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1화 (146/265)

< 161 >

아껴 두었던 외박증을 사용해 집으로 가자 제시카와 아이들이 이민 가방 사이즈의 짐을 싸고 있었다.

“며칠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돌아가네.”

“오빠 보러 왔는데 정작 춤 연습만 하고, 한국 가수만 많이 만난 것 같아.”

“그래도 난 재미있었어. 놀러 오긴 했는데 나름 이것저것 배우고 가서 오히려 좋아.”

“마이크 잭선이 왔다 간 이후로 새로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정신없긴 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잘 대해줘서 좋았어.”

제시카는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어차피 한국에 더 머무른다 해도 동민이 군대에 있어 만날 수가 없기에 크게 슬퍼하지는 않았다.

디주니 미미 클럽이 없어지면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이들은 한국에서 추억도 쌓고, 방학을 SN 연습실에서 보내며 몸을 풀었기에 만족해하며 동민에게 고마워했고, 내년에 미국에서 다시 보자고 말했다.

“내년 2월 중에 미국으로 돌아갈 거니까 내 군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네.”

“남은 군 생활 잘하고, 미국 오면 연락해.”

그렇게 아이들이 미국으로 돌아갔고, 동민은 남은 여름을 부대에서 더위와 싸우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여보세요? 조지입니다. 누구세요?”

“마르틴 씨. 다니엘이에요. 잘 지내시죠? 이번에 쓰신 작품의 견본이 나와서 읽어보고 연락드렸어요.”

“다니엘이구나. 군대에 갔다더니 잘 지내고 있지?”

“이제 반년만 더 있으면 복무기간이 끝나요. 내년에는 미국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건 잘되었구나. 내 책은 어땠어?”

“불과 얼음의 노래 1부작, 왕좌의 전투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베스트셀러에는 당연히 오를 거고, 판매 기록도 노려볼 만할 것 같아요.”

동민의 평가를 듣고 조지 L.L. 마르틴이 기뻐했다.

“그렇게 되면 좋긴 하겠지. 이걸 쓰느라고 5년을 허비했으니 잘되면 좋겠구나.”

“다음 시리즈도 빨리 집필에 들어가셔야 할 것 같네요. 벌써부터 후속편을 달라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조지 L.L. 마르틴은 마감 기간을 끔찍하게 못 지키는 것으로 아주 유명해지기에 항상 지켜보며 미리 관리를 할 계획이었다.

올해 1부를 발행하고 3부까지는 2년 동안 꾸준히 출간을 하지만, 4부를 2005년에 출간하고는 5부는 2011년에 내놓으면서 점점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드라마가 5부가 출간된 2011년에 나오면서 6부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집필을 하겠다고 다짐하나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책은 완성이 되지 않고, 동민이 회귀하기 전에도 5부가 마지막이었다.

솔직히 6부까지는 어떻게 완성되겠지만, 마지막 편인 7부는 작가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보고 독자들도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다.

이렇게 출간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독자들에게 욕과 찬사, 협박과 부탁을 모두 듣게 되지만, 설정이 점점 꼬여가면서 작가도 반은 포기한 상태가 되어버려 언제 다음 시리즈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래도 1억 부 조금 부족한 판매고를 올리며 죽어가던 판타지 장르를 되살리고, 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작품이 된다.

“네가 보기엔 어때?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조지도 알면서 왜 물어봐요. 영화로 만들어지기는 힘들 거예요.”

“그래? 아무래도 쉽지는 않겠지?”

“설정이랑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서 영화에는 담을 수가 없어요. 대신 드라마로 제작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다음 부작들이 필요하니 다음 시리즈 집필에 힘써 주세요.”

“정말로 드라마화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소설이 인기를 끌고 다음 시리즈를 보고 나서 판단을 내려야 할 거예요. 그래도 명작을 쓰신 거 축하드려요.”

드라마화가 되긴 하지만 아직 15년이나 남아 있기에 너무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기로 했고, 아직은 비교적 체력이 팔팔한 그에게 빨리 다음 시리즈를 써 달라고 말했다.

조지 L.L. 마르틴과 통화를 마치고 며칠 뒤 닐이 부대로 찾아왔다.

“다니엘. 독립기념일에 개봉한 독립기념일 영화가 대박이 났어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개봉한 영화는 배드맨 포에버를 이어 역대 첫 주말 오프닝 기록 2위를 기록하며 미국에서만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에머리히 감독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7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고, 세계 영화 시장 2위인 일본에서 9천억 달러라는 큰 수익을 거두면서 총 8억 1,7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어 들였다.

제작비가 다른 영화에 비해 적은 편인 7,500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배율을 떠나 총금액 면에서도 엄청난 이익을 거두게 되었다.

“봄에 개봉한 트위스트도 5억 달러 가까이 흥행 기록을 달성했고, 탐 크루스가 출연한 미션 불가능도 4억 5천만 달러를 넘겼어요. 벌써 작년 총수익을 넘겼어요!”

“올해는 5월이랑 7월에 히트작이 몰려서 그래요.”

“마이크 베이 감독의 영화도 6월에 개봉했는데 벌써 3억 달러 매출을 넘겼고요!”

이상하게 매출 상위 작품들이 전부 5, 6, 7월에 몰려 있었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영화 시즌이 오기 전에 벌써 큰 수익을 남기자 흥분한 닐이 찾아와 매출 보고서를 보여 주었다.

“결과가 좋긴 한데 이메일로 보내줘도 괜찮은데 직접 찾아와야 해요? 요즘 한국에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얼굴 보고 직접 이야기하는 게 좋죠. 할리우드 현지 상황도 이야기해 줄 수 있고요.”

너무 자주 오는 것 같다며 핀잔을 주기는 했지만, 동민도 닐을 직접 보는 편이 좋았고, 그의 말대로 할리우드 현황을 자세히 들을 수도 있었다.

요즘 그는 일주일 중 절반을 할리우드 세탁소로 출근하고 있었고, 꾸준히 놀러 오는 감독과 배우들에게 동민의 군 생활 이야기를 전해주며 할리우드 사랑방 역할을 했다.

자리를 비운지 벌써 일 년 반이 되었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출간한 불과 얼음의 노래는 반응이 어때요?”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리고 있긴 한데 판매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연말이 될수록 더 많이 팔릴 것 같으니까 프로모션 계속 신경 써 주세요.”

책 판매에 계속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조지 L.L. 마르틴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채찍과 당근을 섞어 주라고 했다.

“그리고 올해 연말이 지나면 자금 상황 정리해서 자세한 보고서 만들어 주세요.”

“한번 정리할 때가 되기는 했죠. 영화 투자사에 있는 자금만 확인하면 되는 거죠?”

“주식 계좌랑 다른 재산은 직접 확인할 거니까 투자사 자산만 정리해 주세요.”

아직 연말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자세한 내역을 알고 싶었기에 미리 말해 주었다.

“그건 내가 확실히 준비해 올 테니 다니엘은 그 전에 내년에 투자할 영화 선정해 두세요.”

“슬슬 연말이 다가오긴 하네요.”

닐은 미리 출력해 온 영화 투자서를 동민에게 건넸고, 이제 시간 여유가 있으니 이번에는 늦지 않게 선별해서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카메룬 감독님은 촬영 잘하고 있어요?”

“타이탄익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네요. 꼭 배를 만들어야 했어요? 배를 만드는 데만 5천만 달러가 들었다고요.”

“세트로 만들면 영화가 끝나고 부셔야 하잖아요. 기왕 만드는 거 실제로 만들어서 영화가 끝나고 크루즈 선으로 쓰면 되죠.”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타이탄익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자 제작사에서는 이미 침몰 사고를 다룬 영화도 있는 데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시대극이라 흥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제작을 강하게 반대했다.

아무리 흥행 감독인 카메룬이라고 하더라도, 유일하게 물을 다룬 심연에서 흥행에 실패했었고, 바다를 다룬 희대의 망작이 최근에 만들어지는 바람에 투자 유치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거기다 내년 여름에 개봉하는 스피디 2가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내용인데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사는 타이탄익을 중도 하차시키려고 한다.

이에 카메룬 감독은 자신이 받을 8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모두 포기하면서 영화를 찍게 된다.

제작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실재 배를 만들지 않고, 세트장을 만들지만 오히려 세트장을 만들면서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동민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타이탄익호를 자신이 가지는 조건으로 선박 건조에만 5천만 달러를 투입했고, 영화 제작비는 따로 더 투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워낙 큰 프로젝트였기에 두 제작사가 공동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흥행에 실패할까 봐 투자를 서로 미루는 도중에 동민이 합류하면서 총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동민이 투입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2억 달러의 제작비가 쓰이게 되니 타이탄익 지분의 절반을 동민이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고, 주변에서는 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동민이 투자했으니 대박이 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었다.

“이제 익숙해져서 다니엘의 선택을 의심하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걱정되기는 하네요.”

“괜찮아요. 카메룬 감독님이니까 어떻게든 잘 만들어 주실 거예요. 같이 촬영하는 스태프랑 배우들이 걱정이네요.”

워낙 지랄 맞은 카메룬이기에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항상 고생을 하는데 이번 영화를 마지막으로 개과천선하여 상냥한 감독으로 변신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닐이 타이탄익에 1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한 것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97년 12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초대박 중의 초대박을 터트리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타이탄익은 미국에서 흥행 수입 사상 최초로 6억 달러를 돌파하게 되고, 주라식랜드의 기록인 9억 달러를 넘기면서 최초로 영화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된다.

타이탄익은 영화 수익 신기록을 세운 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관객을 모으며 극장 수익 19억 달러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달성하고, 몇 년 뒤 재개봉을 통해 극장 수익 22억 달러를 돌파한다.

이 기록은 10년 이상 최고 자리를 지키다가 자신이 만들 다른 영화에게 1위 자리를 양보한다.

“카메룬 감독님한테 내가 잔소리하기는 힘드니까 닐이 대신 생색 좀 내 줘요. 군대에서 전화를 하니 모르는 번호라서 그런지 안 받더라고요.”

“거기만 가면 저도 한숨이 나오긴 하는데 투자한 금액이 있으니 현장 방문은 해 봐야겠네요.”

“리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를 한국에 초대하려 했지만, 타이탄익 촬영이 6월부터 시작되는 바람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닐과 타이탄익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고, 동민은 우정의 부대 촬영을 다니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선별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이 보냈던 여름이 금방 끝났고, 조금씩 추워지더니 군대의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김동민 병장님. 11월 초인데 벌써 눈이 오지 말입니다.”

“강원도 화천이 철원 바로 아래 있으니 눈이 올 만하지. 장비 얼지 않도록 신경 써.”

어느새 병장이 된 동민은 10명이 넘는 후임들을 거느리며 우정의 부대 촬영을 했다.

그렇게 후임들에게 지시하며 녹화를 하고 있는데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갑자기 녹화장에 들이닥쳤다.

“촬영 중단하고, 불 꺼!”

< 16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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