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55화 (140/265)

< 155 >

“김동민 상병. 면회다.”

이제 인력에 여유가 생긴 동민은 후임들에게 영상 편집을 시켜 놓고, 내무반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고,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수정 사항을 알려 주었기에 작업 속도가 올라 여유가 생긴 것이다.

평소에도 워낙 자주 면회가 오기에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면회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담당 장교가 사악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더구나. 거기다 능력도 있던데? 3명 다 엄청 예쁘던데 그중 누가 여자 친구냐?”

동민의 여자 친구가 면회를 왔다는 말에 다른 병사들도 우르르 면회장으로 몰려갔고, 거기에는 정말로 예쁜 외국 여자 세 명이 있었다.

“오빠~!”

“어. 어….”

동민이 나타나자 여자아이들이 달려왔고, 그대로 우르르 안겨 들었다.

“우와~! 부럽다.”

예쁜 외국인 여자들이 동민에게 안겨 들자 그 모습을 훔쳐보던 병사들이 부러움의 탄성을 질렀고, 동민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해서 장난친 거야. 오빠는 몸이 더 좋아졌네.”

“제시카도 이제는 다 컸네. 그런데 어떻게 다 같이 오게 된 거야?”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리죠.”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닐이 나타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제시카 부모님이 혼자 보내려니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함께 한국에 왔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니 모두 허락을 해 주셔서 다 데리고 왔어요. 비용은 다니엘이 다 지불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지막에 살짝 이상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을 한 닐에게 칭찬해 주기로 했다.

“너희들도 그사이 많이 자랐네. 다들 잘 지냈어?”

동민에게 달려와 안겼던 두 여자는 크리스티나 아구에로와 브리트니 스피어였다.

그리고 닐 옆에는 라이온 고즐링과 어스틴 팀벌랙도 함께였고, 예전에 제시카와 함께 한국에 왔었던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멤버가 다 같이 찾아왔다.

그들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니 라이온 고즐링은 연기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고, 어스틴 팀벌랙과 브리트니 스피어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아직 가수 준비는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조만간 두 사람은 솔로와 보이 밴드로 데뷔하는 것을 동민은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크리스티나는 디주니에서 그녀의 가창력을 눈여겨보고 있어 아직 디주니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보컬 트레이닝만 받고, 별다른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아직 어린 꼬마들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조금씩 성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시간을 많이 낼 수 없고, 내일 휴가가 시작되니까 그때 자세히 이야기하자.”

“다니엘 집에서 머물기로 했으니까 내일 집에서 봐요.”

“오빠가 돌아가야 한다니 아쉽지만 내일 다시 봐.”

다음 날 휴가를 나온 동민이 집으로 가자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저녁에는 뭐 했어?”

“다니엘 부모님이랑 같이 스테이크 하우스 가서 꽃등심 먹었어.”

“한창 자라는 나이라 그런지 아주 잘 먹더구나.”

여자가 있기는 하지만, 고등학생 5명이다 보니 꽤나 비용이 많이 나왔을 것 같았는데, 동민의 영향으로 부모님도 이제는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기에 잘하셨다고 말했다.

“그나저나 형은 왜 우리 집에 와 있는 거예요? 너무 자연스러운데요?”

“데뷔 초반에 자주 왔었으니까 익숙하지. 대표님이 예전에 봤던 아이들이 왔다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찾아왔어.”

“은퇴하고 백수 생활 하니까 어때요?”

“은퇴가 아니고 그룹 해체야. 발표만 했지 평소랑 똑같아. 오히려 밖에 돌아다니기가 더 힘들어졌어.”

예상외의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는데 올해 초 갑작스러운 해체 발표를 한 서대진과 아이들의 현철이 거실 소파에 너무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동민은 작년에 직접 만나 은퇴할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대중에게 서대진과 아이들의 해체 발표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앞으로는 솔로로 활동할 거예요?”

“그러긴 한데 당분간은 미국에서 지내려고. 한국은 일상생활 하기가 너무 힘들어. 네가 있을 때 가면 좋은데 군대에 있으니 혼자 가야겠네. 제대하고 나서야 볼 수 있겠네.”

예전에 한국 왔을 때 서대진과 아이들과 만난 적이 있는 아이들은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현철을 신기해했고,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는 그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민은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제시카에게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다.

“작년에 오빠가 나타나서 쿼터백을 물리쳐주는 바람에 나보다 오빠가 더 유명해졌어. 덕분에 남자애들은 더 이상 접근을 안 하는데 여자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

“연기 연습은 잘하고 있어?”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드라마 캐스팅 되어서 말해 주려고 했는데. 하이틴 드라마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출연하기로 했어.”

주로 제시카와 대화를 나눴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여러 이야기를 했고, 금방 점심시간이 되었다.

다 함께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준 소갈비찜과 미역국을 먹고, 한국에 얼마나 머무르고 갈 건지 물어보았다.

“비행기도 비싼데 바로 돌아가기는 그래서 한 달 보름 정도 있을 계획 입니다.”

“난 휴가가 일주일밖에 안 되는데 괜찮겠어요? 나 없으면 뭐 하고 지낼 생각이에요?”

“글쎄요? 아이들이 뭘 하고 지낼지는 다니엘이 정해 주면 되겠죠. 저는 주로 여자 친구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동안 아껴왔던 포상 휴가를 쓰면 두 번 정도 더 볼 수는 있겠지만, 한 달 보름이나 한국에 있게 되면 뭔가 할 거리를 만들어 줘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동민은 현철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빠. 현철이 형 데뷔할 때 만들었던 기획사 정리할 때 다른 사람한테 넘겼다고 했죠?”

“응. 그냥 접기에는 직원들도 있고, 애매했는데 소개받은 가수가 기획사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적당히 넘겨줬어.”

“혹시 그 사람한테 연습실 쓸 수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얘들이 한국에 한 달 반이나 있는 다는데 연습실이라도 보내야겠어요.”

“마침 이 대표도 보이 밴드 준비하고 있던데 같이 연습하라고 하면 되겠네. 내가 물어봐 줄게.”

“그런데 그분 이름이 어떻게 돼요? 회사 이름은요?”

“원래 나름 잘나가는 가수였는데 활동은 그만하고, 연예 매니지먼트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인데 이름은 이수남이야. 너도 노래는 들어 봤을 거야. 회사는 자기 이름을 따서 SN 엔터테인먼트라고 지었더라.”

이수남이라는 이름과 SN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명을 듣고, 설마 한 동민이 아빠에게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았고, 그 설마가 맞았다.

“이수남 씨라면 나도 알아. 옛날에는 나름 유명한 가수였고, MC 활동도 많이 했어. 미국에 유학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프로듀싱 실력은 확실히 좋다고 하더라. 현진 형을 직접 키운 거로 알고 있어.”

“보이 밴드 준비 중이라고 하니까 같이 연습 시키면 되겠네요. 다들 춤과 노래는 확실한 녀석들이니 거기서 배우던지 가르치던지 하라고 하면 될 거예요.”

현철도 이수남을 알고 있었고, 말이 나온 김에 아빠에게 부탁해 다음 날 바로 SN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아이고, 김 대표님 잘 지내시죠?”

“저야. 가요계에서 손 떼고 편하게 지내고 있죠. 김 대표님이 고생이 많으십니다. 준비 중인 밴드는 잘되어 가고 계신가요?”

“한창 피 끓는 남자아이들 5명을 키우려니 쉽지 않네요. 그래도 이 대표님이 투자를 해 주셨으니 잘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시는 거로 하고, 일단 여기 제 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아빠가 주제를 바꾸는 기분이 들었고, 나중에 따로 물어보기로 한 동민은 일단 이수남에게 인사를 했다.

“동민 군이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꽤 인맥이 넓은 것 같더군요. 샌드 시계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이라더니 멋있는 남자가 되었군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수남 대표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동민의 눈앞에 앉아 있는 이수남은 70년대부터 가수와 MC로 활동해 왔기에 동년배나 노년층에게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가수로서의 한계를 느낀 그는 프로듀서로 전향하게 되고 대한민국 음반 시장에 역사를 쓰게 되는 초특급 아이돌 그룹들의 아버지이자 한국 음반 시장에 아이돌 문화를 정착시키는 주역이 된다.

“사실 동민 군에게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보이 밴드의 성공을 보고, 한국에서도 아이돌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김 대표님의 아드님이 미국에서 마이크 잭선과 친하다고 하더군요.”

“어쩌다 보니 친분이 생기긴 했는데 워낙 바쁜 사람이라 자주 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뉴 키즈 온 더 스트릿이 내한 공연을 할 때도 동민군이 연결을 시켜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아빠가 이수남에게 동민의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안경 넘어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동민이 대화 주제를 바꿔 왜 찾아 왔는지 말해 주었다.

“제가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생들인데 디주니 미미 클럽에서 활동하던 아이들입니다. 댄스와 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난데 준비 중이신 보이 밴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한 달 정도 같이 연습시켜 주시길 부탁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디주니 미미 클럽에 나왔던 아이들이군요. 동민 군이 출연했다고 해서 찾아봤었습니다. 상당히 춤 실력이 좋던데 가수 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수남은 동민의 흑역사를 알고 있었고, 당황한 동민이 아이들을 소개해 주었다.

다행히 이수남은 영어를 꽤 잘했고, 방송활동을 오래 한 아이들도 SN 엔터테인먼트를 편하게 받아들였다.

“라이온과 제시카는 연기 쪽이라 노래보다는 춤에 더 소질이 있을 겁니다. 어스틴은 만능 엔터테이너 스타일이고, 브리트니와 크리스티나는 조금 더 성장하면 솔로 가수로 활동할 친구들 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뭘 알려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댄스 교육은 체계적으로 배운 아이들이니 역으로 안무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연습이 끝나면 서울 구경이나 시켜 주세요. 제가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부대로 복귀해야 해서요.”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이수남은 동민이 가지고 온 특별한 기회에 아주 좋아했고, 자신이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주는 동민과 함께 놀러 다닐 계획이라 다음 주부터 연습실에 보내기로 했고, 돌아가는 길에 아빠에게 투자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기획사를 넘길 때 이 대표가 자금이 부족해서 전부 인수를 못 하겠다고 하기에, 지분을 일부 받는 거로 하고, 회사를 넘겼거든.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고, 현진 형을 잘 키워서 그렇게 했는데 보이 밴드를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나 봐. 그래서 최근에 자금을 조금 더 투자했어.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아니에요. 저도 오늘 만나 보니 괜찮은 분 같았어요. 지분 더 받아내는 조건으로 더 투자하시고, 서대진과 아이들의 양연석 형도 기획사 차렸던데 거기에도 투자해 주세요. 이미 연기획이라고 하고 있던데 아마 처음이라 힘들 거예요. 올해는 경험 쌓으라고 하고, 내년에 힘들어할 때 투자하시면 될 거예요.”

한국 연예계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빠가 이미 떡상할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었고, 동민은 3대 기획사에 골고루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 15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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