈센초 나탈리가 연출하는 캐나다 호러 영화로 출연하는 배우는 전부 무명인데다 세트장도 두 개의 방만을 준비해 조명을 바꿔 가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말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큐빅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방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풀면서 탈출하는 내용으로 30만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 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30배의 수익을 남기게 된다.

동민이 10년 전이라면 당연히 투자를 했겠지만, 지금은 2/3인 20만 달러를 투자해 30배 수익을 남기더라도 푼돈이 되어버린 상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타이탄익이 10억 달러를 가져다줄 거니까 이 정도는 포기해도 되겠지? 캐나다 영화기도 하고, 대박 수익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가져가는 게 더 좋을 거야.”

신선한 소재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는 큐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했고, 대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촬영상, 음악상, 음향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LA의 기밀이라는 느와르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1950년대 초반 세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케빈 스파이스, 러셀 크로, 카이 피어스가 출연했고, 여우조연상을 받게 되는 킴 베신저도 캐스팅되었다.

느와르 영화의 역사에 남을 수작이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타이탄익에 묻혀 버리면서 타격을 입는다.

시상식에서 대부분의 상들을 타이탄익에 빼앗기지만, 비평가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미국 의회도서관의 National Film Registry에 영구 보존 되기도 한다.

아직 무명 시절의 호주 출신 배우 러셀 크로와 카이 피어스를 볼 수 있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케빈 스파이스가 좋은 연기를 보이긴 하지만, 훗날 미투 운동 때 LA의 기밀 촬영 중 소년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중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아니 할리우드에서 평범한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기도 하지.”

할리우드에 있는 오래된 세트장에서 촬영을 해서인지 제작비는 3,500만 달러밖에 들지 않고, 1억 2,200만 달러 흥행 기록을 달성한다.

살짝 아쉬운 기록이긴 하지만, 제작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아 꽤 훌륭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영화를 고르는 것도 이제는 지치네. 그래도 거의 끝났으니까 조금만 더 집중하고 닐에게 보내줘야지.”

초반에 큼지막한 영화들을 미리 선정하긴 했지만,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많이 남아 있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다.

그래도 백 편에 가까운 영화들이 거의 정리 되었고 드디어 마지막 두 편의 영화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 영화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지. 알 파치너의 연기가 무서울 정도였어.”

알 파치너와 카이누 리부스가 출연하는 영화로 제목은 악마의 대변인이었다.

검사 출신의 돈과 출세에 매달려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는 변호사 카이누 리부스가 불가능해 보였던 아동 성폭행범의 변호에 성공하면서 검사 때부터 이어진 64회 연속 승소 무패신화를 이어가자, 뉴욕의 거대 로펌 회장 알 파치너에게 스카웃된다.

카이누와 부인 샤를즈 테론은 뉴욕을 이사를 가게 되고 거액의 연봉계약과 더불어 회장이 살고 있는 로열급 아파트까지 지급을 받는다.

하지만, 로펌의 회장인 알 파치너를 만난 카이누가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고, 로펌의 내부에 숨겨진 무서운 음모 속에 빠져들게 된다.

카이누 리부스가 꾸준히 할리우드 생활을 이어 오면서 표정 연기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알 파치너의 압도적인 연기력에 여러 번 비교 당한다.

그만큼 알 파치너에 몰입되는 영화로 충격적인 결말은 동민이 몇 번을 다시 봐도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알 파치너가 이 영화에서 한국어를 하지.”

알 파치너가 한국어를 하긴 하지만, 재미교포에게서 배웠는지 미국인스러운 발음 연기를 보여준다.

상섬그룹에서 운영하는 영화사인 상섬영상사업단이 악마의 대변인 수입과 배급을 맡게 되고, 제작에도 약간의 투자를 하면서 한국어 장면이 들어가게 된다.

“내가 투자할 때는 아무런 요구사항을 안 물어보던데 상섬이 투자하니까 한국어를 넣어주네?”

동민은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 자신 때문에 김치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고, 앞으로는 자신도 더 많은 요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샤를즈 테론이 리즈 모습으로 나올 건데 카이누 보러 가는 김에 같이 보고 와야겠다.”

모델 출신인 샤를즈 테론은 이제 막 배우 활동을 시작해 무명에 가까웠지만, 모델계에서는 꽤나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제시카가 동민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길쭉한 여배우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된다면 카이누를 보러 현장에 찾아가기로 했다.

군대에 있다 보니 평소보다 어떤 여배우가 출연하는지를 더 자세히 보게 되었고, 잠시 영화와 상관없는 여배우들을 생각하다가 악마의 대변인 투자를 마무리했다.

악마의 대변인은 청소년 관람 불가지만, 극장 수익으로 1억 5,3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제작비는 5,700만 달러가 투입된다.

삼성도 투자를 하기에 여유를 남겨두기 위해 동민은 1,000만 달러만 투자하기로 했다.

금액까지 설정을 마치자 드디어 마지막 영화 하나만 남았고,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영화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동민아. 다음 달에 한국 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 16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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